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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생소묵 : 마이 선샤인 8회)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도희(dh) 2015. 7. 6. 06:00

 

지금은 안 취했어

한 번도 취한 적이 없지

 

- 마이 선샤인 8회 / 허이천 -

 


 

 

오늘 그 여학생이 나한테 묻더라. 

자기가 너한테 방해되는 것 같으냐고.

약간 포기하려는 눈치던데, 그러면 너도 해방이 되겠지.

하지만... 너무 빨리 해방되기 싫으면, 얼굴 좀 펴고 다녀.

 

- 마이 선샤인 8회 / 샹헝 -

 

의뢰인 원민과의 만남을 위해 모성의 회사 근처로 오게된 이천. 이날은 사실, 이메이와 원민 그리고 이천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메이가 일 때문에 약속을 지킬 수 없게되며, 이천은 약속장소를 원민의 회사 근처로 정하게 된다. 그 이유는, 원민은 모성의 직장동료였고, 그렇기에 그 근처에 가게 된다면 우연히라도 모성과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혹은, 그렇게라도 모성 가까이에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좋다고 여길지도 모르겠고. 

 

기대감은 적중했고, 이천은 그 곳에서 우연히 모성과 만나게 된다. 이 우연한 만남에 표정관리조차 하지 못하던 이천은, 그 기쁨도 잠시, 모성이 왜 그 곳에 나타난 것인지 알게되며 스스로의 감정을 어찌하지 못한 채, 그 자리를 피하게 된다. 그렇게 그 자리를 피해버린 이천과 그런 이천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모성. 그렇게, 표현하지 않은 마음은 엇갈리게 된다. 오해를 오해로 남겨둔 모성과, 오해로 상처를 입은 이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과거, 그러나 어쩌면 같을지도 모를, 상대를 향한 불확실했던 마음이 짙어진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나의 존재가 혹시 그에게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라며 이젠 그만 포기를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라던 당시의 모성은 친구들과 함께한 첫만남의 추억이 담긴 장소에서 그와의 처음을 떠올리며 그 불확실한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애써 그녀를 향한 마음을 외면했던 당시의 이천은 샹헝의 조언으로 지금 현재 자신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잃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을테니까.

 

 

아마도 이날, 이천이 샹헝을 찾은 것은, 그날의 자신에게 뼈있는 충고를 해준 그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모성을 향한 그의 처음부터 현재까지를 곁에서 지켜본 유일한 '친구'이기 때문일지도.

 

 

 

이번에도 내가 졌어.

시간이 그렇게 흘렀어도 나는 너한테 질 수 밖에 없구나.

널 이길 수가 없어.

 

이천, 그게 무슨 소리야?술 취해서 그래?

 

취한게 아니라 미친거야.

 

- 마이 선샤인 8회 / 허이천 & 자오모성 -

 

술에 취해 끝끝내 다잡고 있던 자신을 놓아버린 이천은 모성을 찾게 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이번에도 내가 졌노라고. 이렇게 시간이 흘렀어도 너에게 질 수 밖에 없노라고. 널 이길 수 없노라고. 그 것은, 아마도 그녀 앞에서는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모성 앞에만 서면 평소의 냉정하고 이성적이며 객관적인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그렇게 그녀에 관련된 일이라면 평소의 자신과는 정반대의 선택과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또한, 그가 모성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모성. 그녀는 그런 그의 절박한 고백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가,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어렴풋한 짐작, 혹시나 하는 생각,이 마음 한 켠을 맴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그녀가 생각하는 혹시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그를 사랑하는 마음, 그 이상으로 그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지갑 속에 간직하고 있는 자신의 사진, 그 뒤에 적힌 글귀, 그가 보이는 행동들, 이메이와의 관계, 그 모든 것들을 통해 어렴풋한 짐작을 하면서도 헛된 희망에 또다시 아프지 않기위해 외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느 밤, 술냄새를 풍기는, 그의 낯선 행동과 말에 물음표만 그리는 것이 아닐런지. 표현하지 않는 사랑이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다만, (제대로) 표현하지 않았기에 채 닿지 못한 마음은 그렇게 허공을 맴도는 듯 했다.

