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의도 -
뭘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 용서와 화해와 사랑의 해피엔딩을 펼친 20회에 어이가 없어 한참 정신줄 놔버렸는데, 곱씹을 수록 괜찮았던 부분이 떠올라 놓았던 정신줄을 추스리다가, 문득 아쉬웠던 부분들이 떠오르면 울컥하고... 뭐 그런 상황이 반복이다. 게다가, 드라마 자체에 너무 많은 정을 줘버려서 금요일 내내 끝이라는 아쉬움에 어쩔 줄 몰라하며 허덕이다가 토요일에 겨우 마음을 추스리는데... 이게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월요일에 시청예정인 '추적자'가 기대 이상으로 재밌으면 그때 벗어날테고 아니면 수요일 10시 K사에 적도가 아닌 각시탈이 한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 벗어나게 되지않을까? (웃음)
아무튼, 나에게 이 드라마 '적도의 남자'는 진정한 애증의 드라마로 남을 것 같은데 증보다는 애가 더 많은 드라마이기도 하다. 기대치에 못미쳐 속상한 기억은 있으나 그래서 싫었던 기억은 없고 보다가 화났던 기억은 있으나 그보다 좋았던 기억이 더 많으니 말이다. 더불어, 이 드라마를 통해 나란 사람은 절대 드라마 하나에 올인해선 안되며 깊은 정을 줘서도 안된다는 것도 깨닳았다. 올해들어 몰아보기 & 본방사수 드라마에 왜 이렇게 몰입해서 끝난 후 여운에 시달리나 모르겠다. 벌써 몇 편짼지... 오래갈 뻔했던 '미스터 굿바이'는 진짜 엔딩 후 십여분을 미친듯이 울어대고 바로 자고난 후 '파스타''로맨스 타운'으로 마음 다스려서 겨우 여운없이 넘겼지만.. 대신 서숙향 작가 팬이 되어버려서 차기작 기다리느라 힘들다. 암튼, 이래저래 힘들다. 그래도 '보보경심'의 여운을 이기지는 못할테니 다행인가?
분명 19회에 이러이러하면 까겠다, 라고 했는데 ... 그 이러이러한 부분이 다 나왔음에도 도무지 못하겠다. 그놈의 정이 뭔지; 그래서 늘 한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며 리뷰를 썼는데 이번엔 다섯발자국 정도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며 써야겠다고 다짐 중이다. 아직 적도 최종회 관련 리뷰를 찾아보지는 않았으나 이미 까일만큼 까이고도 있을테고; 사실, 수요일까지는... 이라고 했지만 이 리뷰를 다 쓰고나면 80%는 떠나보낼 수 있길 바라는 중이기도 하다. 쓸데없는 서론이 너무 길었고, 그렇게 리뷰 시작하기 전에, 소제목을 '용서가 가장 쉬웠어요'랑 지금 쓴 제목이랑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고도 밝혀두는 바이다. & 드럽게 긴 글입니다. 언제는 짧았냐만은;
1. 선우와 장일
장일의 아버지 용배씨의 죽음은 겨우겨우 유지시키던 장일의 유리멘탈을 산산조각내고 말았다. 처음 이 아이가 미쳐버렸을 때는 '헐' 거렸는데 곱씹어 생각해보면 얘는 선우의 등장만으로도 추위에 덜덜떨며 무너져내리는 유리멘탈이었고, 유일한 가족이자 자신을 지탱하게 만드는 존재인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친구를 죽여서라도 이루고 싶었던 욕망이 무너져내리며 더이상 지킬 것이 없어진 순간 그는 미치고 말았던 것 같다. 어쩌면, 모든 것을 잃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 봉인해둔 죄책감이 풀려버렸고 그 것을 견딜 수 없어 스스로 정신줄을 놓아버린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종의 현실도피.
그리고, 그날 이후 장일의 지난 15년이 궁금했던 선우는 장일의 지옥을 봤다. 정신줄을 놓기 직전, 장일은 선우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말했다. 자신을 용서하지 말라고. 그러나, 장일을 이해하고 싶었고 용서하고 싶어서 그를 자극했던 선우는 결국 장일을 용서했고 자신이 만든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간 장일을 보살펴줬다. (...)
