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해외 드라마 시청담

일드) 스트로베리 나이트 :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도희(dh) 2013. 1. 7. 05:41


스트로베리 나이트
(2012. 01. 10 ~ 2012. 03. 20 / 후지TV / 총 11부작+SP)



혼다 테쓰야의 소설을 드라마화한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2010년에 방영된 SP와 2012년에 방영된 본편 11부작으로, 총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제목인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2010년에 방영된 SP의 에피소드 제목으로 연속성을 위해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타이틀로 쓰는 듯 했다. (드라마 '신참자'가 다른 SP이나 극장판에서도 '신참자'란 타이틀을 쓰는 것처럼?)





겪어서는 안될 고통스런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본청 수사 1과의 열정적인 여형사 히메카와 레이코는, 능력이 아닌 여자라는 편견으로 본청의 동료들에게 무시를 받기 일쑤다. 그러나, 뛰어난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며 그녀가 꾸리는 팀의 부하들과 직속 상관 및 그녀와는 전혀 다른 수사방식을 고수하며 사건마다 대립을 하는 다른 팀의 몇몇 형사들에게는 알게모르게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드라마는 에피소드별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며, 아직 아물지 못한 여주인공 히메카와 레이코의 상처를 보여주고 일련의 사건을 통해 상처와 마주함으로서 조금씩이나마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의 능력으로 보자면 형사로서는 벌써 어느정도의 부분에 다다른 듯 했고, 그때의 상처로 인해 더뎠던 인간 그리고 딸로서의 성장, 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카즈오와의 감질맛나게 더딘 관계의 발전은 상처를 극복하고 여자로서의 성장을 말하는 듯도 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살인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를 범인에 대한 동정의 시선이 전혀 없다는 것이 꽤나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보통 수사물의 에피소드 중 한두편 정도는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선보이며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하는게 일상다반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이에 대한 단호한 시선을 보여주며, 반성이 없는 범인에게는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와 마주하게 하고, 범인에 대한 동정의 싹이 보여질 듯한 에피소드에서 조차 그 싹을 싹뚝 잘라버리는 것이 어쩐지 인상깊었다.

그러면서도, 주인공 레이코에게 엄청난 고통을 짊어지워 그 상처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람은 어떤 아픔도 잘못도 극복하고 살아감으로서 그 앞에 있는 무언가에 도달하게 되는 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범죄에 대한 동정은 없지만 인간의 강인함을 믿기에 변화할 수 있다, 라는 차갑지만 따스한 시선이 느껴졌달까?

그래도, 왠지모를 멍함은 있었다. 살인도 자살도 남은 이들에 대한 배려없이 그저 자기만족을 위한 그들의 선택이었기에 그 선택에 대한 동정은 전혀 생기지 않았으나 '만약... 어쩌면...'이란 여지가 남는 죽음, 그 자체에 대한 안쓰러움은 들었다. 특히, '지나친 정의'편의 경우는 내내 레이코의 감이 틀렸길 바랬을 정도였다. 그러나, 레이코의 감은 틀리지 않았고 레이코가 그토록 막고싶었던 비극은 일어났다. 그 비극의 끝에서 밝혀진 절반뿐인 진실을 통해 '만약에..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내내 곱씹어졌다.






* 인상깊었던 대사 몇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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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빛나는 레일도 만월도 아름답다고 생각해. 하지만 당신이 한 짓은 전혀 아니야.
그런건 생명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것에 대한 모독이야." - 히데카와 레이코

- 1회, 시머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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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살인에 정의고 개뿔이고 있나? 있는 건 선택이다. 살인이라는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말것인가, 그것 뿐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이유와 죽이려는 마음은 전혀 별개라는 소리다. 사람을 죽이는데 필요한 이유따위 세상에 한개도 없다. 반대로 말하면 어떤 사소한 이유로도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거다. 거기에는 단 한가지, 선택하는 기회만 있을 뿐이다." - 쿠라타 슈지

