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너를 사랑한 시간 1,2회) 잔인한 고백 뒤에 감춰진 진심

도희(dh) 2015. 6. 30. 01:27

 

지금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베니스로 가고있어.

난 영화제에 초대된 거고, 너는.. 너는 그냥 우연히 같은 비행기에 타게된거야. 

그런데 갑자기 엄청난 기류변화가 일어나고 비행기가 막 흔들리다가 

결국 무인도에 추락하게 된거지. 

 

눈을 떠보니까 다른 사람들은 다 죽고 나하고 오하나 너만 남았어. 우리 둘만. 

그래서 아무도 없는 그 섬에서 우리 둘이 사는거야. 죽을 때까지.

 

그래도 절대 너랑 사귀지 않을거야. 

무인도에 떨어져도 절대 너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구.

 평생.

 

- 너를 사랑한 시간 1회 / 최원 -

 

 

 


 

 

 

 

#1.

 

지난 토요일에 첫방송한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 계속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오랜 만에 본방송으로 챙겨본 '지상파' 드라마이며, 대드 "아가능불회애니/아마 난 널 사랑하지 않을거야/"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국내에서 "연애의 조건"이란 제목으로 방송이 되었다고 한다. 

 

대충 둘러보니 원작팬들의 평은 그리 호의적이지 못한 것 같더라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원작을 보지 않은 나는 그럭저럭 볼만했다. 1회보다는 2회가 덜산만하고 괜찮았다, 라는 평도 있는 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1회가 산만했다면 2회는 좀 더 지루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남주와 여주가 만나는 장면이 너무 없는데다, 각각 썸남썸녀를 곁에두고 극을 진행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장르의 드라마는 역시 남여주가 딱 붙어서 지지든 볶든해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지라.

 

그런데, 이 드라마는 앞으로도 이럴 것 같다. 각자 다른 상대와 연애하다가 마지막에 다가가서야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이루어지는. 아마도, 감정선을 차곡차곡 잘 쌓아야 하는 드라마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가 감정선을 차곡차곡 잘 쌓았다고 가정하고 중반을 넘어설 즈음이 궁금하다. 첫번째로 공개된 보컬 OST '우리가 사랑한 시간/규현' 가사가 이 드라마의 주요 내용이자 주인공들의 감정선처럼 들렸다. 정확히는 여주인공 오하나의 감정선이 아닐런지. 오하나 테마곡인가, 그럼? 아, OST 잔잔하니 괜찮다. 

 

 

 

#.2

 

이 드라마에서 특별히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썸남섭녀가 그닥 취향이 아니다. 쉽게 말하지면 몰입 혹은 애정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하나에게 작업을 거는 새파랗게 어린 인턴의 포지션이 섭남이 아닌지라 조만간 하나에게 상처를 남기고 사라질 것만 같아서 자꾸만 가재미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중이다. 그래서 그런지 둘 사이의 썸에 큰 관심이 생기지 않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원이를 남사친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하나를 자극할 섭녀의 경우는 캐릭터 설정은 상큼이인데 배우는 그다지 상큼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운 상황이다. 연기력으로 승화하시려나? 섭녀의 경우는 "피노키오"에서 털털한 카메라 기자 캐릭터를 연기했던 배우이다.

 

그 외는, 일단 4회까지는 지켜보고 판단하자, 싶어서 보류. 그냥 막연히 아련하고 설레이고 따뜻하고 상쾌한 그런 느낌의,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어주는 그런 것을 원했던 드라마인데, 일부 충족이 되기도 해서 무난무난하게 받아들이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아마도 현대극에서 처음으로 이렇게 꾸미고 나오는 하지원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난, 이쁜 여배우에게 약하달까(ㅋ) 그리고, 이진욱은 역시... 멜로눈빛은 타고난 것 같다. 그닥 취향인 배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의 연기를 보고 있다보면 순간 순간 반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있다. 그 것은 역시, 여주인공을 사랑스럽다는듯 바라보는 그 눈빛 때문인 듯. 뭐 그렇달까.. 그래서, 괜시리 설렌달까...(//)

