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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시티 : 스파게티 데이트) 잘 웃지 않는 건 혼자만의 외로움이 있어서 그런 거에요.

도희(dh) 2012. 5. 7. 05:02

~ 드라마시티 : 스파게티 데이트 ~
<<잘 웃지 않는 건 혼자만의 외로움이 있어서 그런 거에요.>>


* 작품정보

  • 제목 : 스파게티 데이트
  • 극본 : 김지요
  • 연출 : 문영진
  • 출연 : 김원준, 이아현
  • 방송 : 2005년 2월 13일

 

  • 기획의도 : 세상을 살다보면 가끔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절망감에 휩싸일 때가 있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듯한 느낌. 사고로 세상을 향한 시선이 막혀버린 여주인공과 인생의 슬럼프에 빠진 남자주인공이 희망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절망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다.


 


한물간 왕년의 인기가수 시혁은 새로운 음반의 부진과 인기하락 등으로 그럴다할 활동없이 우울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로인해 매우 사소한 것조차 지나치지 못한 채 감정이입을 하며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이사를 가게되고, 그 곳에서 우연히 인주를 보게되며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 인주는 몇년 전 사고로 인해 시력을 잃게된 시각장애인으로 현재 고객들에게 모닝콜을 해주는 모닝걸 인주는 끝없는 어둠으로 인해 생긴 깊은 외로움을 들키지 않기위해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듯 하지만, 자신에게 다가서는 타인에게 경계하며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었다.

우연히 마주치는 날이 늘어가며 인주에 대한 시혁의 호감과 관심도가 높아져가던 어느 날, 그녀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게되며 더욱 따뜻한 배려로 그녀를 대하게 된다. 인주 또한 그런 밝고 다정한 시혁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며 주말한정 스파게티 데이트를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한편, 인주는 아침마다 모닝콜을 해주는 고객 중에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박정우의 우울함에 공감하게되며 그를 위로하고 달래주는 과정에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정우(시혁) 또한 그런 인주를 통해서 언제나 우울했던 아침이 조금씩 상쾌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혼자만의 외로움에 갇혀 세상관 단절된 생활을 하던 정우(시혁)은 인주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그 외로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전화를 통한 모닝걸 인주과 그녀의 고객인 정우(=시혁), 주말 스파게티 데이트를 통한 시각장애인 인주와 백수청년 시혁(=정우), 그렇게 두 사람은 두 가지 공간에서 서로의 인연을 전혀 모르는 채 만났고, 그렇게 상대가 가진 깊은 어둠과 그로 인한 외로움을 밝고 따뜻한 빛으로 비춰주고 노력하고 있었다. 모닝걸인 인주는 아침이 우울한 불면증 환자 정우(시혁)에게, 백수청년 시혁은 깊은 어둠 속에서 타인을 경계하며 외롭게 살아가는 인주에게.

하지만, 인주는 너무나 밝고 다정한 시혁이 아닌 외로움과 우울함에 갇혀 살아가는 정우에게 끌리고 있었고 결국 그가 두사람이 동일인물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별을 고한다. 인주의 선택은 시혁이 모닝걸 인주가 아닌 시각장애인 인주에게 끌려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 것은 아마도 한발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걷고있는 상대가 마치 나와 같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 어둠의 성격은 다를지라도 그 속에서 겪는 깊은 외로움이 닮았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 등등.


 
지난 주 내내 마음이 너무 황폐해져서 기분전환 겸 산뜻한 걸 보고싶어서 파일을 훑어보다가 선택한 드라마이다. 그런데, 기분전환이 될 정도로 그렇게 산뜻한 드라마는 아니었다. 어둠 속을 걸어가는 서로에게 희망 혹은 구원의 빛이 되어준다는 주제 아래, 그 외로운 감정을 표현하는 대사들은 약간의 허세끼가 느껴져서 오글거렸고, 결말로 가는 전개가 굉장히 뻔하고 작위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벌써, 7년 전 드라마이니 그런 걸까, 근데 7년 전에는 이런 감성이 먹혔던가, 라는 생각을 해보는 중이기도 하다.

게다가 약간 의아했던 것은, 시각장애인이기에 다른 부분이 더 발달되었을텐데, 시혁과 만나 대화하면서도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가수 '시혁'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통화하는 '시혁(=정우)'의 목소리를 전혀 못알아 듣는다는 부분이었다. 전화 목소리와 TV 목소리가 다르다고 해봤자 인주는 시혁의 녹음기 속 목소리까지 들은 상황인데 말이다.

