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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문학관 : 언니의 폐경) 두 자매의 서로다른 쓸쓸함.

도희(dh) 2009. 11. 4. 03:30
 

 

 

http://blog.naver.com/hidori324/120064492245
2009-03-02 162055

 



'천추태후'를 보는 도중 자막에 '언니의 폐경'을 방송한다는 말에, 궁금증 반 지루함 반으로 선택한 드라마 였습니다. 원래, 드라마는 자주보지만 단막극은 잘 보지않는 편인지라 이렇게 챙겨보는 것도 오랫만이군, 하는 기분으로 말이죠. 마지막 단막극이 '변신'이었으니~ 참... (경숙이,경숙아버지는 아직 3회까지만 봤어요...;;;)
 
드라마에 대한 정보를 없이 봐서그런지, 이 드라마가 마치 '소설'같다라는 느낌으로 봤습니다. 소설을 눈으로 읽는 느낌... 그 느낌이 참 좋더군요. 그리고 방송이 끝난 후, 여기저기 훑어보니 'TV문학관'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로, '김훈'이라는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그려낸 드라마라고 했습니다. 김훈작가는... '칼의 노래'였던가? 그 책의 작가라고 들었습니다. 아... 저는 책을 편식하는 스타일인지라... 작가의 이름과 책의 제목만 대충 알고있습니다...^^
 
그렇게 '언니의 폐경'은, 어느 날 자매에게 일어난 일들을 동생의 시선에서 덤덤하게 그려졌습니다.
 
 
 



딱,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드라마였습니다.
자매, 자식, 부모, 부부, 사랑...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혼자가 된다는 것에서 오는 외로움과 쓸쓸함.
 
폐경은, 나에게는 낯선 단어이기도 합니다. 그 시기가 오면 무척 외롭고 쓸쓸하고 공허해진다고 하더군요. 이 드라마를 그저 나에게 다가오는 그 느낌만으로 보아온 나는, 이 드라마 속에 담겨있는 그 깊이를 깨닫지 못한 상태이고,  그저 이 드라마 속에서 내내 흐르고있는 외로움과 쓸쓸함과 공허함. 그 것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로다른 두 자매의 갈등과 화해와 배려와 이해를 보면서, 엄마와 이모. 나와 동생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서로다른 엄마와 이모는, 늘상 의견차이를 보이지만... 그래도 늘상 챙겨주고 보듬어주려는 엄마의 모습에서. 서로다른 동생과 나는, 다른 자매들과 달리 서로 연락도 소통도 잘 하지않지만... 우리는 세상에 단 둘뿐인 자매. 그렇기에 소통이 없어도, 주변사람일에 언제나 무심한 내가 어떤 일이 생기면 무조건 보듬어주고 이해해줄 수있는 단 하나의 아이인 동생. (나로서도 이해불가...; 핏줄의 힘인가...???)

살아가는 도중에 어떤 일들이 생겨서, 어떻게 삶이 변화할지는 모르겠지만...
 변치않는 건 뭐가 어찌되었든 우리는 세상에 단 둘뿐인 자매라는 것.

 
그리고 두 자매의 남편과 자식들.
갑작스런 사고로 인한 남편과의 사별을 한 언니 해숙. 남편의 외도로 인한 이혼을 하게 된 동생 은숙.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모른 채 다들 저혼자 잘난 듯 떠들어대는 두 자매의 아이들. 아버지와의 사별로 외롭고 쓸쓸할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재혼하면 안된다느니, 함께 살지도 않을 것이면서 그 큰집을 절대 팔아서는 안된다느니의 말을 해대는 아들을 둔 해숙과 엄마의 이혼에 위로보다는 자신의 처지를 걱정하고 화를 내고 엄마를 몰아부치는 이기적인 딸. 이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혹시 엄마에게 저런 자식인 것은 아닐까... 하는 미안함에 심장이 덜컹덜컹 거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서로 다른 이유로 혼자가 된 두 자매의 서로다른 쓸쓸함을 그린 이 드라마를 보는내내, 나 또한 어딘가 모르게 가슴을 짓누르는 쓸쓸함을 느끼며 ... 그렇게 그녀들의 삶을 읽어가고 있었습니다.
 
극 후반 30분 동안은, 엄마가 오셔서 엄마의 수다와 드라마를 함께보느라 극에 집중을 못해버렸습니다.
그렇게 딸에게 수다를 떨며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고 싶어하는 엄마에게 '드라마 봐야한다'라며 투덜거리는 나의 모습에서 '두 자매'의 자식의 모습이 겹쳐지는 이 씁쓸함은 또 뭐란말인가. 드라마 속의 두 자매의 아이들을 험담하는 나에게 '너나 잘해라'라고 말하는 엄마의 말처럼, 나는 그녀들의 아이들을 험담할 자격은 없는 건 아닌가 싶더군요.
 
동생의 충고를 받아들이며 수술을 결심한 언니의 한결 편안해진 모습과 순길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저녁에 와 줄 수 있냐는 동생의 모습에서 그녀들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 혹은 살아가는 삶의 어딘가가 외롭고 쓸쓸하겠지만...  어쩐지 이제는 조금은 덜 쓸쓸하고, 덜 외로울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꽤나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드라마를 잘 보면서도 단막극은 잘 보지않는데, 단막극은 여운을 남겨줘서 참 좋다는 생각이 다시한번 들더군요. 단막극이 다시 부활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버리던 순간이었습니다.
 
은숙의 독백이 좋았고, 그 독백과 함께 책을 읽는 듯한 여백이 느껴지는 그 순간순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독백과 여백이 느껴지는 드라마를 꽤나 좋아라하는 편입니다.
참, 보길 잘했구나. 그리고 원작을 한번 읽어봐야하는 걸까...? 라는 생각 하나.
 
무언가가 참 많이 느껴지던 그녀들의 이야기였지만, 역시~ 저로서는 그 깊이를 글로 풀어내기엔 생각이 짧고, 지식이 짧고, 연륜이 짧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언젠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녀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 이 드라마를 본다면 나는 뭐라고 이야기를 할까...? 싶습니다. 50대가 된 어느 날, 이 드라마를 꼭 찾아봐야 겠다는 좀...  많이 장담할 수 없는 다짐 하나.
 
이상입니다.
 


그리고 2009. 11. 04-*

1. 지난 2009년 3월, 우연히 본 단막극 [언니의 폐경]을 보고 끄적거려놨던 녀석.
2. 네이버에 묵혀두던 녀석인지라 딱히 꺼내볼 생각은 없었는데... 문득 떠올라서 떠오른 김에 그냥.
3. 원작은 읽어보고싶다, 라는 생각만하고 여전히 보지 않은.
4. '칼의 노래'는 50% 할인한다길래 일단 장바구니(도서사이트)에 담아둔 상태.
5. 참 쓸쓸했던 드라마.
6. 이거 똑같은 제목으로 검색 두 개잡히면 (설마 싶지만) 거기가 거기려니 하길. (...;;;)
7. 사실 여기엔 다시 좀 더 신경써서 쓰려고 미뤄두다가 귀찮아서 접어버린.
8. 언젠가 다시 보게되면 좀 더 생각 정리하고 또 쓰지 뭐, 라는 대충대충 마음가짐.
9.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10.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