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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한가한 극장

영화) 화차 : 다만, 행복해지고 싶었다

by 도희. 2012. 3. 26.

 

 

화차
2012. 03. 25 Am. 10: 25 / CGV

 

 

개봉 전, 우연히 예고를 본 후에 내내 보고싶었던 영화 '화차'를 지난 일요일에 겨우 관람하고 왔다. 원작소설이 있다는 소리에 관람 전에 읽으려고 했으나 미루다보니 역시나 이지경. 소설은 지인분께서 빌려주셔서 일단 고이 모셔두고 있다. 깨끗하게 읽어야한다는 압박 속에 조마조마. 사실, 책장을 펼치면 하루 이틀안에 끝낼 듯 싶은데 책장을 여는데까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나 모르겠다. 최근들어, 고민없이 펼치고 단숨에 읽어내린 건 '설득' 정도인 듯;

* 스포주의!

 

 

선영의 약혼자, 장문호

결혼을 앞둔 어느 비오는 날, 문호는 약혼녀 선영과 자신의 본가인 안동에 인사드리러 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문호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군것질거리를 사오는 사이 약혼녀 선영이 사라졌다. 휴게소 외곽에 있는 여자 화장실 바닥에는 선영의 머리핀만이 떨어져 있을 뿐... 실종신고를 했으나 심드렁한 경찰의 반응, 결국 혼자 힘으로 찾아내겠다는 듯이 사방으로 수소문해도 선영의 흔적을 찾을 수 없던 어느 날, 문호는 선영이 선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문호는 그녀가 누구인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파헤친다. 그렇게 파헤칠 수록 가련한 그녀의 인생을 마주하게 된 문호는 어떤 심경이었을까? 그녀는 마지막까지 문호를 이용했고 마지막까지 사랑한다는 아니 사랑했었다는 말조차 하지않았다. 그럼에도 문호는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고 그렇기에 놓아주더라.

세 명의 등장인물 중에서 문호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모든 것은 아니지만 부족함없이 살아온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기에, 궁지에 몰린 이들의 절박함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도 같다. 그런 그가 한 여자의 가련한 인생과 마주하게 되었다. 문호는, 그녀의 인생과 선택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자체를 그냥 받아들인 듯 싶었다. 문호는 그녀가 강선영이어서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녀 자체를 온전히 사랑했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후에도 내도록 안타깝기도 했다. 앞으로 그는 어떻게 살아갈까... 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내내 뒤돌아보고 곱씹으며 살아가지는 않을까... 그때 멈췄다면, 그렇게 찾지 않았다면, 등등의... 그런. 물론, 그가 그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졌기에 또다른 희생자를 막을 수는 있었겠지만.


문호의 사촌이자 전직 형사, 김종근

전직 비리형사. 현재는 백수이시다. 친구 형사의 도움으로 어느 회사의 경비(?)로 들어갈 기회가 생겼으나 보증인이 없어 끙끙거리는 중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촌 문호가 찾아온다. 종근과 문호네는 그리 친하지 않은 듯 했다. 아마, 꼬장꼬장한 문호의 아버지(=종근의 외삼촌)가 종근을 못마땅하게 여겨서 그런 건 아닐까, 싶었다. 더 올라가면 부모님 세대의 갈등이 자식대로 넘어온 것일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처음엔 잘난 사촌의 도움으로 취직도 하고 소소한 수익을 만들어볼 심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슬렁슬렁 문호의 약혼녀 찾기에 동참했다. 하지만, 파헤칠 수록 종근의 촉을 건들었고 진지한 자세로 파헤치게 되었다. 어쩌면, 형사라는 직업이 맞춤옷이었을지도 모를 그에게 이 사건은, 매우 오랜 만에 잊었던 열정같은 걸 끄집어내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파헤치면 파헤칠 수록 가련해지는 한 여자의 인생.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를 때까지 누구하나 그녀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아니, 내밀었지만 이내 그 손을 차갑게 뿌리쳤다. 더이상 누구의 손도 잡을 수 없었던 그녀의 선택. 종근은 그런 그녀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종근 또한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른 채 헤메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괜한 오기와 자존심만 있기에 그 무엇도 하지않고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종근이었으니까. 편의점에서 인출한 돈은 아마도 현금서비스겠지. 그렇게 조금조금씩, 그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종근에게는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었고 또한 마지막까지 그 손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종근은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살아갈 것 같았다. 매번 당하면서도 종근을 만나고 걱정해주고 보증까지 서준 그 친구가 있기에, 종근은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달까?



