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부활) 두번째 정주행완료, 지워지지 않는 먹먹함을 어찌하지 못한 채...

도희(dh) 2012. 2. 25. 21:20

드라마 : 부활 (2005. KBS2TV. 총 24부작)

지난 주 토요일 새벽부터 다음 날인 일요일 새벽까지 27시간동안 달려서 정주행 완료한 드라마 '부활'. 드라마 보기 시작할 때는 미미한 두통이 있어서 한편만 봐야지, 했는데 내가 그런 자제심이 없는 인간인지라 결국 다 봐버렸다. 그리고, 드라마 끝날 때는 눈과 정신이 너무 맑아서 당황했더랬다. (결과적으로 40시간동안 안잤는데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했음 & 덕분에 이번주 내내 겔겔렸음;) 드라마 '부활'은 작년(재작년인가?)에 한번 정주행하고 홀로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몰라했었고, 그 몇해 전에 새벽 재방송을 챙겨본 적도 있었다. 다만, 본방 때는 타사 드라마를 보느라 안봤다는 게 함정!

지난 번에는 극의 전체적인 흐름과 스토리를 위주로 봤다면, 이번에는 몇몇 캐릭터의 상황에 이입해서 봤던 것 같다. 그래서, 서은하란 존재가 서하은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새삼 깨닫게되며 처음 정주행 할 때는 약간 지루하게 느껴졌던 은하와 하은의 러브라인이 이번엔 너무 마음이 아팠었다. 극이 끝난 후에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결국 부활 DVD를 질렀다. 리뷰북도 갖고싶지만 이젠 구할 수 없다는 현실에 하루정도 좌절했지만 이제 어느정도 극복! (훌쩍)

사실, 이 드라마의 '리뷰'를 쓸 자신이 전혀 없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까, 생각했는데 훗날의 나를 위해 몇자라도 끄적여두자는 마음으로 쓰는 중이다. 그런데, 쓰려고 준비하다보니 좋은 장면들과 대사들이 너무 많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당장 생각나는 몇 개만 정리했는데 매 장면이 명장면이고 모든 대사가 명대사인 이 드라마를 어쩌랴.. (훌쩍)

드라마 '부활'은 아는만큼 보인다, 라고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아는게 별로 없는 사람이어서 많은 것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보면 볼 수록 전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는 한다. 그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서, 난 이 드라마를 또 보게 될 것 같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조만간이 될 수도 있고, 먼 훗날이 될 수도 있겠지..

아 참, 내가 뜬금없이 드라마 <부활>을 복습한 이유는 두가지인데, 하나는 <발효가족>을 보며 자꾸 <부활>이 떠올랐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엄포스 '적도의 남자' 출연 기념이었다. 그리고, 엄포스 혹은 감독님 전작들 중 몇개 더 찾아 볼 예정이다. 하지만, 작가님의 <태양의 여자>는 도무지 정주행 할 자신이 없다. 본방당시 뜨문뜨문 보면서도 도영이 닥빙이 너무 심해서 힘들었던 걸 기억하면;






어디 계십니까. 어디에 계십니까.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이럴 수는 없는 겁니다.

절 보고 계십니까? 절 똑똑히 보고 계십니까?

지금껏 당신께 바란 건,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한걸음 뗄 수 있는 힘만 달라고,

그거면 충분했다고, 그렇게 기도했었습니다.

당신이 진짜 존재한다면 절 탓하질 못할 겁니다.
이건 당신이 선택하신 길입니다.

- 부활 6회 / 하은 -


정상국과 이태준은 20년 전,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저지른 죄를 덮기위해 절친인 형사 유건하를 사고로 위장해 죽이게 된다. 그리고 20년 후, 그들의 사주를 받은 임대식이 우연히 죽은 줄 알았던 유건하의 아들 유강혁을 보게되며 죄책감에 휩쌓여 진실을 밝히고자 하고, 그 것을 알게된 정상국과 이태준은 최동찬을 통해 임대식을 자살로 위장해 살해하게 된다.

