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너를 기억해 8회) 나를 기억해

도희(dh) 2015. 7. 15. 08:31

 

누군가가 물어본다. 

넌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으니? 형아요!

커서 뭐가 되고싶니? 형아처럼 될거에요.

그런데, 아빠가 형을 뺏어갔고, 

그리고, 이준영이 찾아왔던 그날 밤,

형은 날 버렸고, 날, 이준영에게 넘겼다.

 

- 너를 기억해 8회 / 정선호(이 민) -

 

 

 


 

 

 

 

차지안    야, 그 첫사랑 누군지 몰라도 엄청 좋아했었나봐요.

뭐, 좋네요. 정변호사님 좀 인간적으로 보이네요.

 

정선호    그런가요? 실은, 가끔 봐요. 

 

차지안    첫사랑?

 

정선호    그런데 그 사람은 날 알아보지도 못해요.

 

차지안    그럼 정변호사님이 먼저 가서 아는 척하고 말해요. 

기억해주길 기다리지만 말고.

내가 누구다. 왜 날 기억못하냐. 

솔직하게 물어보면 되잖아요.

 

정선호    아니, 게임같은 거거든요. 나한텐.

" 나를 기억해"

 

- 너를 기억해 8회 / 차지안&정선호 -

 

 

 

특별할 것 없는 반전 하나가 공개되었다. 정선호가 바로 현의 잃어버린 동생 민, 이라는 것. 이 부분은 공홈의 소개글을 읽자마자 눈치를 챌 수 있을만큼 그리 특별하지 않은 비밀이었다. 게다가, 극 중간중간 그가 보여주는 미묘한 표정과 분위기는 그가 바로 사라진 민이라는 것을 더더욱 확실하게 해줬으니까. 다만, 풀리지 않는 궁금증은 그날, 민이는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 다시 나타난 민이는 왜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것일까, 민이는 정말 괴물인 것일까.

 

그리고, 정선호가 간직한 그 날의 기억이 공개 되었다. 어린 민이 형 현이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어린아이에게 집은 세계이고 부모는 신이라는 어느 만화책에 나온 내용이 생각난다. 어린 민에게 '신'은 자신을 방치하는 아버지 이중민이 아닌 자신을 돌봐주는 형 '현'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세계가 뒤틀리고, 그의 '신'인 형아 현을 아버지 이중민이 앗아간다. 그로선, 이유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쩌면 본능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뱉은 말일 수도 있고, 아버지와 형을 갈라놓고 싶은, 그러니까 형을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에서 내뱉은 말일지도 모르겠으나, 그 말로 인해 내내 아버지의 가슴 속에 심어져있던 불안의 꽃이 피어났고,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을, 어린 민으로선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형을 빼앗긴 후 그 깊은 혼란과 외로움의 나날이 지속되던 어느 날, 이준영이 나타났고, 그는 세계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그 날, 그가 잠시 몸을 숨긴 곳은 하필, 이준영의 차 안이었고, 그렇게 그는 이준영에게 납치된다. 현은 이준영에게 납치되는 민을 발견했으나 결국 놓치고 만다. 그러나, 민은,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 형이 자신을 이준영에게 버렸다는 끔찍한 기억. 그가 왜 그런 기억을 가지고 살아왔는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등장하지 않을런지. 이 부분은, 이준영과 현이 했던 그 날의 비밀공유와 연관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긴- 시간이 흘렀다. 그는 정선호라는 이름을 가진 변호사가 되어 돌아온 현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현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심하게 경계를 하며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그의 주변을 서성이며, 흔적을 남기며, 기다린다. 나를 기억할 그 날을. 

 

 

 

솔직히, 몰라. 내가 찾고있는게 뭔지, 아직은 모른다구.

그리고, 어쩌면, 모르는게 나을지도.

 

- 너를 기억해 8회 / 이 현 -

 

 

현의 기억은 조각나있다. 아버지가 이준영에게 살해당했고, 그날 밤 동생 민을 잃어버렸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자신과 이준영은 만났었고 비밀을 공유했다는 것,을 기억한다. 아버지가 자신을 괴물이라 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이준영과 공유한 그 비밀이라는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 두 번 기억을 잃었다는 현. 아마도, 아버지의 그 말을 너무나 강하게 새긴 그는 무의식 중에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나쁜 기억을, 감당할 수 없는 그 기억들을 마음 깊은 곳에 뭍어두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첫번째 기억 그리고, 이준영과 현이가 공유한 비밀은 중요한 열쇠가 되겠구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조각난 기억을 끌어안고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림 속 눈모양의 문양 - 어린시절 민의 싸인 - 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시체 없는 살인사건을 쫒고, 주변 인물들의 뒷조사를 하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그는 무언가 찾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꾸만 살인사건에 얽히는 중이고. (코난이냐?ㅋㅋ)

 

본인이 무엇을 찾는지 모른다며, 그는 말한다. 어쩌면, 모르는게 나을지도.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과연 현의 의심 속에 정선호의 정체에 관한 것은 있을까. 이준호의 정체에 관한 것은 또 있을까. 그는,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알게 되었지만 무의식 중에 거부하는 건 아닐까. 사실, 깊이 생각하는 것을 거부하고 그냥 딱 보여주는 그 만큼만 보는지라 그다지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보는 드라마는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뭔가 주절거리다보니 중간 중간의 여백이 느껴지며, 그 여백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며 머리가 복잡해진다. ...앞으로도, 생각을 거부한다! (ㅋ)

 

 

 

"동생을 찾으러 왔던거야?"

