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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시티 : 반투명) 가장 가까이에 숨어있던 진실-.

도희(dh) 2011. 9. 24. 18:39

~ 드라마시티 : 반투명 ~
<< 가장 가까이에 숨어있던 진실-.>>

0. 작품정보

- 제목 : 반투명
- 극본 : 김지우
- 연출 : 함영훈
- 출연 : 전예서, 안내상, 이선균, 장준영 外

- 기획의도 :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일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진실일 수도 있다.  믿을 수 없는 사실이 어쩌면 믿을 수 있는 진실이며 믿고 싶었던 현실이 오히려 믿을 수 없는 가식이라는 이야기를, 도덕적으로 보이는 여교사 지영과, 양심의 대명사였던 시장의 불륜관계와 살인사건을 통해 진실이란 가장 가까이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1. 의미 없는 약속과 행동-.

 

약속하신 거예요?
- 영일 -

 

살아가며 자신의 사소한 행동 하나로 일어날 뒷일을 염려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그저 내키는 대로 닿는 대로 주어진 대로 어쩌다 보니 그리 행동하게 될 뿐. 여기 초등학교 교사 지영(전예서) 또한 그렇다. 지영은 도덕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정직한 사람이 아니었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현재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별 의미 없는 약속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지영은 지킬 생각이 없는 약속과 의미 없는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상대의 마음, 그리고 그것이 불러일으킬 파장과 그것이 가져 올 결과에 대한 아무런 생각 없이. 그것이 어떤 형태의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게 될지도 모른 채 말이다.

다단계 친구를 잘라내지 못한, 애인을 만나기 급급해서 제자와의 상담을 중간에 마무리 지은, 
지영은 약속을 했다.

다단계 친구의 전화를 외면하고, 제자와의 비밀을 발설하며,
지영은 약속을 깼다.

우연히 마주친 동수(이선균)에게 디카와 영화를 추천하고, 필요 없는 천연비누를 동수에게 버리 듯 주며,
지영은 친절을 베풀었다.

그리고 어느 날, 예상치도 못한 결과가 지영에게 돌아왔다.





2. 평범한 일상, 힘겨운 하루-.

오늘 선생님 집에 왔었다는 걸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는거야.
약속할 수 있지? 약속, 하는거지?
- 지영 -

 

어느 금요일 오후-. 지영은 약속된 친구의 전화를 외면한 채 애인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애인은 청렴한 이미지의 시장, 민석(안내상). 그저 언제나와 같은 날이었다. 별다른 문제도 없었다. 10분 후에 도착할 애인과 둘만의 특별하지만 평범한 하루를 보낼 예정이었다. 

애인 민석이 도착하기 10분 전의 방문객은 자신과의 약속을 깨고 비밀을 발설한 선생님 지영을 만나러 온 제자 영일이었다. 어쩌면 그때부터 일은 꼬여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민석의 얼굴을 알아본 영일에게 비밀을 지킬 것을 약속했지만 불안감은 깊어만 갔고, 그 와중에 집까지 찾아온 눈치 없는 친구로 인해 뜻하지 않게 집 안에 갇혀있게 된 지영은 집에 있는 것을 숨기기 위해 택배를 영일네 슈퍼에 맡기는 번거로움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그렇게 단 하나의 사실, 민석과 지영 자신의 관계를 숨기기 위한 끝없는 거짓말들로 감금 아닌 감금을 당한 그들의 갈등은 시작된다. 그렇게, 민석과의 관계를 숨기기 위한 지영의 힘겨운 하루가 흘러갔다.





3. 의미 없는 약속과 행동들이 만나다-.

충고하는데 그렇게 살지 마.
너의 그 사소한 단점이 언젠가 니 인생을 망치게 될 지도 모르니까.

- 민석 -


타살의혹이 가득한 동수의 죽음. 동수가 지영 자신의 스토커인지도 모른 채 행했던 의미 없는 친절은 동수와 지영 자신의 관계가 연인관계라는 의심을 받게 되었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영일네 슈퍼에 맡겼던 택배가 동수의 손에 들어가며 그것을 찾으러 갔던 지영의 지문이 동수의 집에서 발견되며 지영은 범인이 되었다. 그렇게 경찰의 수사망은 지영에게로 좁혀지게 된다.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는 지영의 알리바이는 증명될 수가 없었다. 온종일 함께 있었던 민석의 존재는 비밀이었고, 다단계 친구의 증언은 그녀의 알리바이를 뒤집었다. 유일한 증인이 될 수 있는 제자 영일은 스승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알리바이는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진실을 숨기기 위해 포장된 사실만을 말하며 허둥대는 지영과 전날 현재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던졌던 약속과 의미 없는 친절로 인해서 그녀는 벼랑 끝에 몰리게 되었다.

