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신탐적인걸(少年神探狄仁杰)
(2014 / 중국 저장워성TV / 총 40부작)
(2015.02.09 ~ 2015.04.03 / 중화TV / 총 40부작)
1. 종영
드디어 끝났다. 순전히 추리사극란 장르에 대한 호기심 + 영화에서 봤던 적인걸이란 캐릭터에 대한 흥미 때문에 본 드라마였다. 처음 이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총 40부작이라는말에 과연 내가 이 드라마를 다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은 다 봤다. 본방을 놓치면 재방송을 통해서라도 꼭 챙겨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쳐버린 31회 초반 10여분은 결국 다시 보지 못했지만. 한 번 꼬이기 시작하니 마구 꼬여버려서 말이다.
사실, 도룡당과 황궁 에피소드는 나름 묵직한 편에 속했고, 적인걸 일행이 겪는 사건들도 잔혹했으나 극 내내 유쾌함을 잃지 않았기에 마지막엔 모든 사건을 통쾌하게 해결해고 적인걸 일행이 다시 세상 여행을 떠나는 해피엔딩이 아닐까,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안일함을 무참히 깨부수는 결말이었다.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것은 마지막 에피소드가 시작한 후 습관처럼 초록창에 '신탐적인걸'이란 키워드로 검색하다가 우연찮게 동몽요의 결말에 관한 스포를 밟으며 알게 되었다. 좀 당혹스러웠으나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하며 마지막까지 봤는데... 마지막 에피소드와 결말은 짜증과 헛웃음이 교차되었더랬다. 뭐,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는데 결말을 위해 급하게 달린다는 느낌이 없잖아 들었다. 다른 에피소드들은 에피소드당 길게는 10회 이상을 할애했으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에피소드를 고작 6~7회 정도에 다 쑤셔넣었으니 오죽 급할까, 싶기는 했다. 게다가, 그 마지막을 위해서 무리수라고 여겨지는 설정들도 집어넣었는데.. 언제나처럼 그러려니, 라며 보기는 했다.
2. 도룡당 주상의 정체
그의 정체에 관한 나의 예상은 당연스럽게 틀렸다.(추리바보ㅠv) 주상의 정체는 안왕 이*도라고 한다. 이승도인지, 이성도인지, 잘 기억이 안난다.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도 전혀 안나온다. 아무튼, 원래 야심이 많았던 이 사람은 죽은 걸로 알려진 사람이었는데 어찌저찌 안죽고 살아서 장장 20년동안 반역을 준비하고 있었단다. 그렇게 20년 만에 거사를 일으켰으나 왕우인의 욕심과 적인걸의 계략으로 거사는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황제는 극 초반에 이 사람이 살아있음을 짐작했으나 더이상 같은 핏줄을 죽일 수 없다, 라는 물러터진 마음으로 방치하다가 일이 이 지경으로 오고야 만 것이다.
게다가 여차저차하여 황제와 군사들 그리고 적인걸 일행은 도룡당의 본거지에 들이닥치게 되는데... 두둥.!
이 드라마를 다 본 결과 마음에 안드는 캐릭터가 둘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황제다. 사실, 초반에 적지손을 불러 안왕에 대해 조사하게 한 부분이나, 무미랑에게 위장술을 펼치고 있는 거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황제도 도룡당에 대해 뭔가를 눈치채고 그 나름대로 뭔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무슨... 그냥 훼이크였다. 황제는 그냥 무능했다. 무능한 주제에 고집이 쎄고 순정파이기까지 하다. 허허; 그리고 또 하나는 이완청. 사실, 완청은 모든 것이 완벽한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그녀가 가진 복수심이 일행에게 어떤 폐를 끼칠지 눈에 훤하게 보여서 그녀가 나름 일행에게 도움이 된다더라도 어쩐지 내내 민폐스럽게 느껴졌다. 사실, 그녀의 복수심이 크게 와닿지 않아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게다가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읜 후 부모처럼 의지했던 의부와 유모가 부모님의 살인자였다는 현실, 의부는 시덥잖은 이유로 그녀의 신랑 후보를 모조리 죽여버린 후 자신과 동반자살을 시도, 결국 의부를 사랑했던 유모가 의부를 데리고 동반자살해버린 현실과 마주하며 혼란과 슬픔과 분노의 마음에 휩쓸린데다 첫사랑은 이미 다른 여인을 사랑하는 중이라 아프고 지친 마음을 기대는 것 조차 할 수 없는 현실에서 힘들어하는 두정추에게 이완청은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그 자신처럼 슬픔과 분노의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라고 조언했으나, 결국 자기 자신은 그러하지 못했다.
