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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37화 딸기 아이스크림) 그 남자가 남긴 사랑, 그 마음-.

도희(dh) 2011. 9. 20. 02:03


~ 드라마 스페셜 : 딸기 아이스크림 ~
<< 그 남자가 남긴 사랑, 그 마음-. >>



0. 작품정보

- 제목 : 딸기 아이스크림
- 극본 : 하무수
- 연출 : 지병현
- 출연 : 엄현경, 김영훈 外
- 방송 : 2011년 9월 18일





1. 어느 날의, 이별


"나 진짜 이거 타고 가?"

- 기정 -



따뜻하고 솔직함이 매력이지만 약속시간에는 늘 늦는 기정. 이 날도 역시나 기정은 여자친구 준경과의 약속시간에 늦었다. 그리고 준경은 오늘같은 날 또 지각하는 기정에게 화가났고, 그동안 쌓였던 불만들이 폭발하며 이별선언을 하고 말았다. 이번 만큼은 참을 수가 없다는 듯이 준경은 집에가서 이야기하자는 기정에게 냉랭한 모습을 보이며, 그를 그의 집으로 가는 48번 버스에 홀로 태워 보냈다.

'나 진짜 이거 타고 가'냐고 묻는 그의 질문에 침묵으로 대답하고, 그의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받지않은 채, 그가 남긴 음성메시지까지 삭제하며, 준경은 그렇게 화를 내고 있었다. 이번 만큼은 참지않겠다는 듯이, 마음 단단히 먹고, 그렇게.

그리고, 48번 버스의 추락사고 소식을 접했다.





2. 실종, 그리고 문자메시지


"산에 들어갈거야. 산에 들어가서 스님될거야. 매달리면 안되는데 매달릴까봐."

- 기정 -



48번 버스가 기정이 탄 그 버스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아닐 것이라고 믿으면서 그에게 전화를 걸고, 실종신고를 하고, 그의 집에 찾아갔지만, 기정은 며칠째 연락두절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준경은 사라진 기정이 다시 나타나길 기다리며 그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첫 데이트, 그리고 1주년 2주년 기념일에 있었던 일 등등,  그와 함께했던 기억들을 하나 둘 끄집어내며 그를 떠올렸고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자가 왔다.
"뭐해?" 라는, 정말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천연덕스러운, 문자가.




"너 정말 나 보낼 수 있어?"

- 기정 -



문자메시지에 안도하며 전화를 걸어도 그는 여전히 받지않았다. 그저 문자메시지만 올 뿐이었다. 준경의 신경은 온통 기정의 문자메시지에 집중했고, 기정이 보낸 문자메시지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것은 언젠가 그와 준경이 주고받은 그의 문자메시지였다. 기정과 준경의 추억, 의 일부였다.





3. 딸기 아이스크림, 그 남자의 사랑


"준경아..."

- 기정 -



기정은 참 다정하고 따뜻하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준경만을 사랑하고 영원히 준경과 함께 하려는 운명같은 사람. 그러나 융통성이 없는 그는 약속시간에 늘 늦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늘 미안하다고 했다. 그렇게 되풀이되는 것이 준경은 내내 못마땅했고 불만이었다. 더이상 참는 것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기정은 늦게라도 약속은 꼭 지키려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기정의 음성메시지, 는 ... 그 언젠가 준경과 했던 약속을 지킨 듯 해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 순간까지 기정은,  오로지 준경을 생각했고 걱정했고 배려하고 또 사랑했던 듯 느껴졌다.

원인불명의 전산장애로 준경에게 전송된 기정의 문자메시지들. 그리고 그 날 준경이 다 듣지도 않은 채 삭제해버린 기정의 마지막 음성메시지, 가 돌아왔다. 음성메시지는 직전에 온 기정의 문자메시지에 대한 준경의 대답, 에 대한 대답,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 날 떠나 보내라는.

기정은 느린 사람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는 준경이 자신을 떠나보낼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그녀가 미안해하지 않게, 조금이라도 덜 아파할 수 있게, 살아갈 수 있게...





"하지만, 딸기 아이스크림.
아마 다시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준경 -



딸기 아이스크림, 은 준경과 기정의 사랑, 그 상징이었다. 흑백으로 처리된 준경의 기억 속에 유일하게 색을 가진 딸기 아이스크림, 은 또한 준경을 향한 기정의 사랑, 그 마음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기정에 대한 기억, 그 아픔을 조금씩 치유해나가는 준경은, 그렇게나 좋아하던 딸기 아이스크림만큼은 다시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고, 했다.

과거의 기억 속에서도 현재로 연결되는 듯 유일하게 색을 가졌던 딸기 아이스크림은,
현재 속에서 색을 잃고 과거의 저 편에서 기억되게 되었다.





4. 그리고-.

대구육상선수권대회와 추석으로 인해서 2주간 결방된 후에 방영 된 '딸기 아이스크림'. 그리고, 아주 오랜 만에 '드라마 스페셜'을 본방으로 봤다. 내용은 2주 전에 기사를 통해 접했고 궁금했다. 드라마가 시작되고,

결말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내 예상이 어긋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나보다. 어찌보면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특별했다. 준경의 기억을 함께 나누며 나도 모르게 준경과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며 울어버렸다. 내 사랑을 잃은 것마냥 아팠다. 그 먹먹한 여운이 꽤 오래가고 있다. 

이 것은 신파니까 슬퍼하라며 눈물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밝고 명랑한 듯, 딸기 아이스크림처럼 상큼하게, 그러면서도 덤덤하고 깔끔하게 전개하며 준경의 기억과 현실 속에서 감정들이 모여가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덤덤한 듯 나아가려는 것이, 더 아프고 먹먹하게 다가온 것인 듯도 싶다.

누군가에게 간략한 줄거리를 이야기해주면서도 순간순간 울컥거릴 정도로, 아직까지도 생각만하면 눈물이 맺힐정도로. 깊은 여운을 안겨줬다. 지금도 사실 리뷰를 쓰면서 자꾸 멈칫거리게 되는 중이다. 그리고, 다시 볼 엄두가 나지 않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덧1) 남자주인공 기정 역의 배우는 <드라마 스페셜 : 그 남자가 거기있다>에서 준희의 환상 속 인물 준용을 연기한 배우이다. 이 분의 작품은 딱 두개 봤는데, 둘 다 여주인공의 기억 혹은 환상 속에 존재하는 인물로 나오시는 듯; 두 캐릭터 다 다정다정 열매먹은 듯한 다정함-!

덧2) 기정의 첫 데이트 신청. 뭔가 참 융통성 없구나, 싶으면서도 귀엽고 멋졌더랬다.

덧3) 여주인공 준경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전개되는 드라마.  전날 본 '설득'에서는 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마구마구 설레여했는데, '딸기 아이스크림'에서는 준경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아파하게 되었다. 나만 그런가 모르겠지만, 여주인공의 연기가 조금 아쉬웠다. 특히,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기정의 집에서. 이 장면도 사실 기정의 말과 그 후에 보여진 달력에서 조금 예상은 했지만, 그럼에도 정말 눈물이 막 흘렀더랬다. 그보다, 준경 역의 배우, 이쁘긴 정말 이뻤음.

덧4) 딱-, 한번만 더 참아줬더라면... 의 안타까움ㅠ

덧5) 이 가시지않는 먹먹함을 '설득'의 설레임으로 좀 달래야겠다. (또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