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한가한 극장

애니) 천사소녀 네티 - 허술한 구성 속에서 설레이던 열네살의 러브러브!

도희(dh) 2010. 7. 14. 06:08

 

1. 시작 전에 말하는 보게된 계기.

누구도 압박하지 않은, 그러나 약속이라고 생각되는, 이곳과 저곳과 그곳에 올려야하는 글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이 것을 얼른 쳐내야만 하는데 왠지 모르게 버거워하던 찰나,  쿡에서 <천사소녀 네티> 를 발견하고  바로 머리에 꽃달고 동산 위에서 춤추는 처녀마냥 하루 반을 내리 보고 말았답니다. 보면서도 '나는 지금 뭐하는게냐' 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곧 '현실도피 중' 이라는 결론과 함께 마음무겁게 현실도피를 했다나 뭐라나; 근래들어 현실도피가 잦아지고 있어요-!



2. 천사소녀 네티에 관한 기억.

대충 검색해보니 1996~1997년에 처음 방영했고  1999년에 재방으로 또 방영을 했다고 해요.  그리고 제가 처음 접한 것은 1999년에 방영한 분량이 아니었나,  싶어요.  왜냐하면 그 당시에 제가 완전 빠져서 허우적거렸던  <세일러 문> 종영 후에 했던 걸로 기억되거든요. 아무튼 너무너무 재미나게 봤기에 대강의 이야기와 주제가를 외우고 항상 흥얼흥얼 거리기도 했었어요. (이번 자막버젼보며 급 헷갈리기 시작했지만, 당시의 한국더빙주제가는 너무 쉽고 건전했음; 그래서 좋았지만! 요즘 애니 주제가는 왠지모르게 어렵다고 생각하는 1人)



3. 다시보니 허술한 이야기-;

'왜 세인트 테일(천사소녀 네티)이 메이미라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걸까?' '다른 애들은 멀리서 실루엣등등으로 봐서 모른다쳐도, 아스카 주니어(셜록스)는 그렇게 가까이서 세인트 테일과 함께했으면서 왜 메이미라는 건 절대로 모르는 거지?' '세이라(어린수녀님)의 그 방대한 정보력은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일까?' '어떤 고민이든 거침없이 털어놓게 만드는 세이라의 비결은?' '세인트 테일(네티)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왜 정보수집을 하지않는 거지? 역추적하면 정체를 알 수 있을텐데;' '메이미는 왜 세인트 테일이 되었을까?'  '주문 기도의 의미는?'  '변신, 을 하는 거니까... 마술과 함께 마법도???'  '트릭은 뭘까?' ' 아무리 시장의 허가라도 고작해야 열네살 아이의 지시를 저리 순순히 따르다니;' 등등의-!

이딴 거 생각하며 어찌 순수하게 이 애니를 보았느냐고 물으신다면, 이딴 거 깔끔하게 무시하고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 후 굉장히 두근거리며 봤더랍니다-! 저는 원래 무념무상으로 이야기를 보는 타입인데, 블로그를 하면서 머리에 잡생각이 너무 들어차서 좀 털어버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 중이기도 하답니다. 이게 점점 많아지면 독이 되는 것도 같고!

아스카 주니어가 세인트 테일이 메이미라는 것을 스스로 알아채지 못하는 것은, 말도 안돼, 라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차서 마음의 눈마저 감아버려 그리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마음의 눈을 감아버리니 현실의 눈이 무얼보든 '착각' 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킨 것도 같고.  다만,  그렇기에 세인트 테일을 스스로 잡아야만 한다는 집착이 생겨버린 것 같더라구요. 세인트 테일에게서 메이미를 봤으니까-!

세이라의 그 방대한 정보력, 으로 인해서 그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비밀조직의 조직원?, 등등의 추리로 이야기 외전을 쓸 뻔 했더랍니다. 그리고 세이라와 메이미의 만남과 세인트 테일의 탄생과정도 궁금하고. 대충 원작만화에는 나왔을지도, 라는 결론으로 과감히 묵인하기로 했어요-! 그래도 정말 세이라의 정보력은 혹시, 신께서 계시-;;; (죄송!)

열네살 소년에게 수사권을 준 시장이나, 그런 시장의 말을 순순히 따르는 경찰들과 시민들, 아스카 주니어가 너무나 당당히 세인트 테일을 잡겠노라 휘저으면서 매번 놓쳐도 질책조차 없는 모습등등은, 그러려니 합니다. 꼬꼬마가 살인사건도 해결하는 판국 (명탐정 코난) 에 열네살 소년이 도둑잡는 것쯤이야-!




4. 코난을 부르고 싶어-!

라고 몇번을 되뇌였더랍니다.  코난을 불러서 세인트 테일의 마술트릭을 밝혀내라고 하고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해야할까요? 왠지, 코난이라면 세인트 테일의 마술트릭을 다 밝혀내며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일 것이란 생각에-! 아스카 주니어(셜록스)는 그 마술의 트릭을 밝혀낼 마음은 별로 없는 듯 하더라구요. 더불어 괴도키드랑 세인트 테일의 마술도 겨뤄보라고 하고싶었고-! (괴도키드 너무 좋아-ㅠ.ㅠ*** 코난에서 헤이지랑 키드를 가장 좋아함.)

