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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 5회 - 기적의 차봉군, 빛나는 과거를 말하다

도희(dh) 2009. 9. 24. 05:34


드라마 맨땅에 헤딩 5회.

참 오랫 만에 드라마를 보는 기분입니다. 맨땅에 헤딩도 진짜 오랫 만에 보는 기분이고 말이죠. 사실, 그 후 일주일 간 내내 생각안하다가 오늘 문득 '아, 오늘은 수요일~ 맨땅하는 날' 하면서 떠올린 것도 있었어요. 암튼, 토요일부터 나흘간 10시대에 TV를 안보다보니 뭔가 어색한 감도 생겨버렸고 말이죠. 아무튼~ 간만에 드라마 하나 본방사수하는데, 이 녀석이 기대보다 재미없음 너도 접는다는 심정이었는데... 생각보다 또 괜찮게봐서 이렇게 끄적끄적 거리고 있습니다. 내용은 좀 황당하게 굴러가는 듯 한데~ 뭐, 어떻냐 싶기도 하고 말이죠.

맨땅에 헤딩 5회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순수한 봉군과 더불어 지난 4회까지는 '무조건 싫어'라고 생각했던 '장승우'란 녀석에 대해서 흥미를 느끼게 된 회였습니다. 그리고, 승우와 봉군에게 얽혀있는 과거와 더불어 꼴통 차봉군이란 인간의 순수한 내면을 '기억상실증'이란 장치를 이용해서 보여주기위해서 긴 시간동안 애를 쓴 회라는 생각도 들었었어요.








1. 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백치, 봉군

죽다 살아난 봉군이는 15분간의 호흡정지로 인해서 뇌에 손상이 갔는지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맙니다. 기억상실증이란 장치까지 쓰는 드라마일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약간 당혹스러우면서도 웃기더군요. 그리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봉군이는 초반 2회까지 나름 맘에 들었던 '꼴통' 차봉군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음,  바보스러울 정도의 천진함... 이랄까? 음.... 그러니까.... 이런 걸 백치, 라고 하던가~?

아마, 봉군이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위한 장치로 '기억상실증'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면을 가진 봉군이가 그렇게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이유와 그의 옛 모습을 하나 둘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란 생각도 들더군요. 그렇게 하나 둘, 봉군 스스로 기억을 찾아가며 혹은 오감자의 추억에 의해서 말이죠.

고등학교 시절의 봉군이는 어딘가 어른스러웠지만, 그 만큼 꿈많은 아이이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면 돈도 벌수있기에 좋았고~ 그만큼 아버지가 고생하지 않았기에 더 좋은 속깊은 녀석이기도 했고 말이죠. 물론, 현재의 봉군이도 별이와 별이엄마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꼴통스럽지만 속은 참 깊다'란 생각을 하게 해줬는데~ 그 부분을 제대로 보여주려고 하는 듯 했거든요.

기억상실증에 걸린 봉군이는, 머릿 속이 새하얀 백지상태가 되어버린 듯 했습니다. 그래서 완전 어린아이같은 본성을 가지고서 주변을 둘러보고 사람을 대하는 듯 했거든요.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7살 아이의 마음을 가져버리 듯 했달까? 몸은 기억하는데 뇌는 기억못하는. 그런 상태랄까?

그럼에도, 뭔가 본능적으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서 걱정같은 것을 함께하는 녀석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기억이 곧 돌아올 수 있을 것이기에 가족에게 알리지 말아달라 그러고, 자신의 기억이 영영 못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오감자를 통해서 인간 '차봉군'을 머릿 속에 기억하고 싶어하는. 자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 하는 그런 녀석... 근데, 보통 기억상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보면 대부분 '내가 나쁜사람은 아니었지?'라고 먼저 의문을 품는 듯 하더군요. 그 것은 착하게 살고싶다는 인간의 본성인가~ 라고 문득 생각해봤습니다.

아, 그리고 '기억상실증'이란 것은 모든 기억을 상실했다 것인데~ 말과 글, 그리고 일상의 예절이라던가 그런 건 또 너무 잘 알고있어서 '응?' 싶기도 합니다. 부분 기억상실증이라면 모를까~ 모든 것은 다 본능적으로 아는데 오로지 머리에 입력된 '추억'이란 기억만 상실한 병이란 건가? 아님, 15분간 산소가 중단되었기에 온 '단기 기억상실증'이어서 그런것인가? 싶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예전에 드라마 [아내]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상진'은 언어며 글이며 일상적인 모든 것을 단 하나도 기억못하는 녀석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언어라거나 일상, 그런 것 모두를 몰라서 '현자'가 하나에서 열까지 상진을 가르치고 보호하며 그리 사랑하며 살았던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 완전한 백지상태인 상진과 현자 사이에서 '아이'가 있다는 것에 '그 것이 인간의 본능이란 것인가'라며 새삼 놀랍기도 했었는데 말이죠. 가끔, 그 것이 진짜 '기억상실증'이 아닐까... 란 생각도 들고.

