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유령 1~2회) 어둠 속에 감춰진 진실을 찾기위한 선택,

도희(dh) 2012. 6. 3. 07:00

시작 전에...

조금 끌리기는 했지만 딱히 볼 생각은 없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결국 보고 말았다. 1회 중반까지는 지겹다는 평도 있어서 조금은 각오하고 봤는데.. 왠일?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몰입해서 봐버리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주에 새로 시작한 드라마들 중에서 이렇게나 몰입하며 본 드라마는 '유령'이 처음이었다. '적도의 남자' 이후 처음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고작 일주일 전 종영한 드라마잖아...(음... 난 그 멍때려지는 20회도 나름 몰입은 했다. 뭥미..라며ㅋ)

아무튼, 생각보다 너무 재밌게 봐버린 덕분에 올해 들어서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이번 주에도 그다지 크게 안했던, 수목에 뭐볼까, 에 대한 고민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하아;) 솔직히 말하자면 '각시탈' 보다 '유령'이 더 내 취향이긴 한데... '각시탈'도 왠지 버리고 싶지가 않달까? (주원보는 재미가 쏠쏠함ㅋ)

모니터와 키보드 뒤에 숨어서

실체없는 악소문에 시달리던 어느 여배우가 트위터에 메시지를 남긴 후 자살을 하며 사건은 시작된다. 처음엔 단순 자살인 줄만 알았던 이 사건은, 파헤치면 파헤칠 수록 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했고 범인으로 지목당한 이는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누구보다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자이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조금 후에 하기로 하고, 그저 툭하고 던져진 실체없는 악소문에 반응해서 모니터와 키보드 뒤에 숨어서 그녀를 향해 매서운 공격과 악담을 퍼붓는 모습이 무서웠다. 결국, 아니었지만 표면적으로 그녀가 그런 최악의 선택을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보여질 정도의 공격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섬뜩했달까? 아마, 그 것이 현실이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현실에선 말 한마디를 조심해야만 한다. 쏟아낸 말은 결코 주워담을 수 없으니까. 인터넷 세상에서는 키보드로 내뱉은 글 한줄을 조심해야만 한다. 내가 바로 삭제했다고 해도 누군가가 내 글을 이미 퍼다 나름으로서 주워담을 수 없는 상황은 언제든지 올 수 있으니까. 그리고, 키보드를 통해 생각없이 내뱉은 내 글 한자락에 누군가는 상처를 입는다는 것도 늘 되새김질 해야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새삼스런 생각을 잠시나마 해봤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다해도, 내가 나인 것은 변함이 없는데... 라는 생각도 조금. 아마도, 모니터 뒤에, 키보드 뒤에 숨었어도 나는 나이고, 나를 완전히 감출 수 없다고 여기기에 늘 조심스러운 1人이어서 더욱 이런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늘 조심하지만, 새삼 조심 또 조심하며 생각 또 생각하며 글 한줄을 남겨야지, 란 생각도 해봤다.

그래도, 말보다 글이 좋은 건, 저장하기 전까지 몇번이고 생각하며 쓰고 또 고쳐쓰며 내 생각과 가장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라고 말은 하지만, 난 고치고 또 고쳐도 가장 비슷한 형태가 잘 안만들어진다. 이건, 지식의 부재인가, 글빨의 부재인가ㅠ)

조작된 사건

돌아와서, 그 여배우는 결국 자살이 아닌 타살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죽은 이유는 소문으로 퍼져있는 '성접대 리스트'가 아닌 누군가의 죽음에 관련된 동영상이었다. (죽은 사람은 아마, 사건발생 10일 전에 올라온 기사들 중에 있었던 '지병으로 죽은 CK전자 남상원 대표가 아닐까, 싶다.) 그들의 추리에 의하면, 그 여배우는 누군가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고 그 동영상으로 그를 협박하다가 살해당한 것이 아니었나, 였다. 아마, 그 동영상도 어떤 이유로 그 곳에 있게되며 몰래 찍어둔 것일지도 모르겠다.

범인은 아마도 협박을 받기 시작한 시점에 그녀를 죽이기로 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그녀의 죽음에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가장 그럴듯한 상황을 만들어서 그녀를 죽였다. 아마도, 그녀를 향한 악소문의 근원지는 범인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는 모니터와 키보드 뒤에 숨은 이들이 그 소문 한자락을 어떻게 물고 뜯을지 이미 알고있었다는 듯이 악소문을 흘렸고 그렇게 결과를 위한 과정을 만들어갔던 것 같다.

