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도의 남자 15회 / 선우 -
광춘의 편지로 인해 아버지 경필을 죽인 범인과 관련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장일이 왜 그토록 이 사건을 덮으려고만 하는지 선우는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 편지가 '진실'이라는 확신을 갖게된 선우는 가장 먼저 장일을 찾아갔다. 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장일을 용서하고 싶은 듯한 선우가 장일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인 듯 싶었다. 결국, 장일은 그 기회를 뿌리쳤고 미안한 기색조차 없는 장일에게 실망한 선우의 슬픔과 분노는 더욱 깊어진 듯 했다.
직구와 떠보기로 승부를 거는 선우는, 장일에 이어 광춘을 만나 직구를 던졌으나 그들 모두 그 공을 피했고 이번에는 용배를 만나 그의 심리를 압박하며 떠보기를 했다. 그가, 바로 진범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러나 그가 긴장할만한 말을 흘리며, 그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은 채, 용배와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15년이란 세월동안 단단히 잠겨있던 진실의 문은 광춘의 편지로 인해 열렸다. 그러나, 그 진실과 관련된 이들은 모두 그 진실을 들춰내는 것을 두려워했고 덮으려고만 했다. 그리고, 자신의 안위와 딸의 부탁으로 인해 방관자의 입장을 취하던 광춘은 살인자의 아들인 장일에 대한 애증을 내려놓지 못하는 딸 수미를 위해 선우를 그 진실과 마주하게 해주었다.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저 알고는 있었던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지난 13년간 그저 가슴 속에 간직하며 홀로 삭히던, 그렇게 지난 13년간 가슴 속에서 꾹꾹 눌러담아왔던 그 슬픔이 터져나왔다. 꺼억꺼억, 가슴 속에 맺혀있던 그 것이 어떤 이유로 터지며 숨을 쉴 수도 없이 꺼억꺼억, 그렇게 힘겹게, 숨막히듯 뱉어내던 울음. 그의 울음이, 너무 아팠다. 내가 어찌 그가 보내온 지난 13년의 세월동안 그의 가슴에 맺히고 또 맺혀버린 고통과 아픔과 슬픔을 알겠느냐만은, 그가 뱉어낸 그런 울음을 뱉어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울음이 가슴을 얼마나 쥐어짜는 슬픔의 결과인지를. 맺혀있던 슬픔이 힘들게 뱉어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이 멎는 듯 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저렇게 울어본 것은 언제였더라...? 3년 전이었던가... (먼산)
사실, 배경음악 없이 좀 더 길게 선우의 울음이 이어지길 바랬었다. 너무 잔인할지 몰라도. 그 장면은, 지난 13년간 억눌러온 그의 감정이 모두 쏟아내지는 장면이기에. 그러다가 BGM이 깔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 몰입이 그 순간 조금은 깨졌다. 다행인지, 복습할 때는 그 때와 달리 완전히 몰입하게되며 그저 아프게 바라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찡해져서 눈물이 맺힐 뻔 했었다.
눈물씬을 보면 잘 따라우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이 씬에선 같이 울어주진 못했다. 그 것은, 너무 아파서 차마 같이 울어주지도 못하겠다는 뭐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선우의 울음소리를 듣고도 선뜻 나가지 못한 채 잠시 주저했던 지원의 마음도 그러지 않았을까? 내가 다 담을 수 없는, 차마 이해한다는 말로 위로하기엔 너무나 깊은, 그의 고통과 아픔과 슬픔을, 어떻게 위로해줘야만 하는 걸까, 라는.
어쨌든 다행이었다. 지원이 선우 곁에 있어줘서. 지원의 발소리에 멈춰지지 않는 울음을 참아보려던 선우가, 지원의 손길이 닿자 어린 아이처럼 매달려 맘놓고 울음을 토해내는 장면은, 정말 마음이 아프면서도 따뜻해졌다. 선우를 안아주고 위로해줄 수 있는 지원에게 고마웠다. 그녀가 그의 곁에 있어 다행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던 지난 날의 선우를 사랑으로 용서해줬던 지원이에게 새삼 감사했고. 이 두 사람을 급 화해시킨 이유는 이 것이었구나, 등등. 예고를 보며, 여전히 오해모드에서 지원이가 우연히 보고 품어주는 거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건 잠시 접어두도록 하자. (...)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그 사람들을 잃는 게 가장 큰 고통이라던 그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 날 떠나나, 라는. 가장 사랑했던 아버지와 친구를 잃은 그는 이제 그의 인생의 절반인 그녀를 잃고싶지 않다고 했다. 사실, 이 말을 헤밍씨가 자는 척하며 듣는 매우 뻔한 상황을 기대했으나 헤밍씨는 그저 주무시고 계셨다.
