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뿌리깊은 나무 1회) 아버지를 지키지 못한 아들, 아들을 지킨 아버지

도희(dh) 2011. 10. 6. 21:12

 

드라마 : 뿌리깊은 나무 1회

고민 끝에 첫회 본방사수를 하게 된 <뿌리깊은 나무>. 하지만 오늘은 <공주의 남자> 최종회가 있는 날이라 본방으로 못볼 듯 싶다. 이 드라마에 대한 간략평을 하자면 초반에는 그냥그랬는데 중반 넘어서며 젊은 세종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생기며 재밌었다. 아, 송중기씨의 미모때문에 좋았다는 게 아니라 내용자체도 그때부터 몰입력이 생겼음. 또한, 앞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어느정도 잘 뿌려놓은 듯 싶어서 좋았고.

 

바보아빠 석삼과 아빠를 지켜주는 똘복이

심온의 집 노비 석삼과 똘복. 똘복은 바보아빠 석삼을 괴롭히는 사람은 그게 누구든 반드시 복수를 해내고야 마는 집요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늘 아빠가 다른 사람들에게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속상한 똘복은 이 날도 아버지에게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하는 연습을 시켰고 아들 똘복이 누구보다 소중한 아빠 석삼은 똘복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겨두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국구이자 영의정 심온이 역모를 꾸몄다며 그의 집은 군사들로 둘러쌓이게 되고 그 곳에서 무사히 탈출하게 된 똘복-석삼 부자와 담이는 우연히 만난 생각시가 전해 준 왕의 밀서를 명나라에서 돌아오는 자신들의 주인 심온에게 전달해야하는 임무를 띄게된다. 그리고 그 순간, 아버지는 아들을 지키는 것이라는 똘복이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된 아버지 석삼은 아들 똘복이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기위해서 자청해서 그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렇게 석삼은 온 힘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려서 심온에게 밀서를 전달하지만, 그 밀서만 전달되면 모두가 무사할 수 있으리란 믿음은 산산히 깨어지고 만다. 더 큰 위기가 닥쳐 그들 모두가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그 비극은 노비인 석삼과 똘복 그리고 담이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만약, 그 셋 중에서 누구 하나라도 글을 읽을 수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비극이기도 했다. 뭐, 그렇게 되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함정이 파졌고 결과는 같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이 글을 몰랐기에 틀어진 계획과 다가온 비극. 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아들 똘복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던 석삼은 심온의 도움으로 유서를 작성하게 된다. 그러나, 아마도 글을 모르는 똘복은 아버지 석삼의 유언을 한동안 알지 못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드라마는 그랬다. 글을 읽지못해 비극을 막지 못했고, 글을 쓸 줄 몰라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유서를 작성하고, 글을 모르기에 아마도 아비의 유서를 읽지못할 그들의 비극을 보여주며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글'의 필요성 그리고 세종이 우리 '글'을 만들어야만 했던 이유를 말해주는 듯 싶었다. 그렇게, 이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나아갈 길을 아주 짧고 안타깝게 보여주는 듯 했다.

 

누구도 지켜줄 힘이 없는 나약한 젊은 왕, 이도

똘복이는 결국 아버지를 지켜주지 못했다. 다른 수많은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어찌되었든 밀서의 내용을 읽지못한 아들은 전해들은 내용을 그대로 믿었기에 아들을 지키고자 하는 아버지의 의지를 꺽지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밀서를 통해 아내의 아버지, 자신의 장인인 또다른 아버지 심온을 지키고자 했던 젊은 왕은 결국, 지켜주지 못했다. 되려, 심온이 젊은 왕을 지켜주기 위해서 죽음을 선택하고 말았다. 그렇게, 석삼이가 똘복이를 지켜준 것처럼, 심온은 사위인 젊은 왕을 지켜주었다.  

너무나 짙은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그 무엇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아버지의 허수아비로 살아가는 나약한 젊은 왕. 그리고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결국 움직였고 그 움직임마저 읽혀, 그 움직임을 빌미로 이용당하고 마는, 힘없는 왕이었다. 그래서, 아내의 원망에 그 어떤 변명도 못한 채 모두 받아들일 뿐이었다.