"사람은 말이지 한번 살인을 하면 끝나는 거다. 재범의 가능성이 높은지 어떤지는 단언할 수 없어. 하지만 살의는 커진 채로 마음에 남는다. 하나의 큰 선택지로서 영혼 속에 계속 자리 잡는다. 그렇게 마음에 폭탄을 품은 아들을 나는 세상에 내보낼 수 없다." - 쿠라타 슈지

"살인이 선택이라는 말씀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살의가 위험하다는 건 그걸 저지른 사람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이 그 살의를 누른채로 살아갑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 히데카와 레이코

"사람은 어떤 아픔도 잘못도 극복하고 살아감으로써 그 앞에 있는 무언가에 도달하게 되는게 아니겠습니까." - 히데카와 레이코

"빨리 편해지겠다는 생각같은 거 하지 마십시오. 괴롭게 괴롭게 바싹 마를 때까지 괴로움을 맛보다가 죽어주시지 않으면 도리에 맞지 않으니 말이죠." - 히데카와 레이코

- 5회, 지나친 정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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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어차피 타카오카의 자기만족이다. 주변 사람을 정말 생각해주는 거라면 좀 더 다른 방식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말이지, 사람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 조건없이 그냥 그냥 지켜주고 싶다. 그냥 그냥 사랑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의 아버지만큼 서투른 생물은 없다. 자기멋대로고 꼴사납고 제대로 안아주는 것도 못하고 마음만은 넘쳐나지만 할 수가 없다." - 쿠사카 마모루

- 11회, 소울 케이지 - 





*덧*

1) 요즘 세세한 리뷰를 쓰는 맛을 잃어서 대충 얼버무리기 리뷰. 결론은, 매우 재밌다! 라는 것.

2) 원래 2010년에 방영된 SP을 먼저 보고 본편을 봐야하는데, 별 생각없이 본편을 보고 SP를 봐버린 덕에 레이코의 상처에 대한 호기심을 잔뜩 품고 보기도 했다. 후반부에 밝혀지려니, 라며. 그런데.. SP에서 이미 다 밝혀졌고 그 연관성과 레이코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위한 장치로 짬짬히 회상을 넣은 것이었다. 사실, SP는 안봐도 어느정도 이해해가며 봤는데, SP를 먼저 보고 본편을 봤으면 뭔가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본편은 사전정보 없이 봐버린 덕에 꽤나 흥미진진하게 봤지만, SP의 경우는 어설프게 스포를 밟아서 초반에 좀 헤메였던 것도 없잖아 있었다. (긁적)

3) 우리나라 드라마였으면 분명 레이코와 카즈오의 러브라인도 어느정도 무게감있게 그렸을테지만, 일드의 장르물답게 감질맛나게 그렸다. 그런 감질맛이 아쉬우면서도 아쉬워서 더 좋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레이코의 상처를 생각하면 이렇게 더디지만 한발자국씩 서서히 다가가는 방식이 더 옳은 것 같았고. 그래서일까, 순간순간 보여주는 눈빛과 말과 행동들 덕에 후반부의 포옹과 그로인해 서로를 의식한다거나, 쓰담쓰담이 더 간질거리게 다가왔던 걸지도 모르겠고.