아무튼, 참 아픈 고백이었다. 더이상 잃고싶지 않은 사람. 그래서, 방송 후 떴다가 사라진 '미리보기'의 마지막 줄, 결코 잃고싶지 않은 사람이 자신으로 인해 위험에 빠지는 순간, 그 일이 선우에게 어떤 분노를 불러일으킬지 기대되는 중이다. 그리고, 이 사건이 어떤 바람을 불러와 휘몰아치게 될지도.
한편, 아버지 그리고 자신을 지켜야만 했던 장일은 어떻게든 이번 사건의 공소시효를 넘겨야만 했다. 공소시효는 몇일 남지 않았다. 아버지 용배의 참고인 조사가 시작되었고 과거 거울을 보며 거짓을 연기했던 경험을 토대로 아버지에게 '거짓증언'을 연습시키며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는 그는 선우와는 다른 이유로 그는 그 긴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우가 진실에 근접해왔다. 열어선 안될 문을 열려고 했다. 멘탈의 재정비 후 더이상의 멘붕은 없었지만, 시시각각, 예상치 못한 길로 자신에게 다가와 '진실'을 들이미는 선우로 인해서 장일은 아마 초조해졌을 것이다. 불안하기도 하겠지. 그렇게 순간순간 선우에게 대응하던 장일은, 선우를 먼저 공격하기로 했다. 이 공격이 장일에게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는 모르겠으나, 부디, 선우를 향한 그 공격이 부메랑이 되어 그에게 고스란히 다가오길 바라는 중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선우는 왜 흘리지 않는 것일까? 용배가 장일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그 사실을, 과거 쿤이 신준호에게 진정서 이야기를 넌지시 흘린 것처럼,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넌지시 흘리기만 한다면 일이 꼬이는 것은 시간문제일텐데 말이다. 장일의 거짓말은 쌓여가고 있다. 차곡차곡. 이 거짓말이 어느 지점에서 삐걱거리게 될지도 궁금하다. 아슬아슬하게 쌓여있는 돌멩이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하나만 더 올리면 끝날 것 같은 탑쌓기는, 무너지는 순간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고.
수미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류의 사람이다. 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머리로 골백번을 생각해도 수미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난 참 오래 전부터 그녀를 위한 변명을 해주고 싶었다. 결국, 아무리 정리를 해도 설득력은 없었고 포기했지만. 그 것은, 내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왜 그런가 모르겠는데 나는 수미의 행동이나 사랑이 마음에는 닿아버렸다. 이해는 못하겠는데 알 것은 같다. 그녀가 대체 왜 그러는건지.
그래서, 아버지 광춘에게 힘겹게 토해내는 진심이, 안쓰럽기도 했다. 세상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기에 '나'를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 그러던 어느 날, 나와 같은 아이를 만났고, 그 아이가 나를 무시하는 것이 못내 화가나서 짓밟아주고 싶지만, 그마저도 '나' 같아서 슬프고 아프고 그래서 결국 감싸주고 싶은 뭐 그런...? 앞으로 극이 전개되며 또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겠으나, 지금까지는 그렇게 다가왔다. 수미의 그 말, '난 니가 불쌍해. 나랑 비슷해서'가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수미의 모든 행동의 이유일 것이라는. 그냥 쥐어짜자면 지금까지는 이렇게 짜맞추기가 되었다.
