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단막+웹드

드라마 스페셜 10화 남파 트레이더 김철수씨의 근황) 김철수씨는 오늘도 이 곳을 살아간다..

도희(dh) 2010. 12. 1. 06:29

~ 드라마 스페셜 10화 ;
오만석의 '남파 트레이더 김철수씨의 근황'~

<<김철수씨는 오늘도 이 곳을 살아간다..>>




0. 작품정보

- 제목 : 남파 트레이더 김철수씨의 근황
- 극본 : 이명숙
- 연출 : 박현석
- 출연 : 오만석(김철수 역), 서현철(박 역), 큐리(이경 역), 민복기(팀장 역), 이대연(운동화 역) 등
- 방송일 : 2010년 7월 31일(토) 밤 11시 15분, KBS 2TV





1. 1976년 아현동 출생의 김철수씨..


대한민국의 어느 증권사를 다니는 평범하디 평범한 증권맨 김철수씨. 그리고, 그는 주로 대북관련 주식을 통해서 실적을 올리는 능력있는 증권맨이기도 했다.  그게 어찌나 신통한지 마치 그가 그에 관련된 정보를 어디선가 미리 알아온 것 같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 것이 또한 김철수씨의 한계이기도 했다. 대북관련 주식을 통한 것이 아니라면 정말로 처음 소개한 것처럼 평범하디 평범한 증권맨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그리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그가 평범하게 세상에 섞여 적응하며 그 어떤 색도 내지않고 살아가려 무던히도 노력하는, 사실은 그가 살아가는 세상, 대한민국에 섞일 수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는, 벌써 10년째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간첩이었으니까.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란 세월동안 그는 변함없이 우직하게 자신의 조국을 위해서 일을 한다. 엘리트 공작원이었던 그는 10년 전 외화와 위조된 대한민국 신분증으로 이 곳으로 넘어온 후로, 대한민국에서 외화벌이를 해서 조국을 위해 힘쓰라는 미션을 수행하는 그는 정말 그저 우직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미션수행을 위해서 그 쪽에서 흘려준 정보들로 대북관련 주식으로 돈도 벌어들이지만 그가 살아가는 집은 정말 허름하고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원하는 돈을 입금하기 위해서 벌어들이는 돈은 죄다 입금. 그리고 그는 결국 그가 살던 집까지 팔아버렸으니까. 누군가의 눈에는 돈 잘버는 증권맨인 그는, 사실 그 무엇도 없이 그리 살아가고 있었다.

김철수씨의 하루하루는 그리 평범할 수 없었고 편안할 수 없었던 것 같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거니듯 아슬아슬 조심조심, 행여나 들킬새라 저 홀로 긴장하며 그리 살아가고 있었다. 누구처럼 뒷 돈을 챙길 수도 있고 또 누구처럼 가정을 꾸릴 수도 있으련만, 그는 그저 우직하게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송금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김철수씨가 마냥 이 일이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론, 박에게 "우리가 정말 간첩 맞습니까? 돈버는 기계같습니다" 라며 푸념도 해보지만, 그럼에도 김철수씨는 그리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김철수씨가 그리  살아가는 의유는 단 하나. 그 하나를 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김철수씨는 어쩌면 나에게 '나는 그 하나를 위해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라고 말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겐 왠지 그리 보였다. 박처럼 그에게도 이념이니 뭐니하는 것은 없는 듯 했으니까. 만약, 김철수씨에게도 박처럼 그 무엇에도 얽메이는 것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조금이나마 들었고.




2. 해결사 - 철수


김철수씨는 언제부턴가 아버지와의 연락이 닿지않는 김철수씨는 결국 해결사를 찾아가 어둠의 경로로 아버지와 연락할 길을 모색했다. 물론 그가 하는 일 자체가 양지의 일은 아니지만, 음지의 음지를 찾아서.  없는 돈 탈탈털어 그는 아버지와의 연락. 그도 안된다면 생사여부라도 알기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하더라.

