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적도의 남자 10회) 바람이 되어 날아오르다.

도희(dh) 2012. 4. 24. 22:03


벌레 먹은 나무는 바람이 불면 쓰러진다.

굳이 도끼질 할 필요가 없어. 넌 그냥 바람이면 된다.

- 적도의 남자 10회 / 문태주 -
 

 

데이빗 김이 되어 돌아온, 김선우.

 

내가 니 애비라며 이제부터 인생을 바꿔주겠노라며 태주가 내민 손을 잡은 선우. 그러나, 선우의 인생은 쉽게 바꿔지지 않았다. 애초에 성공확률이 낮았던 수술이 거듭 실패하게되자 선우는 또다시 절망의 늪에 빠져들게 되지만, 지원의 얼굴, 지원이 남긴 편지를 보고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는 눈을 뜨게되었다. 아마도, 의지의 문제였던 듯.

그렇게, 선우는 자신의 인생을 뒤바꾼 그들을 칠 힘을 갖기위해 13년을 살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했고 자신을 돌보느라 휘청이게된 태주의 사업을 다시 일으키는 것으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 와중에 틈틈히 지원이에게 익명으로 꽃선물을 보내며 그의 마음이 변치않았음을 알리면서 말이지. 그렇게, 그는 능력있고 멋진 남자가 되어 13년 후에 돌아왔다. 김선우가 아닌 데이빗 김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온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장일부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 것도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척, 여전히 사고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지 못한 척 연기를 하며, 묘한 위화감을 풍기며, 선우는 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선우는 왜 그랬을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했었는데, 한 가지는 장일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준 것이 아니었을까, 였다. 또한, 선우에게 그 것은 장일을 '용서'할 것인지 '복수'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혹은, 확인사살.그 과정이 필요했던 것은, 선우는 그럼에도 장일이를 이해하고 싶었던 녀석, 이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용서할 수 없다 하더라도.


"넌 그동안 왜 날 한 번도 안찾아봤니?"

 

선우는 장일에게 물었다. 단순한 질문같지만 그 안에는 마지막으로 고백할 기회를 준다는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해서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장일은 대답을 회피하며 그 자리를 떴다. 그 순간, 선우는 장일에 대한 '용서'가 아닌 '복수'로 최종결정을 하게된 것 같았다. 만약, 장일이 그에 대한 솔직한 대답을 했다면, 그 발걸음을 돌려 선우를 다시 찾았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까? (그 발걸음은, 마지막 양심과 선우에 대한 의심이라는 두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는데, 전자에 더 가깝게 다가왔었다. 아마, 어린 장일의 모습과 겹쳐져서 더 그랬겠지?)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선우 앞에서 보인 그들의 표정과 태도를 선우는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었을까? (어렴풋이는 알았을 테지만) 아, 13년 전 내가 앞을 보지 못하던 그 때, 저들은 저런 표정으로 나를 봤고 저런 태도로 나를 대했구나, 라는 것을 직접 확인한 선우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는, 또 어쩌면 그렇게 '확인'을 했던 것 같다. 그들이 어떤 눈으로 날 바라보고 어떻게 대하는지. 그 것은 앞이 보이는 선우에게는 보일 수 없는, 눈을 감아야만 볼 수 있는 그들의 가면을 벗은 모습, 일테니까.

또 하나는, 장일에 대한 심리적 압박. 선우는 경험을 통해 알고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김선우의 존재가 유리멘탈의 소유자 이장일에게 어떤 의미인지, 장일을 얼마나 압박하는지, 어떻게 무너지게 만드는지를. 앞이 보이지 않는 선우는 장일에게 지우고 싶은 과거이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두려움이자 공포라는 것을. 그래서, 그런 모습으로 장일을 만나 그를 압박하며 심리적으로 조여가고 있는 듯 했다. 굳이, 100% 진실을 감출 마음이 없다는 듯이 말끔한 행색에 지팡이조차 쥐지 않은 채 만남으로서, 과거 선우의 존재로 인한 압박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지며 끝없는 의심을 보이던, 이제 가진 것이 많기에 잃을 것이 더 많아져버린 장일을 자극해가며 말이다. 

