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아무말 대잔치

쓰잘머리 없는 수다 6. 벌써 일 년, 더하기 하루

도희(dh) 2009. 10. 14. 19:55

어제, 2009년 10월 13일이 이 공간 [즐거운 인생]을 개설한지 1년 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저의 생일도 잘 기억못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달력에 동그라미까지 그려놓고 기억했던 그 날... 귀찮아서 넘겨버렸습니다. 어쩐지, 저의 이 귀차니즘이 나중에 뭔가 한 건을 크게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일 년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걸 계획한 건 없지만, 어쩐지 일 년이란 그 소중한 날을 그냥 지나치는 건 찜찜해서~ 그냥 이런저런 궁시렁으로 하루를 때워보도록 하겠습니다.


1. 2008년 10월 23일 19시 29분.



2008년 10월 13일, 첫 포스팅은 [그들이 사는 세상] 이었습니다.
이 드라마의 첫방 전, 그 기대감에 쓴 궁시렁거림이 저의 첫번 째였거든요.

[그들이 사는 세상]은 저에게 있어서 그리고 여기 이 공간 '즐거운 인생'에 있어서 참으로 많은 의미를 지닌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그 자체가 그려내는 판타지가 사라진 현실 보다 더 현실같은 현실, 그 메말랐지만 그 속에의 뭉클함이 가득한 현실을 그려낸 이 드라마는 현재까지 '나의 최고의 드라마' 속에 들어가는 녀석이기도 하구요.

그 당시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도 그랬던 것 같은데, 이 드라마는 청률이 면에서 너무나 아쉬웠고~ 당시에 제 주변에서도 큰 호응을 끌지 못했던 드라마였어요. 그래서, 이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공간도 부족했구요. 그래서인지, 내가 느낀 감동을 글로 겨우겨우 풀어쓴 것을 읽어주고 또한 같이 공감하고 기뻐하고 이야기하는 분들을 만났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 그리고 내가 이 블로그에서 할 일을 찾아간 듯한 느낌도 덩달아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드라마를 보고 중반 즈음까지 감상을 쓰던 그때부터 '리뷰'가 아닌 '수다'를 떤다는 기분으로 글을 썼던 것 같아요.

그 후로 저는, 여전히 드라마 감상을 쓸 때마다... 어떻게 수다를 떨어야 듣는 사람들이 즐거울까~ 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드라마를 보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어서 감상을 쓸까~ 라는 생각도 내내 하며 봤었던 녀석이기도 합니다. 제가 줄거리 요약을 정말 못하는데~ 이 녀석을 시작으로 그 것에 도전한 것과도 같아요. 지금은 그렇게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하지만요.

그리고, 이 드라마가 끝날 즈음... 이 공간 '즐거운 인생'이 갈 길이 어떤 것인가... 라는 것도 어렴 풋이 느끼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 길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무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어요. 뭐, 수다떨 때마다 종종 나도 모르게 말하고 있긴 하지만.



2. 결정적 계기


이 공간 '즐거운 인생'을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드라마입니다. 어떻게보면 애증이 깊은 드라마인데다가, 이 공간을 만들 '결정적 계기'를 주어서 항상 고마워하고 그렇게 기억하는 녀석이기도 하죠.

저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생각을 너무 많이 그리고 오래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정말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결정적인 계기'가 필요하곤 해요. 그리고, [바람의 나라]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내에서 매력을 느꼈다기 보다도 외적인 부분이 즐거워서 즐겨보던 드라마인지라~ 감상은 내 진심이 아닌 허공에 뜬 마음을 잡아다 써서, 뭔가 되게 장난스럽고 까칠한 부분이 많은 글이라고 생각해요. 

[바람의 나라]는 원작에 대한 기대로 보다가... 드라마 외적인 부분의 즐거움에 거의 의무적으로 봤던 드라마였어요. 그리고, 저는 이런 류의 "영웅의 성장담"을 그린 사극을 별로 안좋아하는 편입니다. 전~ 영웅의 성장담보다는 선이 굵은 대하사극 류가 더 좋거든요. 요즘은 그런 선굵은 사극이 나오지 않아서 꽤나 아쉽고 그래요. 뭐, 언젠가는 다시 정통 대하사극이 부활했음 좋겠어요. 가능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더불어서 잘 만들어진 퓨전사극도 좋아합니다~^^



3. 잊지못할 기억.


