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해외 드라마 시청담

일드) 오센 :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고요히 머무르는,

도희(dh) 2010. 3. 30. 05:51


오센

오센 (おせん, 2008, NTV) / 총 10부작




 간략하게.  

세상은 끊임없이, 빠르게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무엇이든 새롭게 변화하고 달라지고, 그 것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고, 또한 뒤쳐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식도 마찮가지. 쉽고 간략하게 만들 수 있는 일회용음식(?)들이 늘어나고, 다양한 도시락들과, 다양한 메뉴의 식당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빠르고 빠른 시대인만큼 .. 음식들또한 빠르고 편하고 간략하게.. 그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선 당연하다고 하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그런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고요히 머무르며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요정(식당)과 그 곳의 어린 여주인, 그리고 어느 날 '시대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는!!!' 을 외치며 찾아들었으나 엉덩이 무쟈게 가벼운 한 녀석과 그 식당의 직원들과 그 주변에서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던 사람들이 ...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 고요함이 흔들리는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오센..  

"오센"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한나 센'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그녀의 이름은 '한나 센'인데.. 왜 '오센'이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모두가 그녀를 '오센'이라고 부르니.. 나도 '오센'이라고 부르고 있다.

주인공 '오센'은, 23살에 '잇쇼우안' 의 여주인이 되어,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않고 그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다. 하지만, 오센은 끊임없이 '시대의 흐름'과 마주하며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과를 자기방식으로 풀어내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를 시키기도 한다. 때론, '잇쇼우안'의 '여주인'이란 짐을 내려놓고 그저 23살의 평범한 여자이고 싶기도 하기에 상처도 받지만.. 그런 자신의 상처를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감사하며 웃을 수도 있는 아이이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받는 것에 감사히 여길 줄 알고, 받은 그 이상으로 베풀 줄 아는 아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극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혹은 거의 다 오센을 사랑한다.

알콜중독자가 아닐까.. 싶을 만큼이나 술을 좋아하고, 도자기 등등의 오래된 골동품같은 것을 보면 두번 생각하지 않고 구입하며, 그 구입한 값비싼 골동품을 고이 모셔두기 보다는 가게 여기저기 장식은 물론, 식기로도 쓰고, 때론.. 정원 한 가운데에 두고는 그 풍경과 하나가 되게하는 등등의 엉뚱함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신입직원에게 주는 월급은 고작... 5만엔!!!

하지만, 모두가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러한 엉뚱한 그녀가 '잇쇼우안'의 '여주인'으로서 손색이 없기때문이 아닐까.. 싶다. 23살이란 어린 여자아이, 알콜중독이 의심되는 애주가, 원하는 골동품이 눈에띄면 뒤도 생각안하고 덥썩사는 그녀지만...  그녀는, 그녀가 지켜나가는 '잇쇼우안' 이 어떤 의미인지,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지켜야만 하는지를 잘 아는 여인이었다. 그리고, 결국 '잇쇼우안' 은 그 곳의 여주인 '오센'이 있기에 완성되기도 한다. 모든 음식은 주방에서 만들지만,  그 음식들은 오센의 손을 거쳐서 손님 앞에 내어지는 순간,, 비로소 완성이 된다고 해야할까...?


너무 순수해서 때론 맹하게도 보이지만, 자신의 의지를 세워야만 할 때는 그 고집을 절대로 꺽지않는.
전통음식점을 하는 '여주인'다운 음식솜씨와 상대에 대한 설득을 '음식'을 통해서 하는 그 모습까지... 그녀가 '음식' 을 통해서 상대를 설득하는 것은, 음식이 기가막히게 맛있다는 것도 있겠지만,, 그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 혹은... 그 음식이 지닌 의미 등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상대의 마음을 건들어 감동시키고 설득하곤 한다.

이 드라마는 '전통음식점'을 배경으로 다양한 음식을 보여주지만, 음식드라마가 아닌..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지켜지는 '전통'에 관한 드라마이다. 23살, 시대의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만 하는 한 여자아이가, 다양한 디자인의 고운 기모노를 입고 .. 세상에 물들지않은 채, 그저 해맑게 음식과 사람과 자연(갖가지 식재료)과 대화를 하는 모습...,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끊임없이 고민하며 전통을 지켜나가려는 모습. 상대의 말에 진심으로 귀기울일 줄 아는 모습.

그렇게, 그녀가 있기에 '잇쇼우안'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이며... 그녀가 왜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알게해주는 듯 했다.


- 드라마 '오센' 오프닝 中 -

검색하다가 알게된 것은 [오센]은 만화가 원작이라고 하는데,  드라마 속의 '오센' 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라고도 하더라.  이 드라마 [오센] 속의 '오센' 은 이 캐릭터를 연기한 '아오이 유우' 란 배우를 위해서 재탄생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어울렸다.  이 배우는,  이름은 낯이 익으나 처음 본 배우로, (내 기준으로) 눈에 확띄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꽤 청순하고 순수함이 뭍어나는 얼굴과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흔치않은 미모를 지니고 있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순수하고 세상에 때뭍지않은 어린아이같은 오센 그 자체란 생각이 들었달까?




 시대의 흐름..  

