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드라마+잡담

즐거운 인생, 삼년 더하기 하루 ~ 지난 일년간 나만 재밌었던 드라마 소개!

도희(dh) 2011. 10. 14. 05:09


지난 2008년 10월 13일 '이 드라마의 매력을 이렇게나 몰라주다니, 내가 알려주마!' 라는 마음으로 개설하고 벌써 3년이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삼년하고도 하루죠. 어쩌다보니 2년 연속으로 하루가 지난 후에야 기념포스팅을 하게되었고, 그래서 이번 3주년 기념포스팅도 하루가 지난 후에야 주섬주섬 올리고 있습니다. (잊고있었다는 건 비밀, 쉿!)

3주년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하게 할만한 이야기가 떠오르질 않네요.

주섬주섬, 작년에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뒤적여보니 '게으름을 컨셉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겠노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더라구요. (ㅋ) 그리고, 되돌아보니 정말 그 컨셉에 맞게 블로그 운영을 해버린 듯 싶습니다. (긁적) 그러니 앞으로 일년은 '부지런함을 컨셉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도록 노력해볼게요.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요. (ㅎ)

...와, 정말 뭔가 할 말이 너무 없어요. 이렇게 마무리하면 (내가) 아쉬우니까 초심을 살려서, 지난 일년(2010년 10월 13일 ~ 2011년 10월 12일)동안 본 드라마 중에 나만 재미나게 시청한 한국드라마(단막/연작 제외) 세편, 소개해드리며 이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흠, 아무래도 드라마에 대한 수다를 떠는 컨셉의 블로그니 이렇게 마무리하는 게 괜찮겠죠?







프레지던트 (KBS2TV / 2010년 12월 15일 ~ 2011년 2월 24일 / 총 20부작)

: 주인공 장일준의 경선과정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정치 드라마.


- 좋았던 점 :

주인공 장일준이 그저 올곧고 청렴한 사람이 아닌, 적당히 야비하고 적당히 올곧은 털어서 먼지나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넘어 목적과 수단을 뒤바꾸는 뜨거운 권력의지를 지닌 캐릭터라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이런 장일준과 맞서는 상대들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정치인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게다가, 정의롭고 깨끗하고 올곧은 정치인들이 장일준의 적이되며 결국, 장일준에 의해 꺽여지는 것을 보면 주인공 장일준의 승리가 기쁘면서도 왠지모르게 씁쓸하기도 하지만, 이게 현실이고 정치구나, 라는 리얼함이 보여서 좋았다. 그렇게 결국, 모든 것을 얻었으나 모든 것을 잃은 상처투성이의 외로운 승리를 홀로 맞이하는 장일준의 마지막 모습도 인상깊었었고. (개인적으로 '공주의 남자'에서 수양대군의 결말이 장일준의 결말처럼 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었다.)

제작사에서는 총 3부작 (대통령 선거 - 대통령 임기 - 대통령 퇴임)으로 그릴 예정이었다고 했고 그럴 의지를 보였으나 시청률이 낮았던 덕분에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지 않을까, 싶다. 

 

- 아쉬운 점 :

이런저런 암투와 배신 그리고 연기력있는 조연들로 엄청난 긴장감을 주던 경선과 달리, 더 중요한 대선은 생각보다 쉽게 가버렸다. 특히, 꽤나 좋았던 부분이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장일준의 적은 깨끗하고 올곧은 이상적인 정치인이라는 것은, 장일준을 압박하면서도 쉽게 이길수 있었던 이유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게다가 장일준의 적군 혹은 아군으로서의 행동을 취하며 극의 긴장감을 살리기위해 후반부에 등장하는 몇몇 조연들의 연기력은 아쉽기 그지없다. 

또한, 극의 한 축을 담당할 젊은 연기자들의 연기력도 아쉬움. 그 연기력의 아쉬움은, 그 캐릭터들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극의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알지만, 그들의 등장 자체가 극의 흐름을 끊어버리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열쇠로서 활용이 끝난 후에는 비중이 눈에띄게 줄어버리기도 했다. 결론은, 주요 몇몇 캐릭터들의 연기력의 아쉬움, 이라는 건가?

