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추적자 1~2회) 내가 지켜야할 것을 위한 전쟁이 시작되다

도희(dh) 2012. 5. 30. 12:15

1>
지난 월-화에 새로 시작한 드라마 <추적자>는 형사인 아버지 백홍석이 어느 날 의문스런 사고로 죽은 딸을 위해 그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고를 낸 범인만 잡으면 될 것만 같았던 이 사건은, 그 뒤에 있는 거대세력으로 인해 조작되어 뭍혀지고 아버지 백홍석은 그 거대세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기위한 추적을 하는 그런 내용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진실을 밝히기위한 과정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으며 분노를 더 키우며 자신을 다잡게되고 그 진실의 끝에 믿었던 이의 배신을 볼 수 밖에 없기에 백홍석의 복수는 그 여정만큼이나 씁쓸하고 힘겨울 것만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드라마에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과 분노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딸을 위해 발인 전 범인을 잡아오겠노라는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위한 아버지의 고군분투 만큼이나 인상깊은 것은, 진실을 은폐하는 악인들 모두가 '지켜야할 것'을 위한 '발악'이라는 것이다.

백홍석의 딸의 죽음을 은폐하는 댓가로 얻게된 욕망인 대권출마를 지키기위해 그 어떤 추악한 짓도 서슴치않는 강동윤과 딸을 지키기위해 마름취급하던 강동윤의 뒤가 되어주는 그의 장인, 자존심을 지키기위해 범죄와 불륜 앞에서도 당당한 그의 아내 서지수, 그리고 힘겹게 오른 스타의 자리를 놓칠 수 없기에 엄청난 짓을 저지른 서지수의 내연남인 인기가수 PK준의 발악은 서글프다기 보다는 추악했다.

이들은 너무나 많은 것을 쥐고있기에 잃을 것이 많은 이들이다. 그러나, 그 것을 지킬 수 있는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아무것도 쥐고있지 않은 백홍석이 그들을 어떻게 무너뜨리게 될지, 그리고 소시민인 백홍석이 거대권력인 그들을 무너뜨리는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위해 보게될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2>
어제 동생에게 '언니 너의 드라마 취향이 마이너라는 걸 알겠다' 라는 말을 들었다. 아마도 전부터 차곡차곡, 특히 올해 나의 드라마 노선(난폭한 로맨스-보통의 연애- 적도의 남자) 및 전날 함께 본 드라마 <추적자>를 보는 내내 드라마를 보는 순간만큼은 엄청나게 집중하던 평소와 달리 내내 딴짓을 하고 지루하다며 투덜거리는 내 반응이 다음날 이 드라마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과 너무나 대조되어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랬다. 이 드라마 방영 후 꽤나 좋은 반응들을 불러일으킨 것과 달리 난 이 드라마가 생각보다 그저 그랬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재미도 있었고 극본도 탄탄하다는 것이 느껴졌으며 (조사를 많이했구나, 싶기도 했고) 마음에 확 꽂히는 대사들도 있었고, 배우들의 연기는 두말할 소리없이 너무나 좋았다. (몇몇 배우 제외;) 그런데도 나는 왠지 모르게 이 드라마를 보는내내 지루함이 몰려왔고 딴짓을 하게되더라.

왜 그럴까, 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잠시 했고 몇몇 이유를 떠올렸으나 글로 풀어낼 정도로 정리가 되진 않는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되려 불편했던 것일 수도 있고, 감정을 끌어올리려는 연출과 음악이 되려 감정을 억제하게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공홈과 하이라이트에서 초반의 줄기와 전개내용을 어느정도 알았고 풀어내는 방식에 신선함이 없기에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잠시 생각한 이 세가지 이유 중에서 초반의 내용을 어느정도 알고봐서 그런 것이란 생각에 좀 더 많이 기울어져 있는 상황인지라, 1회 초반의 내용으로 이어질 듯한 4회까지는 보게되지 않을까, 싶다. 이 드라마의 진짜 시작은 1회 초반에 보여준 그 상황의 다음부터일 거란 생각이 들기에.


3>
내가 이 드라마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를 하나 더 들자면, 그 전주까지 시청한 드라마로 인해 황폐해진 마음이 아직 진정이 안되서 그런 것도 같다. 그래서 바로 또다시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 것만 같은 드라마를 받아들이기엔 준비가 덜 된걸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상콤한 로코물이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중인데 이번 주에 시작하는 로코물 둘 다 너무 안끌린다는 것이 함정!

얼마 전 <파스타>를 복습했는데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드는 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뤄뒀다 지금했음 좋았을껄, 싶달까? 아, 맘까지 상쾌해지는 달달하고 상콤한 로코물 뭐 없을까?


4>
마무리로, 이 드라마 <추적자>가 그저 그랬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의 취향일 뿐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말하자면 이 드라마는 분명 괜찮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는 중이다.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더 다양한 배우층과 더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으니 말이다. 마지막까지 호평을 받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