아버지가 아들을 지켜주는 것. 석삼이가 아들 똘복이를 지켜주기 위해서 위험한 길을 마다치않고 달려간 것처럼, 심온이 사위인 젊은 왕을 지켜주기 위해서 아무 말없이 죽음을 받아들인 것처럼, 태종 또한 자신의 아들 세종을 지켜주기 위해서 그런 잔혹한 일을 벌이고 아들은 자신의 짙은 그림자 속에 가둬 보호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비가 모든 길을 닦아놓을 때까지 그 그림자 속에 숨어있다가 모든 것이 완성되었을 때 나와서 그저 걸어가길 바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약한 젊은 왕이 강력한 자신을 보고 배워 자신과 같은 강력한 왕이 되길 바랬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젊은 왕 세종이 꿈꾸는 그의 조선은 아버지 태종이 조선과는 달랐다. 그리고 이번 사건들로 자신의 나약함과 무기력함을 제대로 깨닫게 된 젊은 왕은, 어떤 계기로 인해 아버지 태종에게 자신이 꿈꾸는 조선을 밝히고 또한 인정받게 되지않을까, 싶었다. 아무튼, 예고에 나온 '내가 조선의 왕이다!' 발언으로 또다시 위기에 처할 것 같긴한데, 잘 헤쳐나오겠지.. (왕이 왕이라 말해도 위기에 처하는;;;)

그리고, 아비를 지키지 못한, 아비가 목숨으로 지킨 아들들은 만나게 된다. 정면은 아니고 스쳐가거나 지켜보거나, 대충 그런 듯. 예고를 보니 그랬다. 그렇게, 너무나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왕과 세상에서 가장 낮은 노비. 두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첫 단추를 끼웠다. 그리고 예고를 보니 또 그랬던 것 같다. 젊은 왕에게 똘복은 처음으로 살린 내 백성이고, 똘복에게 젊은 왕은 내 아비의 원수. 뭐, 그렇게 얽힌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래야 드라마가 진행되고;

 

그리고-.

1) 위에서도 말했듯이 초반에는 정말 그냥 그랬다. 뭐, 인물설명을 위해 필요한 건 알겠는데 뭔가 그냥 밋밋했달까? 그래도 그 초반설명이 있었기에 똘복이의 광기어린 복수심을 이해할 수 있는 듯 싶지만.

2) 그 순간의 담이는 그저 좋아라하는 똘복이한테 잘보이고 싶었을 뿐인 듯 했다. 그 전에 그렇게나 극찬을 했는데 이제와서 글을 모른다고 하면 부끄러웠을테니까. 하지만, 그 순간의 부끄러움이 이런 비극을 일으켜서 정말 충격이 클 듯 싶었다.  이 사건으로 말을 잃은 것인지, 또 남은 사건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담이는 말을 잃고 소이란 이름의 궁녀가 되어 세종의 곁을 지키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신분세탁 후 채윤이가 된 똘복이와 재회하지만 서로 못알아 볼 듯; (비단주머니로 알아보려나?)

3) 훔치는 것이 너무나 당당한 똘복이와 담이. 그러고보니 담이란 이름은 <대왕세종>에도 있었다. 그때 담이는 세종이 우리글을 만들고자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캐릭터였다. 아, 그때 담이를 연기했던 배우는 지금 <공주의 남자>의 여리.

4) 아역분량 4회차에 3단변신하는 똘복이. 소년똘복은 여진구군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어린 충녕도 있었구나. 1회에서 잠시 스쳐가듯 나왔던. 뭔가 한번 더 나와줄 것 같다. 그보다, 담이만 중간단계 없음;

5) 화면이 좀 어둑어둑. 곤룡포도 어둑어둑. 뭔가 한톤 다운된 느낌. 게다가 소헌왕후 머리장식은 <왕과 나> 장식 재활용 하는 느낌이어서 좀 허걱거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나름 재미나게 봤으나 그 장식이 화려해서 안좋아하는 편이었던 드라마가 <왕과 나>인지라. 같은 시대라서 <대왕세종>같은 의상을 기대했는데..(ㅠ)

6)  아무래도 같은 시대라 그런가 방영 전부터 자꾸 생각나더니, <뿌리깊은 나무>1회를 보고나서 결국 유튜브에서 <대왕세종>의 이 시기를 찾아서 보다가 또 울컥. 정말 잠시만 봐도 너무 감정몰입이 되는 드라마인 듯 싶다. 파일로 소장하고 싶은데 86부작을 어디에 저장하라고; 외장하드 꽉 차서 터지기 직전임(;)

7) 젊은세종... 너무 안쓰러웠다. 안타깝고. 정말 주변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외로움. 그리고 그 나약함과 외로움을 잘 표현해 준 송중기씨.. 넘 좋았음!!!

8) 나흘에 걸쳐 찍은 드라마 첫장면. 뭐 그리 공들이지 않으셔도 될 뻔; ...죄송.(긁적) 난 그 장면 좀 오글거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