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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의 귀환) 악용된 효심, 공양미 삼백석의 음모

도희(dh) 2011. 9. 12. 07:00


~ 심청의 귀환 ~
<< 악용된 효심, 공양미 삼백석의 음모 >>





0. 작품정보

- 제목 : 심청의 귀환 (총 2부작)
- 극본 : 이은주
- 연출 : 김원용
- 출연 : 이영은, 임주환, 임현식, 안내상, 김규철 外
- 방송 : 2007년 2월 18일



1. 효녀 심청과 공양미 삼백석의 음모-.


황해도 어느 고을에서 살아가는 청이는,  생후 7일만에 모친을 잃고  앞 못보는 아버지의 동냥젖으로 자라 철이 들 무렵부터 아버지 심봉사와 동냥밥을 얻으로 다녔다. 그리고 다 자란 지금은 앞 못보는 아버지를 위해 꽁꽁 언 호수에서 잉어를 잡아오는 등등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모시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효녀였다.

꽤 힘겨운 가정환경에서 자라난 청이는 연약해 보이지만 꽤나 씩씩하고 다부진 성격을 가진 아이였고,   결혼을 앞둔 친구 꽃님이 부러우면서도 제 가슴이 더 설레이기도 하고, 언젠가 만나게될까 모를 이상형(무려 홍길동;)에 가슴떨려하면서도 아버지 앞에선 평생 결혼안하고 아버지와 함께 살거라고 떼쓰는 그런 평범한 소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물에빠진 심봉사를 구해준 화주승의 '공양미 삼백석' 발언의 진실여부를 가릴 틈도 없이 효심깊은 청이가 덥썩 물며 사건은 시작된다.




총 2부작의 드라마 <심청의 귀환>의 1부는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심청전'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며 아주 살짝 비틀어놓았다. 뺑덕어멈과의 인연이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거나, 청이 친구의 등장으로 청이도 여느집 아이들과 다를바 없는 소녀라는 걸 알려준다는 것 외에도 자신들의 사사로운 욕망에 사로잡혀 청이의 효심을 악용한다는 전개가 고전과 가장 다른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물욕에 사로잡힌 백이방은 어느 날 고을 사람들에 대한 온갖 횡포의 결과물인 백미 삼백석을 도적들에게 약탈당하고 화가나있던 상황에서 인신공양의 재물을 구한다는 소식에 청이의 딱한 사정을 떠올려 청이를 팔게되고, 출세욕에 사로잡힌 황현감은 그런 백이방의 음모를 모른 척 눈감아주며 청이의 효심을 출세에 이용하게되며, 화주승은 청이의 희생으로 시주받은 공양미 삼백석을 백이방의 입발린 소리에 솔깃해서 넘겨주고 만다.

그렇게 오로지 아버지가 눈을뜨길 바랬던 청이의 효심은 그네들의 욕망에 의해서 악용되었고 말았고, 딸을 떠나보내고 딸이 자신을 부탁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심봉사는 저잣거리에서 구걸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2. 심청의 귀환-.


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지지만 물살에 떠밀려 어느 섬에 닿게되고 홍이로 인해 구해지게 된다.   고전에 의하면 용왕님의 주관 하에 선녀였던 어머니와 재회하게되고 그녀의 효심을 높이 산 용왕님이 연꽃에 태워 임금님에게 보내준다고 하는데, 이 드라마는 그런 판타지를 그려내진 않았다. 이미, 인간의 욕망으로 한 아이의 효심이 어떻게 이용되는가, 를 보여줬는데 여기서 판타지를 보여주면 이야기가 어긋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용궁을 그릴 제작비가 부족했거나; 무튼, 인당수에 빠진 청이에게 눈을 뜨라는 청이 어머니의 목소리와 홍이가 연꽃꿈을 꾸고난 후 청이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으로 대신 퉁치는 듯 싶기도 했다.

그렇게 홍이에 의해 구해지고 일년동안 반 장난스런 홍이의 나름 열렬한 구애를 뿌리치던 청이는 결국 아버지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청이와 헤어지기 싫었던 홍이는 호위무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야반도주식으로 청이와 함께 청이의 고향으로 오게되고 말았다.




고향으로 돌아오기만하면 눈을 뜬 아버지와 재회해서 다시 여전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청이는 정체모를 자객들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는 한편, 자신의 효심을 악용한 그들의 실체를 알게되어 버리고 만다. 뭐, 목숨을 위협하는 자객들은 청이 곁을 밤낮없이 함께하는 홍이가 처리해주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청이의 효심을 악용한 그들은 청이의 효심에 감복한 임금님으로 인해서 벌을 받게된다. 그리고 그저 힘을 줬을 뿐인데 눈을 번쩍 떠버린 심봉사, 아니 심학규와 청이는 다시 전처럼 오손도손 잘 살게 되었다나 뭐라나;





3.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홍이의 사정-.


청이의 짝꿍이 된 홍이. 이 아이가 그냥 일반인이 아니라는 건 연꽃꿈을 꿀 때부터 눈치는 챘다. 고전에 의하면 연꽃 속 청이를 색시로 맞이하는 사람은 임금님이었기에 홍이가 그에 버금가는 신분의 누군가라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결과적으로 임금의 아들로 밝혀진 홍이는 당시 어느 섬에서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그런 아이였다.

