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찬란한 유산 2회 - 백성희, 그녀의 가면은 몇개일까?

도희(dh) 2009. 4. 27. 16:02

드라마 찬란한 유산 2회.
요즘은 독한 계모가 대세인가? 란 생각이 들던 '찬란한 유산'2회, 의미가 조금 다르지만 왕녀 자명고의 '왕자실'또한 '라희'를 위해서 '자명'을 죽이려고 하고 있으니 말이죠.
은성을 내치는 백성희를 보며, 자신의 친자식을 위해선 남편전처의 자식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는 그 정도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깝고 씁쓸하고 그렇더군요. 물론, 요즘의 악한 캐릭터들은 거의가 '이유있는 악역'이니, 백성희의 이런 악행도 다 '이유'가 있겠죠. 게다가 죽은남편의 전처자식들을 떠안아가기엔 너무 부담스러울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기 보다는, 그러지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도 사실이고.

찬란한 유산 2회는, 1회의 밝고 유쾌함과 달리, 약간 슬프고 안쓰럽게 흘러갔습니다.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몰려가는 '은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찬란한 유산 2회였달까?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고, 남들과 조금다른 동생과 함께 계모에게서 거리로 쫓겨난 은성의 고단함과, 그런 은성은우남매를 내쫓고, 남편의 보험금으로 다시 살아갈 궁리를 하는 성희의 모습이 그려지던 회였습니다.

26부작의 좀 빠른템포로 진행된다고하니, 본격적인 갈등은 3회 중후반부터 그려지지않을까, 싶었습니다.






1.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데, 왜 니가 감당하라고 그래? (백성희)

절박한 사람? 니가 절박한 게 뭔 줄 알아?
발목 잡혀주면 무릎잡고 기어올라와 심장 움켜쥐는 게 절박한 사람이야. (백성희)


순간순간 너무나 다른 얼굴을 보여줘서, 저 여자의 본심은 무엇일까? 저 여자의 가면은 몇개일까? 라는 생각이 방송내내 들었었습니다. 남편의 죽음에 애통해 쓰러질 듯 울어대다가, 남편의 보험금을 타기위해 동분서주하고, 빚쟁이들에겐 가장 절박한 모습으로 동정을 사고, 죽은 남편의 전처의 자식들을 모질게 내치다가, 그런 자신을 비난하는 딸에겐 '널 위해서다'라며 자기합리화를 시키다가, 또 자신에게 득이되는 친구에겐 살랑거리는 모습이라니.

죽은 남편의 전처의 자식들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다는 백성희의 말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남편의 보험금을 송두리채 삼키기위해서 은성은우남매에게 '150만원'을 쥐어주고 내쫓는 모습이나, 그런 자신의 거짓말이 드러날까봐 은우를 보호시설로 데려가 버리려는 백성희의 모습이란... 솔직히, 이해해야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냥, 미워하라는 건가?
앞으로도 그렇게, 자신과 자신의 딸 승미를 위해서 그녀는 '은성'을 내내 괴롭힐 듯 합니다.

김미숙씨, 생애 첫 악역이라던데, 눈빛하나, 그 분위기 하나만으로 사람을 긴장하게하는 힘을 가지고 있더군요.
초반에 잠시봤던 '사랑해 울지마'의 미수이모 때와는 180도 다른 연기에 새삼 감탄하기도하고.
사실, 그때 푼수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놀랐었거든요. 저 배우에게 저런 모습도 있었던가? 하고 말이죠.
역시, 연기경력, 그 내공은 감출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2. 누나 좋아, 누나도 좋아. 행복해.(은우)

멋있지?
눈 감고, 바람 느껴봐.
바람 좋지?
바람좋다.
우리 여기서 날자, 은우야. 날아서 ... 엄마아빠 보러가자.
엄마아빠 보러가자.
그럼 가자.

누나 좋아, 누나도 좋아. 행복해.

(은성 & 은우)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이후, 다른사람들과 조금다른 동생을 데리고, 계모가 쥐어준 150만원으로 거리를 헤메이는 은성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세상의 힘든 일하나 겪지않은 은성은, 어디 한군데 맘편히 몸을 뉘울 곳이 없다는 것에 몸도 마음도 무척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혼자라면 무엇이라도 해볼텐데, 가엾은 동생을 짐으로 여기지도 못한채 그렇게 그렇게.

보면서, 친척도 없는걸까?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드라마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란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면, 사업이 무너지기 직전, 그 친척들에게도 돈을 가져다써서 빚이 많아서 차마 갈 수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모텔과 친구집과 찜질방을 전전하면서, 힘겹게, 자존심까지 접으며 받아든 150만원마저 잃어버린 은성은 은우와 함께 죽을 결심을 하지만, '누나좋아, 누나도 좋아. 행복해'라는 해맑은 동생을 바라보며 차마 죽지도 못한채 그냥 거리에 앉아 울어버립니다. 그리고, 다시,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노력하겠죠.

