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적도의 남자 17회) 자중지란 그리고 서글픈 욕망

도희(dh) 2012. 5. 17. 19:01
장일이가 미쳐버릴 때까지 고통을 줄거에요.
진노식, 최수미, 최광춘. 다 용서할 수 없어요.

- 적도의 남자 17회 / 선우 -

 


 


선우가 공들여 짜놓은 판 위에 선우의 인생을 망가뜨렸던, 그 이유로 선택 받은  말들이 올라왔다. 자신들이 말인지 모르는 채, 혹은 알지만 벗어날 수 없기에, 선우가 짜놓은 판 위에 올라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선우는 그들이 죄를 짓는 것도 마다않고 그토록 지키고자 하는 '욕망'을 미끼로 서로 싸우게 만들었다.

장일과 용배는 선우로 인해서 진회장을 궁지로 몰았다. 광춘과 진회장은 선우의 주선으로 만났다. 용배는 선우를 통해 그들의 만남을 알게되었다. 장일과 수미는 15년 전 그날의 일로 약점을 잡혀 선우의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지난 15년의 세월동안 비밀을 공유하며 동맹관계를 유지하던 그들은 서로의 뒷통수를 후려쳤다.

그 얼얼함에 당황한 이는 반격을 시도한다. 그렇게, 동맹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믿음과 신뢰를 잃은, 아니, 애초에 거래로 시작된 관계여서 신뢰따위는 없었던 그들은 선우가 툭 던진 돌멩이로 인해 생긴 물결에 놀라 서로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 것만이 살 길이라는 듯이, 그 것이 함께 죽는 길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채로 혹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무모하고 무식해서 더 섬뜩한 선우의 날선 복수는 그렇게 진행되고 있었다. 

더이상 용서는 없다고, 오락가락하던 마음을 확실히 정했다고, 장일이 미쳐버릴 떄까지 고통을 주겠노라던 선우였으나 여전히 용서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춥고 강하고 외로웠으나 친구의 눈빛이 있었던 15년 전의 장일. 선우는 그런 장일의 눈빛이 그리웠던 것 같다. 이미 늦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되돌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장일을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넣어서라도, 그렇게 그가 미쳐버리기 직전까지의 상황을 만들어서라도 '용서'를 빌도록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너를 용서 해주기 위해서는 네가 나에게 용서를 구해야만 하니까. 용서를 구하지도 않는 너를 어찌 용서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선우는 판을 짰다. 15년 전 피해자였던 자신을 가해자로, 15년 전 가해자였던 그를 피해자로 역할바꾸기를 하게되었다. 그렇게, 선우는 15년 전 자신이 겪었던 일을 장일이 체험하게 만듦과 동시에, 선우 자신은 15년전 장일의 입장에 서보게 되었다. 뭐랄까, 장일에게 15년 전 자신이 겪은 고통을 느끼게해주며 그를 압박하고 그렇게 그의 잠자는 죄책감을 깨우기 위한 것처럼 보이면서, 또한, 13년 전 등 뒤에서 비수를 꽂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싶어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한비자같은 책을 찾던 선우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너는 혹시 지금까지도 장일이를 이해해보고 싶은 것이냐, 고. 그 순간의 장일이 되어 그의 심정을 이해해보고 싶은 것이냐고. 묻고싶었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서 그를 친 순간 너는 어땠냐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준 순간, 너는 후련했냐고, 묻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그가 용서를 구하게 하고 싶어하는 너를 지켜보는 나는 마음이 아팠고 또 슬펐다고 말해주고 싶기도 했고.