 

- 너를 기억해 8회 / 차지안 -

 

 

현이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딱, 절반이 전개된 현재, 결코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이 드라마는 결코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이 될 수 없으며, 그 중심에 서있는 현이 또한 결코 온전히 행복해질 순 없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라도 그가 '행복'이라는 것을 손에 쥔다고 할지라도 그 것은 반쪽짜리, 아니 반의 반쪽도 겨우 될법한 그런 것이 아닐런지. 극의 전개에서 어떤 반전이 숨겨져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으나... 현재까진 그렇다. 그저, 그가 온전히 '행복'할 수 없다 할지라도, 마음 깊이 새겨진 상처를 위로받았으면 싶다. 7회에서 처럼. 7회를 생각하면 결국, 상처투성이인 현이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지안 뿐이겠구나, 싶기도 하다. 스스로의 존재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그에게, 그녀는 어쩌면, 그가 가장 듣고싶은 말을 해줬으니까. 너는 괴물이 아니라는.

 

결국, 차지안의 오래된 스토킹은 그녀가 이 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공통의 적에 관한 정보의 공유와 그로 인한 감정을 교류하는 파트너가 되었으며, 그렇게, 결국, 유일하게 그의 마음을 다독이고 상처를 위로할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인가, 싶기도 하다. 

 

 

 

&..

 

1> 묘하게 자꾸 마음 한 켠이 먹먹해지는 여운이 남는 회차였다. 민이를 향한 현의 그리움과 죄책감을 알아서, 현에 대한 민의 애증을 알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또한, 엔딩크레딧에 나온 '늑대 이야기' 때문일지도. 현이와 민이에게서 이정하와 이진우가 떠오르기도 했다. 마음 안의 늑대에게 서로 다른 먹이를 준 두 사람과 같은 길을 걷는, 형제, 랄까.

 

2> 현이가 민이를 기억하게 되는 순간, 민이의 죄를 알게된 순간, 현이가 겪게될 상처를 떠올리면 벌써부터 가슴이 안타깝다. 현재의 현이가 기억하는 민이는 다시 없이 소중한 동생이다. 아마, 어린 시절의 현이에게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현이가 기억하지 못하는 민이는 어떤 아이였을까. 

 

3> 성인이 된 현이와 민이. 묘하게 닮은 느낌이 난다. 아무튼, 여운에 젖어서 Remember 너댓번은 돌려들은 것 같다. 들으면서 막 울컥하고... 지금 또 듣는 중(ㅠ)

 

4> 7회와 8회에 나온 '손' 씬 좋다. 특히, 7회. 지안과 악수한 후 보인 현이의 행동. 내가 영화 '오만과 편견'에서 느꼈던 설렘포인트 중 하나인 그 포인트와 닮은. 다아시씨가 마차에 오르는 리지 손 잡아준 후에 보였던 행동.(♡) 그리고, 8회에서 지안이가 잠결에 괴로워하는 현이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자 현이가 잠결에 꼬옥 잡는 씬. 이 드라마의 로맨스 부분엔 큰 흥미가 없는 편이었는데 7,8회에서 그 느낌이 참 괜찮아서 약간의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는 중이다.

 

5> 각 에피소드들은 결국 하나의 큰 그림으로 향하는 여정, 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각 사건은 결국, 현재를 살아가지만 과거를 걷는 현과 지안 그리고 민의 삶을 대변해주고, 그 미래를 보여주는 듯 했다. 그들이 결코 그런 미래를 겪지 않길 바라지만... 어쩌면 현과 지안은 그들과는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길을 걸어 다른 미래를 맞이할지도 모르지만, 민은 ... 별반 다르지 않을 듯 해서 벌써부터 안타깝다. 아니, 어떤 의미로는 다를지도.

 

6> 이 드라마의 분위기가 아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랄까, 하고자하는 이야기랄까, 그런 부분에서 떠오르는 연작/단막극 세 편이 있다. '괴물은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괴물]. 선과 악의 기준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변신]. 어쩐지, 극 여기저기에 뿌려진 떡밥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이 드라마는 이 두 가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질 것만 같다. ...생각이 깊어지겠지만, 생각은 거부하고 극 자체만 보도록 노력해야겠다. (...) 

 

7> 딱히 신경은 안쓰려고 하지만,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참으로 신기하다. 정말, 딱 보는 사람만 보는가보다. 가끔 이탈은 있으나 유입은 없다-, 인가? 아무튼, 그냥 드는 생각인데, 이 드라마는 첫회부터 쭉 몰아서 보면 더 재밌을 것도 같다. 보통, 그렇게 보면 어지간해선 대부분 재미나긴 하다만. 일단, 사건과 감정선을 끊지않고 쭉 이어서 볼 수 있어서 몰입이 잘된달까.

 

8> 이 드라마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각난 기억, 왜곡된 기억, 조작된 기억, 뒤틀린 기억.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

 

9> 아래는, 엔딩크레딧에 나왔던 동화책 영상. 동화책 표지에 있는 시그니처가 인상깊었다. 

 

 

 

연로한 인디언 추장이 손자에게 말했다.

 

"얘야! 우리 마음 안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있단다.

 

한 마리는 악한 늑대로 그 놈이 가진 것은

분노, 시기, 질투, 슬픔, 후회, 자기연민, 탐욕, 거짓말,

거만, 교만, 우월감, 회한, 죄책감, 열등감,

그리고 자존심이다.

 

다른 하나는 좋은 늑대인데 그가 가진 것은

기쁨, 평화, 사랑, 희망, 평온, 겸손, 친절, 

자비, 동정, 아량, 진실, 연민

그리고 신념이다.

 

이 두 마리 늑대는 우리 마음 안에서 늘 싸움을 하지."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그러면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인디언 추장이 말했다.

"네가 먹이를 주는 녀석"

 

- 늑대 이야기 : 지혜로운 인디언들의 이야기

/ 너를 기억해 8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