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공주의 남자 24회 : 최종회) 그렇게 그들은 사랑을 했습니다

도희(dh) 2011. 10. 7. 15:19

드라마 : 공주의 남자 24회 그리고 최종회

드라마 '공주의 남자'가 종영했습니다. 그리고 최종회이니만큼 고민없이 본방사수를 했답니다. 자번이 죽을 때부터 맘이 짠해지더니 내내 울먹거리며 봤고, 엔딩을 보면서도 자꾸 눈물이 나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타 방송사의 세령이 할아버지의 젊은시절 이야기를 보며 거기에 또 파닥파닥-. 그렇게 '공주의 남자' 최종회가 주는 여운을 두시간 만에 벗어던졌답니다. 쉬운녀자라 해도 뭐, 어쩌겠어요. 세령이 할아버지가 너무 멋지신것을!

니놈들은 항상 나를 ... 우습게 만드는구나.
- 면 -

 

꼭 저승사자 같다며 약간 무서워하던 자번이의 죽음이 안타깝게 다가왔어요. 저에겐 의외였죠. 무서운 넘이었으니까; 그 때부터 내내 안타까워하며 보게된 듯 하고. 생각해보면 죽은 자번이가 안타까웠던 것이 아니라, 유일하게 면이의 편에서 무조건 그의 뜻을 따르며 이해해주며 면이만을 위해 움직이던 자번이를 잃은 면이가 걱정되었던 것도 같아요. 그래서 죽은 자번이에게 못난 나를 지켜줘서 참으로 고맙다, 라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면이를 보니 그의 깊은 상실감이 느껴져서 따라서 울먹울먹.

자신이 어리석고 못났다는 것을 알고있었나봐요, 면이는. 하지만 그 것을 인정할 수는 없었겠죠. 그 것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해왔던 모든 것을 부정해야만 하는 것이니까. 그럴 수 없기에 더 어리석고 못나게 굴었던 것일 수도 있고. 그리고 찾아 온 마지막 순간.

면이의 죽음또한 역사가 스포인지라 알고있어지만 어떤 마지막을 남길지가 궁금했었어요. 대충, 승유와의 어긋난 우정을 재확인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면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인정하지 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내내 승유를 두고 갈등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갈등이 눈에 보였던 수양대군은 한명회를 통해서 뒤를 따르게 했던 것 같구요.

승유만 죽일 수 있다면 면이를 희생해도 상관없다는 수양대군의 의지에 따라 한명회가 날린 길잃은 화살에 맞은 면이는, 오랜 시간동안 엇갈렸으나 그 안에는 여전히 우정이 존재했음을 확인시키며 그 힘겨운 삶에 마침표를 찍었답니다. 그리고, 그런 아들의 죽음소식을 들은 아버지 신숙주의 내색하지 못하는 슬픔도 인상적이었어요. 조금은 안타까웠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종이에게 먼저 간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떠난 면이. 종이는 그렇게 찾아 온 면이를 말없이 웃으며 꼬옥 안아줄 것만 같았어요.

그보다 만약 한명회의 화살이 아니었다면 이들은 어떤 결말을 냈을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그날 밤 거침없이 면이에게 칼을 날리던 승유를 보면 '반드시 죽이겠다' 였지만 그 칼에 자번이가 죽는 걸 보며 나름 충격을 받은 것도 같고. 어쩐지 면이가 아니라니! 라기 보다는 이걸 면이가 맞았으면 어쩔뻔했나;; 이런 느낌?  ...그리고 눈 앞에서 허탈하게 죽는 면이를 살리고 싶어하는 승유와 승유를 위해 화살받이가 된 면이는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구요. 싫어는 했으나 미워하지는 않았다, 라던 종이의 말이 떠오르네요. 그렇게 셋 다 서로에게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런지;

세령이가 아이를 가졌다. 김승유, 바로 네 아이다.
- 수양대군 -

 

