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한가한 극장

영화) 해운대 : 재난영화가 주는 딱 그 만큼의 감동..

도희(dh) 2011. 2. 21. 21:05

해운대

2011. 02. 02. Pm. 13:05
SBS

 

1.

개봉당시 엄청난 흥행몰이를 했다던 영화 <해운대>를 지난 설 연휴에 TV에서 만나게 되었다.  사실, 영화관 자체를 자주 가는 편이 아닌데다가, 재난영화도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닌지라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가 있는지가 새삼 궁금;) 큰 흥미는 없었던 영화였다.   아마, 이 날 어쩌다가 틀어 놓은 채널에서 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한참동안 더 이 영화를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 그래도 큰 거부감이 없어서, 혹은 내가 모르는 마음 깊숙히 한번은 보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보게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싫다싶으면 절대 안보는 편인지라;) 그리고, 그렇게 봤다.



2.

그냥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살아가며 시간의 쌓임에 따라 마음이 깊어지고, 우연히 만나 짧게나마 만나가며 마음이 쌓여가고, 그리움 끝에 재회한 후 그 마음이 여전함을 기억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가장 행복한 순간의 끝에 깊은 갈등이 만들어지며, 조만간 찾아 올 재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이 깊어질 수록 쌓여가는 갈등이 채 해소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만난 재난은 그들의 갈등마저 함께 쓸어갔고,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그저 깊어진 마음 한자락 뿐이었다.

그렇게, 만약, 이란 말은 정말 부질없지만, 끊임없이 만약을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영화였다.



3.

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 늘 생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 <해운대>를 보면서 생각한 것은, 인간 자기네들이 편히 살고자 만들어놓은 문명이 인간을 죽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쓰나미는 자연재해였지만, 그 쓰나미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은 쓰나미 자체가 원인이 되어, 자신들이 편히 살고자 만들어놓은 문명에 의해 죽어갔으니까. 자연은 그저 언제나처럼 행동했을 뿐이고, 피해는 인간의 탓이다, 라고 말하는 듯도 싶었다. 과한 생각이라면 그런 것이고.

그러고보니 나는 뭐 인간 아닌 것처럼..(ㅋ)
그 문명의 혜택을 맘껏 누리며 살아가는 인간 자기네들 중 하나다, 나는.



4.

고백하자면 좀 울었다. 눈물이 좀 났다고 해야할까?

왜 저 놈을 살리려고 니가 죽느냐며 울컥했고, 말도 안되게 살아남아 훈장까지 받았으나 그 훈장을 보여드릴 어머니가 없는 아들의 모습에,   아들의 별 의미없이 짜증섞인 투정이 마음에 남아 떠나지 못했던 어머니의 마지막 마음 한자락이 마음에 남아, 단 한번 불러본 아빠라는 그 말을 평생 가슴에 품고 세상에 혼자 남은 어린 아이의 마음이, 내 눈에 대고 '눈물 좀 흘려봐'라고 외쳤나보다.(;)   그나저나, 내가 눈물이 좀 헤픈 여자인데, 요즘 컨셉이 이상하게 - 차갑고 독하고 시크하게 - 잡혀서 잘 안믿는다..(ㅠ)




5.

끝으로..

1) 구조대원(이민기) 죽을 때 정말 울컥하고 화가났다. 뭐, 저딴 놈 살리려고 니가 죽는데! 라며. 그러면서도 생각했지. 그 것이 그들의 일.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그들은, 미운 사람이나마 살리고자 자신을 희생하는구나, 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래도그래도그래도! 라며...;

2) 그리고, 전남편이 암만 미워도.. 그냥 가라고할 때 갔으면 별 일 없었을 것을! 하는 울컥거림과 이 여자(엄정화) 참 남자보는 눈 없구나, 라며 새삼 궁시렁.

3) 쓰나미 덕에 갈등은 해소되고 어쩌다보니 잘 살게 된 메인커플. 역시,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봐야, 라고 할까나?

4) 깐족씨는 진짜 잘도 살아남았지만, 마음에 깊은 한이 남을 듯 싶다. 사람 둘 셋 구했지만 내 어머니는 구하지 못한. 그날 그렇게 못된 말 하지않았다면, 싶은. 생각없이 내 뱉은 한마디만 아니었다면, 하는 그런?

5) 그 누구도 죽지않길 바라며 봤던 영화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겠지. 그나저나, 이 영화에서도 입증되었다. 주인공은 죽지안하는 법이라는 것을. 어떤 일이 있어도. 물에 전기가 닿아 모두 감전사 당해도 죽지않는 주인공들이시여!

6) 무릎팍에서 이대호 선수 나왔을 때의 자료화면을 보고봤는데, 오오, 대호선수! 랄꺼나(ㅋ)

7) 딱 그 만큼의 감동이었다. 재난영화가 주는. 그리고, 극장에서 봤다면 집에서보다 조금은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쓰나미 파박 몰려오는 장면 등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