이 이야길하자 동생은 짱구와 아따맘마의 우정출연 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 처음듣는 이야기~+.+, 라며 흥미진진 호기심은 비췄지만 미안하게도 전 짱구를 안좋아하고,  아따맘마는 하면 보지만 굳이 찾아서 보진않는지라. (그래도 아따맘마는 한때 꽤 좋아했던 애니 중 하나;)




5. 14살 아이들의 러브러브에 두근두근-!

이야기 속의 아스카 주니어(셜록스)와 메이미(네티/?)는 열 네살, 그리고 중학교 2학년이었답니다. 보기엔 초등학생 같기도 하지만 엄연한 중학생! 중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약혼등등의 말도 오가는 에피가 나오는가 하면, 재벌 2세가 메이미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걸 보며 '저건 원조교제잖아!' 라고 황당해하기도 했더랍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이들의 사랑은 나름 꽤나 진지하고 질실된 운명적 사랑, 뭐 그런 것이었어요. 아스카 주니어와 메이미의 관계로만 본다면 티격태격하다 정든다는 뻔한 설정이긴 하지만, 그 속에는 세인트 테일과 아스카 주니어의 비밀스런 관계와 그들이 쌓아온 시간이 가져다 준 추억과 신뢰관계 및 기타등등의 밑바탕이 된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메이미가  아스카 주니어 (셜록스) 에게라면 잡히고 싶어하는 마음과  그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란  불안함에 절대 잡힐 수 없다는 모순된 감정 속에서 '약속' 이기에 보낸다는 예고장의 의미. 그 것은 메이미(세인트 테일)의 '러브레터' 였다고 해요. 처음의 의도는 '만나고 싶어' 였겠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잡아줘' 라는 의미가 담기지 않았을까 생각 중. 이 것은 단순히 남의 물건을 훔치는 자신을 잡아달라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잡아달라는 것이 아닐런지... 엔딩을 보면.

또한, 세인트 테일을 꼭 자신의 손으로 잡겠노라는 아스카 주니어의 집착 비슷한 그 마음은 '세인트 테일 = 메이미' 라는 공식을  자신이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무의식 중에 그려놓은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항상 티격태격 거리지만 신경쓰이는 동급생 메이미가 다른 남자와 함께하는 모습에 울컥하고 질투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  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죠.

아무튼, 이 열네살의 소년소녀의 갑돌이와 갑순이같은 사랑놀이는 꽤나 설레임이 가득했더랍니다. 특히, 셜록스의 질투부분은 꽤나 귀엽기까지-! 마지막 즈음, 무지개 끝에 보물이 눈감고 있다, 였던가하는 전설과 겹쳐져 무지개 끝에서 나타난 메이미와  그런 메이미를 바라보며 쓰러진 아스카 주니어의 고백은  꽤 뻔하고 단순하지만 두근두근-!  (그런데 왜 애들 럽럽에 두근거리냐고-;;;)




6.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일반적인 악인 도둑이 '선' 이고 도둑에게 물건을 도둑맞는 피해자들이 '악' 이 되는, 어린 소녀도둑을 주인공으로 한 이 이야기는 권선징악이라는 단순한 교훈을 주는 듯 하지만, 나름의 모호한 경계를 가지고 있었어요. 세인트 테일은 범죄자이자 불쌍한 어린양들을 구원하는 천사였고, 물건을 도둑맞는 이들은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의 입장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세인트 테일이 훔치는 물건에는 깊은 사연과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그녀를 추격하는 경찰들의 모습은 극의 긴장김을 위한 장치이면서도 아무리 뜻은 좋아도 '훔친다는 것' 자체가 '범죄' 라는 것을 알려주는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그토록 잡아야한다며 추격하던 세인트 테일이 훔치는 물건의 의미를 알게된 아스카 주니어는 그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게 되어버린 듯도 하고 말이죠. 그리고 이런 혼란이 결국 8년 후의 아스카 주니어의 모습을 만들어낸 것인 듯 했구요.

주인공인 도둑소녀가 사실은 신의 지팡이 노릇을 하는 의로운 도적이며,  그녀로 인해서 어려운 사람들이 미소를 되찾고 악인들이 잡혀가는 이야기는,  결국 도둑소녀가 탐정소년에게 잡힘으로서 전설은 전설로 남게되며,  마을은 정당한 방법으로 수호되고 있음을 알려주며 막을 내리게 되었답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하는 도둑질도 범죄이며, 정당한 방법으로 악인을 잡아야한다는 교훈을 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억지로 짜내봤습니다-;  (사실 볼 때는 이런 생각 당근 안한다는 거 알죠? ㅋㅋ)





7. 끝으로...

총 40부작. 회당 20여분. 꽤 재밌게 봤답니다. 비슷한 포멧이어서 중간에 조금 지루했지만 그럼에도 계속 보게되는 중독성이라고 해야할까? 어쩌면 지금 여기서 멈추면 나는 또 안본다, 라는 것을 알아서 그런 것일지도 몰라요. 현실도피란 것을 계속할 정도로 무감각한 인간은 아니니까 말이죠. (그럼에도 주변엔 너무 느긋하고 평화로워보여서 그런 인간으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오래 전의 추억의 책장 하나를 넘긴 듯한 기분, 나쁘지않네요-! 그런 의미로 쿡에 <세일러 문> 넣어줄 의향은 없을꺼나요-? ㅎㅎ 사진출처는 투니버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