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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야방 : 권력의 기록 11회) 예법 논쟁

도희(dh) 2016. 2. 11. 22:47

 

그런 상황이라면...

예부부터 흔들어야겠군요.

 

- 랑야방 : 권력의 기록 11회 / 매장소 -

 

 


 

 

 

 

뜻밖이긴 뭐가요? 월귀비가 황상을 해치려 한 것도 아닌데요. 

황상께서 언제 남의 고통을 헤아려준 적 있던가요?

 

- 랑야방 : 권력의 기록 11회 / 매장소 -

 

예황군주 사건으로 인해 월빈으로 강등된 월귀비의 복위를 노리는 태자와 녕국후 사옥은 다가오는 연말 제례, 정확히는 제례의 복잡한 절차를 핑계로 기회를 노리게 된다. 예부 상서의 약점을 잡은 사옥은 그를 앞세워 황제에게 운을 띄웠고, 명분을 찾는 황제의 속내를 정확히 짚어 적염군 카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다.

 

사옥    군공을 세운 자는 주군을 우습게 보기가 쉽지요. 하오니 이번 기회에 기를 꺽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황제    예황은 그럴 사람이 아니니 쓸데없는 걱정 말게나.

사옥    적염군이 한껏 위세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제때 기세를 꺾어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월귀비는 복위되었고 예왕과 목청은 서로 다른 이유로 분노한다. 그리고, 황제의 부당한 처사에 분노하는 동생 목청과 벗 하동을 뒤로한 채 속으로 그 분을 삭히던 예황은 황제의 심중을 읽었다. 그것은 황제가 그녀를 운남에서 금릉으로 불러들인 후 혼인까지 시키려고 했던 이유, 그것이 불발되었음에도 그녀를 돌려보내지 않는 이유, 그 연장선임을 짐작했던 것이다.

 

그리하신 이유야 뻔하지.

남방이 내내 평안하니까 이참에 우리에게 위엄을 보이시려는 거야.

 

 

이런 황제의 부당한 처사에 분노하는 자가 또 있었으니 그것은 금위군 통령 몽지였다. 몽지는 황제의 부당한 처사에 분노하는 이들을 대표(...)해서 매장소에게 소식을 전했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몽지와 달리 매장소는 올 것이 왔다는 듯이 담담하게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어쩌면 그는 처음부터 황제가 그러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을 테고, 몽지보다 발빠른 정보통을 통해 이 소식을 이미 전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당시 화로에 발을 올려놓고 읽고있던 문서는 여기저기서 모은 정보들을 담은 문서였을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매장소는 덤덤한 듯 냉정하게 황제를 디스하는 것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뜻밖이긴 뭐가요? 월귀비가 황상을 해치려 한 것도 아닌데요. 

황상께서 언제 남의 고통을 헤아려준 적 있던가요?

 

 

매장소의 냉소에 마음의 안정을 찾은 몽지는 황제가 월귀비를 복위한 이유였던 연말 제례 예법에 대한 논란을 이야기했고, 매장소는 간단명료하게 해답을 말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예부 상서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정확히는 태자와 녕국후 사옥을 배후에 둔 예부 상서의 말 한마디로 시작되었음을 알게된 매장소는 우선 예부부터 흔들기로 한다. 

 

그런 상황이라면... 예부부터 흔들어야겠군요.

 

 

 

황상께는 적자가 없습니다.

태자와 예왕도 그렇고 녕왕도 정왕도 서자일 뿐이에요.

서로 출신이 비천하다고 따질 만한 입장이 못 되죠.

 

 

- 랑야방 : 권력의 기록 11회 / 매장소 -

 

비록 그 이유는 다를지라도 월귀비 복위로 인해 가장 분노한 예왕부와 운남왕부.

매장소는 이들의 분노를 이용해 예부 흔들기로 한다.

 

우선 예왕에게 예법 논쟁의 필요성을 알리며 판을 깔 것을 권유했을 것이다. 그리고, 예왕은 그 일로 인해 황제의 분노를 살 것을 우려를 표하며 제아무리 매장소의 지략이라고 해도 주저했을 것이다. 그런 것조차 이미 예측했을 매장소는 황제의 마음은 차차 풀어주면 되는 것이고, 우선은 황후가 월귀비의 기를 꺽어 위엄을 되찾음으로서 대신들이 그간 간과했던 사실, 월귀비의 소생인 태자가 서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 훗날 태자 폐위의 잡음을 미리 없애야 함을 논리 정연하면서도 달콤한 말로 예왕을 설득했을 것이다. 

