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그대 웃어요 11회 - 남들 눈엔 연애로 보이는 당신들의 관계

도희(dh) 2009. 11. 1. 16:50

드라마 그대 웃어요 11회.
안보면 그닥 궁금하지않고, 보면 재미있는 드라마. 나에게 있는 이 드라마의 의미.

그대 웃어요 11회는,
자신들은 그냥 좋은 친분을 유지는 티격태격 친구같은 관계인 듯이 행동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모두 연애하는 걸로 보이는 현수와 정인과 정인을 향한 현수의 눈길을 보며 묘한 감정에 휩싸여버린 정경. 그리고 어르신들의 어설픈 분륜이 발각되는 이야들이 그려졌습니다.









1. 남들 눈에는 보이지만 정작 본인들의 눈엔 보이지않는.

나의 눈에는 분명 이 아이들이 연애를 하고있는 듯 했습니다. 뭐 시청자인 나 뿐만 아니라 극 속의 성준과 지수의 눈에도 그들은 연애 중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정경의 눈에도 이제 막 시작하는 어떤 풋풋한 연애감정이 느껴졌고, 그 것은 한새의 눈에도 마찮가지였고 말이죠. 그래서 성준과 지수는 그들을 보고 미소지을 수 있었고, 정경과 한새는 스쳐지나간 바람에 대한 미련때문에 손에 쥘 수 없는 그 바람을 잡아보겠노라 앞으로 끙끙거릴 것이 눈에 보이는 듯 하네요.

현수는 그저 어디로 튈지 모를 고무공같은, 하지만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상처를 자꾸만 숨기는 정인의 그 마음을 알기에 더 챙겨주려던 다정한 마음이 어느 새 눈 앞에 없으면 걱정되고 신경쓰이는 존재가 되어가는 듯 했어요. 그리고 정인은 어느 날 문득 남자로 느껴진 그가 바라보는 것은 여전히 정경이란 것에, 그의 마음에 자신이 들어갈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슬픔이랄까-, 그런 마음에 내내 속이 타는 듯 보이더군요.

초저녁에 나가서 사라진 정인이 걱정되어 발을 동동구르고, 이 근처에 왔다는 것에 한걸음에 달려나가 그녀를 찾고, 그녀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하고, 아프다는 소리에 걱정되어 발을 동동굴리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할까봐 내내 초조해하는 현수. 이런 현수의 모습이 자연스레 정경이 아닌 정인을 향한 마음. 첫사랑의 여동생이 아닌 그저 '서정인' 한사람을 바라보는 마음.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나아가는 듯한 모습이어서 은근 두근두근 거리면서 봐버렸습니다.

그리고, 나는 서정경이 아니라 서정인이라고 내내 현수의 귀에대고 소리치는 듯한 정인의 모습이 안쓰러워 달려가서 '현수도 니가 서정인이란 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어' 라고 말해주고 싶더라구요.


그리고 어쩐지, 현수는 자기는 잘 못느끼는 사이에 정인을 '여동생'이 아닌 '여자'로 바라보는 듯 했습니다. 동생을 상대로 그런 므흣(?)한 상상을 할 순 없을테고, 손 끝만 스쳐도 화들짝 놀라진 않을테니 말이죠. 아무렇지도않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정인의 손을 잡고 이끌던 현수는, 어느 새 현수의 숨결에 가슴이 뛰어 어쩔 줄 몰라하던 정인처럼 상대의 손길과 숨결을 의식하기 시작해비렸습니다.



2. 그들은 그렇게 스쳐가는 바람에 마음이 시리다.

만약, 현수가 진작 정경에게 이렇게 해버렸다면 그 때도 정경은 현수에게 조금씩 눈길이 갔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경에게 현수는 어떤 의미의 보험같은 존재는 또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고 말이죠. 내가 아무리 싫다고 외치고, 싸대기를 갈겨도 항상 멋쩍게 입으로만 '아하하' 소리내어 웃으며 자신을 좋아한다고 따라다니는 보험.

그런 상대가 '이젠 정말 너에대한 마음을 접겠다' 라며 '너의사랑을 응원하겠다' 라고 반걸음 앞에서 좋은 친구의 자리로 돌아가버자 정경은 그에게 눈길이 가고있습니다. 친구가 되고나니 보이지않던 이 남자의 매력이 느껴진 것이고, 항상 언제까지나 자신을 향할 것이라 믿었던 시선이 다른 여자에게 향하고, 그 것이 언제나 자신이 무시하던 동생이고, 또한 그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는 것은 자신을 완전히 잊은 후라는 그 말이 그녀의 마음 속에서 내내 맴도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정경은 더 분발해서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위해서 적극적으로 돌진하는 건 아닌가 싶었어요. 흔들리는 마음처럼 보이기도 했거든요. 현수에게 눈길이가는 것은 현재 자신없는 자신의 사랑에 지쳐서 그런 것 같았고, 파워업해서 그의 딸에게 돌진하는 것은 자신의 사랑에 흔들려서 현수에게 눈길이 가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자하는 듯한.



그리고, 마마보이에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한새는 어떻게 정인을 지키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언제나 부모님이 정해주고 그려준 계획표대로 째깍째깍 움직이는 듯한 이 녀석이, 이젠 자기인생의 예외가 될지도모를 정인에 대한 미련에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니 말이죠. 말로는 서정인은 내 여자이니 다시 시작하고싶다고 하고, 부모님 앞에선 찍 소리도 못하는. 결혼반지를 빌미로 정인을 붙잡아보려는 이 녀석.

얄밉긴한데 또 완전히 미워할 수 없는 그 찌질함이란...



3. 처음 느껴보는 그 무엇에 조금은 흔들리는 듯한.

