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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39회 필살기) 기러기 아빠, 그들이 살아가는 이유

도희(dh) 2011. 10. 11. 19:42

~ 드라마 스페셜 : 필살기 ~
<< 기러기 아빠, 그들이 살아가는 이유 >>




0. 작품정보-.

- 제목 : 필살기
- 극본 : 안홍란
- 연출 : 김상휘
- 출연 : 임원희, 정만식, 신다은, 김두율 外
- 방송 : 2011년 10월 2일





1. 기러기 아빠들의 우연한 동거-.

강력반 형사 종만은 어느 날 저녁 퇴근길에서 만난 불량 청소년들을 선도하던 과정에서 싸움이 벌어졌고 주거니 받거니, 그렇게 얻어맞아 경찰서까지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일 - 얻어맞은 것이 아니라 경찰이 죄없는(!)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에 대한 보호자들의 항의 - 로 징계를 받게된다. 설상가상 이래저래 자존심을 구기며 심란한 가운데 아이들의 학업문제로 외국에있는 아내의 요청으로 전세에서 월세로 이사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발견한 전단지. 그렇게 기러기 아빠 만식은 같은 처지의 기러기 아빠 병덕의 집에 함께 살게되었다.





2. 함께하는 시간동안 형성된 신뢰-.

어쩌다보니 같은 집에 살게된 종만과 병덕, 그 둘은 상반된 외형적 모습 만큼이나 상반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징계를 받아 잠시 쉬게된 시간동안 필살기를 배우기로 결심한 종만이 레슬링을 배우러 간 곳은 바로, 병덕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렇게, 전혀 섞일 수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게되며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허세가 심한 종만과 달리 과묵한 병덕은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일어난 의문의 편의점 살인사건. 밤마다 어딘가를 나가는 병덕. 이런저런 심증이 쌓이며 종만은 병덕을 용의자로 의심하지만, 함께하는 시간동안 쌓인 정이라고 해야할까, 같은 처지에 대한 동질감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것들로 인해서 종만 자신이 심증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아내며 병덕을 용의자로 체포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그에 대한 믿음의 끈은 놓지않았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서 병덕이 종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솔직해진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 마음의 문을 닫고있던 병덕이 종만에게만은 그 마음의 문을 열어주기 시작한 듯 싶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의심했지만 결국 자신에 대한 믿음을 보였던 종만에 대한. 그렇게 그들은 어색한 동거인이자 사제지간에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이자 동료가 되어가고 있었다.

지붕에 새는 비. 그리고 우산을 쓴채 투덜거리며 반 억지로 지붕 위의 그를 돕던 종만이, 경찰서에서 나온 후 내리는 비에 병덕과 함께 달려가 자발적으로 지붕 위로 올라가, 결국 함께 비를 맞으며 웃는 모습은,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듯한 의미처럼 느껴졌다.





3. 병덕씨의 사연-.

과묵한 병덕은 숨기는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같은 처지이지만 어딘가 자신과 다른 병덕의 모습에서 종만은 의구심을 갖지만 결국, 함께한 시간동안 겪은 병덕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확신한다. 그렇게 말은 하지않아도 상대가 나를 신뢰한다는 것을 알게되며 두 사람은, 아주 조금은 자신을 터놓게 되는 듯 싶었다. 물론, 그 순간에도 병덕은 그저 알 수 없는 말들로 기러기 아빠생활로 힘들어하는 종만을 위로해주며 무서운 인상을 무너뜨리는 사람좋은 미소로 허허거릴 뿐이었지만.

딸의 학업으로 인해서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잠시 외국으로 보냈던 병덕은, 그 곳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죽지못해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죄책감에 시달리며 폐인처럼 살아가던 병덕은 자신의 죽을 자리를 찾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 것을 알기에 편의점 알바생 영세는 병덕을 위해 병덕의 동거인을 찾는 전단지를 붙히게 된 것이고 그렇게 종만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었다고 한다.

(영세는 낮에는 병덕의 집과 체육관 가사도우미로 밤에는 동네 편의점 알바를 하는데 늘 병덕이 있는 곳에 나타난다. 언뜻 보기에는 병덕이 어린 동생과 힘들게 살아가는 영세를 도와주는 듯 싶지만, 반대였다. 사실 영세는 병덕의 딸이 유학가기 전 가정교사로 인연을 맺고 병덕이 그 일을 겪고서 폐인이 된 것을 지켜보고 그가 살아갈 수 있는 의지를 주기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아마, 병덕은 아내의 요구에 투덜거리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종만이 부러웠던 것 같다. 그리고 그리웠던 것 같다. 그래서, 그리 투덜거리며 종종 아내와 다투고 서운해하는 종만을 위로하면서도 조언을 해준 것인 듯도 싶었고. 그리고 그런 병덕의 사연을 알게된 종만은, 헤어져있으나 건강히있는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더 깊이 새겨두게 된 듯도 싶었다.





4. 그리고-.

생각보다 괜찮게봤고 병덕씨의 사연이 안타까워서 살짝 훌쩍이기도 했었다. 그렇게 이 드라마 <필살기>는 가족과 헤어진 기러기 아빠가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그려주고 있었다. 잠시간 가족과 헤어진 종만은 그들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아갔고, 영원히 가족을 잃은 병덕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영세남매와 종만을 위해 오늘도 꿋꿋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종만과 병덕 그리고 영세남매는 식구가 되었다. 잠시간 혹은 영원히 헤어진 가족이 그리운 그들은, 그렇게 마음 속에 그리움을 간직한 외로운 사람들끼리 모여 식구가 되어 그렇게 오늘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았다.




병덕의 딸이 수박씨를 심은 화분에서, 싹이 났다.
어쩐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듯 싶었다. 그 수박화분의 싹이.

(...뭐, 종만이가 잡초라며 뽑아서 병덕에게 응징을 받았지만;)




덧1) 사실, '전' 쯤에 해당되는 부분에서 종만이 그 기술을 쓰며 일이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
덧2) 범인은 진짜 병덕과 닮은 사람이었다. 사실, 중반까지 난 병덕이 범인인 줄 알고 조마조마.
덧3) 병덕아저씨 무서운 외모와 달리 꽤 귀여운 사람이었다. (ㅋ)
덧4) 두 아저씨가 신뢰를 쌓는 과정, 그리고 영세남매와 식구과 되는 모습이 참 좋았다.
덧5) 기러기 아빠들, 그들의 삶의 이유는 지켜야 할 가족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덧6) 그리고 병덕아저씨는 가족을 잃고 식구를 얻음으로서 살아갈 이유를 찾은 듯 싶었다. 다행이야.
덧7) 난 꽤 괜찮게 봐버린 드라마.
덧8) 영세동생 이뻐서 어쩔줄 몰라하는 병덕과 종만을 보며, 아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