 

7년 전 그리고 7년 후, 이천으로서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성에게 닿은 것은 그 마음의 어느 한조각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7년 전 그날, 이천이 그녀를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 그에게 그녀의 존재가 어떤 의미였는지 알았다면, 모성은 그렇게 이천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모성이 이천을 떠난 것은 결국,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 그 사랑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고, 그래서 이메이의 말에 흔들렸고, 이천의 말에 무너져내리고 말았을 것이다.

 

 

 

같이 좀 걸을래?

 

- 마이 선샤인 8회 / 허이천 -

 

전날 모성에 관련된 일로 정신줄을 한쪽을 살짝 놓아버린 이천은, 일처리는 잘해냈으나 직장 동료들에게 낯선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흡사 이천 자신과 모성의 일과 비슷한 일로 연애상담을 하는 여직원들의 대화를 듣게되며 1차 멈칫, 그런 이천의 모습을 보며 여직원을 향한 - 그러나 사실은 이천을 향한 - 샹헝의 조언에 2차 멈칫을 하며, 결심을 하게된다.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더 좋아하는 쪽이 지는 것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된 그가,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먼저 모성을 찾아가게 된다. 니가 딴 남자랑 소개팅을 하든 말든 상관없이, 나는 너를 좋아한다, 다시 너를 잃고 싶지 않다, 너 없는 시간 속에서 아무나와 함께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너를 되찾고 싶다, 라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집까지 끌고온 일을 끝내고 요깃거리를 사러 나오던 모성은, 집 앞에서 기다리던 이천과 마주하게 된다. 이천이 언제부터 거기서 기다렸는지, 언제까지 기다릴 것이었는지, 마침 타이밍이 맞아서 그렇게 마주하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마치 어제 일은 덮어두기로 했다는 듯, 두 사람은 마주했고, 이천이 데이트 신청을 하게된다. 물론, 모성은 그의 데이트 신청에 응했다. 그리고, 같이 좀 걷자더니, 버스를 타고 어디 멀리 가는 두 사람이었다. 이천은 모성에게 잔돈까지 빌리는데, 이 장면이 은근 좋았다. 난 역시, 위의 대놓고 설레랏~ 하며 감정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박력과 애절을 오가는, 어쩐지 오글거렸던 씬보다, 요런 장면들이 더 좋더라. 물론, 위의 박력과 애절을 오가는 감정극대화씬도 극의 전개와 두 캐릭터의 감정선을 위해 필요한 씬이긴 했다.

 

밤길을 나란히 걷는 두 사람, 버스 정류장에 나란히 선 두 사람, 모성의 손바닥에 놓여진 동전, 그 동전을 집는 이천, 그 찰나의 순간, ...요런 것. 그리고, 흔들리는 버스에 나란히 선 두 사람, 순간 휘청이는 모성, 그런 모성을 잡아주는 이천, .... 물론, 얘들도 나름 노리긴 했겠다만, 뭔가 이런 소소한 장면이 주는 은근한 설레임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것 같다. 

 

 

 

내가 정말 오랫동안

떠나 있었구나

 

- 마이 선샤인 8회 / 자오모성 -

 

이천에 이끌려 모성이 온 곳은, 두 사람의 추억이 잠들어있는 곳이었다. 너무나 변해버린 이 낯선 거리를 모성은 기억하지 못했고, 이천의 설명으로 겨우 깨닫게 된다. 이천은 그녀가 귀국 후 이 곳에 한 번도 오지 않았음에 실망감을 느꼈던 것 같다. 아마도, 그의 마음 속에선 지금도 생생한 그 시절의 추억이 그녀에겐 그저 지나간 과거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라는 두려움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간 바빴다는 그녀의 변명에, 그는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귀국 직후부터 현재까지의 행보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그였고, 그녀가 그간 바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일조를 한 것도 그 자신이기 때문이리라.