극과 극의 전혀 다른 남녀가 만났습니다.
슬렁슬렁 놀기 좋아하고 세상 그리고 돈벌기 힘든 줄 모르는 천하태평한 남자와 세상의 저 바닥까지 치고 올라와 살아가는데 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너무나 잘 알기에 치열한 여자.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려는 중이었습니다.

돈에 대한 개념,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가야하는 이유를 잘 모르던 성준은 자신의 철부지 여동생 정인보다 더 어려보이는 아이가 돈을 벌겠노라 바둥거리는 모습을 보며 무언가를 깨닫는 듯 했어요. 확실히 무엇이다라고 한방에 온 것이 아닌 '이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어린 아이도 있구나'라는 스치는 듯한 그 무엇인 듯 하더라구요.

그리고, 험한 세상에서 바닥까지 치고 온 듯한 지수는 술먹고는 자신에게 헛소리나 하던 이 남자가 말짱한 정신으로는 누구보다 자신을 걱정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에 약간 감동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되어버린 듯 했어요. 태어나서 누군가의 진심어린 걱정이란 걸 받아본 적이 없을 것 같은 이 아이는, 자신에게 틱틱거리고, 전날 술주정으로 자신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놓고서(추측) 기억은 못한 채로 그저 '그럼 안된다'라며 내내 걱정해주었거든요.

성준은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 아이의 삶을 보면서 그 스펀지보다 강력한 흡수력으로 뭔가를 배우고 깨닫게되며 인간이 될 듯하고, 지수는 철은 없지만 누군가가 자신에게 진심어린 걱정을 해주는 그 처음 느껴보는 따뜻함에 마음을 열게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4. 남자는 꿈을 꿨고 여자는 연애를 했다.

현수모는 현수부와 정인모가 바람이 났다는 것을 알아버린 후, 그들을 견재하고 감시하게 됩니다. 내가 자리를 비워서 이 남자가 잠시 한 눈을 파는 거야, 라는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말이죠. 그런데, 자신이 있어도 이 남자는 다른 여자를 향한 그 눈길을 거두지않고 있었어요. 되려, 다른여자의 말만 듣고 자신에게 나무라고 또한 자신에게만 보여주던 빵애정표현을 다른 여자에게 하는 것을 목격해버렸고 자신에겐 보여주지않던 코믹스런 춤을 다른 여자에게 보여주는 걸 고스란히 바라보게 되었거든요.

남자에게 그 것은 한 순간의 꿈과 같은 것이었던 것 같아요.
10대때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만들어낸 꿈. 그 소녀적 감수성을 잃지않은 첫사랑의 고단한 모습에 절로 마음이 동해서 그녀의 주변을 서성이고 걱정한 것. 이 것이 바람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고, 이 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남자에게 이 것은 바람이 아니라 꿈이었던 것 같더라구요. 남자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했으니까.

여자에게 그 것은 연애였던 것 같아요.
무뚝뚝한 남편, 비참한 생활, 살갑지않은 아이들. 그 삶 속에서 자신을 '주희씨'라고 불러주는 한 남자에게 여자는 다시금 10대 시절의 어느날처럼 풋풋하고 설레이는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고싶었던 건 아닌가 싶더라구요. 그렇게 여자는 저혼자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남자의 아내의 구박을 받으면서는 자신을 마치 이라이자에게 구박받는 캔디나 새언니에게 구박받는 신데렐라 쯤으로 여긴 것은 아닐까, 싶더군요. 그래서 자신의 왕자님인 남자에게 거짓말로 남자의 아내를 모함하며 그들의 사이를 이간질시키고 남자가 자신만을 걱정하게 하고싶은 마음이 느껴졌거든요. 자신의 남편은 주지않는 그 따뜻한 걱정과 자상함을 여자는 독차지하고 싶었나봐요. 그리고, 저는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척 가식떨고 말하지만.... 정말 재수없어서 '뭐, 저런!!!!!!' 하면서 봤습니다.

아내는 더이상 참지못하고 폭발해버렸고, 여자는 엉엉울며 미안하다고 자신의 그 감정을 인정해버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이 한 순간의 바람은 소리없이 사라질 듯 해요. 강하게 그들의 머리카락을 헤집어놓고서 '안녕'하고 말도없이 돌아설 것 같거든요. 아마, 한 순간 꿈을 꾼 남자를 아내는 딱 한번 용서해줄 것이고 (꿈을 꿨다고 미워하기엔 남편은 아내를 너무사랑했고, 아내도 남편을 너무 사랑하기에) 여자의 남편은 이제 좀 어리석고 부질없는 허영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아내를 보듬어주며 살아갔음 좋겠지만... 이 부부는 영~ 답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좀 그닥스러운 에피소드가 나름 '중년의 풋풋한 스쳐가는 바람'으로 짧게 끝내주는 듯 해서 마음이 편해요. 그냥,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생신 소소한 에피소드로 웃으며 넘길 수 있게 해줘서 말이죠. 이 에피소드가 맘에 안들어서 보기 좀 거북했거든요.



5. 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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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가 없고나서야 며느리의 소중함. 그 아이가 얼마나 자신의 뜻에 맞게 살아왔으며 살림도 잘했고 음식도 잘했고 싹싹했는지를, 사라진 후에야 깨닫는 만복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왠지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어서 며느리와 정인이가 다시 들어왔음 싶었음에도 들이지못하는, 그런 그들이 제발로 찾아와서 따박따박 말하고 용서비는 모습을 조금은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그렇게 밖으로 나와 이제 온 가족이 모였다는 사실에 혼자 흐믓하게 미소짓는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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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부..... 진짜 뒷통수를 파아악!!!! 때리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있어요.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생겨먹을 수가 있나, 하고 말이죠. 정말 ... 전에도 말했지만 정인부가 철드는 날이 남북통일이 되는 날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