어떻게 선우는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위해 진실을 은폐하고자했고 그 것을 위해서 가장 친했던 친구인 자신을 죽이려고 한 것은 물론이요, 그에 관해 티끌만큼의 죄책감도 없던 그를 용서할 수가 있느냐고 한다면... 그러게말이다. 나는 선우가 아니니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서 장일을 용서할 수 있는 단 한사람인 선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용서하고 싶어했고 그렇게 용서할 수 있는 때를 만들었고 그 때가 와서 용서를 했다.
여기서 아쉬운 점은, 15년 전부터 지금까지 선우는 왜 그렇게나 장일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주고 싶어하냐는 것이다. 이 부분을 어렴풋이 짐작은 하지만 그저 짐작일 뿐이고, 선우가 장일을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켜주고 싶어하는 이유를 어린 시절에 설득력있게 그려냈다면 자신을 그런 지옥 속으로 밀어넣은 장일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고 싶고, 용서하고 싶고, 결국 용서하게 되는 선우의 마음을 조금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선우의 극진한 보살핌 끝에 장일은 놓아버린 정신줄을 다잡게 되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기억했고 선우에게 지난 15년 동안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를 말했다. 장일은 자신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기에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고 여기며 용서를 구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렇게나 지독하게 굴던 녀석이 이런 말을 하는게 뜬금없지만, 또 곱씹어보면... 그렇기에 더 지독하게 굴었던 것도 같다. 용서를 빌고싶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그래서 아쉬운 점은, 선우의 자극에 끊임없이 멘붕하는 모습을 다각도로 보여주기 보다 선우에 대한 죄책감과 용서를 빌고 싶으나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로 인해 차마 그럴 수 없는 그의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냈으면 어땠을까, 라는 것이었다. 뭐, 그 멘붕이 그런 의미였다고 말한다면... 아, 그러셨군요,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지만.
정신을 차린 장일은 진심어린 사과를 위해 경필을 뿌린 그 바다로 가자고 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무언가를 본 후 근처의 절벽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 순간, 장일이 본 것은 무엇일까? 그 순간 절벽과 나무에 가려진 빛을 똑바로 바라보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저 태양 아래에서 당당히 서고 싶다는 뭐 그런. 그래서 갑작스레 선우에게 그 날 이후 늘 악몽으로 등장하는 그 절벽으로 가자고 했고 그렇게 그 곳을 극복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 절벽은 장일의 악몽이자 선우의 악몽이기도 했다. 그들이 지난 15년간 살아온 지옥의 시작이기도 했고. 그 곳에서 선우와 장일은 과거와 마주했다. 선우는 어린 장일과, 장일은 어린 선우와. 그 만남은 오늘을 살아가지만 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멈춰진 시간, 그 시간을 움직이도록 그들의 시계가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태엽을 감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멈춰진 시간 속에서 어제의 너에게 용서를 구하고 또 어제의 너를 용서를 하는 것으로 그들의 시계는 움직였고 그들의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되었다. 두명의 선우와 두명의 장일이 함께있는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고 천천히 현재의 선우와 장일이 등장하며 서로를 마주보는 것이 그렇게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달까? 어찌보면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난 그 씬이 꽤나 인상깊었다.
그 순간, 선우의 미소는 그 날의 지옥에서 벗어나 절벽이 더이상 악몽이 아니게 된 듯 했으니까. 그렇게, 진심으로 장일을 용서할 수 있게된 듯 했달까? 장일 또한 선우의 용서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된 순간인 듯 했고. 장일 또한 그 순간 선우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순간 장일의 선택을 보면, 좀 애매하다. 기쁨이었을까? 선우가 지옥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돌아가는 길, 장일은 또다시 과거와 마주했다. 선우를 바다로 밀어버리는 그 과거. 그리고 장일은 선우를 구하기위해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런 환영 그리고 그에 대한 선택. 그 것은 어쩐지 선우에게 용서를 구했고 용서를 받았지만 장일 스스로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어린 선우와의 만남, 그리고 그가 구한 용서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 선우를 위한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자신으로 인해 지옥 속에 사는 선우를 위한. 아, 꿈보다 해몽인가?