잊지못할 드라마인 [왕녀 자명고]
이 녀석은 저에게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시간들을 준 녀석이에요. 언젠가 [탐나는도다] 감상에서 썼었는데, 저는 '생각할 여지를 주는 드라마'가 참 좋거든요. 생각없이 휙휙 넘기며 웃고 즐기는 드라마는 그 깃털같은 가벼움이 편안해서 좋고, 생각할 여지를 주는 드라마는... 그 하나를 통해서 참 많은 걸 떠올리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생각할 여지가 많아서, 바닥을 치는 시청률과 달리 이 드라마에는 이 드라마를 사랑하는 고정팬들이 많이 있었고~ 그 팬들이 수다를 떨 공간으로 이 곳을 찾아줬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렇게 찾아주신 분들 중에서는 드라마가 끝났음에도 잊지않고 찾아주셔서 수다 떨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말이죠.

사실, 8회부터 시작한 감상을 종영 때까지 한 회도 빼놓지 않고 감상을 쓴 것은... 저 한테는 어떤 의미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기에 더더욱 놀라워하고 오래 기억하는 것 같아요. 이 드라마를 오래 기억하고 마음에 깊이 새긴 이유가 그렇게 매 회마다 생각하고 그 생각을 풀어쓰고, 내 이야기를 들은 분들의 또 다른 생각을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더불어 정치와 인간 그리고 사랑에 대한 생각도 종종 했었고 말이죠.

더불어서, 이 드라마의 감상을 쓰면서... 제가 감상을 쓰는 스타일이 조금 변해버렸습니다. 그래서 고생을 많이했고, 이 드라마의 종영으로 더이상 그렇게 진빼다간 일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또 얼렁뚱땅 가볍게 바꿔버리기도 했고 말이죠.

그래서, 이 드라마가 끝날 당시엔 좀 후련하게 끝냈는데... 그 후로 꽤나 오랫동안 뒷여운을 견디지 못해서 이 공간 '즐거운 인생'을 방치 아닌 방치를 했던 적도 있어요. 더불어 한 동안은 왠만한 드라마가 눈에 차지도 않고, 드라마들 속에서 이야기가 떠오르질 않아서 '내가 이 공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었고 말이죠. 지금도 그래요. 이 때만큼 재미를 느끼고 감동을 느끼면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감상을 쓰진 못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 잘은 모르겠고.




4. 미안한 녀석들


[파트너]는, 올해 정말 재밌게 본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더불어, 이런저런 시기가 겹치면서 정말 열심히 감상을 쓰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되게 슬렁거리며 감상을 썼던 녀석이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서 정말 미안하고 아쉬워요. 되게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은 드라마였는데, 그 이야기를 죄다 풀어놓지도 못하고 손에서 놓아버렸으니 말이죠.

[찬란한 유산]의 경우는, 제 욕심이 과해서 중간에 손을 놓아버린 드라마이기도 하고 말이죠.
당시, 딤프 덕분에 주말마다 정신이 없었고~ 그래서 계획과 달리 감상을 안써버렸던 녀석이기도 해요. 뭐, 이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서 제 공간에 놀러와서 수다떨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생각하지만.

[그사세][자명고]와 더불어 [찬란한 유산]은, 제 공간이 가진 장점과 단점... 그 한계를 정확히 바라보게 해준 드라마였어요. 그래서, 무섭기도 하고 고맙고 미안하고 ~ 뭐... 그렇습니다.



5. 두 집 살림의 순간.


신드롬까지 일으켰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
저는 개인적으로, 일본버젼을 제일 좋아해요. 대만버젼은 아는 분이 너무 좋아해서 덩달아 봤지만~ 시즌2가 너무 그닥스러워서 기억에서 완전 지워버렸고, 한국 꽃남은 완전 애증의 결정체가 아닌가 싶네요. (^^)

이 당시, 저는 이중생활~ 두집 살림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공간에 쓴 꽃남의 감상은 정말 대충 흘려쓰기, 였어요. 왜, 이 공간에 이 녀석들의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의무감이 불끈 솟아올랐던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다른 공간에 '꽃보다 남자' 이야기를 더 열심히 해서~ 사실 이 공간에 들어있는 [꽃보다 남자]는 제 마음이 없는 글이란 생각에 좀 미안하고 그렇습니다. 재미있는 건, 글에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는~ 읽는 사람이 단박이 알아차린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마음이 있는 글과 없는 글의 반응은 확실히 다르고 말이죠.

이런 진리를 확실히 깨달은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돌려서 생각해보면~ 이즈음부터 그 것을 어렴풋이 알고있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6. 새로운 시작, 그리고 아쉬움 덩어리


[자명고]와 [파트너]의 종영 이후에 되게 적적해하며 지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찾아온 이 드라마가, 그 적적함을 달래주고 새로운 마음으로 블로그에 수다를 떨 수 있게 해줬던 것 같아요. 하고싶은 말이 너무나 많은 드라마여서 그 조기종영이 너무나 아쉬웠고 말이죠.

