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인현왕후의 남자 1~6회) 30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인연

도희(dh) 2012. 5. 6. 09:15

난 머리가 나쁘니까 당신이 얘기해봐요.
우리가 애인이 된게 인이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인현왕후의 남자 6회 / 최희진 -




300년 전의 남자, 김붕도

몰락한 서인가문 출신의 홍문관 교리 김붕도는 왕의 총애를 받는 인물로, 현재 왕의 밀명을 받아 인현왕후 복위를 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인현왕후의 암살 음모를 담은 남인의 영수 우의정 민암의 친필 서찰을 손에 넣게되며 그들의 표적이 된다. 그렇게, 그들에게 쫓기던 붕도는 기생 윤월에게 전해받은 현암사 주지스님의 부적으로 인해 목숨이 위험한 순간 300년의 시간을 거슬러 2012년의 서울에서 무명 여배우 희진을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이 낯설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붕도는 그 혼란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보다는 유일한 장점인 빠른 적응력과 똑똑한 두뇌를 활용해서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부적을 통한 시간여행의 법칙을 파악하고 그 것을 이용하려는 붕도는 희진의 도움을 받아 도서관에서 조선왕조실록을 읽게된다. 불과 몇달 후(대략 한달)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일이 이루어진다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잠시, 현재의 시점(갑술년 3월 10일)에서 바로 다음 날 자신이 역모죄로 끌려가서 탐라로 유배를 가게되고 그 이틀 후 병으로 죽게된다는 '미래'를 알게되었다.

그렇게 붕도는,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보름 후면 현재 중전의 자리에 있는 장옥정은 희빈으로 강등될 것이고 그렇게 폐서인이 된 중전(인현왕후)이 복위될 것이다. 중전이 복위되고 남인이 몰락하면 왕의 총애를 한몸에 받는 김붕도의 출세길도 열리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정해져있는 죽음이라는 운명. 이 운명을 받아들여 죽어야 하는지, 그 운명에서 벗어나 살 길을 도모해야 하는지. 붕도는 후자를 택했고 보름의 시간을 버티기 위해서 300년 후의 세상으로 시간여행을 왔다. 그리고, 우연히 득템한 중국어 가이드북을 통해 2012년 대한민국을 알아갔고 늘 우연히 만나던 희진에게 직접 연락을 함으로서 그들의 인연을 자신의 의지로 이어나갔다.

붕도는 그 후에도 계속 300년의 시간을 이동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위한 행동을 할 듯 했다. 붕도가 가진 패가 뭔지 몰라서 혼란과 두려움에 빠진 민암을 더욱 혼란스럽게하며 결국 자멸하게 만들고자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 그 와중에 희진과의 달달한 로맨스도 이어갈 듯 하고. (ㅎ)

김붕도란 캐릭터가 매력있었던 것은, 나름 사회지도층인 양반의 체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장점과 단점에 솔직하다는 것이었다. 단점을 솔직히 시인함과 동시에 장점을 살리는 것으로 자신이 처한 현실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은 물론, 그 것을 활용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든다는 것. 그 것은, 남인으로 인해 가문이 몰락하고 재기를 위해 숨을 고르며 살아왔던 김붕도의 지난 세월이 만들어낸 결과는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예의바르면서도 적당히 유들하고 그려면서도 다정한 성격도 좋았고.

300년 후의 여자, 최희진

미인대회 출신으로 제대로 된 역할 한 번 맡아본 적 없이 그저 그런 화보촬영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무명 여배우 희진은, 드라마 '新 장희빈'의 인현왕후 역할을 맡게되며 드디어 인생이 빛이 촤악 비춰지는가 싶은 찰나, 숙종 역을 맡게된 과거 연인이었던 한류스타 한동민과 장희빈 역을 맡게된 국민요정 인기여배우 윤나정으로 인해서 조금은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300년 전 조선에서 왔다는 김붕도를 만나게 되며 희진의 인생은 조금 더 꼬이게 된다.

처음엔 붕도의 말을 믿지않았던 희진은, 붕도의 말과 행동 그리고 진심이 담긴 눈빛에서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되며 그의 말을 믿게된다. 그 후,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붕도를 돕게되며 그와의 인연을 이어나갔다. 서서히 솔직하고 다정하고 따스하면서 적당히 유들한 붕도의 매력에 빠져들게된 희진은 우연히 붕도의 미래를 알게되며 혹시 그가 죽었을까봐 마음아파하며 전전긍긍 하게된다.

그러던 중, 붕도의 연락을 받으며 그가 살아있음을 알게되고 그를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제주도까지 붕도를 찾아가며 더이상 우연이 아닌, 스스로의 손으로 그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괜한 오지랖을 떠는 한동민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붕도를 돕기위해 폭탄선언을 하게된다.

