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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 드라마 : 십 년 후) 십 년 전의 약속, 십 년 후의 재회, 그리고...

도희(dh) 2012. 4. 13. 21:29

~ 한뼘 드라마 : 십 년 후 ~

<<십 년 전의 약속, 십 년 후의 재회, 그리고...>>


제목 : 십 년 후
극본 : 스토리밴드
■ 연출 : 황인뢰
출연 : 엄태웅, 채민서
방송 : 2004년 3월 8일 ~ 2004년 3월 11일


1) '한뼘 드라마'는 2003년 11월 3일 ~ 2005년 3월 28일까지 방영된 드라마로, 국내 최초로 시되는 새로운 형식의 5분 드라마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아름다운 영상언어를 그려내어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동시에 현 사회상을 방영하고 삶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이끌어내는 작품- 이라고 소개. 황인뢰 연출, 스토리밴드 극본으로 이루어진 드라마이다.

이런 형식의 드라마가 있다는 건 <궁>의 주인공 주지훈씨가 이 작품에서 황인뢰 감독과 '한뼘 드라마' 중 한 에피소드에서 함께 했었다는 이야기를 언뜻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별다른 관심은 없었는데, 요즘 좀 파닥거리고 있는 배우 엄태웅씨가 이 작품의 에피소드 중 하나에 출연했다는 소리를 듣고 궁금해서 보게되었다. 어디서 구해야할지 몰라서 인터넷 다 뒤지면서 겨우 찾았는데... 공홈에서도 볼 수 있는 듯. 맨 처음에 공홈부터 뒤졌는데 그땐 왜 몰랐지;;;


2) <한뼘 드라마>는 총 4부작으로 회당 4~5분씩 총 20분 가량의 드라마이다. 그리고, <십 년 후>는 "십 년 전의 약속""십 년 동안""십 년 후""십 년 후의 약속" 이렇게 네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3) 이 드라마는 오래 전 연인이었던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십 년 전의 약속을 기억하며 재회한 후의 이야기다. 그 시절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듯 하던 그들은 '비틀즈'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서로를 알게되고 사귀게되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헤어지자는 남자로 인해 이별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십 년 후, 그들은 재회했다. 그 약속이 이별을 말하며 한 약속인지, 아름다운 시절의 어느 날에 한 약속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그들은 십 년 후에 그 곳에서 만나기로 했고 남자와 여자는 재회했다.

남자는 십 년이란 세월동안 종종 그 곳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여자는 십 년이라는 세월동안 단 한번도 그 곳을 찾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재회했다. 남자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기억하고 여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그렇게, 십 년 만에 재회한 그들에게는 그저 어색한 공기만이 흐를 뿐이었다.


4)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피아노씬' 이었다. 어긋난 마음이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된다는 그 과정이 만화 <스킵비트>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피아노를 못치겠다는 여자, 니가 잘 치는 거 있지 않냐고 기억을 묻는 남자, 외면하는 여자, 먼저 뚱땅- 거리며 피아노를 치는 남자, 결국 남자의 반주에 맞춰 피아노를 치는 여자.

처음엔 불협화음으로 어긋나던 음은 점점 하나로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의 어긋난 마음도 하나로 이어지는 듯. 그 후, 어색한 공기만 맴돌던 남자와 여자 사이에 조금은 편안한 공기가 흐르는 듯 했다. 그리고, 여자는 이제 '기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5) 남자와 여자는 무엇을 바라고 십 년 전의 약속을 지킨 것일까. 아마도, 미련- 인 듯 싶었다. 사랑이 끝나기 전, 갑작스런 이별은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어떤 만약이라는 미련을 남기는 듯 했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만날 수 있을 듯한 - 남자는 여자에게 애인이 있다는 걸 들었다고 했다 - 두 남녀는, 십 년 동안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재회. 또 어쩌면 그들은 운명을 바란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운명이 있다면, 그리고 우리가 운명이라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라는, 그런.

여자의 거짓말과 남자의 거짓말. 서로는 그 것이 거짓말인지 모른 채 서로에게 희망과 좌절을 가져왔다. 그러면서 또 바라는 것은 아니었을까. 니가 먼저 다가와달라고. 여자가 떠난 자리에 한참을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문소리가 나면 움찔하는 남자의 모습, 문 밖에서 남자의 명함을 들고 한참을 서성거리는 여자. 남자는 여자가 다시 돌아와주길 바랬고, 여자는 남자가 나와주길 바라지는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도 들었다. 특히, 남자. 여자는 서성거리는 동안 자신의 거짓말에 대한 답, 그렇게 남자에 대한 미련을 정리하는 듯 했으니까. 그래서 서성거림의 끝에 명함을 버릴 수 있었을 것이고.

결국, 두 사람은 한참을 서성거린 채 헤어졌다.
한 십 년 후에 다시 만날까- 라는 기약없는 약속을 끝으로.

남자는 결국 떠나는 여자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 여자를 잡지 않았다.


7) 용기없는 남자의 거짓말을 보며 '뭐야!!! 솔직해져봐!!!' 라고 움찔. 운명을 운명인 채로 남겨두는 것인가, 운명이 다가와주길 기다리는 것인가, 등등. 만약, 남자가 솔직해졌다면 여자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혹시, 남자는 여자의 거짓말을 알기에 자신도 거짓말을 했을까.. 등등의 생각이 또 문득 든다.

그런데, 혹은 그래서, 왠지 현실적이면서 그래서 또 마음이 멍- 해지며 한참의 여운이 남기도 했다.


8) 풋풋한 엄포스. 이선균씨와 닮았다는 생각을 안했었는데 <제주도 푸른밤>의 몇몇 장면과 이 드라마 <십 년 후>의 몇몇 장면에서 언뜻 이선균씨가 비춰지기도 했다. 젊었을 때는 약간 비슷한 이미지가 있었구나. 나이가 들며, 각자의 영역? 암튼 캐릭터를 구축해가며 이미지가 전혀 달라지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