그녀 또한 인간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그러고보면, 그 모든 것을 내려놓은 두정추는 결국 명예와 남편을 얻었고,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살아가던 완청은 현재 그녀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사랑과 우정을 잃게 된 것이겠구나, 싶기도 하다. 그 때, 그 와중에 황제를 공격할 것이 아니라 적인걸과 왕원방을 도와 안왕과 맞서 싸웠다면 적어도 몽요는 죽지 않았고, 원방은 실종되지 않았을테니까. 그리고, 그녀는 적인걸과 함께할 수 있었을테니까. 마음 속의 복수심을 끌어안고 사느라 속은 문드러질지 몰라도 결국 그녀를 사랑하는 이들의 도움으로 그 마음을 삭히게 될테고, 그렇게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은 결과를 얻었을테니까.
3. 적인걸 일행의 최후
<왼쪽부터 동몽요, 이보, 왕원방, 적인걸, 이완청>
1> 도룡당의 지하궁에 모인 적인걸 일행은 각자의 포지션에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게 된다. 즉, 적인걸과 왕원방은 최종보스 안왕과 2:1임에도 밀리는 싸움을 하게되고, 무공이 없어서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이보와 동몽요는 그저 이 모든 사태를 지켜볼 뿐이고, 이완청은 이 피를 말리는 순간에 황제의 경비가 허술한 것을 눈치채게 되고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황제를 암살해야겠다는 참으로 효성지극한 생각을 하는 것과 동시에 실천을 하게된다.
사실, 완청의 복수라는 것은 결국 현 황제가 아닌 그의 아버지 태종의 죄에 대한 것이기에, 의미없다, 싶었으나.. 선조의 죄를 상속받기를 거부한다면, 선조가 남긴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그와 같아야 하지 않느냐 (퓨처워커 6권 p.121) , 라는 말이 떠올라서 멈칫한 것도 있다. 아무튼, 멈칫한 것과 별개로 완청의 복수심은 크게 공감이 안된다. 뭐, 그녀의 사연을 하나 하나 읊으면 약간이나마 공감이 가려나?
안그래도 인원수는 곱절로 많지만 실력에서 밀리는 황제의 군사들은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이완청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군사들에게 완청이 제압되는 순간, 적인걸은 제압당하는 완청을 발견하며 멈칫하게 되고, 안왕은 적인걸의 빈틈을 발견하고 그 곳을 공격하는데... 마침 그저 이 사태를 지켜만 보던 몽요는 적인걸을 대신해 안왕의 손에 죽게된다. 그녀가 죽게 된다면 왕원방을 대신해서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게다가, 몽요가 죽으며 나로선 의외의 말을 남긴다. 완청에게는 적인걸의 마음을 전하며 행복을 빌었고, 적인걸에게는 완청의 마음을 전하며 행복을 전했는데... 완청이 아니었으면 포기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과 함께, 다음 생에서는 적인걸을 양보하지 않겠노라는 말까지 하게된다. 원방의 품에 안겨서 말이다. 그리곤 원방을 보며 이런 나를 좋아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다음 생에서는 적인걸보다 먼저 나를 찾아달라는 말을 남긴 채, 죽게된다. 사실, 초반 적인걸을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며 완청을 경계하던 몽요가 어느 순간 완청을 언니라 부르며 잘 따르는 것은 물론 쿨하게 적인걸을 포기하고 원방과 썸을 타는 걸 보며 그녀가 적인걸을 그렇게까지 좋아한 건 아닌가보다, 싶었는데 ... 그녀의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까지 인정하고 보듬어주고 응원할 정도로 크고도 깊은 것이었나보다. 아무튼, 몽요는 두 사람 다 사랑한다는 마음을 남긴 채 그렇게 떠나게 된다. 뭐, 몽요의 마음은 다음 생에는 원방과 더 사랑을 하고 싶다, 라는 의미였을지도 모르지만.