이 녀석을 통해서, 저는 되게 소중한 것을 얻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런 의미로도 이 드라마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을 듯 하네요. 무엇인지는 아직 비밀이지만~ 내년 2주년에 마음이 내킨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7. 이웃 그리고 친구

블로그 이웃이란 것에 대한 개념이랄까? 그런 것이 저에겐 없어요. 크게 의미를 두지않는 것들 중 하나죠. 아마, 내 공간을 벗어나 다른 공간과의 왕래의 즐거움을 깨달은 것이 최근들어서였고, 그럼에도 자주 들르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읽고 튀는 경우가 더 많아서 그런 것도 같아요. (웃음) 앞으론 읽고 튀지않고, 댓글을 남기도록 노력할게요. (^^)

제 기준의 이웃은 '서로의 공간을 왕래하며 친분을 쌓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의미로는, 이 분은 내 이웃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듯 하네요. 다섯 손가락이 다 채워지는지도 모르겠고 그 분들도 저를 '이웃'이라고 해주실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친구. 블로그 친구라는 말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지만.. 뭐라고 표현해야할 지 몰라서 그래요. 그리고, 왕래가 아닌 가끔씩 제 공간 속에 자주 놀러와서 '같이놀자' 라고 해주시는 분들께 '손님'보단 '친구'라고 표현하고 싶더라구요. 저에겐 어떤 의미론 친구같아서 말이죠. 자주 놀러와주시는 분도 계시고, 가끔 놀러와서 '나 왔어요~' 이러는 분도 계신데~ 저는 너무 반갑고 기쁘고 그렇더라구요.

내년엔, 이웃도 친구도~ 지금보다 조금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우선은, 지금 내가 이웃이고 친구라고 여기는 분들을 절대 잃지않는 것이 더 중요하고 말이죠. 저는, 손에 쥔 것을 지키는 것이 새로운 것을 끌어들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라...^^ 뭐... 그렇습니다.




8. 벌써 일 년, 더하기 하루.


[열혈장사꾼]을 보고 수다를 떨어볼까~ 싶었는데, 이 이야기를 하느라고 그냥 넘기게 되었어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해보자면~ 토요일에 감상을 쓸 수도 있겠다, 싶네요. 금요일엔 딱히 보는 드라마가 없으니 말이죠.


기념일이란 것에 대한 개념이 많이 없어서, 내 생일조차 잘 못챙기는 나인지라... 달력에 동그라미까지 해놓았었던 날이었어요. 그런데, 어젠 내내 코난보느라 정신 놓아버려서 넘겨버렸고 말이죠. 제가 항상 그래요.

2009년 생일엔 WBC 한일 결승전 보느라고 생일인 걸~ 오후 늦게서야 알았거든요. 중계끝나고 '아쉽지만 잘했다'라고 혼자 마음으로 응원하고, 이래저래 다른 일을 하다가 문득 문자를 보니 '생일축하해'라고 씌여있어서 '아, 오늘이 내 생일' 이렇게 알았어요.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막 깔깔 거리며 웃었던 것 같아요.

일주년 기념으로, 내내 망설이던 다음뷰에 송고를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었어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저는 뭔가를 생각해도 '계기'가 없으면 주저하는 편이라서 말이죠. 1주년이 저에겐 어떤 계기가 되어준 듯 해요. 소리없이 송고하긴 했으나... 추천버튼은 새해 기념으로 달아볼까, 싶네요. 왠지~ 추천 0의 슬픔을 겪을 수도 있다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여전히 지워지질 않아서 말이죠. 뭐... 제가 좀 소심합니다. 제가 이렇습니다...;

일 년간, 알게 모르게 참 많은 걸 깨달았던 것 같았어요. 그래서 너무 고마운 '즐거운 인생'
앞으로도 잘 해보자.





9. 끝으로...

뭐, 고백하자면~ 확신은 없어요.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어쩐지 오랜기간 소리없이 몰래몰래 들러주신 분들이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해요. 제가 뭐,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하는 초능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순간 문득문득 그런 느낌이 오거든요. 이 블로그를 개설한 초기에는 '나는 나 혼자 놀아요~' 라며, 별 긴장감없이 수다를 떨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묘하게 수다를 떨면서도 긴장을 하게 되거든요.

뭔가... '지켜보고있다'라는 눈길이 느껴진달까~^^?
제가 너무 예민한가요? 아.. 그렇습니까~? 제가 이렇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