하데스를 끌어들인 것은 정말로 그 동영상을 찾기위한 것이었겠지만, 결국 하데스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자 재빠르게 손을 쓴 것을 보면 경우의 수를 위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자살이 아닌 타살임이 밝혀진 순간, 범인이 되어야할 희생양으로서.

그렇게, 여배우는 악질 스토커에 인해 살해당한 것으로 결론이 났고,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또한, 이 사건으로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의 운명이 바뀌게 되었다.

어둠 속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서

엄청난 반전이라 할 수 있는 페이스 오프에 대한 건 방송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철저한 보안이라고 했는데 나는 어쩌다보니 알아버렸더랬다. 모르고 봤어도 재밌었겠지만, 알고봐도 재밌긴했다. '각시탈=이강산'인 걸 알면서도 밝혀지는 순간 '홋!' 했던 것처럼, '박기영=김우현'이 된 걸 보면서도 '홋!' 했더랬다. (...)

진실은폐를 위해 '범인'이 되어줘야만 하는 박기영을 없애야만 했던 진짜 범인(이하 팬텀)은, 우현을 통해 기영을 죽이려는 척 하며 두 사람을 모두 죽이려고 했다. 한 패지만 너무 많은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혹은 믿지 못해서, 등등의 그런 이유가 아닌가, 싶었다. 팬텀이 정말 무서운 건 누군가 감춰야만하는 진실을 알게된 순간 그를 회유하는 것이 아닌 바로 죽여버린다는 것이었다. 사람의 목숨을 너무나 가볍게 여기는 존재랄까?

김우현은 죽었다. 그러나 살았다. 박기영은 살았다. 그러나 죽었다. 김우현은 박기영이 되어 죽었고, 박기영은 김우현이 되어 살아났다. 그리고, 우현이 죽는 순간까지 결국 밝히지 못했던, 그러나 되돌리고자 했던 그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그 어둠 속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서 박기영은 김우현이 되어 살아갔고, 유강미는 그 진실에 침묵함과 동시에 조력자가 되어 그의 곁을 지켜주게 되었다.

Phantom of the Opera

팬텀의 뒷모습과 슬쩍 보이는 안경만으로 누군지는 알아버렸다. 확신은 못하겠지만 아마 그 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그나저나, 이 분을 드라마에서 얼마만에 뵙는 것인가, 라고 해봤자... 작년에 봤구나. (ㅋ) 아무튼, 팬텀을 둘러싸고 있는 어둠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파헤치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줄기가 아닐까, 싶다. 더불어, 팬텀 등장 시에만 들려오던 'Phantom of the Opera'가 두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걸 보면 두번째 사건도 팬텀과 연관된 듯 싶고 말이지. 왠지, 두번째 사건의 범인은 1회에 나왔던 여배우의 팬 중 한명이 아닐까... 라고 조심스레 생각 중이다. 그 분이 그냥 그렇게 스쳐가려고 출연하지는 않았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뒤에 팬텀이 있고. (아님 말고;)

죽음의 신 하데스와 음악의 천사(...) 팬텀. 둘 다 어둠 속을 살아가는 존재. 더불어, 두 존재는 지극히 주관적으로는 꽤나 로맨틱한 존재로 기억하는 중이다. 아무튼, 어둠 속에서 자신의 추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채, 자신의 권력을 남발하며 오페라 하우스의 사람들을 지배했던 팬텀과 모니터 뒤에서 자신의 권력을 통해 키보드로 지시를 내리며 주변인들을 지배하는 듯한 팬텀이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뭐, 이런 이유로 그를 팬텀이라 칭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하데스? 하데스는 죽음의 신. 자신의 영역 속에선 누구도, 설령 제우스라도 거역할 수 없던 신, 이라고 했던가? (신화를 제대로 안읽어서 정확히 모름;) 그 부분이 자신의 세계 속에 완벽히 자신을 감추고 그 세계에서 (팬텀에게 정체를 들키기 전까지는) 최고였던 것과 비슷하다면 비슷하지 않은가, 라고 일단 짜맞추기 중.

