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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30화 삐삐가 울린다) 추억과의 982...

도희(dh) 2011. 8. 30. 07:00


~ 드라마 스페셜 : 삐삐가 울린다 ~
<< 추억과의 982 >>



0. 작품정보

- 제목 : 삐삐가 울린다
- 극본 : 박소영
- 연출 : 신현수
- 출연 : 안석환, 서태화, 반민정, 강필석 外
- 방송 : 2011년 7월 10일





1. 이야기의 시작-.

여전히 삐삐를 고집하는 소수의 고객에게 보상금을 미끼로 해지를 요구하는 구원텔레콤의 김과장은 오늘도 제대로 한 건을 한 후 위풍당당하게 회사에 가게된다. 그리고, 절대 삐삐를 해지하지 않겠노라며 구원텔레콤의 다른 직원들을 애먹이는 통녕에 사는 고객을 설득하겠노라 자처하고 그렇게 그를 찾아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들이 삐삐 사용 고객들이 삐삐를 해지할 시에 보상금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마, 기지국 하나를 유지하는 비용보다 보상금이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광수의 상사가 그들에게 윽박지를 때 기지국 유지비용이 꽤나 많이 든다는 듯 말했으니까.

그보다, 아직도 삐삐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2. 첫사랑을 기다리며 삐삐를 고집하는, 혁이-.

광수의 표적이 된 아마추어 사진작가이자 유람선 안내방송일을 하는 혁이가 삐삐를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어린 시절 헤어진 첫사랑 은이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삐삐 안에는 은이의 마지막 음성이 남겨져 있었고, 은이가 혁이에게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에 혁이는 삐삐를 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마, 팬션을 짓기위해 거액을 준다며 집을 팔라고해도 절대 팔지않는 이유또한 은이에 대한 기다림에서 시작된 듯 싶었다. 그렇게 그는 오랜 세월동안 한 자리에서 묵묵히 떠나간 첫사랑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시절 은이와 혁이는 누구나 다 알고있는 단짝이었는데 어느 날 은이가 훌쩍 떠나며 혁이의 기다림은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실, 은이는 떠나던 날 혁이의 삐삐에 음성을 남겨서 그날 저녁에 만나자는 약속을 했는데 갑작스런 일이 생긴 혁이는 그 시간에 약속장소에 갈 수 없었고 그렇게 그들은 인사도 없이 헤어졌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까지 돌아가시며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었고 그 때 폐인이 될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멀쩡하게 잘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 날 꼭 돌아오겠노라는 은이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그렇게 한결같이 은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광수가 물었다. 은이를 다시 만나면 어쩌고 싶냐고. 그러자 혁이가 말했다.  정식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싶다고.  그 때 하지못했던 인사를 하고싶다고.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싶다고 했다. 다만, 그 뿐이라고. 그는, 미련을 끊어야 할 이유가 필요했던 것 같다.

어쩐지, 은이를 기다리는 것은, 은이의 그 기약없는 약속은, 혁이의 삶의 이유인 듯도 싶었다. 그리고 광수의 거짓말로 이제 더이상 은이를 만날 수 없음을 알게되고 그는 삐삐를 해지하게 되었다. 그에겐 은이를 놓을 이유가 필요했던 것 같다. 은이가 돌아오지 않는, 그 약속을 지키지않는다는 확실한 그 무엇이 필요했던 것도 같았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한결같은 모습이, 그 마음이, 광수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던 것 같다.





3. 혁이의 삐삐를 해지하려는 구원텔레콤 김과장, 광수-.

구원텔레콤의 김과장, 광수는   구원텔레콤에서 삐삐사용고객을 찾아가 해지를 권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삐삐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왜 아직까지 삐삐를 고집하며 해지를 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원인을 찾아내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며 일을 성사시키며 실적을 올렸고, 직장 내 상사에게는 이쁨을, 동료들에게는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이번에도 실적을 올린 광수는 동료들이 힘들어하는 고객 혁이의 일을 자처해 그를 찾게되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을 탐문한 결과 삐삐를 해지하지 못하는 이유가 첫사랑 은이 때문임을 알게되며 혁이의 첫사랑 찾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연스런 인연 덕분에 혁이 첫사랑 은이의 행방을 알게 된 광수는 은이가 혁이와 만날 것을 거부함은 물론 존재를 알리지도 말아달라는 말에 혁이에게 거짓말을 하게되었고, 그렇게 은이를 놓을 수 있는 이유를 찾은 혁이가 삐삐를 해지하며 모든 일은 다 잘 될 것만 같았다. 마음은 무거웠지만 이걸로 다 잘된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의 고객이 자신으로 인해 비관자살기도를 할 정도로 삶의 의미를 잃게된 것을 알게되며 승승장구하던 그의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혁이의 일을 제대로 마무리 하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자신에게 속죄하려는 듯도 싶었다. 뭐랄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지만 다른 물마저도 엎지를 수도 없다는 듯이.

오랜 고민과 마눌님과의 상담 끝에 다시금 은이를 찾은 광수는 은이의 비밀을 알게되었고, 혁이에게도 조심스레 은이의 일을 말하며 제대로 된 고객서비스를 위해 회사의 뜻을 거부한 채로 온 몸을 바치게 되었다. 그 결과는 뭐...;





3. 982... good bye-.