뭐, 잘은 모르지만, 나는 비교적 일본은 '전통'이란 것이 잘 지켜지는 나라가 아닐까,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어쩐지 '수에 밝고 영리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가져버려서 그런지, 혹은 몇몇 드라마와 만화와 애니 속에 담긴 모습등등을 통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통'이라는 가치가 주는 것을 잘 아는 그들은 그 것을 잘 지키고 보존하는 나라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일본도 '전통'이 완전히 잘 지켜지는 것만은 아니었나보다.. 라고 이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 곳도 역시, 시대의 흐름이라는 거친 물살 속에서 그 것들을 흘려보내곤 했나보다...라며.

(내가살아가는 나라의 드라마인 한국드라마는 그저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였지만,  외국 드라마는 그 나라에 대한 인식도 생기는 걸 보면... 드라마란 것은 현실과 적절히 잘 조합해서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란 생각이 언뜻 들어버렸다.  으음...;  일본사람들이 한국드라마를 보고 생긴 한국에 관한 편견...  이라는 웃자고 쓴 게시물을 읽은 기억도 슬쩍 나버렸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는내내, 사라져가는 한국의 전통이란 것을 떠올렸다.  한번 놓아버리고 잃어버리고 끊어버리면 되찾기 힘든 그 전통이란 것을.. 우리는 그렇게 흘려보내고 있다. 극 속에 나오는 어느 사장은 말한다. '북극곰이 사라져간다고 다들 걱정하지만 나는 그 것에 관심이 없다. 북극곰이 사라진다고 나에게 영향을 주진 않는다. 전통도 그런 것이다' 라고 말이지. (대충 이런 의미)

당장, 눈 앞에서 이렇게 사라지고 있어도 모르는 그 전통.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이란 물살 속에서 깍여나가고 나가서 서서히 사라져도 모르던 어느 날, 생각할지도... 아, 그건 뭐였지? 라고. 그건 그래도 지켜야만 했었어, 라고.

이 드라마 [오센] 은...  고요하게 흘러가고,  특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에피소드는 없지만,  잔잔하게 생각을 하게한다.  끊임없이 흘러들어오는 개발소식.  오래된 무언가를 때려부수고 새로운 높디 높은 건물들을 세우고, 모두 똑같은 형식의 건물들 속에는 비슷비슷한 가게들이 들어서는, 그런 현실.  그 속에서 빠르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비슷한 맛의 음식들.  어제가 있기에 오늘이 있고 그렇기에 내일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

가끔 보는 어느 예능프로가 찾아간 6~70년간 한 자리에 머물며 장사를 했다던...  시대의 아픔을 품고있던 어느 거리.  이젠 추억이 되고 언젠가 역사가되어 사라질 그 거리가 떠올랐다.  그 거리 속의 물건들을 반가워하고 신기해하며 오래된 기억을 꺼내들며 떠들어대던 그들이 떠올랐다. 그 곳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는 어느 날,  '그런 곳도 있었다'  라며 오래된 책의 한켠에서나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아픔으로 다가와서 예능을 보면서도 온전히 웃지못했던 그 순간이 멈칫.

시대의 흐름이란 물살 속에서 흔들림없이 고요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잇쇼우안'이,
여기, 대한민국의 어딘가에도 있으려나...? 있다면.. 얼마나 있으려나...?




 끝으로...  


전통이란 것은,  형체가 없어도 그 것을 기억하면 어디에서든 이어져간다,  라는 것이 이 드라마의 결말이었다.  지금 당장 장소는 없더라도,  그 것을 알고있는 이들이 그 것을 잊지않고 이어나간다면...  된다라는 의미가 아니었나 싶다.

뭐, 정확히는.. 드라마에서는 '잇쇼우안'의 '맛'을 말했고, '형체'가 없는 맛이란 것은, 그 맛을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아는 그 무엇을 다른 이에게도 알려주며 이어나간다고 해야할까? 케찹에 익숙한 아이가 '무'맛을 몰라, 무에다 케찹을 뿌려먹는 씁쓸한 모습과 함께.

내 할머니의 우럭찜. 나에게 그 것은 그리운 할머니의 맛 중 하나이다. 그 것은 할머니만이 할 수 있는 음식. 나는 그 맛을 기억하고, 내 엄마는 그 맛을 그렇게 이어받았다. 물론, 엄마의 우럭찜에는 할머니의 맛이 나진 않는다. 맛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잇쇼우안'의 음식이 오센의 손으로 완성되는 것처럼, 할머니의 음식은 할머니의 밥상에서 완성되는 것이기에.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뭐랄까... 이 드라마는 서서히 잊혀져가는 일본의 전통음식을 말했고, 그래서 나는... 한국의 전통음식을 저리 지켜내는 사람도 있는만큼, 그 것이 서서히 소리없이 사라져도 가겠지... 라는 생각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오래된 건물이라는 이유로...  편리하지 않다는 이유로...  개발을 해야만 한다는 이유로...  또 소리없이 사라져가는 유서깊은 건물들도 있겠지...  라는 씁쓸함도 들었다.

난, 먼 훗날, 그 옛날의 모습을 그저, 미니어처로만 보고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전통의 맛을 그저 막연한 그림과 글을 통해서만 전해듣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이런 생각을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의지불끈거리며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없는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