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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 행복하세요?

도희(dh) 2009. 1. 6. 19:02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종영이후, 특별후속드라마로 재방영되었던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을 어제 오후에서야 보게되었습니다. 본방은 일이 있어서 놓치게되었고, 꼭 한번 봐야겠다 싶으면서도 원래 드라마를 재방으로는 그닥 열심히 안보는 편이라서 머뭇거리다가 시간이 남길래 잠시 봤습니다.

이 드라마는 뭐랄까... 참 씁쓸한 미소를 짓게하다가 어느순간, 웃음이 나와버리네요.
그들의 하루하루를 조용히 지켜보던 저는 제게 묻습니다.
넌 오늘이 어때? 행복하니?


Oumnibus 1. 우리는 왜 외로운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서는 많은 사람들과 기억조차 하지못할 인연을 만들어 나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스쳐간 인연들은 저마다의 삶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를 저는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 드라마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또한 그런 옴니버스 형식을 띄고있습니다.
하나의 회사, 하나의 팀, 그 속에서 매일 만나며 엮이는 사람들. 그들의 다른 이야기.


⑴ 욕망
대머리는 괜찮은데, 키는 180. 이혼남도 괜찮은데, 애는 멀리 유학가 있어야하고.
성격은 좋아도, 보증서주는 남자는 안되겠지?
시부모님 살아계신 건 상관없지만, 멀리 뚝 떨어져서 살아야되고.
늙어서 골골하면서도, 물려줄 재산은 좀 있으면 좋겠지?
언니, 그런 사람이라면, 저라도 OK이에요. (영채)

나연은 나이가 많은 노처녀입니다.
구체적으로 몇살이라고는 나오지않았지만, 30대 중후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그녀는 도도하고, 제 잘난 맛에 살면서, 이래저래 참견도 많고, 까탈스럽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런 참견과 까탈은 나이어린 후배 '영채'에 대한 시샘도 함께 섞여있고 말입니다.
그렇게 남의 허물을 끄집어내며 까탈스레구는 그녀는, 스스로의 허물은 전혀 보지못합니다.

그런 나연에게는 아주 오랫동안 그녀를 쫒아다니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도도한 척 그 남자를 무시해가며, 튕겨가며 만났지만 그 남자는 나연의 '마지막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 남자는 어느 날 말합니다. '나 결혼해.' 기껏해야 함께일하는 '농협여직원'이겠거니 했지만, '잘나가는 의상 디자이너'와 결혼하는 그 남자를 바라보는 나연은 뭔가 뒷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 들어버렸겠죠.

'이 남자와 결혼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막 하고난 참에 일어난 사건이기도 했고.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이 와를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의 일진은 정말 더럽게 꼬이고 또 꼬이기도 하죠.


나연은 여전히 계속 온갖 참견과 까탈과 남 배려없는 툭툭 내뱉는 말들로 사람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겠죠.
스스로의 허물따위는 여전히 보지않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것은 그녀의 외로움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한끼 함께 해결해줄 친구가 없는 그녀의 외로움을 표현하는 잘못되었지만 그녀만의 방식.



⑵ 어리석음
앞으론 공공장소에서 조용히하고, 친구들한테 상냥하게 해라.

석주는 스스로를 '남자답다'라고 칭하며, 온갖 허세를 부리며 다닙니다. 하지만, 그의 허세는 절대로 '남자답지'가 않죠. 웃기고 찌질해보이고, 어리석어 보이는 허세죠.
카드 값을 못메워서 직장선배에게 돈을 빌리고, 오픈카를 타고다니면서 7000원어치 주유하고, 포장마차 술값이 없어서 오픈카를 담보로 맡기기까지 하고말이죠. 허세의 결말...?
나연에게 카드값을 메꾸기위해 돈을 빌려달라고 애걸하고, 아버지의 친구인 직장상사에겐 매일 깨지고, 100일이나 사귀뎐 여자친구 '영채'에겐 보기좋게 차여버립니다. 그래도 '남자다움'을 내세우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하죠.
그리고, 애인과 헤어진 자기친구에게 온갖 말로 무시하고 또 무시하다가 다른 친구들에게까지 외면을 받고, 허세를 부리다가 어느 어깨들과 싸움이 붙어서 엄청나게 깨지게됩니다.
그리고 그는 어리석은 허세에 빠져 사는 석주에게 조언까지 하며 돌아섭니다.
하지만, 석주는 내내 그리 살 것 같습니다. 온갖허세를 부리며, 그 허세에 허덕이는 삶을...