결국, 장일은 선우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용서를 구하기는 커녕, 그때 너를 더 세게 쳐서 죽여버렸어야 했다고 말하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장일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미친...' 이란 소리가 절로 나오며 욱한 감정이 들었는데, 그런데 난 또 왜 그렇게 슬펐나 모르겠다. 극한의 상황에 몰린 순간까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못하는, 그렇게 해서라도 지켜야만 하는 그의 욕망이 서글펐다.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바에 죽는게 낫다는, 죽음으로서 침묵한 채 그렇게 나를 그리고 나를 이루는 나의 욕망을 지키겠노라는 집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간신히 이성의 끈을 잡고서 자신을 몰아붙히는 선우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죽음을 각오했다는 그런 뜻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그 말로 인해서 선우는 이성의 끈을 툭- 놓아버린 듯 했으니까.

15년 전 선우의 입장에 서게된, 그렇게 방심한 사이 뒷통수는 아니지만 뒤에서 공격을 당한 순간, 장일은 어떤 공포를 맛보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 순간, 장일이 애써 봉인해둔 죄책감이 풀려버린 것은 아닐까, 라는. 그리고, 깨닫게 된 것은 아닐까.. 그 날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그 것을 깨닫게된 순간, 자신은 결코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고, 그렇기에 용서를 구할 자격도 없다고 여긴 것은 아닐까, 그래서,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그런 말을 내뱉은 것은 아닐까... 라는. 그의 브레이크는 고장났고 고칠 생각도 없이 그냥 몸을 맡겨벼린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어린 시절부터 장일이는 좀 극단적인 성격인 것도 같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그 속에서 최선을 찾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그 것을 막기위해 정신줄을 놔버리는. 그 결과, 친구의 뒷통수를 쳤고, 그 것을 숨기기위해 거짓으로 진실을 덮으며 제무덤을 파고있으니 말이다. 장일에 대해서는 그 어떤 연민이나 동정같은 건 없다. 그런데, 이 순간의 장일을 보며... 그의 욕망이 참 서글프다는 생각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여전히 춥고 강하고 외로운 녀석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냥, 무릎꿇고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그렇게 말하면 선우는 용서해줄 것도 같은데, 장일에게 그 것은 죽기보다 두렵고 힘들고 싫은 일인가보다. 용서를 구하는 순간, 자신을 이루는 욕망이 무너지고 그렇게 인생에서 패배한다고 여기는 걸까? 잘 모르겠다. 나에겐 장일이처럼 내 모든 걸 걸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욕망이란 것은 없기에. 문득, 선우는 왜 그렇게까지 장일을 소중히 여겼는지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으론 닿지않았던 그 이유가 조금은 닿아버린 것도 같다. 아주 조금. 왜 지금 이 순간에 닿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선우도 참 화나고 힘들고 아프고 슬펐을 것 같다, 이런 장일이의 선택이.

헤밍씨는 선우가 어둠으로 뒤덮힌 긴 터널에서 길을 잃지않게 해줄 한줄기 빛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광춘을 만나고, 진노식을 만나고, 용배를 만나고, 장일을 만나고, 수미를 만나며, 서서히 어둠에 잠식당하는 선우가 자신을 잃지않게 만들어주는 존재로서의 역할도 하고있었다. 그렇게, 선우는 지원의 곁에서 만큼은 김선우로서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을 알기에 그녀 앞에서 자신을 다 내려놓지 못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방송 전 하이라이트 장면 때문에 두 사람이 한번은 엇갈리게 될 것 같기는 한데, 그 것이 어떤 이유로 엇갈릴지가 궁금해진다. 사실, 지난 주까지는 지원이 선우의 손을 놓을 것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남자는 내가 지킨다'는 지원이 선우의 손을 절대 놓을 것 같지는 않고.... 선우가 먼저 지원의 손을 놓아버리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아, 몰라몰라.