선우의 예상은 적중했고 장일은 선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정의로운 검사 코스프레에, 13년만에 재회한 지원에게 작업을 거느라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기에 24시간 선우를 생각할 수는 없었지만, 어느 순간 문득 문득 선우와의 재회가 떠올랐고 위화감이 감돌던 그의 모습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간 순간의 기억과 의심으로, 13년이란 시간동안 힘겹게 쌓아왔으나 결국 유리로 되어진 장일의 성은 금이 가고 있었다. 그런 장일을 보며 '어쩔 수 없군' 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선우는 약간 섬뜩하기도 했다. 그렇게, 선우는 썩은 나무의 구멍 속에 작은 바람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리고, 때가 왔고, 선우는 장일 앞에 등장했다. 김선우가 아닌 데이빗 김으로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 장일의 유리성, 그 성을 둘러싼 썩은 나무는 선우가 불어넣은 바람으로 조금씩 휘청이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정면에서 장일을 자극하며 선우는 심리적으로 장일을 무너뜨리고자 하지 않을까, 싶었다. 덤으로, 장일의 욕망의 실체인 '정의로운 검사'라는 가면까지 벗겨내며 그 욕망을 무너뜨리지 않을런지.

또한, 진노식에 대한 복수는 광산개발로 낚아서 그가 그토록 이루고자 했던 '욕망'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복수를 완성할 것 같았다. 용배는 장일을 무너뜨리는 것만으로도 복수는 완성될 것이고. 용배의 욕망은 '아들 장일의 성공'이니 말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지키고자하는 것을 위해, 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그 것을 무너뜨리는 것이 가장 큰 복수일테니까.

그런데 선우는, 그저 바람만으로 불게하는 것으로 그들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끝없이 달리다가 결국 브레이크가 고장나서 도끼질을 하게되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라는 중이다. 복수의 끝에서, 선우는 무엇을 보게될까, 에 대한 걱정과 함께.

그와 동시에 선우는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않은 아버지 경필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경찰서를 찾아가 사건 기록을 살펴보고, 아버지 경필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택시기사를 찾아 15년 전의 기억을 되살리게 만들며 '진정서'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일을 위해서 프랑스 출장까지 연기하면서 말이지. 경필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는 것, 그리고 그와 관련된 이들이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 그 것이 선우가 지난 13년을 살아왔던 이유이자, 삶의 목표이자, 그의 욕망이라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경찰기록에 나와있는 '이경필-이선우'. 이 부분이 옥의 티라며 기사에도 났는데 단순한 오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이미, 김경필을 '이경필'이라 칭하는 부분은 2회에서도 등장했는데 만약 실수라면 반복할리가 없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이 부분은, 태주와 은애의 관계를 의심하며 그들에게 복수(노식입장)를 한 노식이 경필까지 끌어들였는지에 대한 이유 등등, 밝혀지지 않은 경필의 과거같은 것이 있고, 그 것을 여는 열쇠같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열쇠가 무엇을 향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극 후반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만 같은 기분. 그리고, 그 것을 보며 별다른 반응이 없는 선우를 보면 깊이 알지는 못해도 '이경필 - 이선우'에 대한 무언가를 알고있는 듯 하고.

한편, 데이빗 선우가 되어 돌아온 그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의지를 불어넣어준 그의 인생에 따스한 햇살같은 존재인 헤밍씨를 감히 '모르는 척' 해버렸다. 이유는, 아무것도 약속해주지 못하고 떠났다가 너무 오래 걸려 왔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날 받아달라고 어떻게 말하냐, 는 것. 그냥 말하면 헤밍씨가 받아줄텐데... 무슨 생각이 이리도 깊은지; 그러면서도 선우가 '헤밍씨, 나 돌아왔어요! 오래 기다렸죠?' 라며 반갑게 아는 척 하는 것도 왠지 좀 그럴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중이다. 무슨 근자감으로 헤밍씨가 너를 13년이나 기다렸다고 생각하는 거냐, 라며. (...)