무튼, 팬텀의 등장 시에 들려오는 BGM  'Phantom of the Opera'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가사를 붙혀가며 불렀던 건 어쩔 수가 없다. 한때, 귀에 박히도록 듣고 또 들은 노래였으니 오죽하랴. 한국어판으로 들은 덕에 한국어 가사로 흥얼거렸다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려나? (ㅋ) 이 노래 나오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다른 임팩트있는 곡을 만들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대중적이라면 대중적인 곡이기에 팬텀이란 존재를 임팩트있게 알릴 수 있는 곡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시청자에게나, 극 중 피해자들에게나.

끝으로...

1> 소지섭씨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1인 3역인 듯 하다. 김우현 - 박기영 - 김우현을 연기하는 박기영. 1인 3역이라는 것과 죽은 이의 이름으로 되살아나 진실을 파헤치고 복수를 하게된다는 것(박기영이 복수까지 하게될지 진실을 밝히는데서 관둘지는 모르겠지만)에서 문득, <부활>이 떠올라버렸다. 아무튼,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로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사실은, 그 전에도 본 적이 없는;) 소지섭씨의 연기가 기대된다. 김우현이 아닌, 박기영 그리고 김우현을 연기하는 박기영은 어떤 색을 띈 캐릭터로 표현될까? 등등.

2> 드라마 자체에 너무 몰입을 해서 그런 걸까, 유강미란 캐릭터가 생각보다 매력이 있어서 그런 걸까, 내가 이연희씨의 외모와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이기 때문일까, 그녀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좋게좋게 여기며 대충 넘어갔다. 넘어가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유강미란 캐릭터 또한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면서도 섬세한 내면연기가 요구되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아무튼,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작품 그리고 캐릭터가 되길 바란다. 난, 정말 이연희씨의 분위기와 외모가 너무 좋아서 그녀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싶지가 않단말이지...(ㅠ)

3> <각시탈><유령> 둘 다 기대 이상으로 재밌다. 그래서 수목에 뭘 봐야할지 도통 모르겠다. 다음회가 무지 기대되는 드라마를 먼저 보려고 해도, 솔직히 둘 다 3회가 너무 궁금해서 어쩌지 못하는 어쩌구 저쩌고까지는 아니다. (..) 그냥 재밌어!!! 이게 다일 뿐. 흠, 스포를 되도록 안밟고 싶은 드라마 혹은, 나중에 찾아보기 귀찮을 드라마로 선택해야할 듯 싶다. (ㅋ) 이딴 고민을 너무 오랜 만에 해봐서 뭔가 감계무량하다. <로맨스 타운><최고의 사랑> 이후 처음인가? 헉... 그렇게 따지고보니, 일년 만이다!!!

4> 미친소 무섭다. 하긴, 그렇게 위협이 되는 캐릭터도 하나쯤 있어야 드라마가 흥미롭겠지만, 아... 미친소 때문에 뭔가 불안한 상황이 생길 것만 같아서 불안불안. 그래도, 결국 적대적 조력자가 되지않을까, 라는 무난무난한 생각.

5> 김우현의 사정 및 박기영이 경찰학교를 관둔 이유도 나오겠지?

6> 아, 최다니엘씨도 좋다.  간간히 나왔음 싶다. 코난의 남도일 모드로 가끔씩. 그래서 김우현=박기영이란 것을 시청자가 잊지않게 해줬음 싶달까?

7> 딱딱한 우현이가 그냥저냥이었는데 후반에 지나온 선택에 대한 후회와 되돌리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품고 죽어간 우현이도 왠지 가엾고 아련해진다. 신혁이처럼 우현이도 아픈손가락이 되어버리는겐가...등등(ㅠ)

8> '유령'이란 제목은 이 극의 전체를 관통하게될 사건의 배후에 있는 팬텀을 뜻하는 것이면서, 죽었으되 살았고 살았으되 죽어버린, 김우현이 되어 살아가는 박기영을 뜻하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9> 작가의 전작인 '싸인'을 안봐서 이 드라마의 러브라인의 비중이 얼마나 될지 감이 안잡힌다. 사실, 러브라인의 비중이 적었으면 싶은데 (멜로&로코물을 좋아하지만 장르물의 럽라를 별로 안좋아함;) 만약 러브라인이 들어간다면, 그 러브라인 자체가 약간 슬플 것도 같다. 설정이 설정인지라.. (김우현을 동경+좋아하는 유강미, 유강미에게 호감이 있는 박기영, 김우현의 모습을 한 박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