 

 

 

#.3

 

2회 엔딩. 엇갈림. 사실, 이럴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들기는 했다. 그래서, 원이가 빨리 하나에게 가길 바랬던 것 같다. 하나가 빨리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길 바랬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하나는 고단한 하루의 끝에 사나운 일진까지 겹치며 문자메지시 한 통 확인할 여력이 없었고, 쏟아지는 빗속을 걷는 원의 걸음은 그리 빠르지 못했다. 

 

그렇게게, 빗속을 뛰어든 하나 앞에는 그녀를 '누나'라 부르는 어리디 어린 인턴이 우산을 든 채 서있었고, 원의 우산 속에는 그를 '오빠'라 부르는 어리디 어린 후배가 뛰어 들어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엇갈렸다.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엇갈림의 시작인 듯 해서 짜증이......! 위에서도 말했듯이 썸남섭녀에게 매력을 못느끼는지라; 그래서 이 드라마를 2회에서 관둘까..라는 생각도 했으나... 

 

 

#.4 

 

내가 널 사랑하는 일은 없을거야. 고딩시절, 하나를 향한 원이의 잔인한 고백. 그렇게, 무인도에 떨어져도 절대 너를 사랑하지 않을거라던 원이는, 또 한 번 잔인한 고백을 한다. 하나와 쿵짝이 잘맞던 단짝친구인 이 아이의 갑작스러움에 얘가 왜 이러나, 사춘기인가, 싶어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그 시절 원이가 이럴 수 밖에 벗었던 이유는 극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하나 둘 드러나게 될 것 같았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도대체 원이는 어째서 저런 말을 했을까, 그 후 17년 동안 두 아이는 어떻게 우정을 지킬 수 있었을까, 여사친 남사친의 관계를 유지하는 두 사람의 진심은 무엇일까, 등등의 의문을 갖고 바라봐주길 바라는 장치처럼보였달까? 자극적인 요소가 없는 상황에서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요소로 하나를 향한 원이의 진심, 을 선택한 것인가 싶기도 하더라.

 

2회까지 본 결과, 이 당시의 원이가 하나를 좋아하는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나온 고백인지라, 막연히 보통 드라마 속에서 보여지는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온 남녀가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 라준모(프로듀사)의 말을 빌리자면 좋은 것과 더 좋은 것 중에서 하는 선택, 둘 다 잃지 않기 위한 선택,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대충 기웃거려보니 원작에서 남주가 여주를 밀어낸 것에는 이 것이 아닌 다른 이유라고 한다. 아! 난 '프로듀사' 안봤다. 대충 기사에 저런 이야가 있었던 것이 언뜻 생각나서;

 

이 장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빗소리가 너무 커서 대사가 잘 안들렸다는 것이다. 나름 엔딩에 배치할 정도로 의미심장하고 중요한 대사였으나 제대로 들리지가 않아서 임펙트는 크지 않았다. 사실, 나같은 경우는 후에 기사를 보고 원이의 대사를 알았으니 말이다. 알고 들으니 들리는 것도 같지만, 역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더라. 그런데, 후에 캡쳐를 하며 이 장면을 몇 번 돌려보며 든 생각은, 이 것이 의도된 연출인가, 였다. 