 

그렇게 예왕은 탄핵권을 가진 좌도어사 진덕지를 시켜 예부 상서의 탄핵을 주청하게 하는 것으로 판을 깔았고, 그 후 매장소가 알려준 말을 하며 태자의 반발을 제압하고 황제가 거절할 명분을 차단했을 것이다. 그렇게 황제는 예법 논쟁을 허할 수 밖에 없었고, 전부터 명성 쌓기에 공을 들이며 예학자들과도 자주 어울렸던 예왕은 명망있는 학자들을 불러들이게 된다. 또한, 이대로 당할 수 없었던 태자도 돈으로 학자들을 사는 것으로 다가올 논쟁을 대비한다.

 

한편, 매장소는 이번 논쟁의 완벽한 승리를 위해 대학자 주현청이 필요했고, 월귀비의 복위로 인한 분노의 또 다른 한축, 운남왕부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사실, 그를 금릉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패를 쥐고 있는 상황이기에 강좌맹을 움직일 수도 있었을텐데도 불구하고 운남왕 목청에게 도움을 청한 것은, 세상, 그리고 예왕에게 보이기 위한 명분 때문이었을 것이다. 혹은, 공식적으로는 예왕의 도움을 받았던 운남왕부가 그 일의 여파로 발생한 현 상황에서 예왕을 돕는다는 것 자체만으로, 예왕에게는 의미있는 일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운남왕부로서는 빌린 적도 없이 떠안은 빚청산도 되었을테고.(?) 

 

월귀비의 복위 소식에 맘이 상한 건 전하만이 아니죠.

 

 

또한, 이 일로 분노해 팔짝팔짝 뛰는 운남왕 목청을 달래주기 위한 이유도 있었을 것 같다. 이미 복위는 되어버렸으니 월귀비에게 본때를 보여주는데 한몫을 하는 것으로 분풀이를 하라는 나름의 배려- 랄까...? 그래서인지 언제나 활기차고 씩씩한 목청은 정말 열심히도 정선생을 모셔왔다. 정선생이 금릉으로 와서 그들을 도운 것은 매미 조각에 얽힌 약속이 가장 크겠지만 이제 갓 성년이 된 앳된 청년의 간절한 염원도 그를 움직이는데 약간의 지분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건, 너무 감상적인가-? ... 아무튼, 이래저래 목청은 매장소에게 호의를 보일 수 밖에 없는 듯 싶었다. 

 

월귀비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은데 저를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아무리 긴 세월이 흘러도 사람의 성품은 쉽게 변하지 않지.

 

- 랑야방 : 권력의 기록 11회 / 매장소 -

 

천하에 명성을 떨친 학자 주현청은 조정이 싫어서 오랜 세월 숨어서 살며 고관대작이 찾아가도 문전박대를 하기로 유명한 인물이라고 했다. 그런 그를 엄동설한에 금릉으로 모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 그를 매장소는 불러들였다. 그는 과거 태부의 자리에 있었으나 어떤 사건으로 좌천되어 금릉을 떠났던 학자 여숭의 오랜 벗이었다. 그리고 임수(매장소)는 그 여숭이 아끼던 제자, 였다. 매장소가 운남왕 목청을 통해 그에게 전달한 매미 조각은 오래된 약속의 증표였기에 그가 금릉으로 왔고, 그들을 도왔던 것이다. 그렇게, 매장소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보이는 것으로 또 한번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이번 논쟁은 매장소의 뜻대로 결론이 났다. 주선생의 등장으로 예왕이 승리한 듯 보이지만 결론은, 태자와 예왕은 물론 녕왕도 정왕도 서자일 뿐이다. 우리 모두 서자. 황제에게 적장자는 없다. 예왕의 입장에서는 너도 서자 나도 서자. 그러니 훗날 태자가 폐위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라는 부분이 포인트겠으나, 매장소의 입장에서는 태자와 예왕은 물론 정왕도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다, 라는 것을 조정 대신들에 각인시킨 것이 포인트가 아닐까, 싶었다. 논쟁은 끝났다. 월귀비는 기가 꺽였고 태자는 체면이 깍였다. 황후는 위엄을 되찾았으나 예왕은 황제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리고 정왕은, 대업의 당위성을 얻었다.

 

 

 

저도 이제... 황위 싸움에 나서야겠습니다. 

저를 위해 싸울 겁니다. 이길 거예요. 기왕 형님과 임수를 위해.

그리고 만백성을 위해. 보위에 올라야겠어요.

