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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시그널 1회) 과거로부터 온 무전

by 도희. 2016. 1. 23.


이게 마지막 기회에요


- 시그널 1회 / 박해영 -





난 진범 봤어요. 윤정이를 데려간 사람, 내가 봤어요. 

얼굴은 정확히 보지 못했지만. 진범 봤습니다. 


- 시그널 1회 / 박해영 -

15년 전. 그날은 비가 내렸고, 윤정은 우산이 없었다. 그리고, 해영은 낡은 우산, 초라한 자신이 부끄러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윤정을 피해 빗속을 뛰어간다. 그리고, 한 여자를 보게 된다. 물끄러미 교정을 바라보던 여자는 윤정을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날은 2000년 7월 29일. 윤정은 사라졌고 얼마 후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엉뚱하게도 남자였다. 


초라함을 들키기 싫어 도망쳤던 그 날, 그 순간에 대한 수없는 만약. 어떤 이유에서인지 침묵했던 해영은 이제 마음을 짓누르는 수없는 만약을 버티지 못한 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도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을 그저 흘러가고 있었다.


해영의 침묵. 사건 직후, 경찰들은 아이의 행적을 조사하기 위해서라도 주변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 사이에서 목격자를 찾아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해영의 목격자 진술을 받지 않았다. 그것의 의마가 단순히 경찰이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인지, 해영 스스로 침묵을 택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쩌면 이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윤정의 사건을 바라보는 해영의 기억 속에 보여지는 장면들. 그 장면들 속에 나온 한 사람. 이것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처럼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어요.

당신들은 언제나 그랬어. 

시그널 1회 / 박해영 -



그리고 15년. 그 시간 속에 소년은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엔 믿었다고 한다. 그래도 경찰이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그 여자를 잡아주겠지. 언젠가는 잡아주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한 것은 없었다고 한다. 그 변해가는 시간 속에서 변치않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는 수없는 만약, 그리고 딸을 잃는 순간 멈추어버린 시간 속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관할서 앞을 지키는 윤정의 엄마였다. 그래서, 그는 다시 관할서를 찾아갔노라 했다. 몇번이나 찾아가서 얘기도 해보고 민원도 넣어봤지만 그때도 똑같았다고 한다. 알았으니까 돌아가 있어라. 예전처럼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언제나처럼. 


소년은 자라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된 후에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이유를. 그것은 경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위한, 피해자의 억울하고 절박한 마음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그깟 품위를 챙기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소년은 경찰을 불신하는 경찰이 되었다. 



박해영 경위님. 나 이재한 형삽니다.

박해영 경위님 거기 있습니까?


- 시그널 1회 / 이재한 -


품위있는 경찰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기 위함인지, 온갖 품위없는 짓을 하던 이재한은 형사 차수현과 얽히게 된다. 그녀가 근무하는 곳은 15년 전의 관할서. 그는 그곳에서 길잃은 자신과 조우했고, 쓰레기 더미에서 자신을 부르는 무전기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15년 전 사건의 수사상황을 전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반문하는 자신에게 그는 말한다. 

여길 나에게 말해준 사람이 경위님이세요. 


그리고 묻는다. 

왜 나한테 여기 오지 말라고 한겁니까?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겁니까?


오래된 무전기. 오래되다 못해 방전된 무전기.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치부하려고 했으나 그 생생함을 잊을 수 없었던 해영은 확인을 위해 그가 말했던 장소로 향한다. 그리고, 관계자 외에는 알 수 없는 건물 뒤편 맨홀을 살펴보게 되고, 그곳에서 오래된 유골을 발견하게 된다. 순간, 그는 차수현이 떠올랐나보더라. 이왕이면 아는 형사, 라고 했으나... 어쩌면 차수현에게서 그간 보지 못했던 경찰의 품위를 발견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미친 소리 같겠지만 서형준과 DNA 검사를 해달라고. 


한편, 15년전. 김윤정 사건을 맡고 있었던 이재한은 경찰이 단정지은 이 사건의 용의자에 대한 의문점 이야기했느나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무전기'를 가지고 홀로 조사를 했고, 그곳에서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에게 기습을 당했고, 사건은 15년이 흘러 공소시효의 끝이 다가오는 현재까지 해결되지 못했다.



잡는다면서요! 이 방법 밖에 없어요. 시간이 없잖아요. 

이제 스물일곱시간 밖에 남지 않았어요. 이게 마지막 기회에요. 


- 시그널 1회 / 박해영 -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기에, 품위를 손상시킬 수 없기에, 사건을 뒤엎을 단서가 등장한, 공소시효를 27시간 앞둔 현재, 경찰은 이 사건을 덮고자 했다. 범인은 이미 자살을 했다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15년을 수없는 만약 속에서 마음으르 짓눌리며 살아왔던 해영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경찰이 아닌, 언론을 향해 목소리를 낸다. 범인을 동요하게 만들기위해 진실 속에 거짓을 섞어 이 사건을 공론화 시키는 것으로 마지막 기회를 얻게 된다. 27시간. 그들이 김윤정을 유괴하고 살해한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고작 27시간 남았다.


