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칼과 꽃 10회) 너를 잃고 나를 버리다

도희(dh) 2013. 8. 8. 06:18

뜻이 뭐 중요하겠습니까. 
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사람의 도리따위 모두 져버릴 것입니다.

 - 연충 / 칼과 꽃 10회 -

 

#.
눈 앞에서 공주를 놓친 충은 하염없이 공주를 찾아 헤메지만 공주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에 그는 공주를 찾아 약속의 땅(?)인 졸본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그 곳에서 공주의 흔적을 찾게 된다. 이미 죽은 자가 되어버린, 흔적, 을.

자신이 가야할 길에 충실하고자 인간의 도리를 버린 아버지 연개소문의 길이 부끄럽다던 그는, 공주의 죽음을 통해서 그 날, 아버지와의 대화, 아버지의 말, 이 가슴 깊이 맺혀버렸을 것이다. 인간의 도리로는 너의 공주를 지킬 수도 없노라는. 공주를 지키지 못한 것은 니가 힘이 없기 때문이었노라는. 그렇게, 그는 공주의 죽음을 통해서 '인간의 도리'를 지키지 못하는 것보다 '무능함'이 더 부끄러운 일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를 선택의 운명에서 버림받았노라 칭하며 천륜을 어길 수 없기에 온전히 사랑하는 공주의 편이 되어주지도, 사랑하는 이를 놓을 수 없기에 그리웠던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도 못한 채, 그저 '인간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신념에 따라 길을 걷던 충은, 소중한 이 하나 지켜주지 못하는 그 신념, 을 버린다. 그렇게 그는, 힘 있는 편에 서서 힘 있는 자가 되어, 그 것이 반역이든 기만이든 술수든, 힘을 가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노라 하더라. 그렇게 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사람의 도리따위 모두 져버리겠노라고. 필요하다면 아버지까지 짓밟고 올라설 것이라며.


#.

그런데, 그에게 더이상 '제 것'이 남아 있기는 할까. 어쩐지, 이제 그에게 남은 '제 것'은 저 자신 밖에 없을텐데 그는 공주의 죽음을 통해서 저 자신을 완전히 버렸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어쩌면, 그가 '인간의 도리'를 져버리면서 까지 지키고자 하는 '제 것'이란 .... 공주를 향한 마음, 혹은 그녀가 자신에게 준 마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힘이 없어 지켜주지 못한 공주를 위해 그녀가 미처 이루지 못한 채 세상에 남겨놓은 뜻을 이루어주기 위한 것은 아닐까, 등등.

아마, 충에게 공주는 어미새 같은 존재이기도 해서 - 알에서 갓 부화한 새끼새가 가장 처음 본 존재를 어미라 여기고 쫒아다니는 - 그녀가 세상에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그가 유일하게 가질 수 있었던 제 것은 공주의 마음이었고, 그렇기에 그 마음을 지켜야만 한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필요하다면 아버님이라도 짓밟고 올라서겠노라, 는 그의 말. 그리고, 인간의 도리를 져버린다고 한 순간 그를 옳아메던 천륜 따위를 져버릴 수 있노라, 다짐한 것도 같아서.. 그의 궁극적 목표는 아버지 연개소문을 베어내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드는 중이다. 신념은 버렸으나 공주의 흔적 - 혹은 그 사랑의 증거 - 을 몸에 지니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신념을 버리고 인간의 도리를 져버리지만 당신을 향한 마음은 간직하노라 말하는 듯도 했고 말이다.




 

소희 공주는 죽었습니다. 나는 이제 세상에 없는 사람입니다
낮에도 밤에도 그림자조차 없습니다
앞으로 저는 무영입니다

- 소희 / 칼과 꽃 10회 -

 

아버지와 동생의 죽음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의 배신. 그녀는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잃었다. 그런 그녀가 살아야 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다시 일어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할 이유는 오직 복수, 였다. 연개소문의 목을 제 손으로 거두는 것. 그런 의지를 가지고 약속의 땅(...)인 졸본에 향했고 그들과의 접선을 위해 나름의 강구책을 펼치면서도, 영류왕의 그늘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왔던 백성들은 아버지 영류왕을 조롱하고 비난했기에, 공주는 그 비참함에 더더욱 무기력해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 앞에 동생을 죽인 호태(연개소문의 호위무사)와 연충(연개소문의 서자이자 사랑했던 남자)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는 그들을 통해 복수심을 불태울 수 있었고, 그럼에도가 아닌 그러니까 살아야 할 이유를 찾게 된다.