20년 전, 아버지 유건하와 함께 죽은 줄 알았던 유강혁은 사고의 충격으로 모든 기억을 잃고 '서하은'이란 이름의 형사로 밝고 따뜻하게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임대식 사건에서 과거의 흐릿한 기억을 떠올리며 자살이 아닌 타살이란 확신을 갖고 수사하게 되고, 결국 진실을 덮어야하는 이들의 표적이 되고만다.

이런저런 상황에 몰리다 결국, 어렴풋하게나마 잃었던 기억을 찾게된 서하은은 쌍둥이 동생 유신혁과 극적인 재회를 하지만, 최동찬에 의해 유신혁은 형 유강혁(서하은)을 대신해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그리고, 너무나 소중한 아버지와 경반장에 이어 동생까지 그들의 손에 당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 서하은(유강혁)은 자신을 감추고 유신혁이 되어 복수를 다짐하게 되었다.




미안해 하지마. 난 괜찮아. 정말 괜찮아, 형.
나라서, 다행이야. 형이 아니라, 나여서 정말 다행이야.

- 부활 11회 / 신혁 -



신혁은 20년이란 세월동안 쌍둥이 형이라는 반쪽을 잃어버린 외로움과 형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형을 잡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착하고 여린 아이였던 유신혁은 그런 자신을 감추기위해 더더욱 차갑고 딱딱한 겉모습을 유지했고, 사람들은 그를 인조인간이라 불렀었다.

아무도, 그의 아픔을 알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어머니 이화여사는 알고있었으나 품어주지 못했고, 강인철은 그 것을 나약함을 감추기위한 위장이라 여겼으며, 안비서님만이 그 위태로움을 알아주고 있었다. 그런 신혁은 20년 만에 형이 사실은 살아있다는 걸 알게되며 겨우 그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악의 세력(!)에 의해 형 대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형...' 이란 단 한마디만 남긴 채..

그리고, 이젠 하은(강혁)이 그 아픔을 고스란히 지고 살아가게 되었다. 20년간 외로웠을 동생에 대한 아픔, 그 날 만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 동생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신혁이 되어 살아가는 자신때문에 그렇게 비참하고 잔인하게 죽은 후에도 신혁을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그러한 것들... 하지만, 하은에게는 그의 아픔을 알아주고 걱정해주고 다독여주고 품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겨우, 신혁의 무덤을 찾은 하은에게 나타나 괜찮다고. 나라서 다행이라고 하는 신혁을 보며, 그 착한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신혁의 인생이 너무 가엾고 서글펐달까? 하지만, 착한 아이 신혁은 그 마저도 괜찮다고하니... (아이고, 신혁아ㅠㅠㅠ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 부활 7회 / 하은 -



신혁의 죽음을 계기로 복수를 다짐한 하은은, 자신을 감추고 유신혁으로 살아가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그렇게 나아가고 있었다. 하은이 유신혁으로 살아가며 주변을 속일 수 있었고 또한 차근차근 복수의 단계를 밟아나갈 수 있었던 것은, 꼼꼼한 성격의 신혁이 남겨놓은 기록들도 있었지만 그 것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그 이상의 것을 바라보고 계획하는 하은이 정말 영리하고 똑똑한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타고난 성격이나 사소한 습관은 유신혁과는 정 반대였지만 어찌되었든 그는 유신혁과는 다른 방식으로 유신혁이 해내고 싶었던 일을 완벽하게 해내며 유신혁을 깔보고 유신혁에게 패배감을 맛보게 한 정진우에게 통쾌한 한방을 먹였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그가 정진우에게 '넌 너무 잘보여' 라는 말을 되돌려줬을 때 정말 짜릿한 통쾌함을 느꼈었다.

