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한가한 극장

영화) 백야행 - 빛나는 태양, 짙은 그림자

도희(dh) 2010. 5. 24. 06:43

 

[2009. 12. 02. PM. 17:45]

 

0. 솔직히 ...

처음부터 그렇게 끌리던 영화는 아니었다.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닥 좋아하지도 않는 배우들의 출연. 그리고 그리 끌리지않는 제목. 그래서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던 단계에서 알던 영화였지만 큰 관심이 없는 영화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왜 갑자기 이 영화가 끌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작의 모 드라마를 포기하고 이 영화를 선택했다는, 손예진이 아니면 안된다던 (우연히 읽은) 이야기 때문인지,  제대 후 연극은 했지만 대중들과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자주가는 게시판에 올라온  고수의  깊어진 눈빛에 혹해서인지,  오래 전 추천받은,  내용이 꽤 강하게 느껴졌던 그 드라마와 같은 원작이란 것을 뒤늦게 깨달아서인지,  개봉 직후 우연히 읽은 어느 블로거의 리뷰가 꽤나 좋아서 보고싶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보고싶었고,  조금 무리해서,  보고왔다.

※ 아... 그리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간간히 스포가 섞여있음!!!

 

 

1. 오랫만의 극장나들이.

극장을 찾아서 영화를 관람한 것은 지난 4월 [그림자살인] 이후로 처음이었다. 사실 [숏버스] 이후 처음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나보다. 올해 본 영화 중에선 [숏버스]만 기억에 남으니 말이지. 뭐... 너무 쎈영화여서 그랬나? 그리고 CGV는 [비몽]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다. CGV를 자주이용하려고 이번에 멤버쉽카드까지 만들었는데, 내가 과연 얼마나 자주 이용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CGV는 은근 마음에 드는 극장이다.  이유는 꽤나 단순하게,  티켓발매기가 있어서...? 그보다는 좀 친한데, 근래들어 전혀 연락을 안하는, 이러다 문득 연락할, 친구녀석이 문득 흘리면서 했던 '나는 그래서 CGV가 좋아' 라는 그래서,가 여전히 마음에 남아서, 그럼 나도 거기가 좋다고 하지, 뭐... 였던 것도 있는 듯. (내가 좀 단순해서 말이야...ㅋㅋ)





2. 이건 뭐지...?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래딧 (을 다 보려고했으나 나가라는 듯한 분위기에 반쯤보다가 일어섰다) 을 보며 떠올린 건  '이건 뭐지...?'  였다.  이미 엔딩부분, 어느정도의 스포를 접한 후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영화의 중반 이후로 밀려들어 온 두통이란 녀석때문에 머릿 속이 멍해져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뭐지...? 라는 생각과 물음표만 그려가며 극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지끈거리는 두통 덕에 더 깊이 생각하지도 않았고.

재밌었어, 라는 어느 관객의 벅찬 감동을 들었고...
머리가 아파, 라는 어느 관객의 투덜거림을 들었다...

머리가 아파, 라는 어느 관객의 투덜거림에, 마음 속으로, 어... 나만 그런 게 아니야?, 싶기도 하더라.
그런데,  나의 두통의 원인은 수면부족이었다.  단지 그 두통의 시작이 이 영화의 중후반을 지나서는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수면부족에 좀 피곤하게 돌아다니면 그 것을 몸이 반응해서 심한 두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넌 피곤하니까 얼른 자야해,  라면서.

문득, H양에게 영화 <백야행>이 보고싶다고 말하자, 저는 그거 드라마로 봤는데 별로였어요, 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니 취향은 아닌데 내 취향일 수는 있지, 라며 웃으며 말했던 것도. 이 영화가 나의 취향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흑과 백, 그 두가지가 뚜렷하게 나뉜 듯 하지만, 사실은 하나라는 듯한 느낌만큼, 모호한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뭔가 보여주려고, 또한 상징하려고, 암시하려고 하는 어떤 것들이, 전혀 와닿지가 않았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되새겨지지가 않는 영화였던 것 같다.

원작을 읽어봐야겠어, 라는 생각이 든 이유도 그 것인듯 했다.
135분의 러닝타임 속에 3권 분량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를 담기엔 무리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저 아이는 무엇을 생각했던 것이고, 이 아이는 무엇을 꿈꿔왔던 것일까. 저 사람은 무엇을 보고 또 느낀 것일까, 등등등... 되새겨지지는 않지만, 무엇인지 궁금한. 이래놓고 정말 사서 읽게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누군가의  해석으로 그려진 드라마가 아닌 원작으로 접해보고 싶었달까...?





3. 이건 왜... ?

 

문득, 눈물이 흘렀다...

사실 좀 멍한상태로 관람하던 중인지라, 보는내내 아무런 감정의 변화같은 것도 없던 나인데, 순간순간 깜짝 놀란 것도 있었지만, 그 외엔 좀 멍하니 봤던 것 같다. 그리고,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흐르자 혼자 당황하기도 했다. 그들의 눈물에 함께 눈물이 흐른 것인지, 나는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 그들의 감정을 나도모르게 받아들인 것인지, 그 것은 여전히 모르겠다. 그냥,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옆에 있는 얼굴모를 관객이 뒤적뒤적, 자신의 백을 뒤지는 걸 보면,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극장에 불이 켜지자 재빨리 화장을 고치는 걸 보면,  이 사람... 울었네,  라는 생각도 들더라. 슬프지도 않았는데...  뭐,  나도 눈물이 나긴 했지만,  왜 눈물이 났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냥, 그들의 감정이 내 가슴 속에 스며든 것 같았다.

