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아무말 대잔치

쓰잘머리 없는 수다 1. 동행

도희(dh) 2009. 9. 6. 18:07


고백하나 하자면... 저는 다큐프로를 별로 안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인간극장'이나 '세상에 이런일이' 류의 인간다큐를 특히나 별로 안좋아하는 편입니다.
왜... 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보면 마음이 아파지는 것이 싫어서, 라고 하는 것이 가장 솔직한 대답일 듯.
저는, 그렇게 TV속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또 아파지는 것이 싫습니다.
이런 저입니다.

밤새서 뭣 좀 하다가 오전 10시가 다 된 시간에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중간에 어떤 배달부가 잘못 배달와서~ 자꾸 초인종 울려대는 바람에 깨긴 했지만... 암튼 1시 즈음 잠에서 완전히 깨버렸어요. 그래서 지금 완전 비몽사몽.

엄마는 또 저와달리 그런 류의 다큐를 좋아합니다.
엄마는 특히 [해바라기]를 좋아하시는데, 저는 그 프로가 너무 슬퍼서 또 싫습니다. 마음이 아프거든요.
잠에서 막 깨서 거실로 나가보니 [동행]이 막 시작하고 있더군요. 비몽사몽에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로 엄마 옆에서 [동행]을 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습니다.
그 것은 TV 속 세상이 아닌, 내가 살아가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해당됩니다.
그리고, 그 별별 사람에는 나도 포함될 수 있고 말이죠.

[동행]의 소제목은 18살, 나는 가장이다... 였던가? 그랬습니다.
그 이야기를 잠결에 보다가 어느순간 또 마음이 아파져서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구요.
그리고 그 프로가 막 끝날무렵, 저는 엄마가 참 고마워졌습니다.





[동행]의 주인공은 18살 소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18살이기에 가질 수 있는 특권은 없었습니다.
그 아이는, 아픈 엄마와 어린 동생을 돌봐야하는 한 집안의 가장이었고 그렇기에 '노동'으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빚에 떠밀려서 떠돌이로 전전하다가 어느 한 시절엔 주민등록이 말소된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엄마의 재혼 이후로 조금 안정되었나 했더니... 둘째가 태어날 즈음 새아버지가 죽었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어린 자식들을 키워야했기에 식당일에서 노점까지 안해본 일이 없었고, 주인공은 그 어린 나이에 젖먹이 동생을 돌보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4살 때 엄마가 병으로 쓰러지셨고, 그는 그 때부터 인력시장에 나가서 막노동을 하며 가정을 책임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그는 초등교육조차 받지 못했고... 한글도 모릅니다.

14살. 중학교 1학년의 나이.
그 시절 나는... 참 철없었던 것 같던 그 시절... 그 나이의 한 아이는, 가장이 되어 막노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8살.
그는 특별한 기술이 없습니다.
그는 새벽마다 인력시장에서 누가 자신에게 일거리를 주지않을까, 안절부절 못하며 살아가고...
그는 저녁마다 시장 주변을 돌며 버려진 박스를 모아 고물상에 가져다 팔곤합니다.
박스는 1kg에 85원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는, 야학으로 교육을 받고 중학과정을 공부하고 있지만... 그 것이 참 벅차 보이더군요.
그의 꿈은 건축사라고 합니다.
한때,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목수 조수로 일하던 시절에.. 그 직업에 매력을 느낀 듯 하더군요. 일용직인 현실보다는 좀 더 안정적이다는 말에 그 직업이 마음에 와닿은 듯 하더군요.





그의 엄마는, 당뇨에 합병증이 겹쳐서 꽤나 몸이 안좋은 상태입니다.
수술도 두번이나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엄마는 항상 아들에게 미안하고 아들이 안쓰럽습니다.
또 다시 병은 심해져서, 당장에 입원을 해야한다고 하지만... 돈이 없어서 입원조차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입원'을 권하지만, 엄마는 더 힘들어질 아들이 걱정되어 그러지도 못합니다.
당장에 돈도없고 말이죠.

그의 엄마는 내가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상관없다, 라고 하더군요.
아들이 늦었지만 공부해서 좀 더 좋은 미래를 갖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

그리고 아들은 엄마가 없으면 다 소용없는 것이다, 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는 그 말에 너무 마음이 아파 울어버렸습니다.
나도, 엄마가 없으면 모든 것이 소용없다, 라는 생각을 자주하기에...

게다가...그녀는 3년 전의 수술비로 빚이 천만원 가량이 있었고, 빚쟁이가 찾아와서 닥달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어린 아들은... 그 현실이 못내 가슴아프게 다가오는 듯 하더군요.








너무나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그들은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10살 어린 여동생을 애기라고 부르며 누구보다 자상하고 좋은 아빠이자 오빠가 되어주고, 또 없는 돈을 아껴가며 동생이 책과 학용품을 사줍니다. 그리고, 비오는 날.. 일을 나가지 못하면 동생에게 괜히 미안해집니다. 학용품을 못사줘서 말이죠. 그리고 동생은, 그저 오빠가 자신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웃어버립니다.

뭐랄까... 그들은 가족이 함께있는다는 것, 그 것이 주는 의미... 그 행복을 잘 아는 사람들 같았달까?

그리고, 아마... 나처럼 마음아파하며 바라본 어떤 심성고운 사람들은 후원자가 되어 그들을 돕겠죠.
그리고 그들은, 지금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도 있을테고 말이죠.

저는... 18살... 그 어린 소년의 그 버거워보이는 삶이 참 안쓰러우면서도, 그 마음이 참 예뻤습니다.







사실, 저는 아이의 삶은 가슴아프지만~ 그 아이의 엄마가 살아 온 삶을 바라보면서 그저 가슴 아프게만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내 엄마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 있기에, 조금은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또 다른 무언가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 건 내 엄마도 마찮가지.

그래서 그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내 눈에 그녀와 그녀의 삶이 어찌 보였든간에, 그녀는 그녀의 아들과 딸에겐 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엄마이니 말이죠. 그녀는, 그녀에게 주어진 삶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렇기에 그리 착한 아들과 딸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내 엄마가 엄마의 삶에 최선을 다했기에 나처럼 착한 딸이 .... (아.. 엄마가 이 말 들으면 나 죽일 지도..;;;)





왜 결론이 산으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이런 류의 인간다큐는 또 보지 않을 거에요. 너무 마음아파서 울어버렸거든요.
전에 엄마따라 [해바라기]보다가도 너무 울어버려서 그 후로 절대로 보지않는 중인데 말이죠.

그렇지만, 그 아이의 이야기가 방송을 나간 그 후의 모습은 궁금해질 듯 하네요.

그 아이가 올바른 교육을 받고,
고등학교도 가서 열심히 공부해서 건축사란 꿈을 이루고~ 엄마와 동생과 행복해지길 바라니까.

18살엔 18살에 맞는 삶이 있으니까 말이죠.





문득, 나의 18살이 떠오릅니다.
나의 18살은... 진로걱정에 버거웠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철없이 깔깔 거리던~ 내 인생에 가장 빛나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그 아이도, 그런 빛나는 시절이 꼭 오길 바라는 그런 마음이랄까...?






드라마 수다만 쓰기 귀찮고, 그냥 수다나 떨어보자 싶은 공간하나 만들어 봤습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