환영 속 어린 선우를 구하고자 바다로 뛰어든 장일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선우를 구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 그리고 과거의 내가 더이상 죄를 짓지 않길 바라는 마음. 그 두가지 마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장일은, 15년전 선우가 겪은 지옥을 하나하나 겪어가며 선우의 지옥을 알았다. 그렇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 혹은 되돌리고 싶은 순간을 떠올리며 가라앉던 장일은 자신을 구하러 온 선우를 보게되었고 그 순간, 진짜 구원을 받게되고 그렇게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게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절벽에서 뛰어내린 순간까지는 그저 환영에 의해 움직인 것이지만, 바다에 가라앉는 순간 모든 짐을 내려놓은 듯한 너무나 평온한 표정을 지은 그가 자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장일의 생사유무는 열린결말이지만 죽었다고 생각하는 중인지라. 장일이 죽는 결말이 아니길 바랬지만... 그 순간의 모든 것이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그래서, 그냥 선우에게 인간적인 용서를 받은 장일이 스스로 죗값을 치루는 건가,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선우는 어떻게 구출되었을까... 는, 스스로 나갔을 수도 있지만 왠지 장일을 살리고자 절대 그러지는 못했을 것 같고 119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기다리던 중 안절부절한 마음에 뛰어들었고 후에 구출받은 것은 아닐까, 라고 추측. 아, 왜 이런 걸 추측해가며 납득해야하는 거지? (...)
2. 수미와 장일
미쳐버린 장일에게 수미와의 기억은 '해미리에 가기로 한 약속'에서 멈춰있었다. 수미와의 첫만남 그리고 해미리 데이트 약속은 15년전 장일에게 행복했던 기억이었나보다. 수미가 무당딸이라는 것을 알게된 이후로 보여주지 않았던 해사한 미소로 수미를 맞이하고 그렇게 장일을 향한 수미의 집착의 시작이 된 해미리 데이트 약속을 먼저 꺼냈다.
장일에게 수미는 어떤 존재였을까? 난 장일이 수미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적은 한번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미쳐버린 장일이 수미를 대하는 모습에서, 어쩌면 15년전 장일은 수미에게 진짜 반했고 그 순간 수미에게 보였던 미소와 전했던 마음은 진심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무당 딸이어서 밀어냈고,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는, 더 높은 곳을 향한 욕망이 거울을 보듯 닮아서, 그 모든 것을 들키지 않기위해 그녀를 무시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 뭐, 수미는 그가 그렇게 지독하게 굴수록 욕망을 향한 그의 처절함이 자신과 닮아서 그에게 더 집착했던 것 같았다.
죽음 속에서 마지막으로 떠올린 기억은 수미와의 해미리 데이트. 그 곳은 해미리가 아니었으나 장일에겐 해미리였다. 수미와 장일에게 해미리란 두 사람이 함께있어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공간, 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수미는 마음 속에 맺힌 응어리를 모두 풀 수 있게된 듯 했다. 뜻대로 되지않는 세상 속에서 나라고 생각하는 장일의 15년 전 그날의 못습을 보며 수미는 그의 거울이 되어준 것은 아닐까, 등등. 뭐, 이렇게 말했지만... 결국, 사랑받는 행복을 알게되며 독기가 사라진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수미와 선우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서로 연락을 하며 살아갈지, 영원히 만나지 않은 채 살아갈지. 아마, 후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간히 소식들은 전해듣겠지, 금줄을 통해서. 선우의 복수는 고작 수미의 그림을 찢는 것이었으나, 그 것은 수미에게 제 살을 찢는 듯한 고통과 같은 것인지라 나름의 복수는 복수라고 생각하는 중이기도 하다. 화가에게 그림은 자식과도 같을테니까. 그 별거아닌 그림찢기가 내 눈엔 별거처럼 보이기도 했고. 뭐, 수미냔의 침묵과 배신에 상처받은 선우의 마음과 어찌 비교하겠느냐만은. (★)
3. 선우 그리고 노식
극심한 스트레스로 선우는 일시적으로 눈이 멀었다. 이런 선우의 실명은 그날 바다에서의 일로 인한 충격과 그간 쌓였던 심적고통의 결과가 아닌가, 싶었다. 영원히 앞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선우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은 진노식이었다. 그리고, 진노식과의 만남으로 선우는 다시 눈을 뜨게되었다. 이 부분도 뭔가 작위적인 느낌이 나서 '헐'거렸지만.... 대충, 선우의 마음에 진노식의 존재가 크게 응어리지고 있었고, 진노식이 그의 실명에 아파하며 그를 안아주는 순간 그 마음 속에 맺힌 응어리가 풀려버리며 눈을 뜨게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면이 되게 어이없고 헛웃음이 나면서도 이해하고 싶어졌던 것은, 그 순간 보여준 진노식과 선우의 마음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배우의 연기가 마음을 움직였다고 해야할까? 사실, 나는 선우가 끝까지 진노식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그에게 복수하길 바랬으나... 선우는 그러질 못했다. 나를 죽이려고 했고 파멸시키려고 했던, 내 어머니를 버리고 내 외가의 재산을 빼앗아버린 그라도, 선우에게 아버지는 아버지였나보다. (...)