피를 밟고 왕좌에 올랐으나 모두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왕.  그렇기에 늘 왕좌를 위협받고 그 왕좌를 지키기위해 불안에 떨어야만 하는 수양대군은 아들의 죽음에 많이 심약해진 듯 싶었어요.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지며 심약해진 수양대군은 조금씩 광기를 보이는 듯도 했고. 그런 수양대군의 모습을 보는 신숙주의 표정은 '내가 이런 이를 위해서 그들을 배신하고 그 많은 피를 뿌렸던가' 이런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게다가 신숙주는 결국 아들까지 잃게되지만 그 슬픔과 원망을 드러내놓고 표현하지도 못하는 상황. 진짜 역사는 그러하지 않겠으나 이 드라마 속에서는 수양대군이 면이를 죽였다고 생각해도 될 듯 싶었기에 드라마 상의 신숙주는 수양대군을 원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한명회에게 면이 죽여도 좋다, 라고 했음;)

결국 이런저런 사건 및 꿈자리가 뒤숭숭해지며 몸도 마음도 약해진 수양은 불공을 드리러 모든 사건의 시작이자 주요인물들은 죄다 모인다는 승법사로 향했고 그 곳에서 김승유와 만나게 되요. 제대로 인사를 주고받은 것은 단 한번. 그리고 늘 안좋은 상황에서 몇번 마주친 것이 다인 승유와 수양대군의 대결. 그리고 수양대군은 또다시 세령을 이용해서 승유를 흔들어놓고 그렇게 잡아들이고 말더랍니다. 이 사람은 마지막까지 딸을 이용해먹는 나쁜 애비-;

어쩌면 수양대군은 세령의 상태를 알게되면서 승유를 받아들이려고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고집있고 자존심이 있는지라 일단 승유에게 '왕으로서 인정'을 받고 '정식으로 사과' 받은 후에 너그럽게 받아준다는 마음인 듯 했지만요. 그래서 세령이 상태를 승유에게 까발렸던 것일지도 모르겠고. ...결과는 뭐;

그러고보면 수양대군은 왕으로 인정받는 것에 굉장히 민감한 듯!!!

몇년 사이에 폭삭 늙어서 백발이 성성한 호호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수양대군은 그 나름의 벌을 받으며 남은 여생을 살았다고 말하는 듯 했어요. 그는 조선의 모든 백성들에게 인정받는 왕이 될 수는 없었던 것과 아들의 죽음. 그리고 욕망의 실현에 많이 이용해 먹었으나 사실 가장 소중히 여기던 딸과 그 딸이 목숨바쳐 사랑했던 남자 그리고 딸의 뱃속에 태어나지도 못한 손자까지 모두 자신으로 인해 죽었다는 죄책감 등등이 늘 그의 마음을 무겁게하고 그렇게 그를 불면증에 시달리게 한 듯 싶었으니까요. 악몽도 종종 꾸셨을 것 같고.

아무튼, 승유와 세령을 멀리서 지켜보며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듯,
차마 다가가지 못하는 그들을 향한 그리움이 담긴 수양대군의 표정은... 잊혀지지가 않아요.

정이란 대체 무엇이냐? 세상을 향해 묻습니다. 나는 대답할 것입니다. 
우리로 하여금 아무 망설임없이 삶과 죽음을 서로 허락하는 것, 그 것이 바로 정이라고.

 

아버지 대의 피로 물든 깊은 원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된 사랑으로 온갖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며 상대에게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 그들의 말도안되는 관계를 인정받으며 인간은 약하지만 사랑은 강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두 사람. 그리고 마지막까지 승유의 뜻대로 해주려는 세령의 마음이 이뻤어요. 왜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세령이가 승유에게 떼쓰지않길 바랬거든요. 그렇게 세령이는 마지막까지 지켜주는 사랑을 하고 있었어요.
 
