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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문학관 : 나쁜소설) 언더그라운드 소년, 첫사랑 소녀를 만나다

도희(dh) 2012. 4. 9. 03:04


HDTV문학관 : 나쁜소설 ~  누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

제목 : 나쁜소설
■ 방송 : 2006년 10월 7일
원작 : 이기호
■ 극본 : 김희연 
연출 : 김용수
출연 : 이원종, 방은희, 안석환, 이재응, 김재만, 조은지, 김은주 外

시놉시스 :

본 드라마는 계간지 <실천문학> 2005년 봄호에 실린 '나쁜소설'을 뼈대로 삼고 동 작가의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야채볶음흙' (문예중앙 2005년 봄)과 '백미러 사나이 - 사물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음' (최순덕 성령충만기) 두 소설을 가미하여 각색한 것이다. 

'나쁜 소설' 은 많은 이들이 그리고 적지 않은 매체, 특히 영화에서 현대사회의 불행을 야기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제기하고 있는 인간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재 혹은 미숙이라는 통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하지 못한 한 남자의 성장과정과 타인과 커뮤니케이션하려고 부단하게 노력하고 또 좌절하는 과정을 통해 나의 의문에 답함과 동시에 우리 - 현대인의 모습을 그리게 될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의사소통수단인 예술 소설의 역할을 되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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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보기 :


~ 여기까지 출처는 공홈! ~




그리고-.

요 근래 너무 <적도의 남자> 타령을 하는 것 같아서 다른 드라마 이야기도 해봐야지, 라며 부랴부랴 꺼내어 본 드라마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연출이 김용수 감독이시다. 사실, 엄포스 출연의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보려고 했다가 이 드라마로 봤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결국 <적도의 남자>와 연결되었구나;

사실, 좀 지루했다. 중간중간 딴짓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보다가 간간히 검색해서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는 등등, 그러니까 한마디로 집중을 전혀 못한 채 본 드라마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긁적) 요즘 나 스스로 이해력이 참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는 참이다. 그걸 새삼 깨닫게해준 드라마이기도 하고.

그래도, 화면이나 구도는 참 좋았다. 판타지 동화스러운 장면들도 괜찮았고.

TV문학관을 제대로 본 것은 이로서 세번째, 시간 못맞춰서 앞부분을 놓친 채로 혹은, 시간이 안되서 앞부분만 본 것까지 합하면 여섯번째 보는 건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슷한 것도 같다. <TV문학관>이 주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고 해야할까? 말 그대로, 글을 영상으로 옮겨놓은 듯한, 세세한 설명보다는 그 옮겨진 영상을 보며 알아서 생각하고 해석하라는 그런 느낌?

그리고, 난 그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지도, 이해하지도 못해서, 해석불가능 상태에서 멍때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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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소년, 첫사랑 소녀를 만나다>
 
소제목을 '언더그라운드 소년, 첫사랑 소녀를 만나다'라고 한 것은 별다른 이유는 없다.
이 드라마의 공식 카피길래 그냥 냅다 가져다 쓴 것일 뿐.

주인공인 재선은 박정희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영자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 후,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에 애통해하던 아버지가 던진 재털이에 맞은 재선은 머리가 찢어지게 되고 동네 미용실이자 야매 의사인 미옥을 찾아가게 되는데, 그 곳에서 미옥의 딸인 영자와 재회한다. 그렇게, 영자와 친구가 되고 4년이란 시간을 함께하지만 수줍은 사춘기 소년 재신은 고백을 하지 못한 채 영희의 곁을 맴돌 뿐이었다.

부모님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방공호에 갇힌 6개월이란 시간동안 재신을 견딜 수 있게해준 것, 재신이 '소설'을 쓸 수 있게해준 것은 모두 영자 때문이었다. 영자에게 소설을 읽어주겠노라는 일념. 그렇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9년 전 고향을 떠나며 영자와 헤어진 재신은, 12년 전 방공호에서 영희를 위해서 썼던, 자신의 부주의로 잃어버렸던 소설이 도서관 서가에 대충 꽂혀있는 걸 발견하게되고, 영자를 찾게되었다. 이미, 너무나 달라져버린, 영자를.

재선이 소설을 찾는 과정은, 재선이 쓴 소설 속 첫장면과 비슷해서 나도 모르게 그 구절을 읊조렸다. 그리고, 재선이 그 소설을 발견한 후 옥상인가 어딘가에서 멍하니 있다가 영희를 찾아가기로 결심하는 그 씬이 나름 인상깊었다. 책 속에서 재신의 눈치를 보며 나오는 글씨들. 그 글씨들은 재신이 잃어버린, 혹은 벼려둔, 그래서 비어버린, '재신'처럼 느껴졌다.

돌아와서 어쩌면, 지금의 삶이 영자에겐 변함없는 그대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영자는 참 이쁘고 참 요망한 계집아이였다. 겉으론 미용사인 척 하지만 사실은 야매의사인 엄마 미옥의 인생이 녹록치 않았던 만큼 영자의 인생도 그리 녹록치않을 듯 했고.