이 아이가 왜 그 섬에서 살고있으며, 그 섬을 벗어나면 안되고, 임금을 만나선 안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홍이의 어머니가 사약을 마시고 죽을 정도로 큰 죄를 지었으며, 그 것을 직접 목격한 죄인의 자식인 홍이는 그 섬에 유배를 간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청이의 효심에 내내 삐딱선을 타던 홍이를 보아하니 자신의 어머니에게 사약을 내려 죽게하고 사약을 받아 죽은 죄인의 자식인 자신을 유배보낸 아버지를 꽤나 미워하고 있는 듯 싶기도 했다. 아버지따위, 요런 삐딱선 느낌이랄까?

여기까지는 대충 짜집기로 이해를 한다쳐도, 그 외의 몇몇 부분은 풀리지않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어쩌면 내 이해력이 딸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저잣거리에 소문난 세자에 대한 소문의 진위여부는 무엇이며, 홍이 어머니가 진짜로 죄를 지어서 (ex:세자 눈을 멀게했다거나;) 사약을 받아 죽은 것인지 정치적 희생인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섬에서 벗어나면 절대로 안되고 임금 앞에 모습을 드러내도 안된다던 홍이가 결국 청이를 위해서 자신을 드러냈는데 별 탈없이 결국은 세자가 된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호위무사의 그 끝없는 걱정은 정말 그저 걱정에 그쳤다는 건가? 혹은, 각종음모가 개입된 납치극이고 그 호위무사는 납치사주한 사람의 부하이며 매 달 온다는 물건들은 홍이 자신이 납치당한 걸 모르게하기 위한 눈속임용? ...이라기엔 좀 과하다;

어쩌면, 청이부녀의 극적이고도 감동적인 재회에 감동받은 임금이 홍이를 보니 '얼싸쿠나 내아들!' 이라며 기쁨을 주체못해서 유배지에서 멋대로 나온 것이니 뭐니 다 용서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흠흠. 깊이 생각하지 말자!




아무튼, 홍이는 청이와 함께한 시간들을 통해서 부모에 대한 효라는 부분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또 깨닫게 되었을 듯 싶었다.  그리고,  그토록 원망하고 미워했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청이의 끝없는 효심을 통해서 '그래도 아버지' 라는 마음을 갖게되어가는 과정인 듯 싶기도 했고 말이다.

어쩐지 홍이가 세자가 된 것은 '청이와의 결혼을 전제 하에' 라는 단서가 붙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홍이는 사약을 받아 죽은 어머니를 목격한 것에 대한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그 상처를 보듬어주고 그 상처와 별개로 철부지인 홍이를 조련(;)할 수 있는 것은 청이 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얘는 청이를 통해서 어진 임금이 되겠지?
왠지 청이는 제 목숨을 담보로 걸어서라도 홍이를 자신의 이상형으로 만드려고 할 듯 싶으니 말이다. (...;)





4. 그리고-.

2007년 설 특집드라마로, 당시 재미있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자꾸 미루다가 이제서야 보게된 드라마이다. 2부작으로 충분한 듯 싶으면서도 홍이의 이야기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것은 여전히 아쉽지만,   고전의 재해석이란 부분이 좋았고 그 고전 속에서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그린 것도 꽤 흥미로웠달까?

또한, 청이 절친이자 후에는 청이와 이복자매가 되는 꽃님이는 엄청난 효자인 남편이 툭하면 어머니를 업고 팔도강산을 넘어 만리장성까지 유람을 떠나는 덕분에 생과부 신세를 면치못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서 '진정한 효란 무엇인가'와 '효도때문에 부부간의 정을 저버려서야 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해주는 것이 아닐까, 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무튼, 일년의 반 가까이를 친정에서 지내며 소박맞았냐는 오해를 받아야만 하는 꽃님이가 불쌍했고, 꽃님이 시엄마는 팔도강산을 넘어 만리장성 유람도 좋지만 손자를 보고싶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 좋으니까 업혀다니는 거겠지만. 혹은, 꽃님이 남편은 효자상을 노리고 있는 걸까, 싶기도 했고;  이 드라마 속에서 그려낸 몇몇 인간의 욕망에 내가 순수한 마음에 색안경을 끼고있는 듯 시푸다. 에비비;

그리고 심학규를 애들이 놀리는 장면과 마지막 권선징악의 마무리즈음 되는 장면에서 영화 '왕의 남자'의 한 장면을 패러디해서 넣은 부분은 나름 재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고전을 가지고 새로운 해석을 담은 드라마들이 종종 나왔으면 싶기도 했다.



덧1) 이영은-임주환씨 정말 오랜 만, 이라고 해봤자... 이건 2007년 작이라니까!
덧2) 그런데 궁금한 건, 아버지 눈을 뜨게하고자 자신을 죽게하는 것, 그게 정말 효일까............?
덧3) 결과적으론 왕비되서 아버지 호강시켜주긴 하지만 말이다. 아, 여기선 세자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