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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야방 : 권력의 기록) 정주행 완료 후 끄적거리기

도희(dh) 2016. 1. 11. 10:06

 

지난 일주일은 중드 [랑야방 : 권력의 기록]을 봤다. 회당 40~45분, 총 54부작의 사극을 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일주일 내에 완주할 생각도 없었다. 이 드라마의 존재는 작년 말, 트위터에서 한분이 이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엄청나게 쏟아냈는데, 그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당시 검색도 했었으나, 방영분은 이미 극의 중반을 지나고 있길래 사뿐히 포기. 용량의 압박 및 한번 꽂히면 정신줄 놓고 달리는 내 성격상 다운받아서 보는 건 안되겠다 싶어서, 종영 후 재방송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인기에 힘입어 예상보다 빨리 앙코르 방송을 해주었고, 1~2회를 봤고, 그 다음은 뭐, 이렇게 되었다. 이 드라마를 보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 근래들어 컴퓨터로 드라마를 보면 집중이 안된다,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건 아니었다는 점. 집중할 정도로 몰입감이 있는 드라마가 없었던 거야.

 

이 드라마의 경우는 끊을 타이밍을 놓쳐서 정신줄 놓고 달리다가 뇌에 과부하가 걸린 덕분에, 잠시 휴식. 그 사이에 못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뒷내용 훑어보기 및 리뷰 찾아보기를 해가며 극의 흐름을 파악했다. 그렇게 찬찬히 보는 중간중간, 억지로 끊어가며 OST랑 스틸컷도 구하러 다녔고. 그럼에도 한번 시작하면 끊을 타이밍을 못찾은 덕분에 꽤 빨리 완주해버렸다. 그리고, 능력부족으로 인해 마음에 차는 스틸컷을 많이 구하지 못한 덕분에, 구하지 못한다면 자급자족을 해야지, 라며 무자막 ver. 1080p 파일을 다운받았다. 이 드라마 연출이 좋아서 그런지, 캡쳐해놓으면 그림이 이쁜데, 한글자막 ver. 은 용량대비 화질이 너무 구려서 캡쳐해놔도 마음에 안들었달까. 아무튼, 용량의 압박 때문에 다운받는 것을 꺼렸던 나는, 두가지 버전의 파일을 소장하게 된 덕분에, 이 드라마에 무려 100GB 이상을 쓰고있다. 내 외장하드는 아직 널널해-! 라며.

 

그리고, 완주 후의 감상을 말하자면... 후아. 사실, 못된 습관 탓도 있지만 여운이 짙다는 말에 예방접종 겸사겸사 뒷내용 훑어보기를 했었던 것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 들어서 감정조절을 못해서 혼났다. 끝난 후에도 한참동안 나 어떡해ㅠㅠ 나 어떡하지ㅠㅠ라며 안절부절. 지금은 진정이 되었다. 결론은, 취향이었으며, 상당히 재미있었다는 것.

 

 

드라마의 내용을 간략히 이야기 하자면...

 

황제의 즉위를 도왔던 충신 임섭과 황제의 여동생 진양 장공주 사이에서 태어난 임수. 그의 곁에는 존경하는 기왕 소경우, 절친한 벗 정왕 소경염, 사랑하는 정인 목예황이 있었다. 밝고 쾌활한 그는 나라의 존경을 받는 학자의 인정받는 제자가 될 정도로 똑똑했고, 열아홉의 나이에 자신의 군대 적우영을 가질 정도로 백전불패의 용맹한 소년장수였다.

 

어느날, 아버지 임섭 장군이 이끄는 7만의 적염군과 전쟁에 나가게 되었는데, 어렵게 승리한 그 전쟁의 끝에서 정치적 계략으로 인해 적염군은 반란군이 되었고 몰살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지옥 속에서 목숨을 건진 댓가로 인생을 잃게 된다. 그 인생을 잃었다는 말은, 말 그대로 정말 모든 것이다. 가족과 전우와 명예, 그리고, 독의 부작용으로 외형적 모습까지 변하며 자기 자신을 송두리째 잃게 되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몸에 쌓인 독으로 인해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삶을 살아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그는 밝고 쾌활하며 용맹한 장군 '임수'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가진 매장소로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십여년동안 그는 자신의 세력을 키웠고, 강호 제일 강좌맹의 종주가 되었고, 복수를 위해 수도 금릉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의 복수란 것은 피를 피로 씻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혀 억울하게 죽은 나의 사람들의 누명을 벗겨서 명예를 되찾아주고 역사가 기억하게 만들겠다는 것. 그래서 과거 절친한 벗이자, 그날의 사건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황제의 신뢰를 잃은 채, 변방을 떠도는 장수로 지내는 힘없는 황자, 정왕을 황제로 만들기로 한다. 그렇게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정왕에게 정체를 숨긴 채 접근하고, 이제는 존재감조차 희미한 정왕을 위해, 판을 짜고, 하나 하나, 차근 차근, 정왕이 황제가 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가는 드라마이다. 또한, 묵직하기만 할 것 같은 줄거리와 달리 중간 중간 유쾌한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담기며 숨을 돌리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 드라마의 매력을 말해보자면, 재미있는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들, 보는 재미가 있는 의상과 장신구와 각종 소품들. 웅장한 듯 화려한 듯 우아한, 전체적으로 예스러운 분위기.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드는 유쾌함. 허투로 낭비되는 장면이 없는 구성과 연출. 아,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덧붙이자면, 비뚜로 말하자면 생략이 많고, 좋게 말하자면 군더더기가 없다. 극을 보던 중, 가끔 대사가 아닌 그림으로 보여줬으면 싶은 부분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주인공 매장소에게 집중된 이야기 전개라는 부분에서 보면 이런 구성과 연출이 잘 어울렸고, 극에 더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주인공 매장소에게 집중된 이야기 흐름과 전개라는 부분이 이 드라마의 다양한 매력 중에 지분이 크다고 여기는지라. 오롯이 주인공에게 집중된 드라마를 본다는 즐거움이란 이렇게 큰 것이었구나! 싶기도 하다.