⑶ 화/행복
에구에구에구~ 그래봤자야. 당신 나한테 꽉 잡혔어. 나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면서.
밥도 못해먹고, 라면만 수두룩하게. (아내)

너는 나 없이 살 것 같냐? (남편)

아~ 좋다 (아내)



김부장은 이번에서 승진에서 미끄러졌습니다. 만년 부장 김부장은 그래서 기분이 착찹하죠. 그렇다고 사표를 쓰고 스스로 나올 용기조차 김부장은 없습니다. 그렇게 기분이 착찹한 날, 아내는 가출을 합니다. 남편과 사별하고 암걸린 친구에게 500만원을 빌려줬고 악다구니한 것에 화가난 아내의 가출이었죠.
나가봤자 딸내미 집이려니하며, 온갖 악다구니를 아내에게 퍼붓고, 혼자 라면끓여먹고, 친구들을 만나 친구들의 삶을 비웃고 꼬집어댑니다. 이런 모습은 석주의 모습이 연상되더군요. 풀지못한 화를 엉뚱한 곳에서 풀버리던 그는 결국, 그의 친구들에게 외면받고 집으로 터덜터덜 향하다가 알게됩니다. 아내가 딸의 집에 가지않았다는 것을요.

그렇게 가출을 한 아내는 갈 곳이 마땅찮았습니다. 딸은 친구들과 파티가 있다고하고, 살림하는 친구들이 그리 여유롭진않았죠. 밤 늦은시간까지 놀이터에 멍하니 앉아있던 아내는, 비를 맞게되고 감기약을 사서는 모텔로 향합니다.
처음가보는 야릇한 분위기의 모텔에서, 약 한봉지를 입에 털어놓은 아내는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전화 한통없는 무심한 남편을 생각하며 잠이듭니다.

아내가 걱정된 남편은 전화를 하고, 왠 낯선남자가 받아 말합니다. 약을 먹었다고 말이죠.
너무 놀라 한달음에 달려간 남편은, 아내가 죽었을까 벌벌떨지만... 멀쩡히 웃으며 빵을 먹는 아내.
집으로 돌아간 아내는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고 마음이 뿌듯해지고, 남편은 아내가 죽지않았음을 그리고 늘 곁에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됩니다. .
표현이 서툰 남편은 아내의 소중함을 깨닫게되고, 그런 남편의 귀여움을 알아버린 행복한 아내.

이런 것이 행복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기분좋은 미소가 절로 지어지던 그런 에피소드였습니다



Omnibus 2. 터널

그래, 니가 그 자식이랑 그렇게 싸우고 개밥그릇 취급하는데 어떤 사람이 너를 소중하게 여겨주겠냐? 아무리 니 안에 반짝반짝 거리는 게 있어도 뭐하냐고. 아무리 가진 것 없어도, 넌 이세상에 단 하나야.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라고!!! (남자)

아저씨 참 열심히 살았구나. 열심히. 아저씨 이름이 뭐야? (이선재)
이선재씨, 정말 수고했다. 수고했어.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다.
아저씨 내가 선물주까? 짠~ 참, 잘했어요. (여자)




뭔가 궁금증을 유발하던 에피소드였습니다. 꿈같은 느낌과 잔잔한 분위기를 가진.
남자는 가물가물한 3년전의 기억 하나로 바닷가를 찾아가고, 그 날 만났던 여인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찾으려는 여인과 닮은 한 여인과 3년 전의 기억여행을 떠납니다.