 

너무나 변해버린 거리, 그 거리 위에 서있는 변해버린 두 사람. 그 속에서 시간의 거리를 느낀 모성에게 이천은, 아직 변치않은 추억의 장소를 알려주지만, 이미 주인은 바뀌었다고 한다. 그렇게, 모성은 자신이 이 곳을 얼마나 오랫동안 떠나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이 운동장은 나한테 

가장 힘들었던 추억의 장소야 

 

- 마이 선샤인 8회 / 자오모성 -

 

군것질거리를 들고 학교 운동장에 있는 벤치에 앉게된 두 사람. 그 장소 또한 두 사람에게 있어서 소중한 추억이 잠들어있는 공간이었다. 모성에게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추억의 장소, 그러나, 두 사람이 함께였기에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의 장소이기도 했다. 이 곳에서 두 사람은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 곳에서 두 사람은, 의외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7년이 흘렀음에도 같은 곳에 있는, 두 사람을 기억하는, 모성을 기억하는, 이천의 은사. 은사의 등장은 두 사람의 시간은 과거에서 멈춘 것이 아닌, 현재로 흐르고 있음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과가 다른 모성을 기억하는 이유를 떠올린 두 사람은, 또다른 추억에 잠기게 된다. 겨울방학 직전, 집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이천, 그런 이천에게 화가난 모성, 두 사람은 그렇게 다퉜으나, 그럼에도 이천과 조금이라도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모성은 이천의 강의실에 따라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담당교수에게 지목을 받게되고, 그런 그녀를 외면한 이천으로 인해 엉뚱한 답변을 한 모성은 웃음거리가 된다. 물론, 그녀의 남자친구인 이천까지도. 그리고... 

 

그날의 이천이 왜 모성을 도와주지 않았는가, 에 대한 이유에 관해 '그때는 정말로 질문을 몰랐어'라고 현재의 이천은 말했다. 더 정확한 이유, 모범생인 이천이 어떻게 정말로 질문을 모를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이유가 후에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뭐... 힌트는 이미 다 나와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그 날, 모성과 싸운 상태여서, 화난 그녀에게 신경을 쓰느라,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웃고 있는 건가?

이제야 낯선 사람 같지 않아. 

표정도 많이 부드러워졌고.

 

- 마이 선샤인 8회 / 자오모성 -

 

흘러간 시간, 변해 버린 거리, 그 위에 서있는 변해버린 두 사람. 그러나, 변치 않은 공간, 그 속에 잠들어있는 추억, 그 추억을 공유하는 두 사람, 그리고, 사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어쩌면 더 깊어졌을지도 모를, 두 사람의 마음. 모성과의 행복했던 한 때, 그 추억을 떠올리는 이천의 입가에 편안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그런 이천의 미소에 모성은 편안함을 느끼며 따라 미소짓게 된다. 나는 이 순간이, 참 좋더라.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 그 추억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미소짓고, 그 미소에 따라 미소짓는. 그렇게, 공유할 수 있는 행복한 시절의 추억으로 7년의 공백을 채우고, 시간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지금은 안취했어.

한 번도 취한 적이 없지.

 

- 마이 선샤인 8회 / 허이천 -

 

어색한 작별인사 후, 돌아선 모성은 무언가 말을 꺼내고자 했고, 그 순간 이천은 전날의 일에 대한 늦은 사과를 하게 된다. 그에 대한, 모성의 대답. 괜찮아, 취해서 그런거잖아. 그리고, 이천은 자신은 언제나 멀쩡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그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7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하게 된다. 그렇게, 이천은 짧은 입맞춤으로 수줍은 고백을 한다. 

 

 

 

#. 사실, 처음에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래저래 찔끔찔끔 쓰면서 미루다보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다. 어렴풋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라는 건 알겠으나 어떻게 쓰려고 했는지가 떠오르지 않는달까. 이래서 메모가 필수인데... 그정도로 정성을 쏟는 건 아닌지라; 아무튼, 그래서 오늘도 말이 많아졌다. 

 

#. 아래의 장면과 대사도 참 좋더라. 모성을 향한 이천의 마음, 같은게 느껴져서. 물론, 모성은 그런 이천의 마음을 알아듣지 못했겠지만. 이천에겐 그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7년 전의 이천이, 조금만 더 솔직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은 종종 든다. 모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성이 그에게 어떤 존재인지, 모성과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에 대해서, 혼자만의 다짐이 아닌, 그녀에게 그 모든 걸 말해줬다면 참 좋았을텐데... 라는. 

 

#. 개인적으로, 8회가 참 좋다. 학교에 찾아가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그 장면들이 좋더라. 막, 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고.

 

 

네가 이렇게 느린데

나는 어떻게 너한테 잡힌 걸까?

 

- 마이 선샤인 8회 / 허이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