4) 레이코와 전혀 다른 방식의 수사를 하며 대립점에 서있는 두 형사, 카츠미타 켄사쿠(칸테츠)와 쿠사카 마모루도 매력있었다. 칸테츠의 경우는 강압적이며 제멋대로인 수사방식이나 레이코를 무시하는 부분이 초반엔 좀 짜증이 났는데, 그 수사방식이 감에 의존해 수사하는 레이코나 증거에 따라 수사하는 쿠사카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정하고 보면, 레이코를 막대하는 그의 행동이나 말 속에서 레이코에 대한 신뢰와 걱정이 담겨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쿠사카의 경우는 보다보면 정말 매력적이다. 무뚝뚝하고 외골수스러운 부분이 답답하다 느끼기도 전에, 그의 수사방식에서 보여주는 그의 능력이나 포스가 느껴졌으니 말이다. 그리고, 레이코의 감에 대한 끊임없는 지적은 결국 레이코가 과거의 자신과 같은 실수를 저지를까 우려되어 하는 행동이었고. 어쩐지, 칸테츠가 쿠사카에게 좌절을 경험하게한 것또한 그를 성장시키기 위한 의도적 행동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살짝 들었더랬다. 정말 의도적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그 일을 통헤 쿠사카는 엄청난 능력의 형사가 되었으니 말이다.

5) 이 드라마 속 형사들은 참 올곧고 정의롭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전혀 다른 각자의 수사방식을 통해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며, 결국 각자의 방식을 견제하면서도 인정해야할 때는 인정하는 그런 모습들에서.

6) 그 사건으로 인해 누군가를 향한 살의를 품고 살아가는 레이코가 그런 자신을 바라보고 혼란스러워하고 극복하는 부분도 좋았다.

7) 이 드라마를 보며 일본 드라마를 그리 많이본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은근히 좀 본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 드라마도 아니고 타국의 드라마를 보며 '저 배우 낯익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 자체에 화들짝 놀라버렸으니 말이다. 종종 겪었었고 처음엔 알아보는게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이런 나를 보며 '뭐지?' 스러워지는 중이랄까? 중요한 건.. 낯익지만 누군지 정확히는 모른다는 점!

레이코역의 배우는 얼마 전에 너무(x100) 재미나게 시청한 '장미없는 꽃집'의 여주인공이어서 바로 알아봤지만, 카즈오역의 배우는 이 드라마 전에 무려 두편이나, 그 두편을 시청하며 꽤나 호감을 느꼈음에도 전혀 몰랐다가 이 드라마를 통해 세 캐릭터가 동일인물이란 사실에 은근한 멘붕이 왔다. 정확히는, 이 드라마 전에 시청한 두 드라마의 전혀 다른 분위기의 캐릭터가 동일인물이란 사실이겠지. 캐릭이 좋다고 배우팬질을 전혀 안하는 덕에 이런 일이 생긴 듯 했다. 이번엔 너무 낯이 익어서 1차 검색 후 흠칫, 2차 검색 후 멘붕이 온거였다. (긁적;)

'고쿠센' 교감쌤과 '고쿠센'의 어느 시즌인지는 모르지만 비중있는 학생으로 나왔음이 틀림없는 어느 배우와, 상당히 낯이 익은 몇몇 배우들... 도 있었다.

8) 1월 말에 극장판 개봉기념으로 SP방송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무척 기대되는 중! 극장판도 기대되는데.. 일본개봉이 1월 26일이니 우리나라에선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한숨)

9) 원작도 읽어봐야지! 아, 그러고보니 카가형사 시리즈도 아직 안읽었구나;;

10) 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잔혹한 사건에 대한 연출이, 뭔가 독특하니 괜찮았다. 기형적인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잔혹함을 덜 잔혹하게, 그러나 그 느낌은 확 다가오게, 표현한 게. 특히, 1회의 그 장면의 연출은 뭔가 기묘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의 과거장면의 연출도 독특한 듯 좋았고, '악한열매'편의 초반 '범인의 시선' 연출도 기묘한 느낌이 들었었다. '지나친 정의'편에서 레이코가 교도소 담장 밖에서 쿠라타 슈지의 흔적을 밟는 씬도. 생각하다보니 자꾸 떠올라서 여기끼지; / 오프닝도 좋음!

11) 아, 새삼 내가 수사물을 좋아라한다는 걸 느꼈다. 우리나라에서 방영하는 수사물에 시큰둥한 나를 보며 애정이 식었나.. 는 무슨! 코난을 달고 살면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