아무튼, 선우는 자기네 회사에 스카웃 제의를 한 것은 물론이요, 부러 헤밍씨를 콕 집어서 전담 매니저로 삼는 등등 헤밍씨를 모르는 척 하면서 또 그녀의 주변은 잘도 맴도는 중이었다. 그래서 헤밍씨의 마음은 타들어갈 뿐이고. 헤밍씨의 주변을 맴도는 선우를 보면 지금은 부러 모르는 척은 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밝힐 생각인 것 같기도 하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알고있으나, 선우의 입장에선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헤밍씨가 진심이 가득 담긴 '편지'를 받았는지도 모르고, 책을 읽어주는 것을 가장한 시가 자신의 '고백'이라는 사실을 헤밍씨가 알아버린 것도 모르고, 그렇기에 '기다려달라'는 그의 간절한 마음 한 자락이 그녀의 마음에 맺혔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래서 아무런 확신도 없는 상황. 그녀가 자신을 알아보고 '제 목소리 기억 안나세요?' 라고 묻는 말에 대답조차 못할 정도로. 그저 '추억 속의 사람'에게 그리움을 담아 말을 건네는 것인지, 오랜 기다림 끝에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움을 담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함이 무기였던 선우는 조금은 소심해진 것 같기도 했다. 두렵고 또 미안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13년 전 마지막 만남 때, 모진 말만 가득 던진 채 차갑게 그녀의 진심을 뿌리친 것에 대해서. 그래서 얘도 준이(사랑비)처럼 리셋하고 싶은 걸까? (는, 그냥 생각;)

어쩌면, 자신의 곁에 있으면 위험해질 그녀가 걱정되어 부러 매정하게 떼어놓은 과거의 선우를 생각하면 그런 이유도 있지않을까, 혹은, 복수를 위해 돌아온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싶지 않은 그런 이유는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는 중인데... 부러 그녀를 찾아 그녀의 주변을 서성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걸 보니 이 두가지 이유는 긴가민가 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데이빗 선우에 대한 변명을 구구절절 적고있지만 별다른 설득력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부터가 그다지 걱정이 없기에 변명에 대한 간절함이 없는 것이 이유가 아닐런지. 난 작가님을 믿으니까. 알아서 잘 풀어주시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보여 준 이 드라마를 보면 연애든 복수든 이리저리 꼬기보다는 그냥 직구로 던져서 단번에 승부를 볼 것 같으니까. 데이빗 선우가 언제 데이빗의 가면을 벗고 선우가 되어 헤밍씨와 마주하며 웃을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문학커플이니 만큼 '책'이 오작교 노릇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 선우가 녹음봉사를 시작한 것도 그렇고.

정의로운 검사 코스프레 중인 유리멘탈, 이장일.

장일은 검사가 되었다. 그는 청렴결백한 정의로운 검사 코스프레를 하며 스타검사로 주가상승 중이기도 했다. 그렇게, 15년 전의 일에 대해서 무뎌질대로 무뎌진 어느 날, 그의 앞에 선우가 나타났다. 위화감이 가득한 눈 먼 모습으로. 당연히 의심은 했으나 나름의 확실한 확인절차 후 어느정도 안심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선우가 다시 장일의 눈 앞에 등장했다. 데이빗 김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그렇게. 이 것이 이 날, 장일이 겪은 세번째 멘붕이었다.
 
장일에게는 끊어내고 싶은 세개의 과거가 있는데, 그 것은 김선우와 진노식과 최수미였다. 그런데, 이 세 개의 과거가 같은 날 순차적으로 장일을 공격했고 단단하고 견고해보이지만 사실은 살짝만 건들어도 금이 가는 유리멘탈의 소유자인 장일은 휘청거리는 중이었다.

