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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36화 기쁜 우리 젊은 날) 희극으로 풀어낸 비극

도희(dh) 2011. 9. 18. 07:00


~ 드라마 스페셜 : 기쁜 우리 젊은 날 ~
<<희극으로 풀어낸 비극>>





0. 작품정보

- 제목 : 기쁜 우리 젊은 날
- 극본 : 한희정
- 연출 : 송현욱
- 출연 : 최성원, 유다인, 문혁, 백수련, 경규원, 김환희 外
- 방송 : 2011년 8월 28일




1. 아나운서와 코미디언, 꿈꾸는 청춘이 만나다.

1980년 5월의 어느 날,  대구에 살고있던 형주는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광주로 오게되고 그 곳에서 아나운서 지망생인 순남에게 반하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인연이 닿으려고 했는지 소매치기를 쫓던 형주와 민구는 순남네 할머니가 운영하는 여인숙에 묵게되며 인연은 이어지게 되었다.

첫 만남과 두번째 만남이 그닥 좋지만은 않았기에 형주에게 냉랭했던 순남은 형주의 지속적인 구애와 진심어린 마음등등에 두근거림을 느끼게되었지만 자신과 형주는 급이 다르다는 뭐 그런 자존심 때문인지 전혀 그렇지 않은 척 거리며 나름의 밀당을 하고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광주의 분위기가 심상치않음을 느낀 형주와 민구는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기로 했고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척거리던 순남은, 결국 형주에게 달려가게 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광주 처녀와 대구 총각. 아나운서와 코미디언. 반대지점에 있는 듯한 두 사람이 만났다는 것. 사실 크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보진 않았지만, 마지막에 나온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라는 형주의 말에서... 반대지점에 서 있더라도 결국은 같은 나라를 살아가는 국민이고 또한 같은 사람임을 말해주려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흠. 뭐, 너무 의미부여를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형주와 순남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과 그 마음을 확인하는 모습은 나름 이뻤고 또 조금은 설레였으며 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형주.  결과적으로 스스로 떠나지않기로 결정해놓고선 순남이 마음 떠보는 는 것을 보며 순박한 척 선수였구나, 싶기도 했다. 뭐, 골목길 '고마워요' 고백도 순박한 듯 다 계산에 넣은 듯한 마무리였던 것도 그랬고 말이다.





2. 1980년 5월, 광주에서..


1980년 5월 18일, 형주와 순남은 광주에 있었다. 무고한 시민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군인들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고 그들을 피해 달아나 숨어있기도 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분명히 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큰 위험을 느끼지는 못했던 듯 싶었다.

꿈에서도 바라던 아나운서가 된 순남은  보도를 거부하고 뛰쳐나간 선배 아나운서 대신 그 자리에 앉아 위에서 내려 온 보도자료를 신뢰하며 현재의 상황을 보도했고, 형주는 최근 나라 곳곳에서 일어나는 시위와 진압 즈음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들은 그 상황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자신과는 별개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저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있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분명,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모르는 척 외면을 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고. 모르는 척 한다면 나에겐 별다른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듯이. 직접 와닿는 그 무엇이 없었기에 그랬던 것일 수도 있고. 또한, 순진하게 조작된 방송을 믿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진압군에 의해 할머니가 죽게되며 그 모든 것은 피부에 와닿는 현실이되어 그들에게 다가왔고,  꿈에서 깬 순남과 형주는 더이상 방관자가 될 수 없었다. 피해자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움직이게 되더라.





3. 가시지않는 여운, 왠지 모를 먹먹함..

본방으로 챙겨보지는 못했다. 방송 다음 날에야 부랴부랴 챙겨보게 되었다. 챙겨보기 전에 시청평을 찾아보았고 그래서 대략의 내용은 알고있었다. 그렇게 보게되었고 왠지 모르게 진도를 못나갔다. 보는 중간중간 잠시 끊어보기도 했고, 뒷 내용을 스르르 훑어보기도 하며.

나는 어쩌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왠지, 아프고 화가나는 역사를 마주하기 전에는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게 되는 것처럼.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덤덤한 척, 형주 역의 성원배우 귀엽네~ 순남 역의 다인씨 이쁘네~ 이런 마음으로 보던 중에 나온 결정적 상황.  그 상황에서 애써 덤덤한 척 하던 가면이 벗겨지고 인식도 못한 채 눈물이 흘렀던 듯 싶었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인지는 모르겠다. 곳곳에서 엉성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시대적 상황도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미 알고있었기에 극 시작에 보여 준 날짜에서부터 마음이 묵직해졌고 그렇게 불안감과 안타까움과 화가나는 뭐 이런저런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기에 그 엉성함과 크게 와닿지 않는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고 바라보고 공감했고 아파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희극으로 비극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웃는 사람은 불행해 보이지않기에 사람들을 웃게해주고 싶은 코미디언 지망생 형주가 현실을 자각한 순간 그 누구도 웃지 못하는 것을 보며, 그 상황에서조차 사람들이 웃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개그를 하며 서로 반대점에 서있는 시민과 군인들 모두에게 흥을 주고 웃음을 준다는 것.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다가 그 상황이 안타까워 눈물을 짓는 연속이었더랬다.

특히, 형주와 민구의 아리랑에 시민들은 물론이요 군인들까지 들썩거리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강풀만화가 떠오르기도 했고, 최근 어쩌다보니 잠시 돌려봤던 '일지매'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고. 그랬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이 사람들은 원래 웃던 사람들이기에 웃게 해주고 싶었다는 대답. 말투가 다른데 어디서 왔느냐는 말에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대답을 하는.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을 하라고하자 순남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이 엉뚱한 남자는, 꽤 귀엽고 또 매력있었다.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마, 같은 하늘 아래서 살아가는 같은 나라의 같은 사람은 아닐까, 싶었다.

전라도와 경상도라는, 아나운서와 코미디언이라는, 군인과 시민이라는, 서로 다른, 전혀 다른 곳에 서 있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국민이고 또한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그런 생각.

아무튼, 사람들을 웃게해주고 싶다는 형주의 꿈은 이루어졌다.
나는, 그런 형주 덕분에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웃을 수 있었으니까.



덧1) 사실, 처음에 엔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이해력이 크게 딸리는 사람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나중에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다시 되짚어보며 엔딩을 깨닫게 되었고 처음보다 더한 먹먹함에 어쩔 줄 몰랐다. 뭐, 사실 엔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예감은 하고 있었지만.

덧2) 형주 역의 최성원 배우는 예전에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 출연한 적이 있다고 한다. 흠, 나는 그 프로를 안봐서. (긁적) 난 이 분을 '김종욱찾기-훈남파티'에서 객원MC로 오셨을 때 봤었는데 꽤 웃겼던 기억만 조금 난다. 그 당시에 다른 배우분들께 초집중 상태였기에; ...그보다, 이렇게 TV연기에도 영역을 넓히시는 군요! 홧팅! ...자꾸 동명의 다른 배우가 떠올라서 순간순간 '헉'거리기도 했었음.

덧3) 유다인씨는 여기서 처음 봤는데 이뻤음. 말투도 또박또박.

덧4) 이 드라마를 5월에 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잠시. 그보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배우에 대한 기사 말고 내용관련 기사는 없는 듯 싶었다.  다른 드라마 스페셜은 방송 후에 그 내용에 대한 기사들이 조금씩 떴는데 말이다. (2011 0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