2> 왕원방과 적인걸은 안왕과의 혈전 끝에 심한 부상을 입게된다. 그리고 지하궁이 무너지기 직전, 적인걸은 완청에 의해 구출되지만 왕원방은 무너지는 지하궁에 방치되며 행방불명 상태가 된다. 시신이라도 찾으라는 황제의 명에 의해 지하궁을 샅샅히 뒤졌음에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은 그가 살아있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사실, 그가 살아있다해도 그의 아버지가 저지른 죄로 인해 쉽게 장안으로 돌아오긴 힘들었을 것이다. 지하궁에서 안왕을 제압한 공을 인정받아 목숨만은 건질지라도 그 외에 그에게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테니, 그가 만약 살아있다면 그리운 이들과의 추억을 쫒아 세상 떠돌며 재능기부를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언젠가 완청을 찾아 세상을 떠도는 적인걸과 만날지도 모르겠고. 동몽요의 시신은 무너지는 당시 이보가 업고 나왔는지, 무너진 후 찾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무덤이 만들어져 있었다.
3> 완청은 황제에 의해 즉살될 뻔 했으나 적인걸의 소원찬스로 인해 '두 번 다시 장안에 발붙히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목숨은 건지는데, 그 후 편지 한 통을 남긴 채 적인걸을 떠나 산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무사히 살아난 적인걸은 그런 완청을 찾아 세상을 떠돌게 된다는 결말... 아, 적인걸 일행은 아니었으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무미랑과 함께 적인걸 탈출에 도움을 준 두정추는 군주로 책봉되는 것은 물론 황족과 혼인을 하게된다. 사실, 두정추의 운명이 너무나 기구해서 혼인을 못할 줄 알았는데 ... 단순히 첫사랑이자 소꿉친구인 적인걸을 살리기위해 행동한 덕분에 큰 공을 세우게 되고 그 덕에 황족의 일원이 되게된다.
4. 안타까운 역귀비
역귀비는 왕우인의 딸이며 왕원방의 누이이다. 그리고 황후가 없는 황궁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여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후궁에게 다 있는 자식이 없는 가련한 여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가장 높은 곳에 있으나 가장 위태로운 여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황제는 그녀의 성품과 집안 때문인지 늘 그녀를 존중해줬다. 그녀는 아버지 왕우인의 조언에 따라 다른 후궁들을 견제하기 위해 감업사의 무미랑을 입궁시킬 수 있도록 황제에게 간언하는 것으로 황제의 환심을 사게된다. 그러나 그 것 뿐. 무미랑 입궁 후 황제는 무미랑 이외의 후궁들에겐 관심조차 갖지 않는 것으로 그녀를 끝없는 외로움으로 내팽개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그 끝없는 외로움을 오로지 황제를 향한 사랑으로 견디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무미랑이 임신을 하게된 것을 알게된 역귀비는 혼란과 슬픔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 그녀를 위해 아버지 왕우인은 무미랑이 유산하도록 음모를 꾸미게되고, 결국 무미랑은 유산하게 된다. 그 사건이 일어난 후, 역귀비는 더욱 깊은 시름과 슬픔에 잠겨 병이 깊어지게 된다. 이유는 사랑하는 황제의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이 이후 그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궁금했으나...
평소 유약하고 조신한 행동과 달리 현명하고 엄격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역귀비는 밤산책 중, 서소원과 색랑의 함께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죄를 물을 것이라 엄포를 놓은 것을 이유로 색랑에게 살해당한다. 황궁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잃을 수 없었던 왕우인은 역귀비의 죽음을 비밀에 붙힌 채 가짜 역귀비를 양의전에 세우게 된다. 그래서, 황궁에서 가장 고귀한 여인이던 역귀비는 살해당한 것도 모자라 시신은 장안 밖 황야에 버려지게 된다. 그 시신이 사람들 눈에 띄어 다시 장안 내 관아로 들어오게 되지만 모든 것을 들킬 수 없었던 왕우인은 그 시신을 불태워버리고 만다. 그 것이 역귀비의 최후이다.
그리고, 역귀비의 죽음. 즉 가짜 역귀비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정체를 밝혀낸 사람은 그 넓은 황궁 내에서 오로지 셋 뿐이었다. 무미랑과 적인걸 그리고 왕원방. 무미랑의 경우는 사건의 목격자였기에 내내 의구심을 품다가 결국은 확인을 했던 것도 같다. 아무튼, 황제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짜 역귀비의 정체를 몰랐다. 그래서, 반역을 하던 왕우인도 그 일에 대해 한탄스럽게 꾸짖었고. 가짜의 정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황제의 모습이 죽은 역귀비에게 있어서 가장 가슴아픈 일이 아닐까, 싶었다. 억울하게 죽어 그 죽음이 뭍혀지고 시신이 황야에 버려지고 급기야 불에 타버린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 바로 그 것.