초반에 비해 스케일이 작아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제작비가 부족한가보다, 싶었던 부분도 아쉬움.



- 그리고 :

시청률이 너무 낮게나왔지만, 그 낮은 시청률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종종 시청률이 낮았다는 이유로 이 드라마가 평가절하 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렇다고 엄청난 수작이란 소리도 아니다. 시청률과 상관없이 괜찮은 드라마였다는 말을 하고싶다는 것이다. 

오직 정의만을 쫓는 올곧은 이의 승리라는 판타지가 아닌, 정의롭지 않은 먼지나는 주인공이 목표를 위해 정도를 넘지않는 선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이상적인 정치인들을 꺽으며 힘겹게 목표점에 도달하는 모습은, 현실과도 닮아있었다. 그리고, 장일준은 왠지모를 기대감을 심어주는 캐릭터였다. 저렇게까지 지저분한 술수를 쓰며 모두를 잃고 결국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른 후의 그는, 어떤 대통령이 될까, 라는. 어떤의미로는 장일준이란 캐릭터도 현실에 없는 판타지가 아닐까, 싶기도 했고.





 로맨스 타운 (KBS2TV / 2011년 5월 11일 ~ 2011년 7월 14일 / 총 20부작)

: 대한민국 최상류층들이 사는 1번지에서, 100억 당첨복권을 둘러싸고 집주인들과 입주식모간에 벌어지는 사랑과 돈의 한판대결을 그린 드라마.


- 좋았던 점 :

돈으로 인해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가, 를 그려내며 돈과 마주하게 된 인간의 본성을 그려낸 드라마였다. 그리고 그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을 알기에 불편하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 위에 돈이 있고 돈에게 지배당하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풍자한 드라마. 그리고 나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 돈에 관련된 순간 보여지는 끝을 알 수 없는 추악함이 때론 불쾌하기도 했지만, 불쾌함을 잊을 수 있게 더 재미있고 유쾌하고 때론 공감가게 그려내는 것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나는 노순금이란 캐릭터가 너무 이뻤다. 외모도 마음도. 그래서 순금이를 정말 좋아하며 봤었다. 순금도 인간이었고 그렇기에 돈의 유혹에 넘어갈 뻔도 하지만, 결국 순금은 돈보다 사람이 먼저, 라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돈으로 인해 추악해지며 서로를 배신하는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않고 자신의 마음을 지켜나간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렇게 결국, 돈보다 소중한 것은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한 결말이 좋았다.



- 아쉬운 점 & 그리고 :

사실, 별로 없다. 중독성있게 빠져드는 마약같은 드라마는 아니지만, 때때로 의도는 이해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만 같은 설정이 황당하기는 했지만, 특별히 '아쉽다' 라는 부분은 없다. 아, 하나있다면 제목. 아마 '로맨스 타운'이란 제목 때문에 닭살스런 로맨스 드라마라 생각하고 안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로맨스 타운'이란 제목 때문에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시청하다가 '이게 아닌데'라며 놓아버린 사람도 있을 듯 싶다.

이 드라마는 정말, 초반 가제처럼 '식모들'로 가거나.. '일번가의 비밀'이라거나 이런 류의 제목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이 드라마 <로맨스 타운>은 제목처럼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라, 100억 당첨복권을 둘러싼 1번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때론 스릴있게, 때론 재미있게, 때론 불편하게 그린 풍자 드라마니까.





더 뮤지컬 (SBS / 2011년 9월 2일 ~ 방영중 / 총 16부작 예정)

: 뮤지컬 배우 지망생 고은비의 꿈과 사랑을 그리는 드라마.