 

랑야방 : 권력의 기록 11회 / 정왕 -

 

정왕 소경염. 태자와 예왕이 탐내는 책사 매장소가 자신을 선택했을 때, 그 뜬구름 잡는 소리에 그는 박장대소를 했다. 그리고, 매장소와의 대화를 통해 잠자고 있던 욕망이 꿈틀거렸고, 매장소의 능력을 확인했고 자신의 규칙을 정한 후,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렇게, 대업을 위해 조심스런 첫 발을 내딛었다. 책사라는 존재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없으나 자신의 욕망을 실현해줄 그의 능력을 믿기에, 정왕은 매장소의 도움을 받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아직까지 모친인 정빈에게 자신의 계획을 전하지 않았었다.

 

왜 그랬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냥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미 시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출신과 배경이 가진 한계로 인해 반신반의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품계가 낮은데다 내세울만한 외척도 없는 모친. 과연, 월귀비의 아들인 태자와 황후의 양자인 예왕을 고작 정빈의 아들인 자신이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제 아무리 매장소여도 출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그들을 꺽어 넘길 수 있을까, 라는. 그리고, 이날 논쟁의 결론은 태자의 체면을 깍고 예왕의 기를 세워줌과 동시에, 정왕의 어깨에 짊어진 출신의 한계를 덜어주었다.  

 

월귀비의 아들 태자, 황후의 양자 예왕. 지위가 어떻고, 어미가 어떻든, 그래봤자 같은 서자일 뿐- 이라는 현실 앞에서, 정왕은 모친 정빈에게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전했다. 그 길의 방향을 말했다. 그 길을 끝까지 가고자 하는 의지를 전했다.

 

 

 

정빈    결심이 선거냐? 

정왕    마음 굳혔습니다.

정빈    힘든 싸움이 될거다.

 

- 랑야방 : 권력의 기록 11회 -

 

그리고 정빈. 그녀는 남들이 들으면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 법한 아들의 단호한 의지를 확인했고, 담담히 걱정과 격려를 보냈다. 어미에 대한 걱정으로 약해지려는 아들의 마음을 단단히 부여잡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고집스럽게 끝까지 가서 싸워 이길 수 있도록 그 길을 함께할 뜻을 전했다. 아마도, 이것은 오랜 시간 숨을 고르고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왔던 그녀의 오래된 염원이었을 것이다. 먼저 간 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 

 

품계도 낮고 배경도 없는, 아무런 힘이 없는 그녀는 그렇게 숨을 고르며 기다리면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시간 속에서 변방의 전장을 떠돌던 아들은 이제 금릉의 중심으로 들어와 스스로를 위해 싸워 이기리라는 뜻을 전했고, 먼저 간 자들을 위해 그리고 보듬어야 할 존재들을 위해 황제가 되겠노라는 의지를 전한다. 이것은 그녀가 기다려온 기회.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 이라는 그녀의 말은, 죽음이 두려워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고요히 살다 죽는 것보다, 먼저 간 이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고 죽는 것이 더 가치가 있지 않느냐, 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제, 그녀는 황궁 내에서 그의 조력자가 되어 또다시 숨을 고르고 주변을 살피며 또 다른 기회를 기다릴 것이다. 

 

내 걱정은 할 것 없다.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이야. 

우리 모자가 생사를 같이하는데 천하에 두려울 게 뭐 있겠느냐.

 

 

 

글씨체가 다르잖아.

그럴리가... 내 예상이 틀린 걸까?

 

- 랑야방 : 권력의 기록 11회 / 목예황 -

 

언제가 시작이었을까. 예황은 매장소에게서 죽은 정혼자 임수를 느꼈다. 대화의 화제로 오른 정왕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며 그를 떠봤고, 적염군 원수의 집으로 그를 데리고 가 그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왕에 대한 익숙한 대화를 겸손으로 끊었고, 적염군 원수의 집으로 이끄는 그녀에게 단호하게 조언하는 것으로 그는 그녀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가 임수로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의 집을 방문한 그와의 산책에서, 그가 보인, 어쩌면 그녀에겐 익숙한, 그 행동, 그 손길에 설레였을 것이고, 그가 입에 담은 '정왕'에 유독 반응을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함께 자라며 임수에게 정왕이, 정왕에게 임수가, 어떤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의 입에서 나온 '정왕'은 결코 흘려들을 수가 없었던 걸지도 몰겠다

 

 

 

그럴리가...