이상하게 24회를 보는 순간 해피엔딩의 기운이 풍겨서 훌쩍거리면서도 맘편히 봤던 것 같아요. 갑작스레 잠자고있던 모성애를 깨운 윤씨부인의 행동들을 보며 어쩐지 야사대로 갈 것도 같아, 라며. 그러다가 무덤가에서 둘이 같이 죽었다는 소리에 '그럼 애는?' 이라며 헉. (이 즈음에 혼자 '혹시 임신아니고 맘고생 심해서 세령이 암걸린 거 아냐?' 라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인 줄 알았; 혹은, '완전한 사랑' 처럼 신경 쪽에 이상이 생겨 갑자기 죽었다거나;) 그러다가 수양대군 온천간다니 '살았군' 요러고 있었다나 뭐라나. 어찌되었든 이게 반전이었다고 해요. (반전인 줄 몰랐다가 반전이래서 '아!' 거렸던 1人)

그보다 '같이가요' 라던 세령이. 결과적으로는 그의 뜻을 따르겠노라던 세령이가 자신의 뜻대로 한 것이지만, 그런 상황이 오지않았다면 어쩐지 세령이는 아이고 뭐고간에 승유를 따라같을 것 같기도 했어요. 그래서 무덤에서 '한날한시'라고 하는 걸 들으며 헉, 거리면서도 어쩐지 쉽게 받아들여졌던 것도 같고. 만약 아이때문에 죽지 못해 살더라도 그 아이를 낳고서 그를 따라갔을 것도 같구요. 스스로의 의지든, 하늘의 부름이든. 그래서인지, 세령이가 그런 아이라는 걸 알았기에 윤씨부인은 그런 결단을 내린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 말이죠. 사실은, 딸의 행복과 손주가 아비없이 자라길 바라지않았던 마음이었겠지만요.

그렇게 그들은 사랑을 했습니다. (...뜬금없다;)

저때문에 멈춘 일은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눈을 잃었으나 마음을 되찾았고, 복수를 잃었으나 그대를 얻었소.

두렵지 않으십니까?
그대와 함께할 것이니 두렵지 않소.

- 세령 & 승유 -

 

1) 지하에 있는 김종서 대감은 왠지 흐믓하게 웃을 것 같아요. 그에 반해 승유 형아는 버럭거릴 것 같고. 그보다, 승유는 먼저 떠나보낸 이들 목록과 회상에서 끝까지 형아를 떠올리지 않았습니다.

2) 아강이와 형수님은 조석주네와 함께 평생 승유가 죽은 줄 알고 살아가는 거겠군요.

3) 은금이도 그렇지만 여리도 대단한 듯 싶어요. 승유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세령이가 간간히 자신을 버리고 떠나지만 (승유때문에 함경도 면이네 처소에 놔두고 빙옥관 식구들이랑 한양으로 와버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세령이의 곁을 지켜주니 말이죠. 이미 궁녀가 된 몸이니 결혼도 하지못한 채 평생 홀로 살아갈테고. 뭐, 머리 쪽진 거 보니 상궁딱지라도 달았나? 이러고 있었습니다.

4) 아, 승유가 앞이 안보이게 된 것은 진짜 놀랬어요! 이 부분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5) ...그보다, 승유는 예지몽 꾼거네요? 그거보면서 '딸인 걸 어찌아누!' 이러고 있었는데 말이죠;

6) 수양대군 호위무사는 역시... 세령빠. 결국 세령이랑 승유살리는데 도움을 준 거네요. 흠흠.

7) 세령과 승유, 사랑의 매개체인 말타기. ...근데, 앞이 안보이는 승유가 말고삐를 쥐고있음. 두렵지않냐는 질문은 서방님께서 말 몰아야하는데 자신있냐, 는 질문이었던 건가? 두근두근.

8) 아쉬운 부분도 좀 있었고 그래서 살짝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재미있게 시청한 드라마였어요. 홍보처럼 핏빛로맨스는 아니었지만, 나쁘지않은 엔딩이었구요. 강인한 사랑의 힘으로 달려온 이들이니 그 사랑으로 평생 행복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더랍니다.

9) 간만에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열심히 리뷰쓰며 시청한 드라마였어요. 아, 한회 빼먹었구나; 아무튼. 엄청 제멋대로인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도 수고했구요....나이 한살 더 먹을 때가 다가오니 느는 건 뻔뻔함 뿐인 저라서 죄송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