선우에게,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 '아버지'란 존재가 가지는 의미는 뭘까? 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나에게 아버지란..................... 뭘까, 라는 생각도 잠시. 선우이 상황과 비교하기 힘들지만, 나에게도 아버지는 애증의 대상이다. 애보다 증이 조금 더 크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도 아버지는 아버지더라. 결국은 가슴에 맺히게 되더라. 그렇게 생각하니 선우가 진노식을 찾게된 것을 개미 눈꼽만큼은 알 것도 같다.
4. 문학커플
진노식이 자신의 생부라는 것이 내내 신경쓰였던 이유 중 하나는, 진노식을 용서할 수 없다고 이를 바득바득가는 지원 때문이었다. 진노식은 선우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이들의 공공의 적이었으니까. 그래서, 진실을 몰랐을 때는 그의 몰락에 미소지을 수 있던 그의 마음은 이제, 그리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결국 선우는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앞을 보던 못보던, 돈이 많던 아니던, 명문대를 나왔던 아니던, 아무 문제 없다던, 그저 김선우여서 좋다던 지원은 진노식의 아들 김선우는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용서를 구하지 않아도 용서를 할 수 있다며 선우에게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친구를 용서하라고 끊임없이 권하던 지원은 진노식을 용서할 수 없기에 그의 아들인 선우와의 관계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순, 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지원은 용서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보다, 그 진실로 그동안 힘겨워하고 아파했을 선우의 마음을 우선 다독여줬을 것 같았으니까.
엔딩씬을 위해서 두 사람에게 이별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이별의 이유를 진노식과 선우의 관계로 짜맞추고, 그 것을 위해 지금껏 용서를 권하던 지원이 용서불가를 외칠 수 있도록 진노식에게 하룻밤 잠시 납치당하게 하는 과정은 정말 어이가 없다고 생각 중이다. 차라리, 선우가 지원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않은 채 떠나버렸고 후에 지원이 선우가 떠난 이유를 알게되며 고민과 갈등을 살짝한 후에 선우를 찾아가는 설정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무튼, 선우는 지원을 위해서 떠났고 지원은 선우가 떠난 텅 빈 자리에서 선우를 그리워했고 그를 찾았다. 잠시간의 엇갈림은 있었지만 다시 재회했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해피엔딩. 나오진 않았지만 이 가운데에는 쿤의 역할이 어느정도 있지않을까, 싶었다.
선우를 잊을 수 없는 지원이 쿤에게 선우의 행방을 물었고, 쿤은 적도에 있는 선우에게 돌아오라고 해서 돌아는 왔는데(지원의 기척에 쿤아저씨는 어쩌구하는 선우의 대사에서 추측;;) 간발의 차이로 엇갈림! 선우를 못만나 속상한 지원이 쿤에게 연락했고 쿤이 선우 도착했다고 엇갈렸나보다고 다시 가보라고해서 다시 그 곳으로 찾아가 재회한 것이 아닐까............ 라며 애써 끼워맞추기 중이다. (나 뭐하냐;;;)
태국 엔딩씬은 극 초반에 촬영한 분량이라 그런가 배우들이 굉장히 풋풋했다. 13년 전으로 돌아간 듯 하달까? 사실은, 13년 전보다 더 풋풋했다. 게다가, 초반 설정은 두 사람이 반말이었는지 반말로 대화. 그 날 극장에서의 쌩뚱맞은 반말드립은 이 결말을 위한 짜맞추기였나보다. 새삼, 작가는 이런 결말을 만들어놓고 왜 그렇게 구성이 치밀하지 못했나, 라는 생각이 드는 중.
