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단막+웹드

드라마 스페셜 11화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저승사자가 온다) 당신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 드립니다..

도희(dh) 2010. 12. 3. 20:27


~ 드라마 스페셜 11화 ;
정성화의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저승사자가 온다' ~


<<당신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 드립니다..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0. 작품정보

- 제목 :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저승사자가 온다
- 극본 : 주화미
- 연출 : 홍석구
- 출연 : 정성화(김영웅 역), 전혜빈(이지연 역), 전보람(아미 역)
- 방송일 : 2010년 8월 7일(토) 밤 11시 15분, KBS 2TV





1. 한 남자가 있다.


한 남자가 있다. 이름은 김영웅. 한때 잘나가던 만화가였지만,  현재는 7년째 의욕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백수다. 게다가 그는 병든 어머니의 병수발을 드느라 사생활이라는 것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이지연이라는 쿨한 파트너가 있는데, 그녀가 곧 결혼을 한다며 헤어지자고 한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그녀와 진지한 이야기 한마디를 못했다. 어머니 병수발 안들고 어디에 있느냐, 라며 닥달하는 이모로 인하여.

지연이 결혼통보를 하며 떠나갔을 때, 한 여자가 나타났다.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괴상한 옷차림을 한, 꽤나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영웅을 정신없게 만드는 어린 여자가. 어린 여자는 자신이 최팀장이 보낸 어시스트라 소개하고, 최팀장이 죽은 후에는 그가 전해달라고 했다며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모를 펜촉을 전달해주며 그를 자각시켰다. 그리고 보라색 하이힐을 신은 어린 여자는 말한다. 자신은 죽은 사람 소원을 들어주는 '저승사자'라고.



2. 한 여자가 있다.

한 여자가 있다. 이름은 이지연. 만화 출판사의 기자이자 영웅의 쿨한 파트너이다. 꽤 오랜 시간 만났지만 그들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어느 날, 지연은 말한다. 나 결혼한다, 라고. 결혼을 한다, 라고 말하며 이별을 통보했을 때 영웅은 지연을 말리는 듯 하더니,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말한다. 집에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언제나 그는 집에 무슨 일이 있었고, 그 일로 인해서 지연은 늘 뒷전이었다. 그리고 지연은 언제까지고 그 남자 하나만 바라보고 기다리며 살아갈 수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면서 또 마음으로 바랬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나를 잡아달라고..

결혼상대자는 매우 초밥집을 운영하는 매우 순박한 사람으로 오로지 지연 하나만을 생각하고 위해주는 사람이었다. 자신과 헤어지고 얼마지나지도 않은 시점에 영웅은 열아홉의 어린 여자아이를 데리고 최팀장의 장례식장에 나타났다. 그렇게 영웅은 지연을 자꾸만 실망시켰다. 그럼에도 지연은 영웅을 잊지못한 듯 했다. 그렇게 내내 지연은 영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소원을 빌었다. 영웅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3. 한 저승사자가 있다.

한 저승사자가 있다. 이름은 우아미.  죽은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직업을 가진 '저승사자'이다. 그러니까 사람이 죽기 전에 아미의 사이트에 소원을 빌면 그 사람이 죽은 후 아미가 그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야할까? 살아있는 사람이 소원을 비는데 어떻게 죽은사람의 소원이 되느냐고? 이상하게 아미의 사이트에 소원을 등록/결제하고 아미가 소원을 접수하면, 그 사람은 죽게된다, 라고 아미는 말했다. 그래서 아미가 '저승사자'가 아닌가 싶기도 했고. 특징은 보라색 하이힐을 죽어라고 신고다닌다.

소원을 접수받은 죽은 이들의 장례식장에서 일처리를 하고 밥을 얻어먹으며 다니는 아미가, 어느 날, 영웅의 앞에 나타났다. 최팀장의 의뢰를 받고. 때론 영웅을 곤란하게 만들고, 또 때론 혼란스럽게 만들며, 그가 질색팔색을 해도 내내 그의 곁을 맴돌았다. 그리고 아미는, 그가 작품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 그의 곁에 머물렀다. 그리고 사라졌다.




4. 저승사자가 왔다,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왜 저승사자가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왔는지는 모르겠다. 그 것은 그저 누구나 기억하기 쉬울만한 톡특함, 뇌리에 깊이 박힐만 수 있는 '특징'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영웅이 이름도 집도 연락처도 모르는 그녀를 기억해내는 단서는 오로지 '보라색 하이힐' 밖에 없었다.

아미는 오로지 '의뢰받은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만 움직였다. 그런 그녀가 '왜' 영웅의 곁에 그리 오래 머물렀던 것일까? 그 것은 정확한 내용이 나오지않은 '최팀장의 소원'이기 때문이었던 듯 싶었다. 최팀장의 소원은 '영웅이 다시 제대로 된 작품을 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고 말이다.