 

매장소는 예법 논쟁의 승리를 위해 도움을 청했고, 예황은 기꺼이 응한다. 그리고, 그가 건넨 편지. 그녀는 과거 임수가 그녀에게 보낸 편지의 필체와 대조를 하게되고, 확연히 다른 글씨체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 예상이 틀린 걸까. 전혀 다른 외모, 전혀 다른 체력, 전혀 다른 성격, 전혀 다른 필체. 모든 것이 다른데, 무엇 하나 같은 것이 없는데, 그녀는 이상하게 인정할 수가 없어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남자에게서 내 남자를 느끼는 예황- 이랄까나.

 

 

 

전에는 이 손으로... 활시위를 당기고 사나운 말도 길들였었지.

한데 지금은 살벌한 이곳에서 권모술수나 써야 한다니...

 

- 랑야방 : 권력의 기록 11회 / 매장소 -

 

그의 이번 사냥감은 예부 상서. 너무나 오래 고여 썩은 물. 썩어 지독한 냄새가 나는 물. 그렇게 그는 고이다 못해 썩어버린 물을 쏟아내기 위해 예부를 흔들기로 했다. 목표를 정했고, 판을 짰고, 말을 등장 시켰다. 이제 그가 원하는대로 판은 돌아갔고 그는 결과를 기다렸다. 그가 짜놓은 판 위에서 그가 올린 말들의 싸움은 이어졌고 그는 고요한 소택 안에서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

 

 

이 드라마를 보며 인상 깊은 소품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명패. 이건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사냥감을 고르듯 그 명패를 꺼내고, 사냥이 끝난 후엔 가차없이 화로에 던지는 일종의 의식. 이 부분이 특히 매력있게 다가온 것이 이번 예법 논쟁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었다. 사냥감을 정하고, 사냥을 위해 판을 깔고 그 위에 말을 올려놓고 그들끼리 치열하게 싸우는 게 만든 후, 그 판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 언제쯤 싸움의 방향히 결정될까, 고요히 기다리는 모습을, 화로 위에 명패를 흔드는 모습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싸움의 향방을 결정할 결정적 패인 조선생의 등장 소식을 들은 후 가차없이 명패를 화로에 던져놓는다. 그후, 명패가 가득 담긴 상자의 뚜껑을 닫음으로서 의식을 종료하는 그 군더더기 없는 일련의 과정이 인상깊었다. 

 

 

사냥은 끝났다. 치열한 논쟁을 펼치는 조정과 달리, 매장소의 소택은 고요했다. 고요히 풍경을 즐기며 결과를 기다렸고, 결과를 확정짓는 패의 등장에 여전히 치열하게 서로를 물고 뜯는 그들의 싸움을 뒤로한 채, 결론을 내렸고, 의식을 종료했다. 변함없이 고요한 시간. 냉기가 흐르는 손을 녹이던 매장소는 문득 화로 가까이 손을 가져간다. 그 열기 속에 냉기가 흐르는 자신의 손을 넣어본다. 그렇게, 그는 현실과 마주한다. 그렇게 살아있음을, 그러나 살아있는 그는 더이상 과거의 자신이 아님을. 적염군의 용맹한 소년장수 임수가 아닌 음험한 책략가 매장소, 라는 현실. 글쎄, 그냥 문득 그렇게 느껴졌다. 

 

치열함과 고요함. 예법 논쟁을 펼치는 장면은 그 두가지 상황이 교차로 편집이 되었다. 이러한 전개와 편집은 결국 이 드라마의 중심은 매장소라는 것을 새삼 확인 시켜주는 듯 했다. 매장소의 말들은 그가 만들어 놓은 판 위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적과 온 몸으로 부딪혀 치열하게 싸웠다. 머리를 굴려 그 판을 만들어 놓은 매장소는 고요함 속에서 풍경을 벗삼아 싸움의 향방을 결정지을 결정적인 패를 기다렸다. 결정적인 패가 등장했고 말들의 싸움은 더더욱 격렬해졌으나 매장소의 싸움은 끝났다. 그리고 이렇게 주절거리다 보니 이날 매장소가 느꼈던 자기혐오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했다. 