아무튼, 이 씬 자체는 꽤나 설레이고 이뻤다. 키스씬에 카메라 빙빙 돌리는 거 빼고. 아무튼, 선우의 활짝핀 비주얼은 모든 것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해졌다는 그런 의미로, 두 사람의 반말은 이제 오로지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 좋은게 좋은 거니까.
5. 그리고, 선우
이 드라마 '적도의 남자'를 보며 내내 아쉬웠던 것은, 선우의 복수가 치밀하지도 완벽하지도 독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선우에게 복수란 용서를 위한 과정이었을 뿐일테니까. 그 것이 완벽하고 치밀하고 처절한 복수를 원했던 시청자 1人인 나와 어긋나서 조금 실망스럽고 화가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거라고... 내가 더 좋아하니 어쩌겠는가, 따라가야지;;; 여전히 선우를 향한 악마드립은 이해가 잘 안되지만(...)
선우는 그랬다. 진노식과 장일의 몰락, 용배의 죽음 및 수미의 그림찢기로 모든 복수가 끝났다고. 그리고 뭘 얼마나 했다고, 거기서 선우 자신이 직접적으로 가담한 일이 뭐가 있다고, 그저 문태주의 충고대로 바람만 불었을 뿐이면서, 가끔 도끼질 몇 번 했을 뿐인데, 그 것이 괴롭고 고통스러워 지원의 품에 안겨 펑펑 울어대는 그런 아이였다. (아이?)
선하디 선한 본성을 숨길 수가 없었던 아이. 여기서 잠시 궁금한 것은 19회의 선우는 애비를 닮아 무식하고 독한 천성을 지닌 아이로 그려내려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20회가 되니 급 선하디 선한 마음이 여린 아이로 표현해서 좀 당혹스럽기도 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방송사고만 없었다면 19회 분량이었다는 것. (19회 원래 엔딩은 장일이 자기 머리에 총 겨누는 거라고;) 이 무슨 널뛰기란 말인가... 작가는 타고나긴 독하게 태어났으나 길러준 아비들 덕에 선해졌다고 말하고 싶은걸까? 등등;;;
궁시렁은 저기서 멈추고, 선우의 감정변화를 지켜보며 난 또 대충 이해하고 용납해버렸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애초부터 선우의 복수는 독할 수가 없었다고. 이걸 극 중으로 바라봐야 할지 극 외로 바라봐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대충 그렇게 생각했다.
결국,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지독한 가시밭길을 걸어온 선우가 이젠 그 길에서 내려와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김선우'로서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기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라고. 태국엔딩에서 보여준 선우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너무나 평온한 김선우일 뿐이었으니까. 만약, 선우의 복수가 독하고 잔혹했다면 선우는 그 고통과 괴로움의 댓가로 실명을 하게되는 결말이 옳았을 것이고 지원과 소소한 행복을 위한 삶을 살아가지 못했을 듯 하니까. 그러니까, 선우의 복수가 결국 독하지 못한 것도 미리 만들어놓은 결말을 위한 조각난 과정은 아니었나, 라는 결론.
태국 엔딩씬 자체는 맘에 들었지만, 이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게 미리 찍어온 태국엔딩은 독이 된 것 같아서 왠지 안타깝다. 만약, 태국씬을 찍어오지 않았다면, 그렇게 그 것에 맞추기위해 조각을 내야하지 않았다면 이 드라마는 어떤 마무리를 지었을까?
뭐가 어찌되었든, 뜯어보고 곱씹어보면 20회 자체는 나쁘지 않다. 너무 일찍 용서를 하고 후반부에 멜로로 몰아넣어서 지루하고 어이없기는 했지만, 그래서 '헐'거리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무난한 결말이란 생각도 하는 중이다. 다만, 이 결말을 위한 과정이 너무 난도질되어 개연성이 상실했다는 것이 함정! 이렇게 상실한 개연성을 배우들이 연기로 매꾸는 듯 해서 안타깝기도 했고. (연출로 매꾸는 부분도 있고)
이딴 해피엔딩이면 대놓고 잘근잘근 씹어주겠노라 했지만, 지금 마음은 그렇다. 난 그래도 선우가 이제 행복할 수 있어서 마음 한켠으론 다행이란 생각도 하는 중이다. 태국 엔딩에서 보여준 선우의 표정은 정말, 너무나 평온해 보였으니까.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6. 그렇게, 안녕...