그 제대로 된 작품을 하기위한 소원의 조건 속에 '어시스트'와 '펜촉'이 포함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그녀는 그가 '작품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사라질 때까지 그의 곁에 머물렀다는 것이었다. 한때는 잘 나가던 만화가였던 영웅이 왜 현재는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가에 대한 원인조차 잊어버린 채, 생각으로만 벗어나야한다고 다잡지만 그리 되지가 않는, 결국은 하나의 이유에 매달려 자신의 일과 사생활을 모두 버린 채 살아가는 그에게 '자극'을 주는 하나의 '계기'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더라.




5. 침대..

영웅의 새로운 만화 속에는 하나의 침대와 그 침대에 평생을 엎드려 사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한결같이 사랑해주는 남자가 나온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영웅 자신의 상황을 비유해 그린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한 채 살아가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병수발을 하는 자신. 비밀스런 관계 탓에 침대에서만 만나는 쿨한 파트너 지연과 자신의 관계.  그리고 무기력함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자신을 침대에 평생 엎드려 사는 여자로, 그리고 침대는 그런 자신의 현실적 핑계거리인 엄마, 그런 여자를 평생 사랑해주는 남자가 지연이 되기도 하는 듯도 싶었다.

만화 속에서 남자는 결국 떠났고 여자는 울다지쳐 결국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을 본다. 침대를 떠나 살아갈 수 없는 여자는 침대와 함께 떨어지고 뒤늦게 사랑을 깨닫게 된 남자는 여자를 쫓아간다. 다행히 여자는 침대로 인해 죽지않았고 남자와 여자는 서로 바라볼 수 있게되었다.

솔직하지 못한 영웅으로 인해 지연은 등을 돌리게되고, 엄마의 이름으로 소원을 접수시킨 다음 날, 엄마는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 채 깊은 잠에 빠져든다. 긴 세월 엄마가 누워있던 침대는 이모에 의해 버려졌고 보라색 하이힐의 저승사자와 소원접수 그리고 엄마의 죽음에 혼란에 빠진 영웅은 폐인처럼 살아간다. 그리고 떠올린다. 아미의 말을.  그리고 그제서야 현실을 바라본 그는,  침대와 함께 추락하는 그녀를 쫓아가는 남자처럼,  정신없이 지연을 쫓아가고...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침대는 현실도피를 위한 바람막이이자 족쇄가 아닌가, 싶었다. 누군가가 억지로 채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채워버린 마음의 족쇄. 스스로 풀어낼 수 밖에 없었던 족쇄.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겨우 그 족쇄를 벗어던진 영웅은 그제서야 현실에 마주서며 7년 만에 세상 속에 나아갈 수 있었던 것도 같다.




6. 그리고..

+) <드라마 스페셜 11화>는 '정성화'란 이름을 타이틀로 내걸었다.  그런데 방영 전 홍보에서 '전보람'이란 이름을 타이틀로 내걸어서 꽤나 뜨악한 기억이 난다. 기사에서만이 아니라 공홈에서도. 그러다가 방영직전에 '정성화'란 이름으로 타이틀이 바뀌었다.

뜨아한 이유? 내가 알기로 티아라 보람양은 연기경력이 전무하고 이번 드라마가 아마 데뷔가 아닌가, 싶은데... 그런 아이돌을 <드라마 스페셜>의 타이틀로 내건다는 것 자체가 뜨아였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라면 한번쯤 혹시나, 싶어지기도 하고 말이지. 게다가 나에겐 그런 한번쯤의 혹시나보다 더 했던 건, 무려 정성화씨가 출연하는 작품에서 어떻게! 였다. 물론, 내가 정성화란 배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 그리 재미있는 편은 아니었다. 그냥저냥?

+) 저승사자 역의 티아라 보람양은 연기가 그냥저냥이었다. 괜히 순수무구 맑은 척 하려고 톤을 높일 때마다 간간히 어색해서 오글거리기도 했고. 그런데 방영 후 '연기 잘한다' 라는 칭찬일색의 기사에 순간, 나만 그런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건 개인의 취향이니까 그러려니, 싶기도 하다.. 고 해야하나?

나는 정성화씨의 연기가 좋았다. 무기력함을 감추려 생각없는 척 살아가면서도 벗어나지질 않는 현실에 발목잡혀 좌절하고 고민하고 어머니의 죽음 후 그 원인이 혹시 나일까, 라는 생각과 지금까지 겪은 일이 현실일까, 라며 내내 혼란스러워하는, 진실을 마주하고 그 것을 놓치지않기 위한 절박함 등등의, 그런. 물론, 위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정성화란 배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 드라마를 볼 때는 몰랐는데, 리뷰를 쓰다보니, 침대란 족쇄를 스스로 채운 채 세상을 외면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영웅의 모습에서 지금의 나를 겹쳐서 바라보고 있었던, 나를 발견했다. 나 또한, 이 족쇄를 얼른 벗어던져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