두번째 멘붕은 진노식.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지만 자신에게 물질적인 빛을 준 진노식. 장일은 검사가 된 후 진노식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진노식의 그늘에서 벗어난 현재까지도 진노식에게 충성을 바치는 개노릇을 하고있는 아버지 덕에 그 인연은 끊어지지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진노식은 장일을 압박했다. 그리고, 장일은 원하지 않는 그 일을 해야만 했다. '나'를 위하여. 진노식은 장일을 압박할 수 있는 두 개의 패를 지니고 있는 상황. 이 패를 드러낼 듯 드러내지 않는 척, 그를 압박하는 중이었다. 앞으로도, 장일은 벗어나고자 버둥거리면서도 벗어나지 못한 채 아버지에 이은 진노식의 개노릇을 하게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첫번째 멘붕은... 그에게 있어서 참 지겹고 귀찮은 존재인 최수미. 그는 이미 수미에게 두 번이나 잘못을 했지만 수미가 쿨하게 '괜찮다'고 해준 덕에 별다른 미안함이나 죄책감 따위는 없이 그녀를 귀찮아하는 중이었다. 하긴, 절친의 뒷통수를 치고 바다에 유기해놓고도 죄책감 전에 책임전가와 자기합리화로 다시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을 보고 '날 괴롭히려고 나타났어' 라며 칭얼거리는 장일이, 자기가 먼저 꼬셔놓고 바람맞힌 것이나 술김에 하룻밤 같이 잔 것 가지고 죄책감을 가질 그런 캐릭터가 아니긴 하다.

아무튼, 장일은 수미의 초대가 아닌 아버지의 부탁 - 그 부탁을 하는 용배를 보며 장일의 성공으로 그가 얻고싶은 건 이런 것이었나, 싶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 과 자신의 체면을 위해서 전시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 전시회가 수미의 전시회라는 것을 알았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수미를 보자마자 돌아서는 걸 보면 몰랐을지도. 어쨌거나 그 곳에서 만난 수미에게 여전히 냉랭한 장일은 돌아서는 길, 15년 전의 완전 범죄. 선우가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한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그 날이 생생하게 장일의 눈 앞에 펼쳐졌다. 그렇게, 이 날 장일의 첫번째 멘붕이 납시셨다.

한편, 선배의 결혼식에 참석한 장일은 절교선언 당한지 13년 만에 지원을 보게되지만 마주치지는 못한다. 그래서 꽃바구니를 보내며 작업을 거는데 지원은 사뿐히 무시. (설마, 지원이 그 꽃바구니로 인해서 그동안의 꽃바구니도 장일이 넘이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그래서, 결국 지원을 직접 찾아가서 눈도장을 찍은 장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름 친절하게 자신을 대해준 지원으로 인해 마음도 한껏 들뜬 상황에서 장일은 세 개의 멘붕을 차례로 맞이했더랬다.


기다림의 미덕을 보여주신 사랑에 용감한 헤밍씨, 한지원.

선우가 사라지고 13년이 흘렀다. 호텔 VIP 연회담당의 과장급 매니저가 된 지원은 여전히 올곧고 정의롭고 밝고 강인한 모습을 잃지않고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원의 삶은 그리 녹록치않은 듯 했다. 잃어버린 것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찾겠노라던, 그래서 와인의 맛을 잊지 않겠노라던 지원은, 차가운 현실 속에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올곧고 정의로운 성격 덕에 빗말을 못하고 옳은 말만 하던 지원은 누명을 써서 감봉을 당하게 되었고, 설상가상 몸이 아프신 어머니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 결국, 지원은 오랜 직장을 등지고 최근 스카웃 제의를 받은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겪을 일들을 암시라도 하듯이 그 날은 지원이에게 정말 운수 나쁜 날이었다. 이렇게 안좋은 일들을 차례로 맞이하면 후에 다가올 정말 힘겨운 일이 조금은 덜 힘들지도 모른다는 배려처럼. (천만에;) 갑작스레 쏟아지는 비, 떨어진 휴대폰, 지나가던 차로 인해 튀어버린 물은 그녀의 옷을 흠뻑 젖게 만들고, 면접에 지각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13년간 그리워하던 그를 만났다. 그러데, 그는 지원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래도, 강인한 마음의 소유자인 지원은 그 사람은 내 얼굴을 모르잖아, 내가 준 사진을 잃어버렸나봐, 라며 애써 마음을 다독이며 스스로 그의 곁으로 한발 다가갔다. 선우가 자신의 주변을 부러 맴돈다는 것을 모르는 채, 그녀 또한 그의 곁을 맴돌고 있었다. 내 얼굴을 모른다면 내 목소리를 알아들어 달라는 듯이, 그의 등 뒤에서, 그녀는 말을 했다. 그리고, 물어봤다. 내 목소리 모르냐고. 들려오는 대답은 동문서답.