그렇다. 그가 그리 우직하디 우직하게 살아가는 이유는 단 하나. 아버지였다. 북에 두고 온 제 아버지가 무사히 살아가는 것. 그 것 단 하나를 위해서 우직하게, 그 살얼음판 같은, 평생 내 것이 될 수 없을 세계를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무 것도 만들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철수씨가 우직하디 우직하게 살아가는 단 하나의 이유, 아버지는 나에겐 족쇄처럼 보였다. 아버지가 있는 한 철수씨는 다른 그들처럼 결코 변할 수가 없을 것이었다. 이 곳에서 소중한 것을 만들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경계하고 긴장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겠지.. 그 족쇄는 어쩌면 철수씨 스스로 풀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족쇄가 주는 긴장과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아픔보다 철수씨에게 더 소중한 것은, 아버지였다.




3. 박 - 철수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김철수씨가 이 곳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아마, 박이 아닌가 싶었다. 그 어떤 믿음도 신뢰도 없었지만 김철수씨가 이 살얼음판 같은 곳에서 믿어야하고 의지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가 바로 철수씨에게 임무를 내린 저 높은 곳에 있다는 '김대남'과의 연락책이자 자신의 상사였고 또한 같은 시기에 함께 내려온 이여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김철수씨는 그가 하라고하면 한다. 그 것이 '왜'라는 의문이 생기더라도 하고만다. 화가나고 짜증나고 답답해도 한다. 왜냐하면 그가 유일하게 조국(=아버지)과 연결될 끈이기에. 그리고 김철수씨는 그의 배신을 알게되며 처음으로 그와 대립을 한다. 10년의 세월동안 변해버린 그와 변할 수 없는 철수이기에...





4. 운동화 - 철수


언제나 정확했던 정보가 잘못되며 대북관련 주식을 가지고 수익을 얻던 철수씨는 무척이나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난감한 상황과 함께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한다는 것을 깨닫고 긴장하는 어느 날, 집에 누군가가 침입했다. 철수씨는 긴장했고 또한 그 이상으로 경계심을 거두지 않았다. 게다가 유일하게 의지하던 박은 뭔가 알고있는 듯 하면서도 어물쩡 넘어가더라.

그런 비오는 어느 날, 그가 나타났다. 오직 조국을 위해 10년 세월을 일해온 것이 사실은 단 한사람의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었노라, 말했다. 그리고 너희들도 한패이니 각오하라고. 그렇지 않으려면 돈을 내놓으라고. 철수는 반항할 겨를도 없었더랬다. 내가 살아야겠다, 라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북에 계신 내 아버지를 살려야 하기에.. 아버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그는 동의하게 된다.

김철수씨는 그랬다. 언제나 누군가의 명령에 복종하며 살아갔다. 자신의 의견보다 상사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존재.  왜냐하면, 아마,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명령에 복종하도록 훈련받았고, 튀어선 안되기에 그저 뭍어가기 위해서 그런 것. 그랬을 것 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가 움직였다. 스스로의 의지를 내보였다. 아버지를 위해서 복종하면서도 뒤로 몰래 아버지의 소식을 알기위해 동분서주했고, 뜻이 달라진 박과 싸움박질도 하고, 직장상사에게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늘 가던 카페의 여직원 이경을 살리기위해 작전이라면 작전일 운동화를 저지했다.

운동화의 정체는 모르겠다. 그가 철수씨를 협박하기 위해 내놓은 카드는 결과적으로 거짓이었다. 그가 정말로 북에서 내려온 것이었는지, 정말 윗선에서 보낸 것인지, 그 또한 김대남처럼 박처럼 철수씨를 돈줄로 생각하고 접근한 것인지도. 그러나 철수씨의 모든 돈을 들고 유유히 사라지던 그는,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고 해야할까?