광수의 마지막 고객서비스는 성공했고, 혁이는 자신이 원했던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추억에 얽매어 살아가던 혁이는 그 추억에게 정식으로 작별인사를 함으로서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 추억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던 은이도 이 인사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렇게 혁이는, 982, 라는 세자리 숫자만으로 오랜 세월 자신의 마음에 품고있던 수많은 말들을 쏟아냈고, 은이는 들을 수 있었던 듯 싶었다. 숫자만으로 수많은 말을 할 수있고,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삐삐라는 수단을 통해서.

그저,  보이지 않는 은이와 보이는 혁이가 그저 바라만 봤을 뿐인데,  그 후 울려퍼진 삐삐메시지였을 뿐인데 마음이 통하는 것은,  두 사람은 그 오랜 세월 같은 추억을 공유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4. 그녀에게도 소중한 첫사랑의 추억-.

내내 추억은 그저 지나간 과거일 뿐 그 어떤 의미도 없다는 듯 말했던 은이. 하지만 혁이가 그러했듯이 은이에게도 혁이와의 추억은 너무나 소중했고  지키지못한 약속은 평생의 짐이 되지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혁이처럼 평생을 지배하진 않았겠지만,  살아가는 내내 기억하고 또 기억하며 마음 한 켠에 묵직하게 남아있는 그 무엇. 혁이 앞에 나타나지 못한 것 또한 아름다웠던 추억을 추억 그 자체로만 남겨두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고.

그렇기에 딸의 입을 통해 전달받은 혁이의 사진.   자신에게 주는 혁이의 선물이 보인다는 듯이 한참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게 된 것은 아닐런지. 이 장면과 그 다음 장면은,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듯 해서 왠지 먹먹하게 바라봤었다.

그렇게 그녀는 혁이의 선물을 받았다.
그녀로선 이 걸로 끝내려고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정식으로 작별인사도 하게되었고.





5. 의외의 만남-.

본방으로 볼 때는 몰랐다가 뒤늦게 이 분의 출연을 알게되며 다시 되돌려 봤더랬다. 광수네 회사 동료로 출연했던 강필석 배우님. 못본 사이에 살도 찌셨고 몸도 좋아지신 듯 하고, 그래서 내가 못알아 본 것이라고 핑계를 대고 싶지만, 그건 정말 핑계일 뿐;

강필석 배우님은 딱 두 번 무대에서 봤었다. 한 번은 몇년 전의 연말 뮤톡에서. 또다른 한 번은 작년 딤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뮤톡은 전혀 기억이 안나는데 그때 남긴 후기를 보니 내가 이분 노래에 좀 많이 낚였다고 했고,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고나서는 정말 한참을 이분 앓이를 했더랬다. 그 뮤지컬이 영화원작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강필석이란 배우가 있었기에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달까? 진짜 진리. 그런데 요즘은 뭐하시나 모르겠다.

하지만, 몇번 출연안하는 단역이라 뭐라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어색했다. 이 분이라는 걸 몰랐음에도 이 초롱반짝한 눈빛이 부담스러웠달까? (...;) 역시, 무대와 TV는 다른 거니까.   난 내가 무대에서부터 애정했던 배우들이 TV나 영화에 나오면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글거림에 어쩔 줄을 몰라하기도 한다. 정말... 물가에 내놓은 애를 보는 심정이라고 해야하나? (ex: 서범석, 차지연)

무튼, 좋은 작품으로 무대에서 뵙고싶다.
이미 하시고있는데 나만 모르는 거라면.. 전 아직 호감진행중일 뿐 팬까진 아니니까요;





6. 그리고-.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자극한다고 해야하나? 이 드라마를 보고나면 왠지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도 삐삐라는 소재로 시작해서 오랜시간 오직 첫사랑만을 기다리는 한 남자의 순애보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과 그에 어울리는 듯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배경음악으로 이어지며 결국 여자또한 이 남자와의 기억을 잊지못하고 있었다는 마무리였기에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보면 꽤나 진부하고 신파적일 수도 있을법한 이야기를 은근 감수성을 자극하며 이쁘게 포장한 듯 싶었다. 좋은 의미임.

게다가,  안석환-서태화라는 배우들의 연기도 참 좋았다.  안석환씨는 두말 할 필요도 없고,  서태화씨는 나이가 들 수록 뭔가 푸근한 인상이 되어가는데 그게 매력이 되어 다가오는 듯 싶었다. 이 이미지를 반전으로 활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소름돋았던 기억도 난다. 

에필로그 격으로 나왔던 마무리. 딸아이를 어학연수 보내게 된 광수부부가 딸아이가 어학연수 가기 전에 통녕으로 데리고와서 기억에 남는 추억을 남긴다는 그 부분이,  딸아이가 통녕 바다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또 오고싶다'라는 말을 하는 그 부분이, 묘하게 뭉클했었다.   그리고, 언제 어느 순간이든 그 것이 흐르고나면 추억이 된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고. 딸아이가 또 오고싶다고 말한 순간부터 이 것은 추억이 될테니까.

이래저래 꽤 따뜻하고 괜찮은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