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대왕세종 - 한글을, 다시한번 생각하다.

도희(dh) 2008. 11. 10. 01:38
대하사극은 50부작을 넘어서는 건 기본이고, 보통 100부작까지 가다보니 100% 본방사수한 적은 없었습니다. 예전에 너무나 좋아했던, '용의 눈물'의 경우는 중반이 조금 넘어선 후에야 열심히 시청했었고, 요 근래 보는 대하사극 '대왕세종'또한 뜨문뜨문 보는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충녕이 귀향가서 왕이 되기 전까지의 전개가 흥미로워서 조금 보다가, 왕이 된 후가 조금 지루해지니 그냥 보지않다가 얼마 전, 세자빈 봉씨사건과 한글창제사건과 장영실사건에 낚여 몇번 눈물을 흘리고나니 - 시간 맞춰서 보는 드라마 중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요즘, 이번 주 (11/8~9)방영된 '대왕세종'은 죽은 줄 알았던 장영실이 살아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어마어마한(?) 주였습니다. 뭐, 극 중 세종의 성격상 - 그를 죽게두진 않았을 것이란 예상은 하고있어서 그리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 요즘들어 흥미가 생기는 것은 '문자창제'입니다. 지금 제가 쓰고있는 문자는 '한글'이고, 대한민국의 국민 모두가 쓰는 문자또한 '한글'입니다.

저에게 한글은 그리 특별한 문자가 아니었습니다. 한글이 과학적이고 어쩌고는 모르겠고, 그냥 어렸을 때 부터 썼으니까 - 그냥 쓰는 언어. 어릴 때부터 배워왔기에 쓰는 문자. 딱, 그 정도였습니다.

조선시대의 왕들 중 가장 먼저떠오르는 왕은 '세종'이시고, 세종대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업적은 '한글창제'입니다. 그런데 현재 한글을 쓰고있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때문에, 한글이 그냥 만들어진 문자가 아니라는 것을... 이 문자가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몰랐던 것이 아닐까... 이 글이 있기에 내가 이만큼이나 편안하게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드라마에서 느꼈습니다.

드라마 대왕세종은, 100% 역사에 진실한 드라마도 아니고, 그렇기에 이런저런 말이 많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것 하나는 절실히 깨닫게 된 드라마였습니다. 그 분께서 우리말에 우리의 문자을 붙혀서 우리가 좀 더 편하고 이로워지길 바라시던 그 분의 그 마음을 이 드라마를 통해서 알게되었습니다.

윤선주작가의 작품은 '황진이'에 이어서 두번째인데, 그 분은 사람의 감성을 건들면서, 많은 걸 알게해주는 글을 쓰시는 분 같습니다.

그런데, 아주 옛날 초등학교때 - 선생님께서는 '세종대왕과 집현전학자들이 함께 만든 글'이라고 설명해주셔서 커서까지 그리알고 자랐는데... 아니었습니다. 집현전 학자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 중이십니다. 그 중심엔, 최만리가 있습니다. 오늘은 진양을 꼬드기기까지... 그러지 말라고 소리지를 뻔 했습니다. 몇년 후의 비극이 벌써부터 마음쓰이고 있거든요. 그 분들의 입장에서는, 상것과 같은 문자를 쓸 수 없다. 자국만의 언어는 오랑캐에게나 있는 것이다 어쩐다... 이러시며 꼬투리잡을 궁리만 하시고 계시네요. 조금은, 이해는 하지만 - 미운건 미운 것입니다.

지금, 세종께서는 눈이 멀어가는 와중에도 열심히 한글창제에 온 힘을 다하고 계십니다.
언제부터 눈이 멀었냐는 장영실의 물음에,

'이제 언제까지일까가 중요한 것 아닐까? 과인이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볼 수 있을 때, 문자창제를 끝낼 수 있는 걸까'


라고 대답하는 그 분을 보면, 참 많이 고맙고, 죄스럽고, 부끄럽고 그렇습니다.
그처럼 온 힘을 다해서 뭔가 이루기위해 노력하지않는 내 자신에게.

그 분께서 그리 힘겹게 만들어서 남겨준 문자를 함부로 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저 자신에게 무척이나 부끄럽고 죄스럽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편하고 고운 문자를 남겨주셔서 고마운 마음도 많이 들고있습니다.

사극은,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내용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역사시간을 좋아만했지, 역사를 깊이 파고든 적이 없어서일 것입니다.

다만 - 지금 드라마 속의 세종께서는 인체해부(최해찬의 시신)를 해서 우리말의 비밀을 풀어내시려는 시점에서 이번주 분량이 끝났습니다. 그게 역사적 사실인지, 작가의 상상력의 일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께서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만들어주신 이 문자. 많은 것을 희생하고, 적을 만들면서까지 지키려고했던 이 문자. 몸이 상해자 우리말을 담을 문자를 만들지 못할까봐 더 걱정하는 그 분이 만들어주신 이 문자. 한글을 조금은 더 아끼고 사랑하고 바르게 써야겠구나...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 이상한 것이, 대왕세종은 보다보면 매 회마다 진심으로 가슴아파하며 울어버리게하는 드라마입니다.
└감정과잉 드라마이긴하지만, 그 것도 실력이겠죠. 보다가 울컥하게하는 그 대사빨들!!!

* 새로운 대하사극의 틀을 보여주는 대왕세종.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 드라마 '대왕세종'이 벌써 84회라고 합니다. 종영은 85부라고 하던데...;;;
└엔딩시점이 한글을 창제하며 끝났으면좋겠다는 바램은 있었지만, 진짜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요즘은 '조선시대의 왕'하면 '정조'도 빠릿하게 떠오릅니다.
└'정조'시대의 드라마화가 벌써... 작년과 올해 합쳐서 4개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