돌아와서, 위의 오피스텔은 그의 분노와 복수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공간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바다에서 복수의 대상자들만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듯 했달까? 그리고, 이 공간에서의 그는 정말 서늘하고 무서웠다. 밝고 따스한 햇살같은 서하은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복수심으로 가득찬 그분 만이 존재하는 듯 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은하에게 만큼은 그런 자신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았고, 결국 은하에게 그런 자신을 보이며 너무나 힘들어하고 괴로워했던 것 같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니가 왜 그래야만 했을까?

이유가 있었겠지. 그랬겠지.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거다,
어쩔 수 없는 이유가 분명 있었을 거라고 골백번도 더 생각했어.

그리고 기다렸어. 니가 날 찾아 오길. 길을 만들어놓고 널 기다렸어.
용서해주고 싶어서. 널 용서해주고 싶어서. 그래서 기다렸다.

하지만 수철아, 난, 널 용서 못하겠다.

- 부활 13회 / 하은 -



신혁이 죽은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수철의 배신이었다. 물론, 수철로서는 하은이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안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하은은 죽었다. 아니, 죽은 이는 유신혁이었지만 공식적으로는 서하은이 죽은 것이었다. 그리고, 하은의 누명을 벗기고 범인을 증명하기로 결심한 수철은 결국 그와 만나게 되고, 그가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걸으며 그가 바로 서하은임을 알게되었다.

내가 이번에 <부활>을 복습하며 너무나 가슴아파하며 봤던 장면 중 하나이다. 너무나 믿었던 소중한 친구의 배신을 이해해주고 싶고 그렇게 용서해주고 싶지만, 용서할 수 없는 서하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으니까.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며 무릎꿇고 우는 수철을 향해 손을 뻗다가 이내 그 손을 거두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참아내려는 모습에서 용서하고 싶으나 용서할 수 없는 그의 고통과 아픔이 와닿았다. 정말, 펑펑 울어버렸던 장면! 



- 부활 13회 -


그렇게 수철과의 만남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힘겨운 하은이 사무실로 들어온 순간, 눈 앞에서 만난 은하를 보며 저도 모르게 슬핏-, 미소를 짓는 걸 보며 그 전까지 막연히 알고만 있었던 그 것을 그제서야 완전히 깨닫게 되었다. 서하은에게 서은하란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복수의 어둠에 발을 내딛은 그가 그 어둠 속으로 완전히 먹히지않게 잡아주는, 그렇게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주는, 그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빛이 되어주는 등대,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서하은에게 서은하는.

서하은이 아닌 유신혁이기에 은하에게 다가가선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기에 은하를 대할 때마다 고통스러우면서도 그가 자꾸만 은하의 곁을 맴도는 것은, 은하가 있어야 그가 서하은임을 잊지않을 수 있고, 돌아갈 곳이 있음을 스스로에게 되뇌일 수 있었고, 그렇게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의 고통이 너무나 안타까웠던 나는 그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빛이 되어주는 서은하의 존재가 너무나 고마웠다.



묻지 않을게. 오빠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순 없지만, 이유가 있을거야.
그래서, 나 묻지 않을게. 오빠가 이렇게 내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너무 고마워.
이런 맘 갖는 거 유신혁씨한텐 너무나 미안하지만, 그래서 마냥 기뻐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너무 고맙고, 이걸로 됐다고 생각했어, 난.


아니라고 하잖아. 내가 아니라고 하잖아.

알았어. 오빠가 아니라면, 아닌거야.

- 부활 21회 / 은하 & 하은 -



내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지만 그 것이 무엇인지 몰라 답답했던 은하는, 그가 바로 서하은임을 깨닫게되었다. 그리고, 그 것을 인정하지 않는 그가 결국 인정하게 만든 것 또한 은하였다. 그 모습은 초반 마음을 감추는 하은이 결국 그 마음을 은하가 인정하게 만든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은하는 겉으론 참 약해보이지만 그 속이 참 강인한 사람이었다. 또한, 사랑에 용감한 사람이기도 했고.