문호의 사라진 약혼녀, 강선영

하늘은 그녀에게 참 가혹했다. 사채에 손을 댄 아버지가 실종되고 어머니는 참혹하게 죽었다. 힘겨운 삶을 종교에 의지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그녀를 불쌍히 여긴 한 남자가 손을 내밀었고 여자는 그 손을 잡았다. 그렇게 결혼을 했다. 행복한 순간도 잠시, 사채업자들이 들이닥치고 그녀의 행복도 산산조각났다. 그렇게, 그녀를 불쌍히 여긴 한 남자는 그녀의 손을 놓아버렸다. 이제, 그 남자는 그녀와 함께했던 그 시간을 떠올리기도 싫다고 한다. 그 후에도 그녀의 인생은 순탄치가 않았다. 

리셋-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명탐정 코난>의 에피소드 중 한 방화범이 방화의 이유를 두고 '리셋'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컴퓨터를 통한 가상세계에 심취한 그 사람이 아득한 현실을 리셋하는 방법은 방화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리셋하는 방법은 차경선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여겼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아마, 아이가 죽은 순간 그녀는 '차경선'으로 살아갈 의미를 잃은 듯 했다. 아니, 지긋지긋해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강선영이란 이름이 더이상 쓸모없어진 순간 또 다른 이름을 위해 대상을 물색하고 작업에 들어간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행복해지고 싶었다. 마지막 순간, 문호와 함께했던 그 날을 떠올리는 그녀를 보며, 다만 행복해지고 싶었던 그녀에게 가장 행복하고 따뜻했던 순간은, 악몽에서 깬 자신에게 콧노래를 불러주며 다독여주는 문호의 품 안에서 다시 잠을 청하는 그 순간이었던 듯 싶었다. 다만, 행복해지고 싶었고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필요했던 그녀에게, 하늘은 참 가혹했다.

그렇다해도, 그녀의 죄가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녀에게 이름을 빼앗긴 강선영의 인생 또한 참 가련하고 안쓰러웠으니까.


그리고,

1) 위의 씬은 꽤나 맘에 드는 씬 중에 하나였다. 아이를 잃은 순간 '차경선'으로 살아야할 의미를 잃은 그녀와 그런 그녀의 고통과 슬픔과 좌절 등등의 감정을 느끼기라도 하는 듯, 그렇게 주저앉은 문호. 그 이후, 문호는 더이상 그녀를 찾지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아마, 이 즈음부터 알고싶어, 이해하고싶어, 가 아니라 온전히 그녀를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기에 놓아주려고 했던 것도 같고.

2) 카드, 사채, 빚..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어주던 영화였다. 빚을 빚인 채로 두고 차근차근 갚아나가면 더 이상 불어나지도 않았을텐데, 그 작은 빚을 갚기위해 빚을지고 그렇게 점점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나는 빚. 개인파산. 그런데, 그 상황에 닥치고 그렇게 궁지에 몰린 순간,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며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돈문제이고 빚,이 아닐런지. 그런 생각도 들었다.

3) 선영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생이 꼬였으나 경선은 정말 부모의 빚이 자식에게로 넘어온 것. 그 어느날 밤, 경선의 절규에 가까운 기도가 무섭기보다는 안타까웠다. 그 순간, 그녀는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을 그리고 짧게 스쳐간 그 행복한 나날을.

4) 세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도 살아있고, 그 캐릭터를 살려낸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5) 얼른 소설도 읽어야할텐데...(먼산)

6) 이제, 보고싶은 영화는 '가비''건축학개론' 남았다. 언제나 보고오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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