5. 이경 - 철수


짝사랑과 스토커는 종이 한장 차이라고 한다. 누군가를 좋아해서 바라보고 쫒아다니는 것이 이쁘게 보이면 짝사랑이고 무섭게 보이면 스토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 길 철수씨가 들르는 카페에서 일하는 이경은 철수씨를 늘 몰래 지켜보며 저 홀로 좋아하고 있었다. 그와 같은 버스를 타기도 하고, 철수씨의 쿠폰이 얼마나 남았나도 기억하고, 그의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이렇게 당신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이경은 남몰래 철수씨를 찍은 사진을 철수씨의 집에 보냈고 그 사진으로 인해서 엄청난 비밀을 마음에 품고있던 철수씨는 긴장을 하고야 만다. 이경에게 그 사진은 겨우겨우 용기내어 그에게 자신의 마음 일부를 내 보인 것이라면,  철수씨에겐 외줄타기 같은 현실에서 갑자기 찾아온 거센 바람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고.

우연히 안면을 텄고, 이야기를 나눴고, 포장마차에도 갔다. 철수씨에게도 이경에 대한 호감이 생긴 듯 했다. 그리고 자신을 쫓는 이경을 발견하고 경계도 했다. 그런 철수씨에게 놀란 이경은 울먹이며 '좋아한다' 라고 말하며 뛰쳐나갔고 그 것이 철수씨에겐 꽤나 충격이었던 것도 같다. 아버지 외의 소중한 존재를 만들지 않았던, 철수씨였기에.

그리고 그런 철수씨가 가여웠다.  절대 튈 수 없었기에 사람과 세상 속에 섞여 살아가던,  그들의 걸음에 보조를 맞춰가며 걸어가던 철수씨는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있던 그가 단 하나의 사람으로서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 것..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한다' 라는 감정으로 바라봐준 것도, 그런 감정에 흔들려 자신 또한 '호감'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게 되어버린 것도. 명령을 어겨서라도 누군가를 지키기위해 뛰어든 것도.

*** 라고는 하지만, 이경이는 철수씨가 순진하고 외로움에 잘 인식을 못해 그렇지 ... 진정한 스토커ㅡ.ㅡ;;;




6. 그리고..


누구도 모르지만 철수씨에겐 일생일대 최고의 위기였던 어느 한 시기는 지나갔다. 철수씨는 언제나와 같은 일상을 보냈다. 남들과 같이, 사람들 틈에 섞여 자신을 내보이지 않은 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진 순간, 죽었다고 들은 김대남은 살아 다시 공식석상에 얼굴을 내비췄고 그는 그렇게 또다시 임무수행을 해야 할 것이다.

다른 점이 생겼다면 이제 그는 아침에 카페에 들르지 않는다. 그저 먼 발치에서 그 날 유경이 떨어뜨리고 간 다이어리를 만지작거리며 머뭇거리다가 제 갈길을 가고 만다는 것이다. 수줍음.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으나 그러지 못한 수줍음. 처음으로 자신을 좋아해준 누군가를 향한 수줍음으로 그는 이제 늘 같지만 조금은 다른 하루를 보낼지도 모르겠다.


언제나와 같이 일을하고 언제나와 같이 밥을 먹고... 그리고...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이제 철수씨는 오늘도 내일도 모래도,  어쩌면 10년 후에도, 자신이 변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미묘하게 변했으나 그럼에도 변할 수 없는 철수씨의.

무사함에 대한 감사함,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에 대한 반가움, 그리고 그리움...
멍하니 엔딩을 마주한 순간 보여 준, 엔딩크레딧의 씬은, 정말, 좋았다. 철수씨의 그 감정들이 쏟아져 나와서. 그럼에도 아닌 척 꾹꾹 참아되야 함이 느껴져서. 그래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김철수씨는 오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 덧으로,

+) 내가 좋아하는 만짱의 드라마 스페셜!
+) 대본집을 받았다. 이 드라마의. 그런데 만짱 싸인이 없어서 서운했다.

+) 내가 언젠가는 꼭 싸인받고싶은 배우사람.. 오만석 이석준 류정한 민영기 (두명 늘었다;)
+) 유달리 캡쳐가 많은 이유는, 진짜 비밀인데, 내가 만짱 팬이라서임! (뒷북팬도 팬이라면야~ㅎ)
+) 그러므로, 원래 없던 객관성은 작정하고 가져다 버렸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