거친 연예계를 살아가는 최희진은 굉장히 순수하고 어리버리한 듯 하지만, 자신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달려나가는 그런 캐릭터인 듯 했다. 뭔가, 딱 꼬집어서 말하긴 힘들정도로 전형적인 캐릭터인 듯 한데 그게 다가 아닌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 캐릭터이다. 밝고 이쁘고 순진하고 어리버리한데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한, 굉장히 사랑스러운 캐릭터랄까? 최희진이란 캐릭터 자체가 사랑스러운 것도 있지만, 희진을 바라보는 붕도의 눈빛이 그녀를 너무 사랑스럽고 따뜻하게 바라봐서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300년을 뛰어넘은 인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여행은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대략 보름간 2012년의 대한민국을 이방인의 입장에서 여행을 하게될 붕도는, 그 여행지에서 자신에게 아낌없는 도움을 주는 최희진이라는 운명같은 여자를 만나 어떤 사랑을 하게될지도 궁금해진다. 희진 또한 곧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걸 알면서도 김붕도라는 여행자에게 빠져들며 어떤 사랑을 하게될지도. 희진의 경우는 이제 막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여배우로서 붕도와의 공개연애가 그녀의 목표(꿈)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걱정되고 말이지. 타임슬립물인지라 두 사람이 해피엔딩일 가능성이 그리 커보이지 않아서 그런가, 꽤나 달달하고 설레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되는 중이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기대되는 드라마가 아니었던지라 관심 밖이었는데, 평이 괜찮아서 조금씩 관심을 갖고있던 차에, 요즘 너무 한 드라마만 봐서 그런가 이래저래 너무 지쳐서 이 것을 떨쳐내기위해서 본 드라마이기도 하다. 1~2회는 붕도와 희진이 살아가는 각자의 시간 및 처한 현실, 그리고 붕도가 300년을 넘나드는 시간여행을 하게되는 이유가 설명되는 회차여서 조금은 지루한데, 3회부터 본격적으로 희진과 붕도가 엮이게되며 재미가 있어졌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씬은 꽤 이쁘고 달달하고 재밌음. 너무너무 재밌다며 꺄~ 거릴 정도는 아닌데, 괜히 설레이고 그런 드라마였다.


덧1) 붕도의 패션센스 굿! 아무 옷이나 대충 훔쳐입는 설정인데 그게 대충인가, 스러울 정도로.

덧2) 도서관에서의 키스씬 꽤나 설레였다. 아, 붕도는 진심으로 선수임. 희진 말대로 저게 선수지 뭐가 선수야;

덧3) 지현우씨는 지PD 이후로 첨으로 약간 설레여하며 보는 중이고, 유인나씨가 저리 사랑스러운지 처음 알았음.

덧4) 한동민 역의 김진우씨. 드라마 쪽으로 오신 걸 알았지만 직접 보는 건 처음이다. 항상, 내가 안보는 드라마에만 출연하셔서. 오래 전에 '그리스'에서 첨보고나서 부터 생각했는데, 진짜 김지훈씨랑 많이 닮은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음. 나만 닮았다고 몇년 전부터 외치는 중;;; 그나저나, 김지훈씨는 언제 제대하려나...?

덧5) 과거의 인현왕후, 목소리가 익숙하다 했더니 '텐' 1회와 '오작교 형제들'에 나왔던 그녀였다. 난 이 분 목소리가 참 인상깊다. 약간, 이일화씨 느낌이 난달까?

덧6) 현대 부분은 붕도와 희진의 로맨스 때문에 흥미롭고, 과거 부분은 붕도가 '시간여행'을 통해서 역사를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가 궁금하다. 더불어, 기록과 달리 살아있는 붕도의 존재는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도. 그래도, 이 드라마는 희진과 붕도를 붙혀놔야 재밌음!

덧7) 미래를 먼저 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약희(보보경심)가 생각났다. 그저 방관자로서 그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던 그녀와 달리 붕도는 자신이 아는 미래를 활용해 원하는 바를 이루려 하겠지? 그렇기에 '죽음'이라는 예정된 시간을 거스른 것이었고. 그런데, 내 죽음을 먼저 알게된다는 것은 또 어떤 기분일까? 자신의 미래를 알기에 그 흐름을 바꿀 수 있었던 붕도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이제 내 '시대'의 미래는 알지만 더이상 '나'의 미래는 알 수 없게 되었다. 어쩌면 알기에 행한 행동들로 내 '시대'의 흐름 또한 흐트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또한 어쩌면 약희처럼 자신의 걸음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나의 이 한걸음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줄까, 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까, 뭐 이런. 너무 깊이 파고드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