그 후, 감성에 휩쌓여 무조건 복수부터 하겠노라 달려들던 공주는 금화단에 의해 조금씩 이성을 찾게 되었고 훗날을 기약하기로 한다. 그리고, 완벽하게 그들을 속이기 위해서 죽음을 위장했던 공주는 결국 스스로를 버리게 된다. 공주의 지위와 이름을 버린 채, 세상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지우기 위해 낮에도 밤에도 그림자 조차 없다는 '무영'이 되어 살아가기로 했다.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그녀에게 다다랐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연개소문의 방문으로 인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무영(공주)와 금화단은 과연 ... 그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 아니면, 위기는 그저 위기일 뿐일까 .. (는, 역사가 스포 및 방송으로 결과 나옴;;)

어찌되었든,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공주가 '계기'를 통해 감성을 이성으로 억누르고 차근 차근 복수의 길을 밟게되는 과정도 기대가 된다. 그리고, 그 복수의 과정 속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할 수 밖에 없는 연충을 향한 그녀의 감정변화도. 아마, 현재는 감성이 앞서 이성적 판단을 버린 채 그저 분노와 살기로 그를 향한 마음을 채우는 그녀가 ... 시간이 흘러 조금은 이성적인 판단 하에 그에게 접근한 그와의 재회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게 될까, 등등도 시청 포인트일까?




 

&..

1> 드라마 종료 후 연파파가 아닌 연충에게 마음이 낚여서 파닥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흑화된 충은 너무나 멋있었다. (꺄) 더불어, 배우 엄태우의 연기에 새삼스레 감동과 감탄을 보내며. 빠질까지는 하게되지 않지만, 작품을 볼 때마다 조금씩 팬이 되어가는 건 사실인 듯 싶다. 작년에 잔뜩 마음에 머물렀다 떠나간 팬심 비스므리한 것도 스믈스믈 모여가는 것 같고. 어차피 성격상 오래 가진 않을테니 생길 때는 즐길만큼 즐기자, 라고 생각 중.

2> 내가 무영이라면, 그로부터 긴 시간이 흐르고 너무나 변해버려서 내가 알았던 혹은 사랑했던 그 사람이 아닌 그와 만나게 된다면 ... 너무 슬플 것 같다. 물론, 처음에는 니가 원래 이런  놈 어쩌구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점점 함께하면서 알게되지 않을까. 그가 나로 인해 이렇게 변했다는 것을 ... 이라는 망상은 여기까지. 멜로의 깊이를 크게 기대하진 않기에. 그래도 느낌이나 분위기라도 살려주시길.

3> 개인적으로는 1회 ~ 4회까지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러나, 쉽게 추천은 안하는? ㅋㅋ 5회는 그럭저럭, 그런데.. 6회에서 엄청난 실망을 한 후에 재미는 있게 보지만 그럭저럭이었는데 .. 10회에서 다시 마음이 돌아오는 듯 싶다. 내가 좋아하는 칼꽃 특유의 분위기가 유지되면서, 극의 흐름이 편해진 듯 싶어서 말이다. 이 조화와 균형이 마지막까지 이어지길 바라며 ...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겠으나, 간만에 비판없이 있는 그대로를 봤던 것 같다. 음.. 흑화된 충과 무영이 멋있어서 눈에 콩깍지 씌여서 그런 걸지도 모르려나? (ㅋ)

4> 11회는 아직 안봤다. 칼꽃 방영 이후 처음으로 '예고'에서 전혀 기대를 하지 못하기도 했고, 너무 피곤해서 초저녁에 잔 것도 있고. 곧 봐야하는데 .. 지금은 귀찮. 지금 안보면 볼 시간도 없는데 .. 이러다 오늘 방영분도 안보고 넘길 듯? 그래도 대충 훑어보니 평은 괜찮은 것 같아서 안심하고 찬찬히 봐야겠다.

5> 충의 변화. 연개소문은 그런 아들이 변화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6> 운명을 선택해서 만든 끝에 피를 밟고 왕좌에 오른 장은 벌써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왕 위에서 군림하고자 하는 연개소문에 의해 권위 따위 존재하지 않은 채, 권력 아래에서 짓눌려 살아야 하는 운명의 시작을 말하는 듯 했달까? 하지만, 그가 그렇게 쉽게 당하고만 있을 캐릭터는 아닐 듯 해서 하룻강아지의 짖음이 범의 신경을 얼마나 긁어댈까도 기대되는 중이다.

7> 더 할 말이 있는데 기억이 안난다. 그보다, 이제 삼생이 안나오는 건가? 귀여워서 나올 때마다 좋았는데..

8> 9~10회에서 새로운 음악들이 등장한 거 같은데, 막귀인지라 긴가민가. 일단, 몇개 음성캡쳐는 해놨는데 언제 편집해서 플레이어에 추가할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많아서 새로 하나 만들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브금 오스트가 꼭 발매되길 바라며... 왠지 이 쯤에서 보컬곡이 하나쯤 더 등장할 거 같은데 극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곡이길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