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의>를 봤다. 당연히 본방은 <골든타임>인지라 (나도 최쌤이랑 사진찍고 싶어!) 주말에 볼 예정이었는데 평이 너무나 안좋아서 되려 궁금해졌었다. 내내 올림픽 때문에 늦게자던 버릇 때문인지 너무 이른 새벽에 깨버린 것도 이 드라마를 후다닥 시청해버린 이유 중 하나라면 하나다. 아무튼, 너무나 평이 안좋아 기대치는 마이너스 상태. 그래서 그런가? 나는 그럭저럭 재미나게 봤다, 이 드라마를.
그다지 관심도 없던 이 드라마를 일단 보기는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노국공주와 공민왕 역할을 한 박세영씨와 류덕환씨 때문이었다. 류덕환씨의 경우는 꽤 오래전부터 호감배우였고 박세영씨는 근래들어 꽤나 좋아져버린 배우인지라. (이..이뻐서. 이 죽일놈의 얼빠;)
그래서 그런가?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가장 마음을 기울이며 본 것도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씬이었다. 원에서 볼모로 살아가는 십여년의 세월간 쌓인 마음의 울분을 풀어낼 길이 없어 원의 공주인 노국공주를 미워하기로 한 공민왕과 왕비로서가 아닌 여자로서 사랑하기에 그에게 시집을 왔으나 자신을 봐주지 않는 그에 대한 서러움이 결국 미움이 되어버린 노국공주. 대화 한마디 주고받는 씬 없이 그저 눈빛만 주고받는 이 부부의 마음이 들리는 듯 했다. 자꾸만 신경이 쓰이지만 아닌 척, 그러나 나를 보지 않을 때는 상대를 향한 그 시선을 떼어놓지 못하는 그 장면 장면, 상대가 위험에 처한 순간마다 감출 수 없는 걱정이 가득담긴 눈빛들, 순간순간 허공에 뒤엉키는 시선들 속에서 말이지.
원에서 고려로 돌아가는 공민왕 일행을 습격하고 왕비를 공격한 일당은 아마도 기철네 쪽이 아닌가, 싶다. 기황후의 오빠이자 고려의 실세인 그는 고려를 원에 복속시키고자 이런 일을 꾸민 것은 아닐까, 라고 대충 생각 중. (아님 말구) 그리고, 사지인 줄 알면서도 들어선 공민왕 일행은 자객의 습격을 받고 노국공주가 공격을 당해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극 중에서는 노국공주가 공격당한 것이 공민왕에 비해서 수비가 허술해서 발생한 일처럼 느껴졌는데, 결과적으로 자객들이 노린 것은 처음부터 노국공주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노국공주가 공격당할 때, 그녀의 호위를 맡던 시녀 중 하나는 죽고 남은 하나가 다른 자객을 처리할 때 이 일이 생겼는데... 순간, 너무나 허술해진 수비진영과 자객을 처리할 때 보여준 시녀의 부자연스런 모습을 보며 '시녀가 스파이?'라는 망상까지 닿았더랬다. 더불어, 공주가 공격당함과 동시에 최영이 칼을 던진 것이 아니라 공격을 다 당한 후에야 부랴부랴 칼을 던진 씬도 좀 어이상실. 이 부분은 편집이 참 많이, 아주 많이 아쉬웠다.
돌아와서, 노국공주의 부상은 꽤나 심각했고 고려 최고의 의원조차 고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제 막 왕의 자리에 오른 이 울분에 가득차있는 무기력한 왕은 내 나라 고려를 위해서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신의'를 찾기위해 하늘세상으로 최영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의'를 통해 공민왕이 살리고 싶은 것은 그저 내 나라 고려였을까, 인정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으나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저 여인' 노국공주였을까? 최영을 향한 간절함이 뭍은 눈빛은 무엇을 향한 것일까? 공민왕은 당연히 전자라고 하겠으나, 그 속에서 후자가 느껴졌다면... 너무나 큰 과대망상일까?
나만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요근래들어 로맨스가 끌리고, 세기의 사랑이라 불릴만한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이야기고, 그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을 좋아라해서 더 크게 몰입하고 있기에 행동 하나, 눈빛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게 무엇이든, 일단 이 드라마를 계속해서 보게된다면 오로지 노공커플 때문일 것이고, 또다시 이 드라마에 대한 리뷰를 쓰게된다면 또 역시 노공커플에 관한 리뷰만 쓰게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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