5. 그리고..
1>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진짜 역귀비의 죽음. 아버지의 욕망으로 무미랑을 입궁시키고, 아버지의 욕망으로 무미랑을 유산시키는데 기여를 한 역귀비는, 황제를 사랑했기에 무미랑을 미워했고 황제를 사랑했기에 무미랑을 유산시킨 것에 커다란 죄책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 죄책감으로 병이 더 깊어진 그녀가 그 후 어떤 액션을 취할지 궁금했는데, 마지막 에피소드를 위해 뜬금없이 죽이게 된다. 그리고 가짜 역귀비 등장.. 두둥. 사실, 버거운 현실을 꾹꾹 눌러담고 인내하며 늘 슬프게 미소짓는, 그러나 그 현명함과 중립성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버린지라, 가짜 역귀비 등장 후 환하게 미소 지으며 권모술수를 부리려는 모습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역귀비는 그렇지 않아!!!' 싶었달까?
2> 연미곡 에피소드에서 등장한 얼굴분장술. 이 것이 나중에 또 나올 것 같기는 했는데 그게 역귀비에게 사용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이게 현실적으로 너무나 말이 안된다고 여겨져서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 기술이 어떤 거냐면 '명탐정 코난'에서 종종 등장하는 분장술과 같은 것이다. 허헛;;
3> 좀 짜증나는 부분들이 있기는 했으나, 그래도 재미나게 봤다. 짜증나는 부분은 뭐랄까, 모 아니면 도, 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그런 극단적인 우기기, 랄까? 그게 내 취향의 문제인지, 타국 드라마에 대한 이질감 같은 건지, 잘은 모르겠다. 정확히 이거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내가 중드를 그리 많이 보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여기서 느낀 짜증스러운 부분을 작년에 본 중드에서도 느꼈던 것 같기도... 즈음? 아, '대막요''보보경심'에서는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4> 간간히 이해를 못하는 부분들도 있었는데, 그 것이 내가 자막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전체적인 흐름으로 대충 이렇구나, 즈음으로 나홀로 이해하고 납득하고 넘어간 편이었다.
5> 그 장면도 좀 웃겼다. 모든 사건이 마무리 된 후 공을 세운 이들에게 상을 내리는데, 무미랑은 귀비에 봉해진다. 그리고 모든 대신이 서있는 편전에서 무미랑은 황제의 옆에 앉아 그의 품에 꼭 안기는데... 그 민망한 상황에서 대신들은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몰라하는 상황이 꽤 오래 연출된다. 그걸 보며 저건 또 뭐지, 싶더라. 그 상황을 깨트려준 건 역시 눈치없어서 당당한 이보였다. 이보가 우리 도련님이 큰 공을 세웠는데 왜 상 안주냐고 하는 덕분에 민망스러운 상황은 종료되었고, 황제는 완청 살려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며 상을 받고 싶으면 또다시 공을 세우라고 했다.
6> 대신들 앞에서 요러고 한참을 있었다. 정말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우리나라 사극에서 총애는 엄청나게 받지만 품계가 없던 후궁이 공을 세워 편전에서 그 공을 치하받고 정1품 후궁으로 봉해지며 왕이 앉아있는 어좌에 함께 앉아 그의 품에 안겨있다면... 아... 저 나라는 원래 저런가?
7> 무미랑 캐릭터가 아무래도 조연이라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황제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욕망을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사랑>>>욕망, 요정도. 아무튼, 무미랑은 이뻤다. 참 이쁘더라. 그리고, 내내 조금씩 느꼈으나 마지막회의 편전씬에서 느낀 건데 황제가 참 느끼하게 생겼더라. 중국 남배우들의 느낌이 거의 저랬던 걸 보면 그 나라는 저런 진한 인상이 취향인가보다, 싶기도 했다. 아, 황제는 '보보경심'의 13야를 연기했던 원홍. 거기서는 이목구비가 진해서 그런지 눈에 확 들어온 덕분에 4야와 8야에 이어 초반부터 구분할 수 있었던 몇 안되는 황자였다. 게다가 캐릭터도 매력적이었고. 아, 무미랑은 '황제의 딸'의 '자미'를 연기했던 임심여.