 

글빨이 부족해서 뭐라 표현은 못하겠지만.. 고요히 물이 흐르듯 예법논쟁을 그려내는 연출을 가만히 지켜보다 이 장면으로 넘어가면 문득,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은, 그런 것...? 아무튼, 그 과정에서 깔린 브금 너무 좋음. 브금만 듣고 있어도 그 장면들이 막 눈 앞에 그려진달까. 본지 얼마 안되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ㅋ)

 

 

극 중 그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를 소중히 여긴다. 불면 날아갈까, 만지면 부숴질까, 놓치면 날아갈까,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 존재. 그렇게 아끼는 존재. 그러나, 그는 매장소인 자신을 그리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그렇게 아끼지 않았다. 매장소인 자신을 사랑하기는 커녕 혐오했다. 그저 매장소에게 주어진 시간, 그에게 맡겨진 책무를 다하기위해 살아가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그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만큼, 그의 주변에서는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소중히 여기며 아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그는, 이렇게 문득, 스스로가 혐오스러워 견딜 수가 없는 순간들이 있음에도, 견뎌낼 수 있었고, 매장소로서 웃을 수 있었고, 살아갈 수 있었을지도.

 

시간이 흐르고 변했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언젠가 그에게 했던 예황의 말,

자기 혐오에 빠진 매장소를 보며 예황의 이 말이 자꾸 마음을 맴돈다.

 

 

&..

 

1> '기방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하자면, 기왕이 증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예왕은 더이상 지금처럼 미룰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만약, 문원백이 이 사실을 알고 기왕을 설득한다면 황제가 아는 것은 시간문제. 그렇다고 기왕과 척을 질 수도 없지 아니한가. 어떻게든 그 안에 자신의 양손에 쥔 것들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예왕이었다. 

 

2> 위에 움짤은 뒤에 귤먹는 비류가 포인트. 귀여움ㅋㅋ. 물론, 일에 집중하는 남자, 종주님도 멋있고ㅋㅋㅋ.

 

3> 예법 논쟁할 때, 정왕이 있어서 살짝 놀랐다. 태자와 예왕 그리고 정왕 외에 다른 황자들이 없는 것을 보면 어찌되었건 경국공 사건 처리로 인해 그의 입지가 알게모르게 아주 조-금은 달라졌나보다, 싶기도 했다. 그리고, 서있는 위치는 예왕 쪽이라는 것도 재미있었다. 뭔가 의도를 갖고 서있는 건지, 거기 서라고 해서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이번 논쟁은 예왕의 승리가 곧 정왕의 승리이기는 하겠다. 

 

 

 

4> 목예황과 매장소의 데이트. 이 이후에 예황이 종주님의 정체를 밝혀내며 두 사람은 우정 이상 사랑 이하의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서로를 향한 그 마음은 12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 종주님은 선을 긋고 예황군주는 그 선에 기대어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은 물론, 그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아무튼, 이 장면 좋음.ㅠ. 자신도 모르게 올라가는 종주님의 손도 좋고, 수줍수줍 여자여자한 예황군주도 좋고ㅠ. 여러모로 이쁜 장면이다.

 

 

5> 발 녹히며 정보 수집 중인 종주님. 어느 방송에서 감독님이 매장소의 매력에 관해 전지전능하지 않으면서도 전지전능한 점이라고 말했었는데 그 말이 인상깊어서 메모해뒀더랬다. 종주님의 전지전능함은 결국 정보수집력. 사실, 녕국후와 진반약과 하강, 그들도 상당히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결국 종주님한테 진것은 정보의 차이-. 이 말도 어디서 들은 것인지, 읽은 것인지, 모르겠다. 인터뷰일 수도 있고, 리뷰일 수도 있고. 요며칠 하도 여기저기 보러다니고 읽으러다녀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앞으로 인상깊은 부분이 있으면 기록을 해둬야 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문득... 귀차늠-. 을 극복하고.

 

 

 

6> 근심 걱정이 많은 몽통령에게 귤을 권하는 종주님. 이날 종주님은 두 번이나 귤을 권했으나 몽통령은 받지 않았다고 한다. 나라면 올겨울 귤 한박스 먹고난 후 완전히 질려서 쳐다 보지도 않지만, 그래도 종주님이 주신다면 덥썩 받을텐데..ㅋㅋ. 그러고보면 귤과 관련된 부분은 다 재미있는 듯. 양나라의 겨울 간식은 역시 귤이라는 듯, 자주 나오는 편인데, 결국 이 귤이 조만간 한 건 할 예정이다. 

 

 

끝으로...

비류한테 귤 던져주는 종주님.

 

 


 

 

 

 

전에는 이 손으로... 활시위를 당기고 사나운 말도 길들였었지.

 

 

한데 지금은 살벌한 이곳에서 권모술수나 써야 한다니...

 

 

- 랑야방 : 권력의 기록 11회 / 매장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