또 하나 궁금한 것은, 인주와 시혁은 서로 만나기 위해서 전화통화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라는 것이다. 극 중에서는 '모닝걸과 정우'의 관계가 아닌 '인주와 시혁'의 관계에서는 전화통화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두 사람은 그럼 그냥 주말 몇시 거기서 만난다, 라는 룰을 정해놓은 후 내내 연락없이 지내는 걸까, 그럼 시혁이는 왜 '연락이 안돼요' 라는 말을 했을까...등등. (아, 너무 깊이 파고들지 말자;)

결정적으로, 최근 정말 '헉!' 거려지는 최근 엄포스의 실명 연기를 보고난지라 여주인공의 시각장애인 연기를 보며 조금은 시큰둥해지기도 했고. 아무래도, 당분간 시각장애인 연기를 보면 계속 이럴 것도 같다. 엄포스 이후 실명연기를 보면서도 시큰둥은 커녕 극찬+감탄하며 볼 수 있는 유일한 분은 이자람님(뮤지컬 서편제) 정도가 아닐까? 난 그분 실명연기를 처음 접했을 때 약간의 거부반응을 보였는데 그 이유를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리얼해서였던 듯;; (...) 아무튼, 시각장애인이라는 설정때문인지 몇몇 부분에서 '적도의 남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주인공이 수영을 즐기는 이유라거나, 영화관 데이트라거나, 자전거 데이트라거나...;;



약간 지루하고 멍하니 보긴했는데 후반부 인주와의 이별 후, 혹시 자신을 보더라도 아는 척 하지 말아달라는 인주로 인해 말도 걸지 못한 채 그녀가 위험할까, 다칠까, 그렇게 그녀의 곁을 서성이는 시혁의 모습이 아련하게 다가왔다. 인주 또한 시혁의 스킨냄새로 인해 그가 자신의 곁에 있음을 알면서도 부러 모르는 척 하는 것도.

비오는 날, 가게 앞에서 비를 피하는 인주와 비를 맞으며 그런 인주를 정면에서 바라보는 시혁의 모습은 정말...! 후에, 인주가 다 알고 있었다는 게 밝혀진 후 그 장면을 돌려보는데, 인주의 표정이 정말 애써 모르는 척 하려는 그게 보이기도 하더라. 아마, 시혁도 인주가 알면서 모르는 척 한다는 걸 느끼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씬도 약간 좋았음.

후반부의 아련함은 약간 뮤비식으로 흘러갔는데, 난 이 씬을 보며 헤밍씨와 선우(적도의 남자)를 떠올렸더랬다. 선우의 이별선언 후에도 선우의 곁을 서성이는 헤밍씨와 그런 헤밍씨가 자신의 곁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눈이 안보인다는 핑계로 그녀를 못본 척하는 선우의 모습... 아, 상상만해도 아련터지는 중... 이라고 말해놓고 보니, 이 비슷한 씬이 있었다. 아, 이 저질 기억력(ㅋ). 아무튼, 만약 그 드라마가 복수극이 아닌 정통 멜로로 갔으면 선우와 헤밍씨의 이별 후 이런 씬들이 몇개 더 있지 않았을까, 라는 그런 망상만 쌓일 뿐이고;;; (복수극 속에서 멜로앓이 중이나니! 아, 난 살짝 지루하단 평이 있는 '부활' 멜로도 굉장히 좋아함ㅠㅠㅠㅠㅠ!)




끝으로...

별로 재미없는 드라마이니 추천은 못하겠다. 그런데, 김원준씨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뭐 그럭저럭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째서 이런 생각이 드는가는 모르겠는데 여주인 이아현씨보다 남주인 김원준씨를 좀 더 이쁘게(?) 보이게 하려는 듯 했으니까. (...) 배경음악이나 과거 자료화면 등등을 보면, 남주인 시혁이란 캐릭터도 한때 진짜 잘나가던 김원준씨를 모델로 삼아서 만든 팬픽같은 그런 느낌이었고;

아무튼, 후반부 그 아련돋는 1분 가량만 건진 드라마였다. 나중에 둘 사이에 얽힌 인연을 알게되는 씬은 또 얼마나 오글거리던지. 왤케 쉬워! 그럴 거면 진작 말하지! 이런 느낌이랄까? (...) 그래도, 지독한 암흑 속을 홀로 견뎌내려는 인주가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것으로 조금씩 그 암흑의 끝에 보이는 빛을 찾아가는 느낌, 그리고 퍼즐을 다 맞춘 순간 그녀의 빛이 되어줄 시혁을 알아보게 되었다는 건.. 또 괜찮았던 것 같다.

덧.. 근데, 인주가 가수 시혁의 오랜 팬이란 설정인데 초반 시혁이 인주가 시각장애인인 걸 몰랐을 때, TV에서 자신을 보던 인주가 눈 앞의 자신을 못알아본다는 걸 왜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인주의 '응원'에 너무 가슴이 벅차올라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린 건가? (...) 생각할 수록 구멍이 많은 드라마다. 단막극이 이렇게 구멍 많기도 함든데.. 깊이 생각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