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아무말 대잔치

쓰잘머리 없는 수다 7. 기억 그리고 추억(1)

도희(dh) 2009. 10. 21. 02:43


여기가 어디지?
청계천엔- 다리가 참 많다.

나는 지금 그 중- 어느 다리에 앉아 Free the musical을 보고, 끄적이고, 놀고있다.
이제- 맞은 편에 그림을 구경하고, 또 어디론가 걸어볼 작정이다.

혼자는 심심하고, 혼자는 외롭고, 혼자는 지루하고, 혼자는... 불편하다.
아직, 우리나라의 인식이 그렇다. 나의 인식이 그렇다.

하지만, 혼자는 여유롭다.
시간에 쫓겨 급히 가야할 일도... (약속도 없으면...)
누군가 - 함께인 사람 - 의 눈치를 살피며, 정작 하고싶을 걸 못하는 일도 없다.

이렇게 그냥 걷다가, 눈에 띄는 곳에 들어가보고, 나와서 걷다가,
주변의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벤치 혹은 이렇게 청계천 다리 밑에 앉아 끄적이며,
주변을 구경하는 여유...

이런 여유가 좋아서 혼자도 때론 즐겁다.
둘 이상은 함께라는 즐거움, 편안함, 당당함..
혼자는, 혼자만의 여유... 그 것을 즐기는 또 다른 여유?

2008. 04. 07. 어느 날...







고궁박물관에 가려고 일찍부터 경복궁에 갔었다.
그런데, 월요일이었다. 월요일은 '고궁박물관'이 쉬는 날이었다. 나는 그렇게 헛걸음을 했다.
날씨는 좋았고, 내가 좋아하는 파란하늘의 하얀 구름도 많았다. 지금은 광화문 복원공사 때문에 가로막힌 벤치에 앉아 하늘과 궁과 관광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즈음의 나는, 먼 곳으로의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되지 않은 그 즈음이어서, 경복궁과 관광객과 우리나라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 곳에서 자신들의 문화와 유적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들을 보고 느낀 후여서, 너무 안타까워하면서 말이지.



나는, 청계천의 저 곳을 좋아한다.
일 년에 한 두번 겨우가는 곳이어서 그런지, 나는 서울에 갈 때마다 저 곳을 찾곤한다. 항상은 아니지만, 시간의 여유가 생길 즈음엔 찾아가서, 한참을 앉아서 물과 사람을 구경하고, 또 생각을 하곤한다. 때론 조용하고, 때론 시끄러운 공간이지만, 나는 저 공간이 참 좋더라. 맞은 편의 이런저런 사진 전시도. 최근에 저 곳에 갔을 땐,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지금의 학생과 당시의 나가 가진 그 마음, 생각은 크게 다를바가 없구나, 라는 걸 새삼 느끼고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이 날은, '강효성의 알 럽 뮤지컬'을 보러가는 날이었다. 그리고 게스트는 서범석씨 였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범사마, 서범석님.

이 분은, 정말 너무 대단한 분이다. 그냥 있을 땐, 환한 미소와 유쾌한 말로 상대를 즐겁게 해주다가도, 노래를 부르는 순간엔 '노래 그 자체'가 되는 분이시다. 배역에 몰입하면, 그 배역, 캐릭터 자체가 되어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한참 웃다가 노래를 불러도, 그 노래에 대한 몰입도가 대단해서, 바라보는 사람조차 몰입해서 감동을 주는.

이 날, 강효성씨는 서범석님더러 '스펀지같은 배우'라고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이 분은 스펀지같은 배우다. 모든 것을 흡수해서 제 것으로 만들어내는, 그리고 결국 그 것으로 관객에게 무한한 감동을 안겨주는. 그래서 나는, 서범석님을 좋아한다.

이날, 디카 배터리가 별로 없어서 사진을 많이 못찍었다. 그리고, 그 것이 한이 되었는지, 그 해에 범사마의 사진을 엄청나게 찍어서 감당못할 정도로 내 공연 USB 속에 들어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들었는데, 당시의 알 럽 뮤지컬은 '와인과 함께하는 공연'이란 컨셉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공연과 와인을 함께하는 꽤나 기분좋은 컨셉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헤이츠렌츠 까베르네 쇼비뇽


이름도 너무 어려워서 결코 외우지 못할 와인이름.