1> 아, 대놓고 의도했지만 정말 길게썼다. 흠흠. 사실은 더 쓸게 남은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서 넘어가기로 하는 중이기도 하다. 여기서부터는 더 길지도 모르겠다. 나란녀자 말만 딥따많은 그련녀자; (ㅋ)
2> 김인영 작가의 드라마를 제대로 본 것은 이 드라마 '적도의 남자'가 처음이다. 그리고 난 아마 이 분의 드라마는 보지않을 듯 싶다. 그러니 부디, 내가 좋아하는 배우+감독님들이 이 분과 함께하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라는 중이다. 부디. 리뷰쓰며 대놓고 이렇게 말하는 일이 거의 없는 편인데... 난 이 드라마보며 꽤나 불편한 점이 많아서 말이지. 분명, 좋았던 부분들도 있지만... 왠지, 내가 이 드라마에서 좋았다, 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작가가 아닌 연출 쪽인 듯 하다.
3> 개인적으로는 김용수 감독의 연출이 꽤 좋았다. 그닥스러운 부분이 왜 없었겠냐만은 좋았던 부분이 더 많아서 말이지. 가끔 나무를 보느라 숲을 놓치는 느낌도 들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그렇게 신경쓰는 나무에서 빛을 발견하기도 했고. 더불어 캡쳐하는 맛이 쏠쏠하다. 그래서 난 이 분의 차기작을 꼭 볼것이다. 그러니 부디 작가+배우는 내가 '싫어'하는 분이 아니었음 싶다. 그닥은 좀 있어도 싫어는 그리 많지않으니 괜찮으려니.... 더불어, 심리 스릴러 이런 장르면 긴장감 제대로 주실 것도 같다.
4> 그러고보면 요즘은 좋아하는 드라마 작가는 거의 없는 편인데 (신뢰성 하락;) 연출은 몇분 계신다. 아, 내가 드라마 연출을 외워가며 드라마를 볼 줄이야...; 아! 요즘 차기작 완전 기대하며 기다리는 작가는 서숙향 작가. 이분 작품들 - 미스터 굿바이, 파스타, 로맨스 타운 - 너무 좋다. 진짜 좋다. 차기작 언제 하시려나...ㅠㅠㅠㅠ
5> 네명의 주연배우들도 너무나 매력있었던 드라마. 엄태웅-이보영씨는 원래 좋아했는데 그 단계가 업그레이드됐다면, 작품들을 나름 많이 봤음에도 별다른 매력을 못느꼈던 이준혁-임정은씨의 재발견이기도 했다. 내게는 무색무취였던 두 배우에게 색과 향이 입혀진 느낌?
6> 태국에서 선우가 차타고 장일이 찾으러 가는 씬의 하늘. 1회 오프닝에선 노을이었는데 20회(원래 19회)에선 푸르더라. 아, 뭐냐... 이건.
7> 적도의 하늘과 옥상씬들은 참 인상깊었다. 특히, 하늘이 너무 아름다웠음. 그리고, 옥상은 비슷한듯 다 달랐는데... 뭔가 느낌이 ...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지식+글빨 부족으로 표현은 못하겠음.
8> 총맞은 진노식 선우가 업고 가는건 무리수. 구급차 부르면 데리러 올텐데 뭐한다고;;;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인 듯 한데, 그냥 선우가 진노식 응급처치하며 걱정되서 긴장하고 그러는데 애써 아닌 척 하는, 뭐 그런 섬세한 감정으로도 충분히 표현 가능한 배우분들이 아니었나... 뭐 그런 생각 약간. 그러고보면, 진짜 무리수 설정 은근 있다. 지원이 납치씬도 그 의미는 알겠지만 굳이 그걸로 해야했나, 다른 방식으로 풀 수는 없었나, 싶었고 말이지.
