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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 또 한번의 웨딩) 철없던 시절의 자존심, 만약이란 이름의 미련

도희(dh) 2013. 1. 12. 22:24
 
~ 드라마 스페셜 : 또 한번의 웨딩 ~
<<철없던 시절의 자존심, 만약이란 이름의 미련>>



* 작품정보

  • 제목 : 또 한번의 웨딩
  • 극본 : 이제인, 최지영, 전찬호
  • 연출 : 최지영
  • 출연 : 홍수현, 진이한, 후지이 미나, 김슬기, 김민교 外
  • 방송 : 2012년 12월 23일
  • 줄거리 : 웨딩플래너 주인공이 우연히 전 남편의 결혼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드라마




그땐 바보같이 자신이 없었어. 잡아도 너 안돌아올 거 같아서.

- 또 한번의 웨딩 / 서인재 -


결혼 전, 혼수문제에서 인재와 마찰을 빚어오던 하경은 결혼 3주만에 혼수를 싸들고 나오면서 이혼을 한다. 그로부터 5년 뒤, 촉망받는 웨딩플래너로 대내외로 인정을 받게된 하경은, 회사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사활이 걸린 중요한 미션을 부여받게되는데 바로 회사에 거액을 투자한 일본 민단계 이사의 철부지 어린 딸 민은세의 결혼준비였다. 어머니 없이 홀로 성장한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천방지축 좌충우돌인 은세를 케어하는 하경의 신경은 바짝 곤두서 있었는데, 설상가상 은세가 결혼하려는 상대가 바로 5년 전 하경과 이혼한 전남편 인재였다.

불편한 관계 속에서 담당 웨딩플래너를 바꾸는 것을 제안하는 인재와 달리, 자신의 승진이 걸린 이번 미션을 놓칠 수 없었던 하경은 되려 조금이라도 옛정이 남았다면 제발 입 다물고 조용히 결혼식장까지만 걸어가 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그에 순순히 응하는 인재. 하지만, 천방지축 예비신부 은세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인재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생겨나며 하경은 지나갔다 여겼던 옛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또한, 예비신부 은세에게 하경이 뒷담화를 그렇게나 했던 인재또한 뜻밖의 관계로 재회한 하경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예전과 같으면서도 다른 그녀를 보며 덮어두었던 과거의 감정을 떠올리게 된 듯 싶었다.




나도 그때 좀 더 참아볼걸. 바보같이.

- 또 한번의 웨딩 / 채하경 -


조그마한 틈이 생겼을 때 즉시 막지못한 결과이기도 했던 것 같다. 상대에 대한 배려없이 서로의 불만만 토로하던 그들은 충동적인 이혼을 하게되었다. 자존심만 잔뜩 세운 두 사람은 잔뜩 날을 세우면서도 상대가 먼저 손을 내밀어주길 바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인재는 하경이 그렇게 손을 내밀면 그 손에 그녀가 그렇게 원하던 반지를 끼워주며 다시 시작하고자 했을테고, 하경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재회를 통해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용기없는 바람은 그저 흩어져 5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고객과 웨딩플래너로 재회하며 철없는 자존심을 세워 매듭짓지 못한 채 흩어진 감정에 대한 미련으로 흔들리게 되었다. 어쩌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출처없는 희망과 설레임에 들떴을지도 모르겠다. 그 결과 하경은 교통사고로 인해 미션을 완수할 수는 없었지만, 천방지축 예비신부 은세로 인해 갑작스레 결혼예식이 바뀌며 성당에서 마지막 리허설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그리고, 가장 예쁜 모습으로 리허설 장소로 간 하경은 인재와의 또 한번의 웨딩을 통해 만약, 이란 이름의 미련 속에서 휘청이던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인재와의 관계에도 매듭을 짓게된다.





*덧*

1) (스포) 하경은 결혼 후 철야를 불사하며 인재와의 틈을 만들었던 회사를 이혼 후 관뒀다. 인재는 하경이 그토록 노래를 불렀으나 무시로 일관하며 하경과의 틈을 만들었던 진짜 반지를 이혼 후 샀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들이 부려왔던 고집을 내려놓았으나, 자존심을 접고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 용기는 없었던 것 같다. 하경은 우연을 가장한 재회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꿈꿨으나 입사 후 일주일 만에 그의 회사는 이사를 갔고, 붙잡아도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쌓인 인재는 하경을 찾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꽁꽁 감춰뒀던 '반지'가 우연히 하경의 손에 들어간 것을 보며 인재는 눌러왔던 감정을 그날 밤, 참지 못했던 것도 같다. 결국, 반지는 하경의 손에 들어갔으나 하경은 그 반지가 진짜인지 모른 채, 간직할까, 버릴까...?

2) 가벼운 로맨스물이길 바랬었고 그래서 어떤 반전요소(예를 들어 둘을 연결시켜주려는 은세의 계략이라거나;)가 있길 바랬지만 없었다. 보면서 자꾸 뭔가가 겹쳐지는 느낌, 어디선가 느꼈던 감정에 물음표를 그렸는데, 뒤늦게 떠올랐다.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을 봤을 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감정으로 봤던 것 같다. 초반엔 두 사람이 잘되길 바라다가 중반부터 그래도 될까, 란 생각이 들다가 후반부가 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라는 그 감정변화의 연결이. 그리고, 약혼녀 캐릭터의 느낌이 비슷하기도 했고.

3) 하경의 시선으로 그려진 드라마여서 인재의 감정은 하경의 시선 속에서 조금씩 느껴진다. 그 시선 속에서 인재는 분명 흔들리고 있었고 그래서 하경이 어떤 기대감을 느꼈던 것도 같다. 그러나, 인재의 흔들림은 결혼을 앞두고 (어쩌면) 과거의 실패로 인해 불안감이 조금씩 들즈음 만난 전처인 하경에 매듭짓지 못한 만약,에 대한 미련,.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는, 하경이 그를 붙잡는다면 심하게 흔들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날, 하경을 병문안 온 것은 마지막 확인과 같은 것.. 같았달까? 그래서, 오버스러운 하경의 선긋기에 서운하면서도 안도하는 그런 복잡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런지.. 는, 순전히 내 생각.

그저 철없이 이기적이던 하경과 달리, 철없고 감당이 안되지만 사랑하기에 상대를 배려하고 맞춰주는 법을 아는 은세는 인재의 좋은 짝이 될 것 같았다. 가끔 투닥거리지만 충동적인 이혼은 하지않을 듯 했다. 두 사람을 등지고 나오는 하경의 미소, 가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어째서 저렇게 철없는 아이를 (하경이 아는, 그리고 드라마에서 보여진 인재는 고지식했고 은세를 택한 것이 그녀의 배경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했으니까) 선택했을까, 에 대한 하경 그리고 시청자인 나의 의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으니까.

4) 하경 역의 홍수현씨가 정말 예쁘게 나온 드라마였다. 연기도 물론 잘하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