현재, 세상을 비뚤게 보며 늘게된 의구심과 관찰력으로 꽤 용한 프로파일러가 된 해영은, 15년, 수없이 곱씹었기에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 여자에 대해서도 프로파일링을 했으리라. 자신이 목격한 사실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괄호. 해영은 서형준의 유골을 발견함으로서 그 괄호를 채울 수 있었고, 용의자를 좁혀나가게 된다. 자신이 던진 떡밥을 범인이 덥썩 물어주길 바라며-.



분명히 가까이 있을 겁니다. 

우리가 어떻게 놀아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을 거에요. 


- 시그널 1회 / 박해영 -


그러나, 이 대담하고 머리회전 빠르며 자기안위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건 할 수 있었던 범인은, 경찰을 농락했다.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된 해영은, 그 사실을 순순히 인정함과 동시에 이대로 끝낼 수 없는 간절함을 드러내며 범인을 찾아 다니게 된다. 15년 전 유괴사건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범죄전력을 과신하며 자기가 타인보다 우수하고 경찰을 조작하고 통제할 수 있노라 여기기에 분명히 가까이서 자신들이 어떻게 놀아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관할서 일대를 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발견하게 된다. 15년 전 처럼 비오는 어느 날, 홀로 비를 피해, 그들을 아래로 내려다 보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존재하는 그녀를. 그녀에게 신경이 쓰여 물끄러미 바라보다가도 혹여나 눈이라도 마주칠까 달아났던 15년 전의 소년은 자라 경찰이 되었고, 그의 추적으 피해 달아나는 '범인'인 그녀의 그 뒤를 쫒게 된다. 당당히 그 눈을 마주보고, 그 손에 수갑을 채우기 위해서.



이렇게 끝낼 순 없어요.


- 시그널 1회 / 박해영 -


딱 한걸음 더-. 그 한걸음을 남겨두고 해영의 앞에는 장애물이 등장한다. 그렇게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놓치는가 싶은 순간, 장애물은 사라졌고 범인 앞에는 차수현이 있었다. 그의 미친 소리를 들어주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줬으며, 그의 절박함에 공감해줬던, 경찰로서의 품위가 무엇인지 아는 형사, 차수현. 혼자였던 박해영에게 파트너가 생기는 순간-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해영은 그녀의 눈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런 죄책감도 두려움도 담겨있지 않는 천연덕스러운 그 눈을.


이제 공소시효 종료까지 20분. 그 아슬아슬한 쾌감이 지나자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15년간 사건을 은폐한 채 완벽한 위장으로 살아온 범인이 고작 20분 내에 자백을 할까? 그들은 받아낼 수 있을까? 자백 이외의 방법으로 옭아매게 되는 것일까?


과거에서 온 무전 한 통. 현재를 살아가는 박해영이 그것이 과거에서 왔음을 인지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과거에서 온 무전 한 통은, 결국 15년간 감춰진 사건의 진실을 들추게 만들었다. 이제 딱 한걸음만 더. 그 한걸음을 떼는 과정에서 장애물이 등장하겠지만, 부디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하길 바라는 중이다.



&..


1> 과거의 이재한과 현재의 박해영이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 그러나, 간절한 염원으로 얽힌 두 사람은 이미 오래 전 짧은 스침이 있었다. 윤정을 데려간 범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소년과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형사는 짧게 스쳤고, 형사는 소년의 메시지를 전달받게 된다. 자신이 쥐고 있는 열쇠로 인해 그 메시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은 같은 곳이었다. 소년은 여자를 목격했고, 형사는 용의자의 여자친구를 의심하고 있었으니까.


2> 무전의 시작이 어디인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 해영은 쓰레기더미에서 처음 무전기를 발견하며 재한과 연결이 되었지만, 재한은 이미 그 전부터 해영과 연락을 하고 있었노라 했으니까. 그 시작이 어디서 부터인지에 관한 이야기도 앞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나오지 않을런지. 또, 무전이 시도때도 오는 것이 아니라 뭔가 시간이 정해진 것도 같은데... 이것도 극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풀어지려니.


3> 무엇보다 연출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극이 매력있게 다가왔던 것도 같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차별성을 위해 화면비율과 색감을 다르게 하는 것. 이런 식의 연출은 아마 처음인지라 신선하기도 했다. 그외 이런저런. 가장 인상깊었던 연출은 경찰서에 온 해영이 복도에서 과거의 자신과 조우하며 극이 과거로 자연스럽게 전환, 그리고 어린 해영의 시점에서 이재한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부분이었다. 이런 구성의 연출을 좋아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꽤 마음에 들었음.


4> 목이버섯 아저씨는 여기서 또 악역인 듯 하다. 게다가 분위기를 보면 최종보스. 그런데 알고보니 뒤에 더한 놈이 있고 그런 것이려나? 부패한 경찰. 그들과 대척점에 서있는 경찰들. 그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부패한 세력과 마주하고 싸워나가는 그림이 있는건가?


5> 보기는 해야할텐데, 라는 생각만 했는데 뭐 어쩌다보니 시간이 맞아서 본방으로 봤다. 그런데, 앞으로는 본방으로 볼 수 있을지 미지수. 그래도 당분간은 볼 것 같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쓰는 국내드라마 리뷰이다. 오-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뭔가 설렘-ㅁ-





"다 끝내고 그때 얘기 하자"


- 시그널 1회 / 이재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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