그날의 그 기억과 기분을 느끼고 싶은 남자는, 흐릿한 기억 속에서 내내 멤도는 터널을 찾아냅니다.
그 '용문달양'이란 터널은 잉어가 터널을 지나 '용'이 되었다는 터널이라고 합니다. 이 터널을 지나온 두 사람은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처럼.
'잉어가 터널을지나 용이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용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운오리 새끼가 사실은 자신이 원래부터 백조였다는 것을 알게된 것처럼'이라고말하는 여자의 그 말이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저도 저 터널을 지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잉어인지 용인지. 내가 백조인지 오리인지...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고싶어서랄까...?


아마, 남자는 그녀가 3년 전의 그녀라는 것을 알게되었을 것입니다. 아니, 처음부터 느끼고 있었겠죠.

이 에피소드는 '진심어린 한 마디의 말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라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남자의 한마디로 여자의 삶이 바꼈고, 여자의 한마디로 남자는 살아갈 힘을 내게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Omnibus 3. 가족


여기 한 가족이 있습니다.
약국을하며, 시댁도 사근사근 잘 챙기는 약사 엄마. 정신적인 바람을 피우며, 이래저래 속앓이를 하는 아빠. 풋풋한 짝사랑을 하는 딸.
이 세 사람에게 일어난 하루동안의 슬프고 아프고 힘든 이야기를,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풀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마지막 엔딩이 너무 이뻐서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습니다.

엄마는, 속이 쓰립니다. 몇년 전 팔아버리고 이사나온 그 집의 집 값이 어마어마하게 올라버렸기 때문이었죠. 그 것이 못내 아쉽고 씁쓸한 엄마. 하지만, 그 것은 지나간 일처럼 엄마는 일상에서 소소한 작은 것에도 미소지으며 살아갑니다. 가족들과 함께.

아빠는, 젊은 시절부터 짝사랑하던 직원이 있습니다. 말로는 누이같다며 챙겨주지만, 정신적인 바람이었죠. 육체적인 바람보다 더 무섭다는 정신적인 바람!!! 누이같다는 여직원은 그 관계를 정리하려하고, 아빠는 그러지않기위해 애를 씁니다. 그리고 그들은, 여직원의 노력으로 정말 직장상사와 부하직원같은 편안한 관계가 될 것 같습니다.

딸은, 풋풋한 짝사랑 중입니다. 학교선배죠. 공부조차 안하고 데이트를 하고싶은 생각에 들뜬 딸은 그의 군입대 소식을 듣게됩니다. 집안의 장남, 불투명한 미래와 군대 문제로 자신을 좋아하면서도 단 한번 표현하지않았던 그의 마음을 뒤늦게 알게되고는, 못내 아쉽고 속상하고 아픕니다. 하지만, 그 아픈 짝사랑을 접어두고 자신의 본업에 매진할 준비를 하네요. 모르죠. 언젠가 그 짝사랑하던 그와 다시 재회해서 사랑을 이룰지... 아니면 다른 사랑이 나타날지... 그녀는 아직 너무 어린 예쁜 숙녀니까... (부럽다..;)

아빠는 물론, 그 이야기를 못했지만 - 가족들은 서로의 울적함을 맥주한잔에 털어내며 서로를 위로해주는 이 모습이 너무 예쁘게 다가와서, 나도 저렇게 살고싶다라는 짧은 꿈을 꾸게해줬습니다.
누구에겐 일상이, 누구에겐 바라는 꿈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처음엔 '단막극은 역시 나랑 안맞는가?'라는 생각으로 뿌루퉁하게 보다가, 씁쓸한 웃음이 나오다가 나중에는 기분좋은 미소를 안겨주며 막을 내린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은, '행복'이란 녀석은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누구나 아는 진리를 새삼스레 깨닫게 해주더군요. 그래서 나는 내게 물어봅니다. 행복하니...?
나는 대답합니다.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사실은 내가 지금 약간은 외롭지만,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기에 나는 행복합니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