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사랑하는 은동아 10회) 지은동의 기억을 떠올리다

도희(dh) 2015. 6. 28. 05:26

 

 

요즘 재미나게 시청 중인 드라마이다. 도대체 이 드라마는 어째서, 회를 거듭할 수록 그 먹먹함이 더해지나 모르겠다. 총 16부작 중 10회까지 방영되었는데, 현재까지는 매우 만족 중이다. 설정만 보면 막장 불륜극이라 비난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0년에 걸친 두 사람의 절절하고 애틋한 인연과 사기결혼 등의 설정으로 이 드라마를 막장 불륜극이 아닌 긴 시간에 걸친 두 남녀의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것은, 두 배우의 비주얼과 연기, BGM과 극본, 그리고 연출과 편집 때문이다. 이 드라마가 주는 먹먹함과 절절함은 연출 그리고 편집의 힘이 상당하다고 여겨지는지라.

 

10회에서는 자신이 '지은동'이라는 것은 깨닫게 되지만, 은동의 기억은 되찾지 못한 정은이, 10년 전 현수가 보낸 가슴 절절한 고백이 담긴 편지를 10년이 흐른 후 받게 되고, 그 편지를 통해 '지은동'으로서의 기억을 되찾게 되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보는 내내, 가슴이 턱- 하니 막힌 듯 했다. 갑작스레 들어오는 기억의 파편, 그 파편들이 퍼즐을 맞추듯 완성되어가는 순간, 은동이의 감정이 고스란히 내게 들어오는 듯, 가슴이 갑갑할 정도로 먹먹해져 그 감정을 어찌할줄 몰라하며 봤더랬다. 

 

너무 ... 속상했다. 화가 났다. 아팠고, 또 아프더라. 

 

지금까지 이 드라마가 현수의 시선으로 바라본 은동과의 추억과 사랑을 그려냈다면, 은동이 기억을 되찾는 순간, 은동의 시선으로 두 사람의 추억과 사랑을 바라보게 되었다. 은동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난 20년의 사랑.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었던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은, 현수보다 은동이가 먼저 그를 알아봤고, 좋아했고, 찾아냈다는 진실. 10대의 은동이는 먼저 현수를 알아봤고, 20대의 은동은 먼저 현수를 찾아내는 것으로,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그녀는 약속을 지켰었다.

 

그리고, 현수와 결혼해서 함께 살아갈 꿈을 꿨던 아이. 그래서 강압적인 양부의 뜻을 거스르고 힘겨움을 홀로 삭히며 그와의 사랑을 키워왔던 아이. 그렇게 사랑하는 남자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아이는, 양부가 아마도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그녀의 곁으로 밀어넣은 남자의 집착으로 인해 가장 아름다웠을 순간을, 지난 10년의 인생을 도둑맞았다. 사고로 인해 잃었던 기억은 조작되었고, 그 조작된 기억으로 인해 사기결혼을 했고, 그렇게 조작된 기억이 만든 존재하지 않는 죄를 짊어진채 고단한 삶을 살아오게 된다. 조작된 기억은 그 것 뿐만 아니라... 

 

현수와의 사랑의 결실인 아이, 라일의 진실까지 조작하게 된다. 그리고, 현수와 은동의 아들 라일은 자신의 엄마의 삶을 도둑질하고, 자신의 생부와 천륜을 끊어버린 남자를 '아버지'로서 누구보다 깊이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진실을 알게된 순간이 두려운, 은동이 만큼 가슴아픈 아이. 기억을 떠올린 은동이가 얼른 라일의 진실을 밝히길, 그리고 부디 현수가 빨리 알아차릴 수 있길 바랄 뿐이다.

 

 

현아가 부모님들의 이해와 인정을 받을 수 없는 외롭고 힘겨운 사랑을 선택하는 순간, 그녀의 오빠 현수는 사랑하는 여동생의 선택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현아는 오빠 현수가 누구보다 고맙고 애틋하다. 그래서 현아는, 오빠의 사랑을 이해하고 응원한다. 부디, 오빠가 은동이를 만나길 바랬다. 그러나, 오빠가 그토록이나 오랜세월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은동의 정체를 알게된 현아는, 현수를 설득해 그 사랑을 포기시키고자 한다.

 

그렇게 현아는 은동의 남편이자 그녀의 환자인 최재호가 가정을 지킬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주며 응원을 하게된다. 그런 현아에게 위로를 받게된 최재호는 그 자신의 심정을 현아에게 종종 털어놓게 되고, 결국 현아에게 라일의 진실에 대한 커다란 힌트를 던져주게 되는 듯 했다. 아내와 자신을 묶어줄 무언가가 필요하기에 아이를 낳고 싶다는. 아마도, 현아는 의심하게 되겠지. 둘 사이를 묶어줄 무언가가 필요하기에 아이를 낳고 싶다는 남자, 그렇다면 둘의 아이인 라일이는 뭐란 말인가! 라고. 이 대화를 통해 현아는 의심을 품게되고 라일과 자신의 유전자 검사를 하게되는 듯 하다. 어쩌면, 은동의 아이 라일은, 최재호가 아닌 오빠 현수의 아이일지도 모른다, 라고.