아무튼, 현실도피를 하려는 선우의 약해진 마음을 바아주기 보다는 단호한 반응을 보이며 다잡아주는 헤밍씨는 여전히 참 멋진 여자였다. 더불어,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이용해서 내 것을 지켜내는 그녀의 모습도 멋졌고. 헤밍씨와 수미냔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에서 동생은 당근 수미냔이라고 했지만 (미친냔은 함부로 상대하면 안된다는 이유로;) 난 왠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무기가 될 수 있는 헤밍씨가 이길 것도 같다. 일단, 헤밍씨는 말빨도 있음! 수미냔이 감성적이라면 헤밍씨는 이성적인지라. 아, 내 남자를 지키기위한 수미냔과 헤밍씨의 전쟁, 뭐 이런 것도 나오려나? 뜬금없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맘에 들었던 장면 몇 개 캡쳐. 어제 예고엔 있었는데 본방에는 없어서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굉장히 순간적이었지만, 예고에서 보며 꽤 인상적이어서 캡쳐대기하고 있었는데;;; (아쉽) 아무튼, 이 드라마가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장면들. 너무 좋다. (꺄)


덧1) 욕망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복수를 하는 선우. 수미의 욕망은 그림, 장일의 욕망은 명예, 진회장의 욕망은 돈, 용배의 욕망은 장일의 성공, 광춘의 욕망은... 살아간다는 것, 이 아닐까? 그리고, 선우의 욕망은 '복수', 그 욕망을 무너뜨릴 존재는 문태주와 진노식이겠지... 그런데, 그는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소소한 꿈을 꾸던 그 시절로.

덧2) 가해자와 방관자의 책임회피와 책임전가 그리고 자기합리화란...!!!

덧3) 바람이 아닌 도끼질을 시작한 선우는 많이 무섭다. 무서운데 슬프다. 괴물은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생각나는 회차이기도 했다. 괴물이 되어가는 선우에게서, 그리고, 옥상씬에서.

덧4) 적도 보고난 후에 바로 인남을 보는데, 몰입을 못하고 있다. 지난 주에도 보긴 봤는데 집중을 전혀 못했음. 주말에 7회부터 복습한번 더 해야할 것 같다. 분명, 재밌는데.. 적도의 여운에 사로잡혀 멍때리며 본달까? 그래도, 희진이 넘 사랑스럽고 붕도 멋짐! (~ 인현왕후의 남자)

덧5) 외모갖고 뭐라하는 거 좀 거슬리기 시작했다. 벌써 네번째. 왜 그러시나 알겠지만 모르겠음. 모르는 걸로 하겠음. 알기 싫음. 같이 보던 동생은 그 대사 나온 후로 막 낄낄거리고... 그래서, 나는 말했다. 나는 선우 얼빠라고!!!

덧6) 그래도, 적도가 재밌기 하나보다. 적도 시작 전에 잘꺼라던 동생, 적도 끝날 때까지 코멘트 달아가며 (개드립도 간간히 쳐가며) 보다가 끝난 후 바로 자는 걸 보면 말이지. 사실, 내가 옆에서 뭘봐도 졸리면 그냥 자는 녀석인데 이상하게 적도볼 때는 졸리다면서도 안자고 다 보고 잔다. 그냥 자도 되는데, 이 녀석 깨있으면 몰입을 못하는데... 등등; 더불어, 적도 보기 전에 너무 졸려서 인남까지 보고 잘 수 있을까, 하던 나는 적도 본 후에 잠이 다 깨서 인남보고 좀 놀다가 잤.... 근데, 이상한 꿈꿔서 일찍 일어났다. 그래서, 지금 너무 졸림...zzz

덧7) 3회차 남았다ㅠㅠ 적도 예고는 안나오면서 '각시탈' 예고는 나오니 마음이 참; 근데, '각시탈' 예고 좋음.

덧8) 장일의 패기에 박수를 쳐야할지 욕을 해야할지... 욕하면서 박수! (...)

덧9) 할 말이 더 있었는데 전혀 생각이 안난다. 정신 맑을 때 좀 끄적여 놓을 걸....; 지금, 너무 졸려서 그런 것도 있음. 사실, 리뷰도 뭐라 썼는지 전혀 이해가 안되는 중.. 손가락이 알아서 썼으려니ㅡ.ㅡzzzzzzz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