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한가한 극장

영화) 모비딕 : 조작된 진실, 끝나지않은 현실, 반가운 얼굴들

도희(dh) 2011. 7. 28. 03:24

2011. 07. 27. Pm. 17:00


 

영화 <모비딕>을 관람하고 왔다.   

관람 전, 전혀 모르는 영화라고 생각하며 보다가, 영화 중간중간 눈에 익은 몇몇 장면들을 통해 언젠가 내가 '영화 정보프로그램'에서 접했던 영화라는 것을 겨우 기억해낼 수 있었다.  영화 <모비딕>은,  발암교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대한민국 최초 음모론 영화'라고 한다.

<모비딕>이란 제목은, 허먼 멜빈의 소설 '모비딕'의 제목에서 따왔으며, 소설 속 '모비딕'은 거대한 흰고래를 뜻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왜 그 흰고래의 이름인 <모비딕>이란 제목인가에 대해서는,  영화 오프닝에 나오는 소설 '모비딕'의 한 구절과 영화 후반부 주인공 이방우(=황정민)의 꿈으로 설명되지 않았나, 싶다. 불친절하다고, 풀어서 설명해달라고는 하지 말았으면 싶다.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겠지만, 말로는 횡설수설 거리듯 설명할 수 있지만, 글로 풀어서 설명하기엔 내 이해도가 너무 낮으니까.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설명을 해달라는 말도 아니니, 굳이 내게 설명해주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궁금하면 검색을 통하여 알아보면 되니까.

영화 <모비딕>은,     1994년 발암교 폭파사고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기자와 그 사건에 관한 진실을 가지고 있는 내부고발자, 그리고 대한민국을 조작하는 어둠 속의 거대조직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 것이 숨막힐 정도로 조마조마하다거나 스릴하다거나, 기자들이 그 조직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이 촘촘하다거나, 내부고발자의 고뇌랄까 죄책감이 그리 섬세하게 표현된 영화는 아니었다. 볼 때는 그럭저럭 긴장도 하고 집중도하며, 나름 재미나게 봤지만, 내 기억 속의 이 영화는 그렇게 새겨져있다. 모든 것이 적당했다, 라는.

이방우(=황정민)의 기사로 인해서 그들의 무서운 계획은 실패했고, 윤혁(=진구)의 양심고백은 그림자 속 거대조직의 존재를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방우의 모험과 그 결과. 예상과는 다른 결말에 조금은 당황했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이 중단되고, 그가 용기내어 양심고백을 한다고해서 그 거대조직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 그들은 더 깊은 어둠 속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조작을 계속할 것이고, 이방우는 이 거대조직의 실체를 파헤치기위한 노력은 끝나지 않을 듯 싶었다. 

마지막, 이방우의 모습은, 계속 나아갈 그를 말해주는 듯 했다.
그리고, 그들이 조직을 파헤치게 하는 것조차 그들의 조작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이 영화에서 즐거움을 찾았던 포인트는, 예상치 못했던 출연배우에서 였다. '황정민-진구-김민희-김상호'라는 주요출연진에 대한 반가움도 있었지만,   '배성우-이희준'이라는 조연들에 반가움이 훨씬 더 컸다. 대중적으로 얼마나 알려진 배우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연극과 몇몇 단막극을 통해서 이 배우들을 알게되었고, 그렇게 이들의 매력에 빠져서 내가 보는 작품에 그들이 출연하면 꽤나 즐거워하며 마음 속으로 환호를 지르게되니 말이다. (흠, 그들이 출연한다는 이유로 굳이 작품을 찾아보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괜찮게 관람한 영화였다.  우산을 뚫는 했던 거센 비를 뚫고 간 것이 후회되지 않는 영화이기도 했다.  기대가 없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영화관람 후의, 간만의 카페모카와 달콤한 브라우니가 있었기에 그랬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근래, 아메리카노에 빠져 간만에 달콤한 커피를 마시니 속이 좀 달기는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