 

현아는 진실을 모른다. 현수의 기억을 통해 은동을 향한 현수의 깊은 그리움과 절절한 사랑은 알지만, 은동이 현수를 얼마나 마음 깊이 사랑했는지 - 이 부분은 현수도 모른다 -, 은동으로서의 모든 기억을 잃고 정은으로 살아야만 했던 은동의 삶을, 현아는 모른다. 그렇게 현아는 정은(은동)과 재호 그리고 라일이 속한 가정을 깨트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현아의 눈에 그 가정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이었을테니까. 어쩌면, 현아가 꿈꿔왔던. 그리고, 사랑 그 하나를 위해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오빠를 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 세상이 인정해주지 않는 사랑이 얼마나 외롭고 힘겨운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런데, 현아가 진실의 일부라도 알게되면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호의 가정을 지켜주려고 할 수 있을까?

 

그녀가 연민을 갖고 지켜주고자 하는 남자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시킨 한 여자를 향한 욕망과 집착으로 사고의 진실을 감췄고, 은동의 기억을 조작했고, 그 조작된 기억으로 은동과 결혼했고, 현수의 아이인 라일의 진실까지 조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로인해 누구보다 서로를 간절히 원했고 절절히 사랑했던 현수와 은동이 10년의 시간을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된다면... 사랑하는 가족을 버릴 정도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열정을 가졌었고, 지금은 그 사랑이 남긴 아이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랑을 위해 살아왔고 사랑을 추억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수와 마찬가지로 온 몸에 심장만 있는 인간처럼 살아왔고 살아가는 현아는, 오빠 현수와 은동을 말릴 수 있을까. 라일의 진실에... 침묵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최재호를 향한 현아의 연민은 이해하지만, 진실의 일부라도 알게될 현아가 누구보다 오빠 현수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동생 현아로 돌아와 현수의 조력자가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 왜냐하면, 현수와 은동의 주변엔 모두가 적이기에. 서로를 향한 사랑 하나만을 원하고 그 하나를 위해 살아가고 싶었던 현수와 은동의 삶에서, 그 사랑 하나를 뽑아내려고 하는 사람들 밖에 없는지라. (매니저와 미용실 언니 제외)

 

 

총 16부작 중 10회까지 방영되었다. 현수는 은동을 한 눈에 알아봤다. 기억을 잃은 은동은 심장의 떨림으로 자신이 은동임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은동을 향한 현수의 절절한 사랑의 감정이 담긴 편지를 통해 기억을 되찾게 된다. 은동으로서의 모든 기억을 떠올린 그녀는 늘 '지은호씨'라고 부르던 그에게 '현수오빠'라고 부르게 된다. 그렇게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자 한다. 그렇게 은동과 현수의 감정을 끌어안고 은호와 정은으로서 만나던 둘은, 이제 은동이와 현수로서 재회하게 될 예정이다.

 

이렇게 해피엔딩이면 좋으련만, 아직 6회차가 남았고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그저 사랑만 하며 살아가기에 두 사람은, 순수했던 10대 소년 소녀도, 풋풋하고 열정적이던 20대 청춘남녀도 아닌, 살아온 시간만큼 지켜야할 것들이 너무 많은 30대의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처한 상황은 그저 사랑을 하기에 세상이 두 사람을 그리 아름답게 바라봐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만 할텐데, 두 사람의 관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로 인해 두 사람에겐 꽤 많은 고비가 남지 않았을런지.

 

그 과정에서 톱스타 지은호(박현수)의 추락도 포함되었을 것 같다. 오로지 은동을 찾기위해 배우가 되어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올라 정상의 자리에 서게된 현수는, 은동을 얻기 위해서라면 현재의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에 연연하진 않을 것 같았다. 언제나 살아가는 이유였던 은동이가 이제는 인생이 되어버린 그에게 있어서 지은동이란 세상 유일한 여자를 얻기위한 댓가로 지난 10년간 쌓아올린 모든 것을 잃는다는 건 별달리 상관이 없을 것 같으니까. 그 곳이 지옥이라도 은동이와 살 수 있다면 상관없을 것 같으니까. 내가 아는 지은호, 아니 박현수는 그런 남자다.

 

+ 이 드라마, 너무 좋아서 1회부터 세세한 리뷰를 쓰려고 벼르는 중인지라 드라마가 끝난 후 아무리 여운이 휘몰아쳐도 리뷰쓰는 걸 참고 있었는데, 10회 후반부, 정은이 은동으로서의 기억을 되찾는 장면이 너무 가슴 깊이 스며들어서, 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끄적여봤다. (ㅠ)

 

 

이 책을 읽는다면 꼭 나에게 다시 오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내 마음은 하나도 변한게 없고, 10년 전보다 더 확실해졌다고. 

은동이에게 그때 차마 하지 못했던 한마디로 이 책을 마칩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너는 언제나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어.

너 없는 10년간 그 이유가 내 인생이 되었다. 

기다릴게, 기다릴게... 사랑하는 은동아...

 

- 사랑하는 은동아 5회 / 지은호(박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