그가 서하은임을 모른 채, 그럼에도 그에게서 서하은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하는 은하와 그런 은하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그를 바라보는 것도 내내 맘아팠지만.. 정체를 밝히고 만나는 모습은 더 가슴아팠다. 너무나 달라진 자신을 그녀에게 들켜버린 그의 마음,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바라보는 은하의 마음이 아팠달까? 그래서, 애써 아닌 척- 처음이자 마지막 거리데이트를 즐기는 그 두사람의 모습은 너무나 이뻤지만 또한 너무나 슬퍼서 나도 모르게 또 훌쩍이고 말았었다.

그리고, 하은과 은하의 사랑에 끼어들어 또다른 한 축을 담당할 거라 예상했던 정진우는 생각보다 너무 쉽게 물러나서 싱거웠었다. 원래는 은하와 결혼까지 가는 설정이었다고 하던데,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둠에 휩쌓인 그가 길을 잃지않게 빛을 밝혀주는 등대역할을 하는 은하의 존재가 희미해졌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뭐, 러브라인은 더 애절하고 힘겨워지며 뭔가 더 쫀득-, 해졌겠지만.

위의 장면이 좋았던 것 중 하나는 그의 표정이다. '아니라고 하잖아' 라고 말하며 울상짓는 그 표정이 서하은 그 자체였다. 언제나 유신혁의 가면을 쓰고 살던 그는, 그 순간만큼은 서하은이었다. 그 표정을 보며 '하은아!' 라는 말이 바로 나왔었고 말이다.




 이겼으면 했어. 니가 날, 이겼으면 했다.

- 부활 20회 / 하은 -



차근차근 복수의 단계를 밟아가고 그 복수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록, 그는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는, 서하은은 원래 너무 착한 사람이었기에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그저 통쾌하다기 보다는 힘겹고 미안하고 아팠던 것 같다. 또한, 복수를 위해 이용하고 있는 이태준의 자식들과 함께하는 시간들로 인해 그 고통은 더 심해지지 않았을런지. 강주와 희수는 이태준과 달리 너무나 올곧고 밝고 좋은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멈추고 싶었던 것도 같다. 이미 브레이크가 고장났기에 스스로는 멈출 수 없었던 그는 어떤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멈추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 또한 희수가 그와의 달리기에 부디 이기길 바랬었다. 참 사람좋고 착한 하은은, 자신이 이용하는 희수에게 정을 붙이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너무나 순수하고 밝은 희수에게 정이 들었고, 희수의 꿈을 물으며 희수의 인생에 한발 들여놓고만 그이기도 했다.

이태준의 최후에 동정심을 갖게된 것은 강주와 희수를 향한 그의 부성애 때문이었다. 그의 최후가 아팠던 것은 아버지에게 마지막까지 아픈 말만 해버린 강주와 희수가 평생 그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없잖아 있었다. 역으로, 내가 정상국에겐 그 어떤 안타까움도 동정심도 느끼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어찌되었든 정상국은 아들을 위한 완벽한 밥상을 차려주고자 했으나 그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을지언정, 모두에게 배신당해 빈털털이가 되었을지언정, 아들 정진우만은 그의 곁을 지키며 유일하게 그의 편이 되어줬으니까.

사랑과 돈과 명예를 위해 친구와 친구의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그들. 한 사람은 그 사랑과 자식을 잃었고, 한 사람은 명예를 잃고 자식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그 둘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그러나, 단 한사람은 돈은 잃었으나 자식만은 그 곁을 지키고 있었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법의 심판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 정말 강혁이가 맞는거니?
- 부활 22회 / 이화 -



그는 멈추고 싶었고 어떤 핑계가 있다면 그 것을 이유로 멈췄을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그의 주변에서 그를 알아보게 된 것도 브레이크가 고장나 이제 더이상 스스로의 힘으로는 멈출 수 없는 그를 도와주기 위한 누군가의 배려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머니 이화여사가 진실을 눈치채게 되며 그는 더이상 멈출 수 없게 되었던 것 같다. 멈춰서는 안될 이유가 생겨버린 듯 했다.