아, 저 장면 좋았다. 그림은 수미가 만들어내는 현실, 그 속에 서있는 장일, 같았달까? 더불어, 진짜 이 드라마 보며 처음으로 성인 장일이 비주얼에 낚여서 정줄놓고 봤던 장면이기도 했다. 진짜, 그림같아서 그런 걸까? 그 다음 장면부터는 또 그냥 '장일이로세ㅡ.ㅡ' 이러며 본 걸 보면;
그리고, 문태주에 대한 자격지심이 불러일으킨 눈먼 투자는 그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번 선우와 만났을 때의 대화를 기억해닌 그는 다시금 선우를 불러 떠보기로 했다. 그러나, 선우는 더이상 그와 거짓된 가면에 미소를 그으며 마주할 생각이 없었다. 진실과 마주한 직후였기에. 그렇게, 선우는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며 특기인 돌직구를 던졌고 진회장은 그 것을 피하지않고 받아치며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다.
죄를 인정할 수 없는 진회장과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현실을 알기에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복수를 다짐하는 선우. 끝없는 의심과 욕망은 그를 썩게 만들었고 문태주란 바람에 휘청이던 그는 그 현실을 부정한 채, 자신을 흔들려는 김선우라는 바람을 막기위해 무리수를 두게될 듯 싶다.
선우는 말했다. 그의 가장 소중한 것을 뺐겠다고.
그렇다면, 진회장의 가장 소중한 것은 뭘까? 자꾸만 생각해본다. 참 외로운 사람, 그 외로움을 채워준 은애, 그런 은애에 대한 집착은 의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렇게 가장 믿었던 후배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을 무참히 버린 그. 그 후로 더더욱 외롭고 추웠을 그는, '돈'이라는 욕망에 의지했을 것이다. 더불어, 문태주를 향한 질투와 자격지심으로 인해 언젠가 그를 처절히 짓밟겠노라는 그 다짐도 있었겠지.
선우는 아마 진회장이 오랜 세월 쌓아온 공든탑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그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국 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오랜 세월 그를 지탱해왔던, 그가 그토록 믿어왔던 '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 순간, 그가 그토록 이루고자 버둥거렸던 욕망의 뿌리가 흔들리게 될테니까. 궁금해진다. 진실을 알게된 순간 그는 그 진실마저 이용하려들까, 진실에 무너질까...? 1회 첫장면만 보면 왠지 진실마저 이용하려는 것 같기는 하다. (...)
선우는, 각성을 했다. 장일이 장장 2회 반동안 멘붕상태에서 벗어나 멘탈의 재정비 후 각성을 한 것과 달리 선우는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과 마주한 순간, 그렇게 13년이란 세월동안 가슴에 맺혔던 모든 것을 울음으로 토해낸 순간, 각성을 했다. 이 각성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드라마가 말하는 '복수'는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복수'와 다른 길을 걷고있다는 걸 인정한 순간... 알아서 잘 그려주시겠지, 라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중이다.
보통, 내가 예상한 틀과 벗어나면 조금은 실망하고 힘빠지기 마련인데 이 드라마는 애정도가 너무 높아 그런가 벌써 실망하고 힘빼기가 싫다. 그래서, 지켜봐주자, 드라마가 끝나고 큰 그림이 나오면 그 후에 이야기를 해보자, 뭐 이런 마음이다. (...)
덕분인지, 전만큼 몰입해서 정신줄 놓고 시청하진 않고있다. 난 이 또한 다행이라고 생각 중이다. 이제 방영 5회차가 남은 드라마. 이렇게 서서히 드라마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다가 남은 회차가 정말 내 남은 기를 다 빨아버리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함정;
아무튼, 솔직히 고백하자면 '적도의 남자' 15회는 중반까지 좀 웃어주다가 후반에 덜덜거리며 봤더랬다. 난, 이 드라마 왤케 웃겼나 모르겠다. 되게 진지한데 웃겼던 씬들이 몇개 있었다. 시카고 가는 거에 '니가가라 시카고' 라고 홀로 중얼거리다거나, 선우 밥먹다가 장일이가 가라니까 바로 가는 거라던가;;; 등등등. 그런데, 자동차씬은 좀 멋졌음+.+
& 생방촬영이 심각한가보다. 16회는 예고없이 진심 청순뇌로 시청할 듯! 이 드라마 방영 후 지금까지 미리보기 외에 그 어떤 스포도 접하지 못한 채 이 드라마 시청하는 건 처음인 듯 싶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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