자신을 못알아봐주는 선우로 인해 서운하고 속상한 지원이지만, 어쩐지 계속해서 그가 자신을 기억하도록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길 내가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고. 언제나, 사랑에 관해서는, 선우보다 적극적이고 용감한 지원이었으니까. (지치면 안돼!)

그래서일까, 비슷한 시기에 장일과 재회했음에도 지원은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왠지모를 믿음이 생기는 중이다. 장일의 존재는 선우 질투용으로 짧고 굵게 사용되었음 싶은 마음 뿐이다. 일단, 선우는 장일과 지원의 관계를 모르니 두 사람의 관계를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되는 중이다. 지원이 장일과 선우의 관계를 알게되는 것도. 그 전에, 지원이 지금까지 보내졌던 꽃바구니가 장일이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중. 만약, 그런 오해를 했더라도 '런던소인의 엽서'로 그 오해를 풀 것 같기도 하다. 떠보듯이, 언제 어느 때 런던간 적 있냐며.

지원이에게 닥친 두가지 문제. 장일과 선우는 이 문제를 알게될지, 어떤 방식으로 그녀의 자존심을 건들지않고, 그녀의 동의 하에 도와주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지원의 성격이라면 누구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할테니까.

한층 더 깊어진 잔망스러움으로 집착의 끝을 보여준, 최수미.

유명 화가가 된 수미냔도 돌아왔다. 무려 13년 만에. 그리고, 자신을 무시했던 이들에게 아기자기한(...) 복수를 해주며 통쾌함을 즐기는 중이었다. 게다가, 높아진 위상만큼이나 깊어진 자만심과 잔망스러움은 그녀를 지켜보는 재미를 쏠쏠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어찌나 속이 잘 보이게 행동하는지... 13년 전 전시회에서 우연히 만나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았던 윤주를 무시하는 언사로 그녀를 불쾌하게 만들던 수미는 우연히 윤주와 장일이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되며 처음으로 가식가득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대하는 모습은 되려 귀엽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런 수미의 이중적인 모습을 지켜보는 윤주의 표정도 재밌었고. 

이렇게 속이 잘 보이는 수미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철저히 숨기는 치밀함도 있었다. 아니, 자신의 출신까지 완벽히 감추려던 수미는 화려한 겉모습과 과도한 자만심 그리고 잔망스러움 속에 진짜 자신을 철저히 숨겨놨을지도 모르겠다.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보일까, 꼭꼭.

수미는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일이 자신을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오를 때. 그리고 자신이 쥔 패를 꺼내어 장일을 옭아맬 수 있을 때. 그렇게 수미는, 수미 자신의 성공 그리고 장일의 성공을 기다리며 그 때를 기다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가진 것이 많아야 잃을 것이 많아지는 법이니까. 그리고, 수미 자신과 닮은 장일이라면 그 것을 잃지않기 위해서 버둥거릴 것이라는 걸 알기에.

그렇게, 수미는 장일을 초대했고 첫번재 선물을 그에게 공개했다. 자그마치 15년산 애증섞인 집착의 결과는 이렇게 시작되는 듯 했다. 그런데, 수미는 아직 선우가 데이빗 김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을 모르는 상황. 선우의 존재에 수미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기대된다. 

선우는 장일은 물론 수미의 근황을 알면서도 부러 금줄에게 물어보는 듯 했다. 아마도, 친구가 소중한 과거의 김선우라면 그러했을 것이기 때문에 금줄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위한 뭐 그런 의도가 아닐까, 싶더라. 선우는 수미도 100% 믿지 못하는 듯 했었다. 그 당시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하지만, 13년간 종종 지난 시간을 곱씹으며 선우는 수미의 행동과 잃어버린 점자들을 떠올리며 그녀를 조금은 의심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미와 장일의 관계는 모르지만. 그러고보면, 선우는 모르는 게 참 많다. 선우가 이 것들을 하나 둘 풀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새삼 기대된다. 

아무튼, 선우가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을 아는 수미와 수미가 장일을 옭아매기 위해서 여러가지 진실의 패를 쥐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선우. 두 사람의 심리게임도 은근 기대되는 중이다. 얼른 만났으면 싶다. 