너무나 아름다웠고 우아했고 고운 마음씨를 가진 이화여사는 참 나쁜 여자이고, 또한 나쁜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이 모든 비극은 그녀를 사랑한 한 남자의 비틀어진 질투와 욕망에서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이화여사가 참 나쁘다고 생각한 것은 가슴에 뭍은 자식이 아파 살아있는 자식의 마음을 찢어지게 하는 그런 엄마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화여사는 신혁과 강혁에게는 언제나 아프고 안타깝고 미안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화여사가 밉다거나 싫다거나 그렇진 않았다. 그녀또한 피해자였으니까. 너무나 아름답고 약해보였기에 그녀가 진실을 알고 견딜 수 없을거라 여겼던 강인철의 오만과 그의 걱정. 그러나, 결국 그녀는 진실을 알게되었다. 그녀가 그저 한 여자였다면 그 고통을 견딜 수 없었겠지만, 지켜야 할 아이가 있는 엄마였기에 이화여사는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어쩌면, 이화여사가 강인철과 결혼한 것도 그의 열정적인 구애도 있었겠지만 신혁을 키우기 위해서였을 것도 같았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랄까?




부사장님을 볼 때마다 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 부활 24회 / 안비서 -



처음 <부활>을 정주행 했을 때, 나에게 안비서님이 어떻게 다가왔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그냥, 좋은 사람- 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두번째 <부활>을 정주행하며 난 '안비서님 넘 좋아!!!!' 이런 모드로 봤던 것 같다. 우리 가여운 신혁의 아픔을 알아준 유일한 인물이며 그의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아군이었으니까.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고 멋진 사람이었다. 진우의 비서가 돈때문에 배신하는 걸 보며 '우리 안비서님이었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이라고 외치기도 했고 말이지.

그는 사람의 이기심과 욕망에 의해 엄청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지만, 그를 믿어주는 사람들로 인해서 그 속에서 헤처나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안비서님이 그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너무나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그렇게 느껴졌고. 아직 <마왕>은 제대로 안봐서 모르겠지만 (본방당시 6회까지 보고 시간이 안맞아서 패쑤. 조만간 볼 예정) <발효가족> 또한 그런 메시지가 강했다.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그가 사라진 후, 안비서님은 어떻게 지내셨을까? 그 전에 회장과 부사장이 사라진 무릉건설은 어떻게 되었을까? 뭐, 회사는 어떻게든 잘 굴러갔겠지. 그보다, 회장의 자살과 칼맞은 부사장의 행방불명 및 사실은 부사장이 부사장이 아니었다라는 진실에 회사 사람들 엄청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의 진실이 세상에 공개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만, 난 알고있습니다,
이 곳으로 돌아오기 위해 그는 먼 길을 힘겹게 걸아오고 있다는 걸.