뭐, 의학이나 그런 부분은 모르지만~ 드라마에서 주로나오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것을 모조리 잊어버리는 '기억상실증'이란 병이 단계별로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건가? 라는 생각이 언뜻 들긴 드네요. 근데,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리면서 언어능력이나 기타 그런 건 어찌 기억하는가, 싶기도 하고. 뭐, 그냥 답을 딱히 요하지않는 단순한 의문이긴 하지만.






2. 겁에 질려 더 잔혹해져버린 듯한, 승우.

지난 4회까진 정말 '싫다싫어~'였던 아이였는데~ 5회를 보면서는 어딘가 꽤 재미있고 어딘가 궁금하고 관심이 가는 캐릭터로 등극하셨습니다. 달랑 5회에서만 그럴 지도 모르지만요.

극에 잠깐잠깐은 나왔으나 사건의 전말은 드러나지 않았던 '그 사건'의 진상이 승우의 기억에 의해서 밝혀졌습니다. 사시에 합격한 승우가 폭탄주 3잔을 마시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뺑소니 내고, 봉군이에게 뒤집어씌운 사건이더군요. 간단히 말하자면 말입니다.

전에도 언뜻 말한 것 같은데 '장승우'란 캐릭터는 [신의 저울]의 '김우빈'이란 캐릭터와 어딘가 닮은 꼴인 것 같아요. 사시에 합격한 날 음주로 인해서 사람을 죽이게되고 그 것을 숨기고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 라는 부분이요. 어쩌면 우빈의 업그레이드 버젼일 수도 있는 듯 하고 말이죠.

뭐랄까... 두 녀석 다 자신이 죄에서 얼떨결에 달아났다가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는 부분에선 비슷하게 다가오거든요. 물론, 우빈에 비해서 현재 승우에 대해서 알고있는 부분이 좀 덜하긴 하지만... 뭐랄까~ 우빈과 승우는 범죄 후에 죄책감과 더불어 두려움에 엄청 마음을 졸이고 불안해했을테고, 두 녀석 모두 자신의 죄를 덮기위해 더 큰 죄를 쌓아가고 있는 듯 하거든요. 

승우는 도대체 왜 자신이 그리 누명을 씌우고 인생을 망친 '봉군'에게 미안한 감정보다는 미워할까, 왜 봉군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맞서서 그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낼까, 라는 생각에 자신의 죄를 뒤집어씌우고 봉군이를 절벽으로 밀어버리는 승우의 모습을 자꾸만 살피게 되더군요. 저 아이는, 그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라는 생각에 말이죠. 아... 솔직히 디테일한 연기를 기대한 것이 좀 아쉬웠던 순간이었어요. 뭘 바랬던 건가~; 아무튼, 클로즈업 상태에서는 봉군에게 누명을 씌우고서는 그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승우의 모습을 보면서~ 이 아이 ... 꽤 재밌잖아. 라는 생각이 들긴 들더군요.

이 아이는, 죄를 지은 순간부터 봉군이를 다시 만나는 순간까지 ~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그 죄를 벗어던진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봉군이를 못 만난 몇 년간은 잠시 잊고는 지냈겠으나 마음 속에서 부터 완전히 떨쳐내진 못한 것이겠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아니 사이코패스가 아닌이상 그렇게 자신의 첫번째 죄를 시원스레 마음에서 놓을 수는 없지않을까... 싶어요.

아마, 그가 봉군을 미워하는 것은 '겁이나서'라는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이 녀석은, 두렵고 겁이나면 더 냉정하고 차가워지는 성격이 아닐까, 싶었거든요. 해빈의 납치 사건 때도 그랬었고...

뭐랄까...
머리로는 '그 것은 내 죄가 아니라 차봉군의 죄. 그리고 죗값은 차봉군이 받았으니 이젠 된거다.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고 하면서도 마음으로는 그에 대한 죄책감이 다 지워지지가 않았고, 그 죄책감이란 감정조차 인정하지 않으려고 더 잔인해지는 듯 하달까?

그렇게 무엇하나 빈틈없이 완벽한, 그래서 미래가 보장되어있는 '장승우'이기에 자신의 가장 큰 빈틈~ 그 것을 유일하게 알고있는 봉군이 두렵고 그렇기에 그가 눈 앞에 보이는 것 조차 싫고, 그 것이 쌓이고 쌓여서 완전히 짓밟고 싶어진 것은 아닐런지. 마치, 겁을 먹어서 더더욱 잔혹해질 수 밖에 없는 어린 아이같다고 해야하나?