8> 보면서 '헐...'스러운 부분들이 있기는 있지만, 그럭저럭 재미나게 본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 덕분에 한동안 주중 10시 타임이 지루하지 않았다. 요근래 주중 10시에 제대로 챙겨볼만한 드라마가 없었기에 그 적적한 마음을 채워준 드라마였달까? 다음 주 부터는 [용문비갑]이 방송되는데 크게 끌리지는 않아서 아무래도 안볼 것 같다. 이렇게 당분간 중드는 끊어야지. 챙겨보는 것 자체가 은근히 힘들어서 말이다.
9> 주요 캐릭터들이 그렇게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끝나고나니 그나마 마음에 남는 건 왕원방과 동몽요이다. 아무래도, 막회에서 이 둘이 보여준 모습들이 좀 안타까워서 그런 것도 같다. 사실, 이 두 사람이 투닥거리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이야기가 귀여웠는데 그런 귀요미 커플이 마지막엔 새드엔딩인 것이 더 안타까웠던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오래 마음에 안남는 것은 동몽요의 유언.... 몽요가 저 혼자자서 어장관리를 하고 있었을 줄이야;; ...그래도, 무능력했으나 귀엽고 성격이 좋아서 그런지 어쩐지 민폐로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였다. 완전 무능력은 아니었으나 완전체 이완청의 등장으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상실했다고 하는 편이 옳은 건지도 모르겠다. 아, 성택현 에피에서 살짝 짜증이 나긴 했으나 그건 사촌언니와 관련된 부분이니 넘어가기로.
10> 드라마가 끝나고 생각한 건, 동몽요의 부모님은 또 무슨 죄인가, 였다. 딸냄이 적인걸 따라간다고 집나가서 돌아오지 않은지 반년 가량.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만 들으며 걱정을 겨우 달래고 있던 찰나, ...반역자를 잡는 과정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될 그 부모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질까, 싶었다. 그러고보면, 동씨 가문에 마가 낀 것이 확실하다. 바로 전 에피소드에서 몽요의 사촌언니 몽희도 잔인하게 살해당했으니 말이다. 뭐, 정확하게 몽희는 동씨 가문의 핏줄은 아닌 걸로 밝혀졌다만.
11> 아무리 생각해도 마지막 에피소드는 뭔가 무리수란 느낌이 자꾸 든다. 서소원이 색랑과 바람을 피웠다니. 그 것도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다면 서소원의 아이가 정말 황제의 아이는 맞는가, 라는 의심마저 든다. 게다가, 평소 보여줬던 서소원은 질투심과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여서 그런지 마지막에 등장한 그 설정이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마지막을 위한 설정인가, 싶기도 했고. 아니, 그런 캐릭터여서 그럴 수 있었던 건가? 사실, 색랑의 죽음은 도룡당의 거사 계획과 맞물린 희생이라고 생각했던지라 더더욱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왕우인이 보여준 거사계획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안왕의 계획이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왕우인의 계략인지도 모르겠다. 내 머리가 너무 나빠서... 아무튼, 안왕은 스스로 황제가 되고자 20년 동안 공을 들였으나, 왕우인 또한 스스로 황제가 되기 위해서 그런 안왕의 계획을 역으로 이용했다, 정도인가? 그 변수가 색랑의 죽음과 딸 역귀비의 죽음 그리고, 아들 왕원방의 방해일테고.
12> 그러고보니 왕우인의 반대편에 있던 장손무기 파도 한게 하나도 없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선 얼굴도 비추지 않았다. 뭔가 있는 것 처럼 굴더니, 그 전 에피에서 꾀병으로 드러누운 후 말한 것처럼 그저 정세가 어찌 흘러가는지 관망하는 역할이 다였다. 게다가, 황제가 장손무기의 꾀병을 모르는 척 해준 이유도 안나왔다. 뭔가 있는가 싶었는데... 그냥 황제의 넓은 아량으로 모르는 척 해준 것일 뿐이었다;;
13> 이 즈음에서 마무리지어야지, 하는 순간마다 뭔가 하나씩 자꾸 떠올라서 주절거리는 중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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