 

그리고,

1) 위의 이미지는 열공하는 선우와 열공하느라 안놀아주는 선우에게 심통난 지원... 은, 그냥 뻘망상. 뿌우거리며 뾰루퉁한 지원과 안경쓴 데이빗 선우 좋다. (ㅎ)

2) Mr.쿤이 13년의 세월을 잃어버렸다. 13년의 세월은 잃어버렸지만 능글능글한 성격과 구수한 한국어 실력을 얻으셨다. 13년의 세월과 이 두가지를 바꾸신 듯. 아무튼, 문태주 옆에선 곧죽어도 영어를 쓰던 쿤씨였는데 말이지. 이 모든 것은 선우의 능력일지니...;

3) 러닝머신 위에서 핑크 이어폰을 끼고있던 선우. 그 이어폰을 보자마자 '헉!' 거려지며 헤밍씨를 향한 한결같은 선우의 마음이 느껴져서 뭉클. 13년간 어떻게 이용했는가에 대해서는 묻지않기로 했다. 그나저나, 뒤에서 헤밍씨 목소리 들리자 긴장했는지 그 소중한 이어폰을 러닝머신 위에 두고 애써 침착한 척 나서던 선우였다. 나중에 그거 찾으려고 허둥... 거리는 모습은 안보여주겠지? 헤밍씨가 그 이어폰도 챙겨놨음 싶은 건... 그냥 내 마음.

4) 선우는 얼른 헤밍씨에게 이실직고 해야만하는데, 그 이유는 헤밍씨가 아주 중요한 열쇠를 쥐고있기 때문. 그 것은 진실이 담긴 광춘의 편지. 선우가 그 편지를 받으면 막연했던 진실을 확인하며 본격적으로 그들을 무너뜨리기위한 작업을 착수하겠지?

5) 태주의 속내는 무엇일까? 태주는 진심으로 선우를 걱정하고 아낀다는 생각이 든다. 대견하게 바라보는 모습이라거나, 떠나보낼 때 걱정하며 꼬옥 안아주는 모습이라거나..그러면서도 두렵고 걱정된다. 왜냐하면 그는 진노식이 선우의 생부라는 사실을 끝끝내 밝히지 않았으니까. 사실, 조각조각 태주는 선우에게 힌트를 줬다. 그러나, 그 조각이 너무 잘게 부숴졌기에 선우는 깊이 생각하며 그 조각들을 맞출 생각을 못했을 뿐. 하긴, 선우는 자신이 쥐고있는 '경필의 죽음'에 관련된 조각들을 맞추고 그 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겠지만.

그러면서도, 태주가 그동안 자신을 감추고 힘을 비축한 것은 '용서'를 하기 위함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놈을 칠 힘을 가지기 위해서, 그 놈을 밟을 수 있을 때, 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러다가 결과는 선우를 이용해 '그 놈'을 칠 힘을 갖고 '그 놈'을 밟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듯 해서 마음이 또 그렇다. (에휴)

6) 선우는 녹음봉사를 하게되었다. 왠지 이 녹음봉사가 한결같은 마음임에도 엇갈리고있는 두 사람의 오작교 노릇을 해주지 않을까, 라고 막연히 생각 중이다. 그 전에, 선우가 책을 읽어줄 걸 생각하니 난 홀로 두근두근. 1막이 지원의 낭독이었다면 2막은 선우의 낭독인게냐! (꺄!)

7) 9회에서 광춘이 있던 극단은 뮤지컬 <노인과 바다> 라고 한다. 극 중에서 한번 더 나올 예정이라는데... 선우랑 지원이 데이트씬이었음 싶다. 13년 전에 음악회 못간 거 이걸로 퉁치세요! 등등.

8) 2회 연속 1위는 축하. 그러나, 연장설 솔솔 풍기는 건 좀 그렇다. 연장반대! 내가 지금껏 연장해서 그 재미를 유지한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 특히, 이런 장르는 연장하면 늘어지고 늘어지면 끝장! 정말, 조종만큼이나 싫은 연장.

0) 결국, 선우는 '용서'를 할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용서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