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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7화 위대한 계춘빈) 사랑을 깨닫다..

도희(dh) 2010. 11. 15. 21:04

~ 드라마 스페셜 7화 ; 정경호의 '위대한 계춘빈' ~
<< 사랑을 깨닫다.. >>





0. 작품정보

- 제목 : 위대한 계춘빈
- 극본 : 윤지희
- 연출 : 이응복
- 출연 : 정유미(계춘빈 역), 정경호(왕기남 역)
- 방송일 : 2010년 7월 10일(토) 밤 11시 15분, KBS2TV





1. 위대한 계춘빈

제대로 운영이 되질않아 월세까지 밀려있는 미술심리센터를 운영 중인 심리치료사 왕기남은 주변의 권유로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한 첫 날,  그 전단지에  '계춘빈 ♡ 왕자님'  이라고 낙서가 되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낙서를 한 범인 '계춘빈 어린이'를 찾아서 유치원으로 향한 기남은 '계춘빈'은 유치원 원생이 아닌 그 유치원의 교사라는 것을 알게됨과 동시에 동네 사람 모두가 알고 자신만 모르는 진실, 계춘빈이 왕기남을 오랫 동안 짝사랑을 하고있다는 것까지 알게되며 혼란에 빠지는데..

아무 것도 원하는 것 없이 그저 '좋아만' 하겠다는 춘빈과 그 것이 자꾸 신경쓰이는 기남. 그러던 어느 날, 기남의 미술센터에 고객으로서 춘빈이 찾게되며 기남은 자신을 향한 춘빈이 감춰둔 더 큰 진실을 알게되는데...???



2. 사랑을 하는 사람들..

춘빈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기남을 짝사랑하기 시작해서 그를 따라 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기남의  '미술심리센터' 근처의 유치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중이기도 하다. 또한 춘빈이 기남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기남을 제외한 동네 사람들 모두가 알 정도로 매우 유명한 일이기도 하단다. 아, 동네에 소문난 것을 모르는 것은 춘빈도 만찮가지!

취미와 특기는 낙서. 눈에보이는 여기저기의 글자에 낙서를 해 전혀 다른 의미로 만들어내는 취미가 있다. 그런 것을 어떤 이들은 무슨 의미를 부여하며 해석하던데 나는 그정도는 잘 모르겠고, 특이하고 재미난 재주구나, 즈음으로 바라봤더랬다. 그리고 그녀의 취미이자 특기는 그 동네의 커다란 사건의 중심과 연결되어 있었다.

기남을 좋아하지만 그녀는 기남에게 그 무엇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기남을 좋아한다는 그 감정만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지내면서 '내 것을 갖고싶다' 라는 욕심이 언제나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런 마음을 애써 억눌러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어떠한 계기로 인해서 그녀는 '사랑'이 무엇인지 차츰 깨닫게 되며 잔잔한 마음에 파도가 찾아온다.



미술심리센터를 운영하는 기남은 매달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심리치료사이다. 또한 유부녀 애인 나영과 불륜관계를 맺고 있다. 나영의 남편과도 아는 사이인 듯 한데.. 아무래도 오래 전부터 연인이었던 관계를 나영이 결혼한 후에도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나영은 언제나 적자에 허덕이는 기남의 물주이기도 하다.

기남이 살고있는 낡은 아파트는 시도때도 없이 정전이 되며 어둠에 대한 극심한 공포증이 있는 기남을 곤란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순간마다 기적처럼 나타나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나영은 기남이 유일하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 즉 '종교'라고 한다. 기남은 늘 나영에게 '헤어지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이지만 그 것은, 때때로 기남에게 무심한 나영을 향한 애정을 확인하고자 하는 말이 아닌가, 싶었다. 그 것을 알기에 나연은 웃으며 받아들이는 듯 했고.

당근을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언제나 함께하다가 전화를 받고 돌아간 후의 텅 빈 외로움도 기남에겐 상관이 없었지만.. 춘빈을 만난 이후로 나영과 자신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굳은 결심을 하게된다.



가난한 기남의 물주이자 종교. 기남의 유부녀 애인 나영은 굉장히 이기적이고 제멋대로 여인인 듯 했다. 언제나 원할 때마다 불쑥불쑥 나타나서 기남의 곁에 머물다가 시간이 되면 자신의 현실로 주저없이 돌아가는. 나영에게 기남은 현실도피처, 가 아닌가 싶었다. 이렇게 제멋대로인 여인이 남편 앞에서는 조신하고 둘도없는 현모양처의 얼굴을 하고있으니 말이다.

어둠에 대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기남. 그리고 낡은 아파트가 정전이 되어 기남의 공포가 정정에 다다른 순간엔 타이밍좋게 나타나는 나영은,  기남의 그런 약점을 이용해서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곤 했다. 기남이 자신의 뜻을 거스르려는 순간마다 그에게 공포를 주고 자신은 구원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그를 길들이고 있었던 것도 같다. 나영이 기남의 종교인 이유는 '물주'라는 것도 있지만 그런 순간이 되풀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그녀의 자리를 채워버린 또 다른 존재가 나영에겐 거슬렸고 결국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 했던 기남의 자립을 아쉽고 또 어이없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이 아닐런지. 기남스럽지않은 장난질이 기가 막히지만 또한 화내는 것이 아닌 웃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인 듯 했고.