- 부활 24회 / 은하 -



처음 <부활>의 결말을 접했을 때는 좀 멍했다. 이게 뭐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부활>의 결말까지 닿은 순간, 마음이 먹먹해져 어쩌지를 못했다. 등대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하던 그는 일년이란 시간동안 서하은이 되기위해 먼 길을 힘겹게 걸어오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희수와의 약속을 지켰고, 또 자신의 복수로 인해 의도치않게 피해를 입은 누군가를 멀리서 도와주며 그렇게 서하은을 되찾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는 서하은이 되어 돌아오고 있었다. 은하가 기다리는 곳으로. 사람에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하가 하은을 기다리던 극의 마지막 장면, 그 날은 유건하의 기일이자 서하은의 생일이었다. 서하은이 서은하에게 온 날이었다. 난, 어쩐지 이 날 하은이가 은하가 기다리는 등대로 도착할 것만 같았다. 저 길을 걸어 결국 은하에게 도착해 물 한모금 달라고 할 것 같았다. 먼 길을 걸어오느라 힘들었다 말하며..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돌아보는 하은 뒤의 까치는, 죽은 신혁과 건하라고 했다. 저 까치들이 결국 날아가는데, 아마도 그 것은 하은의 어둠을 만들어내던 신혁과 건하는 이제 더이상 하은에게 어둠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쓰다보니 생각나고 생각하니 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1) J&C는 어떻게 되었을까? 부도났을까? 그리고, 정진우는 어떻게 되었을까? 강주와 희수에게 죄책감을 갖던 그는 진우에게만은 그런 감정이 없었다. 아마, 은하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던 관계이기도 했지만, 강주와 희수처럼 함께한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신혁을 무시하던 인물이라 처음부터 안좋아하기도 했을테고. 궁금한 건, 정진우는 그의 복수를 인정하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복수의 칼날을 갈며 재기를 하고있을까.. 라는 것이다. 아무튼, 정진우란 캐릭터는 그냥 그렇다.

2) 이태준 의원이 자살할 때, 비겁해!!! 라며 울어버렸다. 이태준 의원의 죄는 역시나 용서가 안된다. 하지만, 이태준이란 한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 강주와 희수에게 정이 들어버려서 더 안타깝고 그랬다. 강주와 희수는 그를 이해줬다. 강주는 이 모든 사건을 직접 헤집고 다녔고 또한 그와 함께한 시간을 돌이켜보며 그의 고통을 알아가며 이해했을 듯 싶고, 희수 또한 그렇지 않을까? 그와 함께한 시간과 그의 사연과 고통을 이해해주지 않았을까... 싶었다. 살아있어줘서 고맙다, 라는 그 말이..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3) 희수의 공격을 받은 그. 참 안타까웠지만 또한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또한 받아들였을 것이다. 당연하다는 듯, 그래서 지문을 지웠겠지. 그렇게, 그는 희수가 다치지 않길 바랬었다. 희수 또한 그렇기에 그를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는 돌아가기 위해서 살았지만, 또한 희수를 위해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악연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 희수에게 더이상 죄책감이란 상처를 주지않기 위해서.

4) 하은도 신혁도 아닌 제 3인물. 오피스텔에서의 그는 정말 섬뜩하고 무서웠고 소름돋았다. 정말 제 3의 인격처럼 보였으니까. 하은은 하은같았고 신혁은 신혁같았고 그분은 그분같았다. 또한, 신혁의 탈을 쓴 하은은 그 셋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렇게 하나의 배우가 다양한 캐릭터를 한 작품 속에서 겹치지않게 표현한다는 것에 난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게다가, 신혁이랑 하은이는 외모조차도 비슷한 듯 달라보여서 더더욱!!! 새삼스레 엄태웅이란 배우의 매력에 빠져서 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중이다.

그런데, 그의 출연작을 다 찾아보기는 귀찮다. '부활' 보자마자 '닥터챔프' 이도욱(엄태웅) 부분만 골라봤고 (하은도 신혁도 그분도 아닌 이도욱만 있어서 더 좋았다!) 조만간 맘 다잡고 '마왕' 볼 예정이다. '마왕'은 힘들다는 평이 많아서 뭔가 각오를 하고 봐야할 것 같아서 말이다. (6회까진 재밌게 봤었음!) ...결론은, '적도의 남자'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5) 이화여사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모든 일을 인내하고 견뎌내며 자식들을 위해 살아가기로 했다지만, 신영이는 과연 이 모든 일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어찌되었든 강인철은 신영이의 아버지인데 말이다. 신영이는 모든 진실을 알게될까, 아니면 아주 오래도록 아무것도 모른 채로 살아가게 될까...? 어찌되었든, 신영이에게도 참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내 아버지의 악행이, 그로인해 죽은 오빠와 상처받은 엄마와 또다른 오빠의 존재는. 