- 좋았던 점 :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반짝거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그 반짝임을 보며 '내가 꿈을 꾼 것은 언제였던가''내 꿈은 뭐였던가' 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그리고 '나도 꿈을 꾸고싶다' 라는 잃어버린 열정을 끄집어내게 해주는 드라마인 듯 싶다. 그리고, 단순한 듯 싶으면서도 인물관계와 그 인물들의 감정과 갈등이 의외로 복잡하다는 부분이 꽤 흥미롭다. 어느 캐릭터 하나를 소홀하게 넘기지않고 개개인의 개성과 사연을 주며 섬세하게 그려내고, 그 캐릭터들이 스치고 부딪히고 깨지며 극 자체는 잔잔하게 흐르는 듯, 그러면서도 감정과 갈등과 사건을 만들어나 가는 것이 꽤 재미있게 다가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모든 캐릭터들이 개성과 매력을 가졌지만, 특히나 남자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다. 이성적인 유진과 감성적인 홍재이란 캐릭터가 꿈과 열정의 고은비란 캐릭터의 반짝임에 낚여서 파닥파닥 거리게 되는 모습은 뻔하지만 기대가 된다. 이미 둘 다 고은비에게 반 이상 넘어온 듯 싶고.  그리고 너무나 상반되었기에 반대되는 부분은 결핍된 듯한 캐릭터들이 고은비의 꿈과 열정을 통해 그 부분을 채우며 성장하게 되는 것도 기대가 되고. (이렇게 안되면 안되는대로;)

그리고, 사전제작 드라마가 주는 여유로움은 그 것을 바라보는 시청자까지도 편안하게 만드는 듯 싶다.



- 아쉬운 점 & 그리고 :

뮤지컬 관련업 종사자들의 연애담. 뮤지컬하며 연애하는 드라마. 이렇게만 평하기에는 좀 아쉬운 구석이 있지만 현재까지의 이 드라마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그래서, 뮤지컬이란 장르에 대한 애정을 품고서 이 드라마를 보게된다면 꽤 속상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뮤지컬이란 장르를 꽤나 좋아하는 편인지라 이 드라마를 보며 꽤나 속상해하는 단계가 있었지만, 드라마는 현실을 비춘 판타지라며 그 단계를 넘겼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갸웃거려지며 아쉽고 불편한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드라마가 다 그렇지 않은가, 라며 넘기는 중이다. 어느 직업을 그린 드라마에서 그 직업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드라마가 얼마나 있을까? 그렇게 넘기면서 볼 정도로 난 이 드라마가 꽤 마음에 든다.  그래서 주변에도 추천하고 싶은데 주변에는 뮤지컬이란 장르를 애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지라 '뮤지컬이란 장르에 대한 애정을 살짝 내려놓고 보면 괜찮은 드라마' 라고 추천 중이다.

자극적인 부분없이 그저 잔잔하고 섬세하게 흘러가는 것이 지루하게 다가올 수가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극의 주요캐릭터 중 하나인 배강희는 간간히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사실, 4회를 넘기며 캐릭터 자체는 고은비와는 상반된 매력을 지닌 캐릭터라고 생각되기도 하는데, 마음에 확- 와닿지가 않는다는 것이 아쉽고 안타깝다. 하지만 이건, 나만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2회까지만 잘 넘기면 꽤 괜찮게 다가오는 드라마. 

주 1회 방송이라는 것이 가장 아쉽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주 2회 방송인지라 대부분 2회차가 한 세트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 드라마도 홀수차에서 갈등 던져주고 짝수차에는 그 갈등을 해결하며 또 다른 갈등을 시작할 준비를 하는 걸 보면 그런 식으로 쓰여진 듯. 그래서인지 홀수차에선 흐름이 끊기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난 이 드라마가 잘되었으면 싶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래야 뮤지컬란 소재의 공통점을 가진 드라마 <왓츠업>도 편성받을 가능성이 보이지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시청률이 너무 낮다. 덕분에, 근래 챙겨보는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나름 괜찮은 편이었는데... 매우 간만에 시청률에 상관없이 나만 좋아하며 보는 드라마를 만나고 말았다.





지난 일년동안 본 드라마를 쭈욱- 적어놓고서 딱 3편만 고르려니 너무 힘들었어요. 두세편 더 소개하고 싶어서. 그래서 '나만 좋아했던' 이란 제목으로 시청률이 낮았지만, 시청률만으로 평가절하되는 것이 아쉬운 드라마들로 골라봤답니다.

지난 일년, 혹은 이년, 또 어쩌면 삼년동안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늘 행복한 일들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저도, 당신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