계춘빈이 교사로 있는 유치원의 원생. 맞벌이하는 부모님과 있으며 굉장히 까칠하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아이가 아닌가, 싶다. 계춘빈의 친구이자 연애상담가 역할도 하며 춘빈을 교사가 아닌 자신의 친구 쯤으로 여기는 아이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춘빈에게 '선생님'이라고 하며 유일하게 자신의 눈높이에서 자신을 이해해주던 춘빈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병아리 장수에 대한 극도의 살의(;)를 갖고 있으며, 매번 유치원 앞에 오는 병아리 장수를 괴롭히곤 한다. 그리고 '좋아한다' 라는 감정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자신에게 고백해온 남자아이에게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아냐' 라고 말하고, 그 아이가 결국 '무서워졌다' 라며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관두겠다는 말에 하늘에 물총을 쏘며 '내가 뭐랬냐' 라고 자신의 눈물을 감추는 아이이기도 하다.

결국 자신의 상처를 잊기로 하고 병아리 장수와 화해(?)하며 병아리 한마리를 구입한 새롬은 '얘가 죽으면 어떻게 되느냐' 라고 묻게되고 '그럼 또 사서 키우면 되지' 라는 병아리 장수의 말에 환한 미소로 대답을 해준다. 아마.. 이 아이의 상처는 '병아리'가 아니었나, 싶었다. 맞벌이 부모 밑에서 외동으로 자라며 극도의 외로움을 겪은 이 아이의 유일한 친구가 병아리였을 것이고 유일하게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한 상대였을 것이고 그런 병아리의 죽음이 이 아이를 깊은 어둠으로 밀어넣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으니까.

이젠 병아리 외에도 이 아이가 좋아할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났기에 두려움을 버리고 또 다시 병아리를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처음 봤을 땐 그 남자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계춘빈인 듯 싶었다. 외로움을 덜어주고 친구이자 선생님으로서 늘 자신의 눈높이에 있어주는 춘빈의 존재.



새롬을 제외한 기남의 유일한 고객.  여자친구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깊고,  그 사랑으로 인해서 못할 것이 없는 녀석이기도 하다.  그리고 춘빈과 기남이 연결될 수 있는 매개체이자 춘빈이  '사랑' 을 깨닫게되는 결정적인 계기, 를 마련해준다.

그리고 종현 역의 이 사람..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아봤다. 최대훈 배우라고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에 출연하신 배우이시다. 굉장히 노련하고 재미있는 배우, 라고 굉장히 인상깊었는데 드라마에서 보니 새삼 반가웠다나 뭐라나; 연기는 굉장히 노련하고 재밌는데 토크쇼에선 참 수줍하시던 기억이 새삼! (당시 몸살나서 수줍했던 것도 같고;)



3. 사랑을 깨닫다..

기남에게 그 무엇도 바라지않고 그저 지금까지 처럼 '좋아만' 하려던 춘빈은, 우연히 기남과 손가락이 스치면서 그 긴 세월동안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사랑을 하면 아무 것도 원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던 춘빈은 조금씩 기남에게 원하는 것이 생겨버린 듯 했달까? 그리고 종현을 통해서 그 것이 '사랑' 이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좋아한다' 라는 자신의 감정에 두려움이 생기며 한걸음 뒤로 물러서게 되어버린 듯 했다.

무언가를 원하면 그만큼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 두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춘빈은 고아원에서 그 무엇도 원해선 안된다, 라며 자라온 아이였기에. 그리고 기남또한 춘빈을 통해서 나영과의 관계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종현의 말도 그러하지만 나영의 '이정도 상처도 안받고 뭔가를 얻을 줄 알았느냐' 라는 말이 결정타가 된 듯도 싶었다.

기남도 춘빈도 새롬도... 상처받은 기억, 그리고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서 '사랑'이란 감정의 주변에 머물렀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드라마가 끝난 후에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었다.

"우리가 가져야할 가장 절실한 단순함은 한번에 한군데씩만 아파해야 하는 것이다" 라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대사 한구절도 새삼 떠올랐고...  최대훈 배우가 나와서 그런가,  갑자기 <김종욱 찾기>가 떠올랐던 것도 같다. 아, <김종욱 찾기>는 12월에 영화로 개봉된답니다! (공유-임수정 주연)


4. 그리고-.

1) 위의 컷은, 서로의 감정을 깨달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장면들. 춘빈이 칠한 빨간 종이의 연결이 결국 하트가 되는 것과 춘빈이 자주 하던 장난낙서를 기남이 해서 춘빈에게 그 마음을 전달한 것. (속에 더 중요한 말이 적혀있음;)

2) 저 빨간 하트는 일본의 고래광고랑 비슷해서 뜨아, 거렸답니다. 꽤 유명한 광고라고 생각했기에 '설마'했는데 '설마'가 사실이어서 좀 당황했던 기억도 보태서-!

3) 일본소설 '공중그네'와 비슷한 설정이 있어서 잠시 논란이 일다 사라졌던 걸로 기억해요. 그런데, 이 작가의 이번 작품 <달팽이 고시원>도 어느 일본소설과 비슷한 설정들이 있어서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하네요. 두 개의 소설 다 못읽어서 전 뭐라 평하기 그러하지만... 꽤 괜찮은 두 작품이 논란에 휩쌓이니 좀 씁쓸하고 그렇답니다. ('달팽이 고시원'도 꽤 좋았거든요!)

4) 전 어딘가 모르게 영화 <아는 여자>가 좀 떠올랐던 작품이기도 했어요. 그냥 '사랑이 무엇인가' 라는 느낌의 흐름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요. 갠적으로 참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랍니다, 아는 여자

5) 정경호씨는 정말 저런 소심 캐릭터 잘 어울리는 듯! 저런 소심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하는 배우는 별로 없는 듯 해요. 호동왕자(자명고)보다는 왕기남(위대한 계춘빈)이나 현수(그대 웃어요) 캐릭터가 더 몸에 잘 맞는 옷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물론, 호동왕자도 좋았으나... 난 여진구어린이의 호동을 더 좋아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