아마, 해빈에게 의도적으로 봉군의 이야기를 한 것도 그 것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킴과 동시에 ~ 혹시나 자신이 목표로 두고있는 여자와 봉군이 친해져서 이 여자가 자신의 죄를 알아버리면 어쩌나하는 조급함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승우는 봉군이를 미워하고, 앞으로도 내내 괴롭히고 위협하겠지만~ 어쩐지 저는 그 것이 겁먹은 어린양의 발악처럼 느껴질 듯 해요. 그래서 이 캐릭터가 어떻게 그려질지가 꽤나 궁금해져가고 있습니다. 물론, 승우란 녀석이 처음엔 어떤 아이였는지~ 원래 그리 잔혹하고 냉정한 아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이 아이, 좀 재밌어요...ㅎㅎ (취향, 참..;)


*
나는 나름 재밌었지만, 이러다가 이상윤씨 이런 캐릭터(!)로 굳어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사실, 저에게는 K본부 일일극의 바른청년 이미지보다는 '신의 저울'에서 죄를 숨기기위해서 더 큰 죄를 지으며 악이 되어가는 우빈이란 캐릭터가 너무 깊이 새겨져서 너의 그 보조개도 무서워~ 이러면서 봤던 분이거든요. 근데, 이번에도 그 비스므리한 캐릭터라니...;





3. 봉군이 애비의 애비, 홍상만.

홍산만이란 캐릭터는 좀 어리둥절하게 바라봐지는 캐릭터입니다.
'박철민'이란 배우가 가진 기존이 코믹스러움의 진지버젼이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어랏~ 진지해... 애드립을 치는데도 왠지 진지해~ 이런 느낌으로 보고있어요. 게다가, 얼마 전에 종영한 [파트너]의 나대로가 다 지워지지가 않은 상태여서 나대로와는 전혀 상반된 홍산만이란 캐릭터가 좀 혼란스럽기도 하고 '의외다'싶은 신선함도 있고 말이죠. 뭐랄까... '박철민씨도 진지한 연기가 되는구나~' 랄까? 당연한 것일텐데도 언제나 코믹한 부분만 봐와서 새삼스러웠어요.

아직까지 봉군의 아버지와 홍산만 그리고 감독님의 관계는 정확히 그려지지 않고있습니다. 어렴풋이 '아마 그럴 것이다' 정도로 바라봐질 뿐 말이죠. 물론~ 공홈에 가면 설명이 되어있긴 하지만...대충 읽어서 기억이 안남은 물론 드라마를 공홈을 참고서삼아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드라마 자체에서 관계를 그려야지. 아닌가? 감상이니까 교과서 삼아서 쓰는 것이 맞는 건가? 모르겠네요~;

암튼, 봉군이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홍상만과 봉군아버지는 꽤나 가까운 사이였나 봅니다. 그래서 상만은 봉군에 대한 애잔함을 첫회부터 살짝살짝 내비치더니,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아빠가 나를 미워했다'며 슬퍼하는 봉군을 다독거려주며 그에게 오래 된 추억을 되살리며 다독거려준 것은 아닐런지. 상만은 '에이전트'가 아닌 봉군이 애비의 애비로서 봉군의 곁에서 그를 지켜주려는 존재, 같았습니다.




4. 예측불가능한 황당스런 전개, 정신병원.

아니, 축구드라마~ 축구를 하며 성장하는 드라마~ 로 생각했는데... 이 드라마 어쩐지 예측불가능한 전개로 나가주고 계십니다. 기억상실증에 이어서 배트맨과 함깨 정신병원으로 향하다니 말이죠.

한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아무렇지도않게 정신병원으로 이송하는 것도 웃기고~ 이번 [맨땅에 헤딩] 5회는 참 이런저런 부분에서 '에에~?' 거리며 봤던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현실적으로 저게 말이돼? 라는 생각과 더불어서. 게다가 '봉군'이란 아이가 기억상실증에 걸려 백치로 돌아다닐 땐 이런 모습이다, 라는 걸 보여주려고 하는지~ 분량은 많은데 딱히 마음에 남는 것은 없는 상황도 살짜쿵 있었고.

그래서인지 짧게짧게 나왔지만 승우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고 기억에 많이 남는 것도 있어요. 게다가 저는~ 백치 봉군보다 꼴통 봉군이가 더 좋답니다. 기억상실증에 정신병원까지 넣어서 '꼴통 + 똘끼' 캐릭터로 가는가했는데... 백치로 가다니... 그래도 승우란 캐릭터가 의외로 재미있어서 나름 5회를 즐겁게 봤지만~ 이대로 쭈욱 ~ 계속보게될 지에 대한 확신도 생기지 않고 있어요.

얼른 봉군이가 정신병원에서 탈출해서 '축구'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음 좋겠습니다. 5회는 해빈이와의 부분이나 연이와의 관계가 생각보다 늘어져서... 축구하는 봉군이라도 보고싶어~ 란 생각이 들었나봐요.
아... 5회는, 어쩐지 재밌어지는 듯한 우빈과 백치 봉군 외엔 생각도 안나.

그나저나... 정신병원이라니~;








*
아는 것은 약이고 모르는 것은 독이다, 라는 생각이 들던 어제 하루.

*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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