죽으려는 씬은, 예전에 했던 '우리집에 왜 왔니'가 떠올랐습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기억안나는데,
극의 중후반 다리에서 형 수동과 죽으려는 기동이 차마 죽지못한 채, 다시 돌아오는 모습.
그리고, 그 최악의 상황 이후로 다시 용기를 내서 살아가려고 애쓰던 모습.

은성또한, 그 날, 죽을 결심까지 해버린 이후로, 무엇이든 해서 살아가야한다는 마음을 먹게되는 듯 합니다.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위해서, 은우를 끝까지 보살펴야 하기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친구에게서 일자리와 잠시지만 묵을 곳을 얻게됩니다.
예전, 자신이 자퇴하려는 순간, 붙잡아 등록금까지 내줬다는 은성부친의 도움을 되새기며, 그녀를 다독여주고 용기를 주는 은성의 친구. 가장 힘든순간,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진짜 친구라고 하잖아요. 은성에겐 그런 친구가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제 한숨 돌리겠구나~ 하는 순간, 은우와의 이별이 다가왔지만...;




3. 은성이 연락오면, 나한테 전화 좀 해줄래? (승미)

책임은 나한테 미루고, 양심만 갖고 잘난 척 하지마. (백성희)

승미란 캐릭터는 묘하게 복잡한 캐릭터인 듯 합니다.
첫회에 나왔던 은성에 대한 미묘한 열등감과 함께, 하루아침에 천애고아가 된 은성에 대한 동정심, 그렇지만 그녀가 원하는 환과의 결혼을 위해서는 짐이된다며 그들을 내치는 엄마에게 완전히 대항하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함.
그렇기에, 스스로 직접 나서서 은성은우를 다시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오는 결단력과 그에따른 행동력도 없으면서, 엄마에게 자꾸 칭얼거리게 됩니다.
그런 승미에게 백성희는 '책임은 나한테 미루고, 양심만 갖고 잘난 척 하지마.'라는 말로 그녀의 그 행동들에 대해서 딱 꼬집어 말해주더군요.

그녀의 행동은, 그동안 가족으로서 지낸 시간동안 쌓인 정이라기보다는, 동정심처럼 보이더군요.
하루아침에 재투성이가 되어버린 한때의 공주에 대한 동정심.그리고, 일말의 양심?

하지만, 은성이 환과 엮이게된다면, 승미또한 그런 우유부단함과 동정심으로 은성을 바라보지만은 않을 듯 하기도 하고. 왠지, 백성희의 로봇처럼, 그녀가 조정하는대로 움직이는 듯 보일테지만, 사실, 그 핑계로 은성을 쳐내기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환을 잡기위해서.

승미의 이런 이중적인 행동은, 그녀를 연기하는 문채원씨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미움을 받을 수도 있고, 동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승미란 캐릭터가 이쁘게보이지는 않지만, 왠지 미워하고싶지 않아요.
그저 문채원씨가 잘 해주리라 믿어요~*




4. 꼭, 그래야만 했을까?

가족이라구?
넌 가족이 뭔 줄 아니? 가족은 찢어죽이게 미워도 헤어질 수 없는 사람들이야.
좋아서가 아니라 싫어도 안보면 못사는 사람들이 가족이야.
그런데, 우리가 가족이니?
너희 아버지, 참, 끝까지 사람 서글프고 우습게 만드는구나. (백성희)


퍽치기를 당한 채, 하루가 지나 눈을 떠보니 이미 죽은 사람이 되어버린, 은성아빠.
사실, 그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채, 거짓장례가 치뤄지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죠.

그는, 자신이 죽은 자로 살아감으로서, 그의 보험금으로 남은 가족들이 조금은 편안하게 살겠지, 라는 어리석은 선택 덕에 '은성은우'는 그런 고생을 하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싫어도 안보면 못사는 사람들이 가족이라는데, 아무리, 가족을 위해서라지만, 꼭 그래야만 했을까?
극 후반에 은성아빠의 생존사실이 드러나면서, 극의 또다른 방향을 제시하겠죠.
어찌되려나~;






이 드라마, 식상함 반 그 식상함이 또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 반, 이렇게 반반인데, 후자쪽이 좀 강하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식상함이 되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

그래도, 요근래 선굵은 드라마들만 보다가 이런 트랜드류의 드라마를 보니 즐겁긴 즐겁습니다.
꽃남이후로 트랜디 드라마들이 부활한 듯해서 좋기도 좋고, 1회 감상 때 말한 것 처럼 '한효주-이승기-문채원-배수빈'이란 젊은 남녀주인공들로 구성된 것도 극이 더욱 신선하고 밝게 느껴지는 듯 하고. 말이죠.

그나저나, 환 역의 승기군. 어쩜, 버릇없는 철부지 도련님 느낌이 팍팍들어서 귀엽습니다.
어쩔...;