 

'미안하다'

 

라는 그 말을 듣던, 요한의 눈빛, 흔들리지않던 그의 표정.
왠지, 이젠 됐어, 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것 다 필요없다는 듯한, 이미 결심은 굳어진 듯한 그런데 정말, 그는 미안하다, 라는 말을 듣는 순간, 무엇을 느꼈을까....?

태양이 높이 뜰수록 그림자는 사라진다는 그의 말. 어쩌면, 그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도, 싶기도 하더라. 멜키어가 죽으려는 순간 '너는 죽을 수 없어' 라는 확신이 가득찼던 그날의 중얼거림과 달리,  요한이 죽으려는 순간  '너는 그럴 수 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결말을 알아서 그런 생각도 했지만,  그에게 그 것은, 미호를 지키기 위해 살아온 그에게 그 것은,  너무나 절박해 보였거든. (아... 이거 스포다..;;;)

그런데, 형사의 그 '미안하다' 라는 말 속에서, 뭔가를 느껴야만 했던 것 같은데,  아무 것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 것이 영화화 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난 구멍이었는지,  그럴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운명이기에,  미안할 필요조차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4. 빛과 어둠.

 

 

태양 아래 서고싶다던 그와...

 

 

자신의 인생에 한줄기 빛만 있었다는 그녀...



5. 그리고...

 

 

몇몇 마음에 드는 씬이 있었는데, 스틸컷에 있는 마음에 드는 씬.
15년 중의 14년. 만나선 안되는 15년의 시간 중 1년을 남겨놓고 마주한 그들.
마주하지 않았지만, 결국 섞여버린 듯한 그들.

미호는 ... 이라는 생각에,  과연...,  이란 말을 붙히며,  만약이란 가정으로,  지금도 그녀를 향해 끝없이 물음표를 그리지만,  솔직히,  나는 미호에게서 그 무엇도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하얗게  빛났다.  반짝거림도 없이 그저 하얗게.

 

'네, 모르는 사람이에요.'

 

(정확한지는 가물가물.)
라는 미호의 대답. 네. 와 모르는 사람이에요. 라는 말을 나는 따로, 나눠서, 들어버렸던 것 같다.
그리고 외면, 슬핏슬핏 보이는, 그녀의 떨리는 속눈썹 속의 눈동자.
그녀의 속눈썹과 한없이 도도하게, 위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애쓰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동자에서 떨어질 자그마한 물방울 하나를 숨기려는 듯한. 애써 막아서는 듯한. 떨리는 속눈썹이, 한없이 위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참고있다, 라고 말하는 듯 했거든.

그렇게 그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끝없이 빛나겠지... 반짝임없이 그저 하얗게.
... 그리고 그는, 어땠을까...?





6. 끝으로.

결론은...  고수가 이렇게 깊은 눈빛을 가진 배우란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고수출연 드라마를 보긴 봐야겠군... 이란 생각과 함께, 그 뭐였을까, 에 대한 물음표에 대한 답을 찾기위해서 원작을 읽긴 해야겠군,  이란 생각 플러스  뭔가 괜히 허전하고 아쉬운 것 같아, 라는 생각. 더불어, 원작을 모른 채로 봐서 다행일지도, 라는 생각... 왠지, 원작을 봤다면 아쉬운 구멍이 너무 커다랗게 보일 듯 했거든.

그래서 나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를 보고말았다. (으으...응....?)


* 작성일 ; 2009/12/04 01:05
* 원본 ; http://blog.naver.com/hidori324/120096263429 (만약 똑같은 글 봐도, 여기 꺼면 내가 쓴 것임!)

* 2010/ 05/ 24 ... 현재;

원작은 이미 읽었습니다. 리뷰 쓰려다가 고새 까먹고 있었달까나; 올해 안에 쓰겠죠, 리뷰?


일드도 볼 예정인데 언제 볼지는 모르겠음. 계획으로는 지금 보는 거 보고나서였는데... 지금은 글쎄...;
다가오는 6월은 나에게 알게모르게 바쁜 달;


결국 보게 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마지막 6회정도 남겨두고 [추노]보니라 일단중지.
언제 다볼런지; 아무튼, 고수는 참으로 멋있었다능!!!


[백야행] 일본버젼 영화도 나올 예정이라고 함! 캐스팅은 들었는데 나는 누가 누군지 모른달까나;


절대 포스팅거리 없어서 예전에 다른 곳에서 썼던 글 델꾸오는 거 아님! (강한 부정은?)


본문 속에 나온 '멜키어'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드라마까지 보고 영화 한번 더 보고 리뷰 또 쓰긴 할 것임.  그런데, 드라마까지는 안봤지만,  드라마와 영화는 소설의 '외전' 같은 느낌이 드는 듯 하다. 책 속의 여백을 나름의 해석으로 채워넣은. 책 자체는 여백이 많아서 상상할 여지가 많았던 것도 같다. 재밌었음요!

*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 알라딘 영화


2022.05.06
포스팅 정리하는 중. 사진 날라간 거 발견. 어떤 사진들인지 기억이 안나서 그냥 느낌대로 채워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