그리고, 포장지를 벗겨낸 진짜 진실을 겨우 말했을 때, 그 진실은 이미 빛을 잃었다.
이 순간 지영에게 세상은 정의도 양심도 없는, 거짓투성이가 아니었을까?

지영은 그런 사람인 듯했다.  자기 자신의 의사표시를 확실하게 하지 못한 채 이끄는 대로 끌려다니며 휘둘리게 되는, 그런 사람.  그래서 지킬 생각이 없는 약속들을 남발하고 의미 없는 친절을 베풀며 뒤를 생각하지 않는 임기응변으로 현재의 상황을 겨우 모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민석과의 관계도 그런 물러터진 그녀의 성격으로 인해 시작되었고, 그건 그것대로- 라며 순응하며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그리고 그녀의 그 사소한 단점이 그녀의 어느 하루를, 그리고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4. 가장 가까이에 숨어있던 진실-.

있었구나. 사실이었어. 사실이었어..
- 지영 -

그 사건으로 지영은 애인과 헤어졌다. 그리고 애인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단호함도 없는 물러터진 성격의 지영은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그저 떠나면 그만, 이라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잊고 새롭게 살아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정의도 양심도 없는 거짓투성이니까.

그리고 만나게 된 영일. 그녀 자신은 지키지 않았던 약속을 지켰노라며 당당히 말하는 영일의 맑은 눈동자에서 그녀는 무엇을 보았을까? 그 투명한 눈동자에 투영되기엔 너무나 부끄러운 현재의 자신을 보게 된 것은 아닐까? 문득, 지영은 떠올렸던 듯했다. 그날, 영일과 약속을 한 날. 영일이 보았다는 그것에 대해서. 당연히 어린아이의 거짓말이라고만 여겼던 그것이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영일의 맑은 눈동자를 통해서 느꼈던 것도 같다.

그리고 숲을 찾은 지영은, 그것을 보게 되었다.  영일이 그 날 보았다는 흰 다람쥐.  그것은 정말 있었다.  영일의 말은 사실 어었다. 그 순간 툭-, 하고 흘러내린 지영의 눈물. 사실, 이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겠지만 또한 뭐라 표현하긴 어렵다. 그냥, 세상에는 진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듯한 그런 것 같았다. 세상에는 거짓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지영은 이제서야 무언가를 깨닫게 되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을 감싸던 무언가를 털어내며 내내 미적대던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양심이란 이름으로-.





5. 그리고-.

'얼렁뚱땅 흥신소'의 함영훈 감독과 '부활''마왕'의 김지우 작가의 작품.

보기 전에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 호평일색이어서 굉장한 기대감을 갖고 보게 된 드라마였다. 그래서인지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진 못했지만 다 보고 난 후에 자꾸만 곱씹어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드라마이기도 했다. 그래도 마지막 내용을 전혀 몰랐기에 뭔가 오래 기억하고 곱씹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서,  스포일러가 주특기인 나도 그 결말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

약속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표현하는 가장 단순하지만 투명해야만 하는 수단.  그것을 별 의미 없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불협화음. 의미 없는 약속과 행동을 보여주는 주인공 지영과 달리,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소품과 대사와 상황은 그 무엇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었다. 그 모든 것들은 복선이 되어 후반부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맞춰주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세상 어떤 일에도 우연은 없고 원인이 있기에 결과가 있음을 말해주는 듯한 구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뭔가 참 어떤 의미로는 굉장했고, 또한 이 드라마의 메시지라고 해야 하나, 그것을 끝까지 전달해 주는 듯도 싶었다. 또한, 그저 다양한 복선이 완성되는 어른의 양심 찾기- 즈음으로 보이는 이 드라마는 영일이란 가장 투명한 존재를 통해서 뭔가 더 깊은 의미를 전달해 주는 듯도 싶었고.



- 첫 장면에서 나온 영일이 -

곱씹을수록 괜찮은 드라마다.



덧 1) 껄렁한 스토커 이선균 씨. 단막극에서 보이는 이선균 씨의 다양한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덧 2) 안내상 씨도 단막극에서는 뭔가 색다른 매력이 있다.
덧 3) 도시남자가 다가 아닌 이선균 씨와 불륜허당남이 다가 아닌 안내상 씨-.
덧 4) 영일 역의 장준영 군. 낯이 익다~ 했더니 '최강칠우'의 철석이었다. 귀요미 귀요미-*
덧 5) 장면 하나, 대사 하나, 소품 하나를 빼놓지 않고 봐야만 하는 드라마.
덧 6) 뭔가 은근히 어렵게 다가와서 리뷰를 쓰는데 버벅. 뭔 말을 하고 있나도 모르겠다.
덧 7) 사실 민석과 동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쓰다 보니 타이밍을 놓쳤음. 그러므로 패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