 

극의 중심이자 주인공인 매장소(임수/소철)는 엄청난 두뇌와 말빨의 소유자이다. 그가 금릉에 온 후에 벌어진 모든 일든 그의 손바닥 위에 펼쳐진 것이었고, 사람들은 그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다고 보면 될 정도로. 이런 똑똑한 주인공 너무 좋음. 그리고, 과거 죽다 살아난 후유증으로 엄청 병약한 캐릭터이기도 한데, 그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가슴 속에 응어리진 한을 풀기위해 고집스럽고 뚝심있게 자신의 길을 간다. 그리고, 그의 사정을 아는 주변 사람들은 그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알기에 그의 조력자가 되어주는 한편, 그의 건강을 걱정하며 지켜주려고 한다. 소경예의 경우는 처음부터 그의 인품과 기백이 좋았다고 하는데, 아마 그런 비슷한 이유로 따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아닐까, 싶더라. 덧으로, 언예진의 말에 따르면 소경예는 매장소가 임수였던 시절부터 좋다고 쫒아다녔다고 한다. 

 

 

 

복습을 해야겠어, 라고 생각한 것은 극의 중반즈음을 봤을 때였다. 이대로 보고 흘려보내긴 아쉽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복습을 하면서 하나 둘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도 하는 중이다. 그게 어떤 방식이 될지도 모르겠고, 쉽게 타오르고 쉽게 꺼지는 성격상 그게 끝까지 갈지도 잘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푹빠져서, 여운에 허덕이며, 울먹울먹(...)하는 드라마를 만난 것이 반가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기는 하다. 뭐랄까, 큰 틀이 되는 이야기 자체도 흥미진진하지만, 그 속에 있는 소소한 재미도 있어서, 그걸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듯 하달까. 

 

그래서, 완주를 한 후 쓰는 이 글은, 전체적인 리뷰라기 보다는, 나 이 드라마 봤고, 당분간 볼 드라마도 없는지라, 꾸준하다는 장담은 없지만, 당분간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끄적여 볼 것입니다, 라는 의미의 잡담이기도 하다. 자급자족을 위해서 용량의 압박도 이겨낸 상황에서 이 정도만 하고 끝내기는 아깝잖아, 싶기도 하고. 자급자족의 결과물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랄까. 나의 게으름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참고로 난 덕질에 관해 센스도 재능도 없음.ㅋㅋ. 

 

이 드라마는 소설이 원작이며 국내에서도 출간 예정이라고는 하는데 확실한 건 없음. 또한, 인기에 힘입어 '랑야방2'도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내년에 촬영하고 내후년에 방영한다는 듯. 물론, 나와봐야 알겠지만. 제작확정 외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는 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이후의 이야기 보다는 이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종주님이 없는 랑야방은 필요없어요, 라는 뭐 그런 건 아니고... 황실에 부는 바람이 무섭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황제가 된 정왕이, 임수에게 했던 그 다짐들, 기왕의 뜻을 이어받아 훌륭한 황제가 되어, 제왕의 자리에 휘둘려 초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펼쳤음을, 그렇게 모두가 평안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더불어, 임수에서 매장소가 되는 과정, 그리고 금릉으로 오기 전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한 것도 있고. 솔직히,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큰 기대는 없다.

 

중화티비에서 만든 스페셜 영상은 안봤다. 그닥스럽기도 하고 여운을 깨고 싶지도 않아서. 또한, 드라마에서 편집된 미공개 영상도 있다는데, 그건 아직 영상으로 못봤고 움짤로만 봤다. 과거, 종주님과 린각주와 비류의 평안했던 한때, 라고 하는 듯 하더라. 아, 나는 이 드라마의 결말이 가슴 아프면서도 만족스러웠다. 매장소의 선택을 통해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고. 이 부분에 대한 것은, 매장소의 선택 이전에도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했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가득인데 일단 여기까지. 그리고, 이게 정말 일단, 이고 앞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으면 싶다. 나의 게으름을 신뢰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라니...;

 

 

보면서 우와- 거렸던 장면. 꽤 멋있었다. 이후에 일렬로 선 군사들 사이로 걸어나오는 매장소의 장면도 좋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매장소가 서있고, 군인들이 달려가는 이 모습이 어쩐지 멋있고 막 좋았음. 그리고, 아래는, 위에 위에 장면의 풀버젼. 이걸 큰 사이즈로 올리고 싶었는데 티스토리가 감당을 못하겠다고 해서, 사이즈 대폭 줄인 것이다. 보면 중간 네번 끊기는데, 네번 끊어지는 것 합친 것이다. 이 장면 정말 멋있어서 몇번이나 돌려봤다. 

 

그나저나, 용량 때문에 사이즈가 오락가락 한다는 것이 좀 속상하다. 물론, 모바일로 보면 상관은 없겠지만. 되려, 용량 때문에 로딩이 늦어지려나? 음, 사실, 이미지 사이즈에 관한 부분은 일종의 자기만족이다. ^^;

 

 

좋습니다.

제가 임수입니다.

 

- 랑야방 : 권력의 기록 49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