9> 이 드라마는 등장인물이 그리 많지도 않은데 그 등장인물의 활용도 정말 못한다는 생각을 간간히 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촘촘히 엮어 그들의 갈등과 행보로 사건이 만들어지고 그 과정 속에서 무언가를 들려줘야하는데 그저 주요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 상황을 설명할 뿐. 어느순간 사라지거나 쩌리가 되어버린 장일네 검사실 사람들, 신준호 검사, 또 하나의 신검, 등등의 캐릭터들이 너무 아쉽다. 더불어, 난 진노식의 비서도 뭔가 한건 할만한 인물이라 생각해서 그 부분도 아쉽고, 윤주 캐릭터도 초반에 비해 못살린 것 같고... 제일 아쉽고 짜증나는 건 문태주. 이 냥반이 가진 설정이 얼마나 임팩트가 있는데 그걸 그냥 용서무한재생기 및 진실알리미 정도로 활용하신 건지.................................. 위에서 말했듯, 애초에 선우의 행복이란 결말을 위해서 독한건 최대한 배제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드니 새삼 불편해진다.
10> 드라마 80분은 너무 길었다. 극 자체도 잔잔하게 흘러가서 더 그런 듯. 아무튼, 곱씹어보면 괜찮은 구석이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개연성 제로의 해피엔딩을 위한 용서모드의 80분이기도 했다. 19회때 방송사고가 없었음 좋았을껄, 하는 아쉬움이 내내 든다.
11> 전체적인 리뷰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는데 왠지 안쓸게 뻔해서 여기에 그냥 생각나는대로 다 쓰는 중이다.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는 '인간의 사랑과 미움은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가?' 였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그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는데... 그 답이 20회였던 것 같다. 20회에서 내가 찾은 답은, 사랑과 미움은 종이 한장 차이라는 것. 혹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지 않을까, 라는 것이었다. 이 극의 주요인물들의 선택이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12> 이 드라마가 산을 탈지도 모른다는 슬픈 예감은 극 초반부터 약간씩 들긴 했었다. 인정하기 싫어서 외면했을 뿐! (ㅋ) 정을 너무 줘서 그렇다. 정안주고 그냥 보는 드라마는 뭔가 산을 탈 것 같은 예감이 들면 바로 놓아버리는데 말이지; 다 그런거 아닌가? 나만 그런가..........?
13> 주절주절 잘도 쓰고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좀 더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을텐데 생각이 안나니 넘어가기로. 아무튼, 이번 회차 리뷰, 진짜 징하게도 쉴드친 느낌이다. 뭐, 20회 두번보면서 느꼈던 부분이기는 했지만. 그리고, 내년 즈음에 문득 생각나면 보고싶다. 그때는 선우 닥빙모드에서 벗어나 진짜 제 3자로 바라보길 바라는 중이다. 그럼, 불편한 부분이 덜하지 않을까? 그리고, 결말을 알기에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곱씹는 맛이 있는 드라마임은 틀림없으니까.
14> 캐스팅 확정부터하면 대략 석달 조금 넘는 시간동안 적도앓이를 해버렸다. 그래서 결말에 '헐'거리면서도 내내 먹먹해지고, 곱씹으며 생각해보고, 맘에 안들면 작정하고 까주겠노라 했으면서도 결국은 없는 개연성 찾아다가 쉴드쳐보고, 그렇게 된 듯 싶다. 아무튼, 드라마 하나에 이렇기 집중하며 포스팅해본 것도 처음이고... 앞으로는 절대 이런 짓 안할 거다. 드라마 떠나보낼 때 정신적으로 심적으로 너무 힘들다. 원래 끝나면 쿨하게 바이바이하는 성격인데.
15> 아무튼, 오래도록 즐겁게 추억할만한 드라마였다. 드라마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배우분들과 제작진들도 수고하셨고 좋은 작품으로 다시 인사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__)
16> 계실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도 만큼이나 개연성없이 그저 사심으로 얼렁뚱땅 써내려간 적도관련 이런저런 이야기들 들어주신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읽느라 보느라 수고하셨어요. (--)(__)
17> 나도 수고했고. 이제, 정신차리자!
18> 수목극 '인현왕후의 남자'에 집중해야할 듯 싶다. 6회까지 몰아보고 7회부터 본방봤는데 적도 직후라 정신이 황폐해져서 9회만 집중했었다. 그래서 복습이 필요한데 지금 심적으로 힘들어서...(긁적) 그리고, 공중파 수목은 아직 보류. & 월화는 '추적자' 볼 예정이다. '추적자'가 기대 이상으로 재밌어서 적도를 내 마음에서 몰아내주길 바라며....
19> 끝. 다음 적도관련 포스팅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생각한 거는 있는데 내가 워낙 게을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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