6) 그럼에도 동생이기에 신영을 사랑해주고 걱정해주는 하은(강혁)을 보며, 하은에게 가족의 의미는 정말 대단하고 또한 소중한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는 복수를 하며 괴로웠고, 그렇기에 모든 복수의 고리를 자신이 끊어내고 싶었던 것인 듯 했다. 희수에게 그러한 것처럼, 신영을 그의 딸이 아닌 어머니의 딸, 나의 동생으로만 바라보고 여기는 게 아닌가 싶었달까?

7) DVD 구입 후, 부가영상 부분과 코멘터리 다 봤다. 보며, 감독님 찬양모드에 들어갔다나 뭐라나;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한 부분도 감독님의 의도였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감독님의 연출에 작가님도 함께 찬양하시고. 나중에 복습할 때는 이런 부분을 잘 기억해뒀다가 봐야겠다. 뭔가,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 해서!

8) OST 중에서 '나만 슬퍼 눈물 흘리면 될 줄 알았어' 이 부분을 들을 때마다 너무 가슴아팠다. 하은이 복수를 시작하며 가진 마음처럼 느껴졌고, 그런데 복수의 과정에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소중한 이들마저 아파하는 걸 보며 더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그의 마음처럼 들렸달까? ...이 드라마, OST마저 너무 좋아!!!!

9) 좋았던 장면들 정말 많다. 몇개 더 생각하자면, 합체한 후 처음 이태준의 생일파티에서 처음 원수들을 한자리에서 보고 '사형법 폐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랑, 천사장에게 원의 법칙을 말할 때, 요양원에서 경반장이 그가 강혁이라는 거 알아봤을 때... 너무 많다. 그리고, 하나 더 엘리베이터에서 서로에 대한 질투로 꽁냥거리는 씬!!! (ㅋ) 아, 후반부 강주와 카페에서 이야기할 때, 창문 유리에 비춰 그의 얼굴이 가면처럼 보이는 장면. 그의 심리가 표현된 장면처럼 느껴졌었다.

10)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한다. 영화와 뮤지컬만 봤고 소설은 아직 못읽었는데 정말 기회만들어서 읽어야겠다. 그 기회는 3년 전부터 엿보고 있었기에 언제쯤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한 만화 중에서는 황미나 작가의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굉장히 좋아한다. 이거 오래된 만화라 그림체가 옛스럽지만(?) 정말 재밌음. 그리고, 한국드라마 중에선 고수-이다해 주연의 '그린로즈'도 재밌다.

11) 하은이 중간에 멈추길 바라면서도, 그 복수를 완성하길 바랬었다. 그들을 용서하기엔 그의 고통이 너무 심했고, 법이 그들을 심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었으니까. 그리고, 결국 그의 복수는 완성되었다. 정상국과 이태준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씬은 어쩐지 통쾌하고 짜릿했지만, 희수의 이야기를 물으며 너는 정당하냐는 이태준의 물음과 마주한 그의 모습은, 또한 고통스러워 보였다. 아닌 척, 대답하면서도 그의 마음은 참 힘겨웠겠지, 싶었고.

12) 난 그저 가볍게 끄적이고 싶었다. 그런데, 쓰고나니 이건 가볍게 읽히기엔 좀 힘들 것 같아서 당황. 그런데 말이다, 정말, 가볍게 쓰고 싶었다. 진심이다! 계속 쓰면 뭔가 자꾸 헛소리 할 것같으니... 끝으로, 아는 게 없어서 보이는 게 많이 없다는 게 새삼 슬프다. 아, 덧!!! <부활>을 보며 <발효가족>에서 호태가 말한 '진실의 힘'이라는 것이 자꾸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