너무 달콤하고 맛있어서, 홀짝홀짝, 잘도 마셨던 기억이 난다. 인당 한 잔씩만 줘서 아쉬웠지만 어쩌랴~: 저 악보는 강효성씨의 공연 악보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당시 효성씨가 했던 공연이 '햄릿'의 왕비 역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넘버가 아니었나, 싶다. 내겐 너무 어려운 넘버...;;; 결국, 당시의 '햄릿'은 못봤고- 그 해 연말에 그녀가 출연한 '마리아 마리아'를 관람함으로서 그녀를 무대 위에서 만났었다.

공연 후, 범사마와는 사진을 못찍고 강효성씨와는 찍었는데- 이 분은 너무나 심하게 말라서, 나의 두배였다. 음... 조정석, 김소현씨에 이은 대단한 충격!!! 그 후로 두 번 다시 배우와는 절대로 사진찍지 않겠노라, 다시금 다짐했던 계기가 되기도 했고 말이지. 아아.......;;





짧게 수다를 쓰려고하니, 막상 떠오르는 게 없어서 책장의 노트들을 한 장, 한 장 뒤져보다 발견했습니다. 사실, 그 언젠가의 10월 21일에 있었던 일, 을 떠올려보고 싶었는데 - 기록으로 남은 10월 21일은 '뮤지컬 관람' 밖에 없더라구요. 그에 관한 기억을 풀어내도 될텐데, 오오- 보류할래요. 그 공연은 너무 행복한 기억이라 너무 조심스럽단 말이죠.

그래서, 가끔 길을 걷다가 문득, 기차를 타고 스치다가 문득, 공연장에 들어서서 문득, 혼자인 시간이 나른할 때 끄적이던 노트 속의 나를 조금 보여드리게 되었어요. 요즘은 그런 끄적임이 줄어들었지만.

대부분이, 불안한 지금, 깜깜한 미래, 대책없이 멍하니 꿈꾸는 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라 죄다 공개는 못하고, 그나마 멍때리며 쓴 글 하나와 기억을 슬쩍 올립니다. 뭐, 이 당시에도 피곤하고 지쳤지만, 뭔가에 들떠서 이래저래 두서없이 글을 쓰긴 했지만. 이 시기는 저에게 수년만의 자유를 주던 시기였거든요. 그 자유는 내내 눌려왔던 마음의 자유가 아닐까 싶네요~: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혼자는 혼자여서 좋고, 둘은 둘이어서 좋고, 많으면 많아서 좋은. 그래도 역시 혼자는 생각할 여유가 많아서 좋아, 라고 하는 편이랄까? 멍하니 생각하고 끄적이는 걸 좋아해서 그런가봐요. 그러고보니, 이날은 그냥 하염없이 걷다가 문득, 전시회가 보이길래 또 문득, 들어가서 멍하니 그림을 바라보다 온 것도 같아요. 하늘이 가득한 전시관이었는데, 너무 마음이 두근거렸던 것 같은 기억.

이 날은 말이죠, 알 럽 뮤지컬을 보러간 날이었어요.
서범석씨가 게스트로 출연하신 날이었는데, 공연장 가기 전에 시간이 남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중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구두를 신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너무 많이 걸어다녀서 발이 퉁퉁 부어있기도 했고 말이죠. 그렇게 걷고 또 걷다가 공연장 하나 남겨놓고 지하철타고 갔던 것 같네요.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뮤지컬 배우의 토크쇼였는데 와인과 함께하는 시간,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와인이 참 달콤하고 맛있었던 기억도 나고 말이죠. 그 전에 우연히 한 번 마셨던 녀석은 너무 떨떠름해서 '와인은 싫어~' 이러고 있다가 맛 본 녀석인지라, '이 녀석은 누구지?' 이렇게 막 혼자 궁금해하기도 했고 말이죠. 뒤늦게 공연카페 게시판에 물어봤는데, [헤이츠렌츠 까베르네 쇼비뇽]이란 이름의 아이더군요. 아... 너무 길어요...;

그날, 디카 배터리가 막 사라진 탓에 범사마와 함께하는 사진시간 혹은 독사진을 찍지 못해서 혼자 울쩍해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옆에 계신 분이 찍은 이쁜 사진 한 장을 메일로 보내주셔서 꽃웃음달고 기뻐하긴 했지만. 더불어, 훗날 한 맺힌 듯이 범사마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서 감당못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말이죠.

짧은 순간이었는데, 한번 생각을 시작하니 이렇게 순식간에 머릿 속에 이런저런 이미지들이 떠오르다니, 잠궈놨던 비밀 문을 살짝 열어 본 느낌입니다. 너무 많이 말하면, 내 신비주의 (행여나~)가 사라질 듯 하니 여기까지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