어쨌든, 재신은 9년 만에 영자와 재회했다. 여전히 참 예쁘고 당찬 영자와.

그러나, 원래 수줍은, 어쩌면 방공호에서의 6개월 이후 세상과의 소통에 더욱 의기소심해졌을 재신은 결국 자신의 뜻한 바를 이룰 수 없었다. 사람을 상대하고, 사람을 설득하여, 사람의 의지를 제 뜻에 맞게 이끌어내는 직업 (일명, 다단계) 을 가진 영자는 재신의 말을 가볍게 묵살하고 오로지 자신의 말만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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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단절된 공간 속에서>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재신의 아버지가 하는 일은 방공호를 만들기위해 땅굴을 파는 것이었다. 그렇게 4년의 세월을 걸쳐 재신의 아버지는 방공호를 완성시켰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그 날, '실제상황'이 벌어졌고 현실감각이 없던 재신은 급히 전화를 건 아버지로 인해 방공호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그 것은 짧은 해프닝에 불과했고, 재신의 부모님은 술취한 버스기사의 부주의로 사고를 당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방공호에 들어간 재신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세상과 단절된 그 곳에서 오로지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적어도 1년은 견딜 수 있도록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방공호 속에서, 재신은 살아갔다.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서가의 책들을 읽고, 소설을 쓰며, 무료하고 외로운 하루하루를 견뎌갔다.

그 누구와 대화도 못한 채 그저 어둠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소설을 쓰며 이야기를 하고 그 상상 속에서 살아가던 재신은, 참 많이 외로웠던 것 같다. 그 어둠은 재신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지독한 고독함과 외로움과 쓸쓸함을 말하는 듯 했으니까.

결국, 재신은 스스로의 의지로 바깥으로 나오게 되었다. 나오던 도중, 6개월간 영자를 생각하며 썼고, 영자에게 읽어주고 싶었던 소설을 분실한 채. 그 순간, 재신의 갈등은 '나'와 '세상' 사이에서의 갈등처럼 느껴졌다. 외로움이 깊었던 재신은 그 곳에 6개월간 함께한 '나'를 버려두고 '세상'을 택하는 듯 했고. 그렇게 재신이 나온 세상은, 더이상 그 이전의 세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부모님은 이미 오래 전에 사고로 돌아가셨고, 재신은 그렇게 고아가 되어버렸으니까. '나'를 버려두고 택한 '세상' 속에서 재신은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살아간다. 12년이 흐른 후, 재신은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살아간다. 재신은 6개월이란 시간동안 느꼈을 그 외로움과 고독함, 6개월 후 마주한 현실로 인해 자신을 고립시키고, 안그래도 수줍음많고 내성적인 그는 더더욱 자신 안으로 움츠려들게 되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성 부족- 이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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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

12년 전, 극도의 고독함과 외로움과 쓸쓸함 속에서도 재신이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소설'을 썼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소설을 쓰는 동안 그는 그 단절된 공간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신의 글을 통해 대화-소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12년 만에 재신은 잃어버린 소설을 찾았다. 그 시절의 '나'를 찾은 것이다. 그리고, 처음의 목적대로 영자를 찾아 그 소설을 읽어주려고 했다.

영자에게 읽어주기 전, 다른 이들에게 연습삼아 읽어주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모두가 그 것을 거부했다. 재신에게 소설을 읽어주는 것은 상대방과의 소통을 의미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 것은, 재신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은 내면과 다름 없을테니까. 하지만, 결국 재신은 친구에게도, 그 여자에게도, 영자에게도, 소설을 읽어주지 못했다. 그들이 거부했다. 재신과 그들(재신을 이루는 세상)은 그렇게 단절되어버린 듯 했다.

그렇게, 영자에게 소설을 읽어주지 못한 채, 영자의 말빨에 넘어갔는지 물건 하나를 들고 길을 걷던 재신은 어느 버스 정류장에 홀로 앉아있게 되었다. 자신의 소설을 가방 속에 넣는 찰나, 펭귄 한마리가 재신에게 다가왔다. 누가 소설을 읽어줬음 좋겠다며. 그 말에 재신은 기쁘게 자신의 소설을 읽어줬다. 날이 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 손전등을 비춰가며 아침까지.

펭귄은 아마, 재신의 내면이었던 것 같다. 외로움이 깊은 내면이 형상화되어 재신의 앞에 나타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재신의 소설 첫 구절처럼, 읽어줄 누군가가 없다면 녹음을 해서 스스로에게 들려주라는 말 처럼, 그렇게 재신은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재신은, 다시 돌아가 9급 공무원을 준비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가 정말 공무원이 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또 영자를 만날지 어떨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버스 정류장에 내려놓은 손전등과 그 짐(영자에게서 산)은, 재신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무언가를 내려놓았다는, 어둠 속에서도 홀로 길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뭐 그런 느낌도 들었다.

길을 걷는다. 펭귄과 함께. 그러나, 혼자.

결론은,,
뜬금없는 펭귄이 참 귀여웠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