 

과연, 하나는 이 날 원이의 잔인한 고백을 들었을까? 그 후에 보이는 하나의 행동을 보면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이날따라 애 상태가 이상해서 그냥 넘어간건가? 아무튼, 어떤 이유로 인해 하나를 밀어낸 원이.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흘러 원이와 하나는 여전히 절친이다. 티격태격거리는 두 사람을 보며 아마도, 두 사람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주고 참아주며 그렇게 현재까지 지금의 관계가 유지된 것 같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너와 함께하는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5

 

처음 무인도 어쩌구는 원이의 상황이 대충 그려졌으나, 비오는 날의 고백에는 앞뒤 사정이 다 잘려있는 상황이었다. 현재의 원이가 추억이 담긴 박스를 웃으며 보다가 시집 그리고 사진 한 장을 보며 표정이 굳어지는 씬이 있었다. 어쩌면, 그 사진이 비오는 날의 고백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 사진 속에 있는 아이. 고등학교 시절 하나의 친구이자 원이를 짝사랑하던 아이. 그리고, 그 아이는 3회에 등장할 예정이다. 원이가 준비한 하나의 생일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에도 등장하지 않았던 그 아이의 현재 포지션은 과연 무엇일런지...;

 

 

#. 6 

 

그리고 2회의 반전 에필로그..

 

 

#. 등굣길... 일부러 하나가 먼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급한 듯 뛰쳐나오는, 

토스트를 건 게임에서 일부러 져주는 원이.

 

 

#. 반 대항으로 하는 말타기 게임에서 마지막 주자인 하나가 떨어지지 않게 잡아준 원이. 아마, 여기서 원이네 반이 진 것도 원이가 일부러 넘어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물론, 견딜 수 없는 무게감에 힘이 빠져서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겸사겸사인가?

 

 

#. 어느 휴일, 각자 소개팅을 위해 한껏 멋을 내고 집을 나선 두 사람. 

괜시리 도서관과 성당을 간다는 거짓말을 하며 돌아선다.

 

 

#. 하지만 알고보니... 같은 소개팅. 여학생의 소지품으로 파트너를 선택하기 전, 하나는 둘이 파트너가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원이를 따로 불러내서 자신이 낼 물건 - 땡땡이 곱창머리끈 - 을 미리 알려주지만, 원이의 선택의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비슷한 색깔의 곱창머리끈이 두 개가 남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하나의 곱창머리끈의 특징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원이는 하나의 땡땡이 곱창머리끈을 고르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커플이 되어 함께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사실...

 

 

 

#. 소개팅 장소에 가기 전 집 앞에서 마주쳤던 그 순간, 하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원이. 원이는 그 땡땡이 곱창머리끈이 하나의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 7

 

2부 에필로그를 통해 원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하나를 좋아하고 있었음을 알려줫는데, 이제 극의 전개를 통해 원이는 왜 하나에게 그따위 고백을 두 번이나 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친구'로 지낼 수 있었는지에 관해서 그려지지 않을런지. 

 

그리고, #3. 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말을 이어서 하자면...

...그래서 이 드라마를 2회에서 관둘까... 라는 생각도 했으나...

 

아마도, 내가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된다면... 그 것은 2부 에필로그 때문이다. 

 

위에서도 말했으나, 2부 내내 약간은 지루하게, 가끔은 하지원의 미모에 감탄하며, 원과 하나가 함께하는 씬을 재미나게 보다가... 엇갈린 엔딩에 조금 짜증을 내던 순간, 원이의 잔인한 고백 뒤에 숨겨진 비밀, 하나를 향한 원이의 진심이 그려진 반전 에필로그에 순간 설레였다나 뭐라나///

 

HAAA

 

##. 뭔가 되게 간략하게 내가 이 드라마를 계속 본다면 그 것은 2회 에필로그 때문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또 말이 길어졌다. 두서없고 정신없이 주절주절ㅋㅋ

 

##. 아마도 하나가 원이를 이성이 아닌 그저 남사친으로만 생각하는 건, 그 시절 원이의 고백이 제대로 먹혔기 때문이리라. 아예 그쪽으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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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무인도에 떨어져도 절.대 사랑하지 않는다구?? 평.생???

┠ 사랑하는 일이 없을 거라고????

┠ 눈맞춤 한방에 눈이 이렇게나 풀렸는데...?????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일은 없을거야

 

- 너를 사랑한 시간 1회 / 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